Call of the Spear RAW novel - Chapter (259)
낭선기환담-258화(259/600)
낭선기환담 – 258화
“그럴 리가!! 천로화응문을 열기 위해서는 증표가 필요합니다!
상계의 신물이 아니면 문이 열릴 리 없어요!”
있을 수 없는 일이라 단정 지으며 소리치는 완경과는 달리 팽조는 짧은 수염을 매만지며 긍정했다.
“그럴 수도 있겠군.”
“팽조!”
“그리 단정 지을 필요는 없겠지요. 상황이 상황이기도 하고 자네의 영충도 그리 말하고 있지 않으신가.”
“하지만 팽조. 자네도 잘 알고 있지 않으신가. 우리가 그토록 찾아 헤맸으나 끝내 찾지 못하여 범 선사에게 부탁한 것이 우리인데….”
어찌 태선이 그것을 구해 들어갔냐는 말이었다.
“그거야말로 우문이네. 그자는 연이 닿은 게고 우리는 다르게 닿았기에 그런 것이겠지.”
그것 말고 다른 게 무어 있을까.
연이란 것이 본디 그러하니 누구를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지 않던가.
그게 다 제 팔자인 것을.
“어쨌거나 놈을 잡으려면 이 안으로 들어가야겠소다.”
당연한 소리다.
연아를 놈이 데리고 있는 한, 어떻게든 놈을 쫓아야만 했다.
“그럼….”
슬쩍 그를 바라보는 지선들의 눈빛에 산군도 고개를 주억였다.
“문을 여는 수밖에 없겠군요.”
마음을 다잡은 산군은 천로화응 문의 가운데에 있는 둥근 판에 손을 가져가기 시작했다.
그들의 이야기로 말미암아 봤을 때 탐화가 변한 팔찌라면 충분히 문을 열 수 있을 것이다.
천로화응문은 상계의 물건을 지닌 자에게만 허락된 문.
애초에 상계의 신선이 하계로 내려 보낸 신물이 천로화응문이며 그 안에 담긴 천로등 또한 그렇다.
‘천지원기로 원옥을 이루어 몸속에 대력을 갖춘 탐화니 가능하겠지.’
별다른 것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턱.
이내 산군의 손이 닿자.
철컥, 철컥!
촤르르륵!
걸쇠가 자동적으로 열리며 천로화응문에 조각된 틈에서 작은 빛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오오!!”
“이, 이 정도의 천지원기가!”
천로화응문에서 조각된 그림에 빛이 뿜어져 나오자 신묘한 기운이 함께 일렁거렸는데, 그 즉시 문에 조각된 그림들이 빛무리에 휩싸여 두둥실 허공으로 떠올랐다.
은하수가 조각된 그림이 먼저 떠오르는가 싶더니 이내, 십장생의 짐승들 환영이 떠올라 하늘로 솟구쳤다.
어느새 하늘에는 별자리가 반짝이고 그 주위를 노니는 짐승들로 번성하여 신성한 느낌마저 안겨주었다.
쿠구구구궁!!
이내 천로화응문이 나선형으로 열리며 흙더미가 쏟아지고 지각이 흔들려 돌더미가 떨어졌다.
“문이 열렸다….”
그것만으로 감동을 받았는지 팽조와 완경은 입을 다물지 못했고, 예운은 흥미롭다는 듯 천로화응문이 만들어낸 십장생과 별자리의 환영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허나 산군은 그런 것에 하등 관심이 없는지 적안을 번득이고 문 너머에 있을 골 장로를 찾기 시작했다.
“안이 꽤 넓군요.”
천로화응문의 안쪽에는 또 다른 거대한 공간이 있었다.
어두워 잘 보이지 않았기에 신식으로 살피려 했으나 천로화응문의 영향인지 제대로 퍼지지 않아 그 크기를 짐작할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밑으로 곧장 내려가 공정강에서 야광주를 몇 개 꺼내자 터트리자 언뜻 안쪽의 공간이 보이기 시작했다.
작은 불빛이었으나 애초에 인간도 아니요, 단령금정을 지닌 산군이기에 금세 뭐가 있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
‘마치 거대한 제단 같군.’
첫인상은 그러했다.
안쪽의 공간은 옅은 운무가 자욱했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거대한 공동으로 이루어진 공간이었다.
“신기한 곳입니다… 마치 이곳만 별천지의 공간 같아요.”
완경의 말대로였다.
그의 말에 따르면 천로화응문은 사면이 전부 문으로 되어 있었고, 그 때문에 문을 열지 못하면 들어갈 수 없는 공간이었다.
한데 그곳의 문을 열고 들어오니 거대한 공간도 공간이지만 옅은 운무와 함께 허공에 떠오르는 벽들이 있으니 확실히 별천지나 다름없었다.
“마치 연꽃이 피어 있는 줄 알았습니다. 이것들은 대체….”
예운 또한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는지 그러한 감상을 토했다.
그의 말대로 중심에는 원형으로 이루어진 벽이 허공에 떠올라 있었다.
원형의 제단에는 만다라의 문양이 새겨져 있었는데, 하늘 위에서 보노라면 꽃 연꽃이 피어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조각되어 있었다.
그것들이 하나도 아니고 여러 개가 동시에 두둥실 떠다니니 연못 위에 피어오른 연꽃과도 같아 신비한 풍경을 자아내기엔 충분했다.
“이것 좀 보시오!”
팽조의 외침에 고개를 돌리니 그는 산군보다 한참 하강하여 있었는데, 그가 불로 주변을 밝히자 거대한 형체가 엿보였다.
“이건 거인이 아닙니까.”
거대한 형체는 조각상이었다.
병장기를 입고 있는 거인의 조각상은 한 손에 창을 쥐고 눈을 부릅뜨고 있어 묘한 기백이 흘러넘쳤다.
“여기도 있습니다!”
반대쪽에도 흡사한 외견의 조각상이 있었는데 이쪽은 여인이었다.
갑주를 입고 검을 들고 있는 모습에서 여걸의 풍모가 짙어 금세라도 살아 움직일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는 타원형에 가까운 암석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이게 중심을 이루고 있는 듯싶었다.
“신기하군. 어찌 보면 제단 같기도 하고, 대단위로 나눈 진을 보는 것 같기도 하오.”
공중에는 만다라가 새겨진 벽들이 발판 마냥 떠 있고, 거인의 조각상이 있는가 하면 중심에는 웬 암석이 자리하고 있으니 무엇인지 쉽게 파악할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제단이지 않겠습니까.”
조금 석연찮은 느낌이었으나 대부분 그리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이곳이 말로만 전해지던 촉명천녀가 등선했던 장소이니만큼 그리 생각하는 게 당연했다.
의구심이 들기는 했으나 일단은 그리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그것보다는 먼저 이곳에 숨어든 골 장로를 찾는 것부터가 시급한 문제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이 공간 자체가 신식이 퍼지는 것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절 반경으로 백 장 정도밖에 느껴지지 않으니 놈을 찾는 데 애를 먹을 듯합니다.”
“예? 백 장이요?!”
“왜 그러십니까.”
“범 선사께서 말을 잘못하신 게 아닌지요. 저는 백 장은 커녕 열 장도 뻗어가지 않아 애를 먹고 있습니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라는 듯 고개를 주억이니 산군도 이내 어색하게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말이 헛나왔습니다. 마음이 다급하여 열 장을 백 장이라고 했어요.”
“크흠, 그러실 수 있지요. 범 선사께서는 제자를 찾는 게 급선무이니 그 마음 십분 이해합니다.”
완경은 걱정치 말라며 제 가슴을 두들겼고, 팽조와 예운 또한 고개를 주억이며 긍정했다.
“공간이 꽤 넓으니 일단은 둘로 나누어 찾는 게 어떻겠습니까.”
예운의 제안이었다.
“그러는 게 좋겠소. 놈을 잡는 것이야 둘로 나뉠 필요도 없이 넷으로 갈라져도 상관없지만,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여 둘로 나누어 찾는 것이 좋을 듯하오.”
“팽조 선사의 말이 맞습니다. 하면 어찌 나뉠까요.”
이야기가 급속도로 진행됐다.
산군은 예운을 유심히 바라보다 입을 열려는 순간.
“아무래도 예 선사는 본인과 함께 가는 것이 낫지 싶습니다.”
완경이 예운과 함께 하자 권했다.
산군과 예운이 함께 있으면 좋은 꼴이 나지 않을 것을 알기에 미리 선수를 치는 것이었다.
그리 나오자 산군도 할 말이 없었고 예운은 상관없다는 듯 답했다.
“그리하시지요. 어떠십니까.”
“난 상관없네.”
“저도 뭐, 상관없습니다.”
“너무 걱정치 마십시오. 제자의 상태가 좋지 못하다 들었지만 저희가 먼저 발견한다면 제자의 생사를 우선으로 움직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완경과 예운은 동쪽으로 뚜벅뚜벅 걸어가 운무 속으로 사라졌다.
“우리도 가지.”
“예.”
그리고 산군과 팽조는 서쪽으로 나아가게 되었다.
잠시 후.
동쪽으로 향한 완경과 예운은 주변을 샅샅이 살피며 걸었다.
발판과도 같은 만다라가 새겨진 석판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았고, 드문드문 바닥에 새겨져 있는 진의 문양이 그들의 발길을 멈추게 만들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수색이 더뎌질 수밖에 없었는데 더불어 너무도 넓은 공간이라 어려움을 겪었다.
“이러다 며칠이 걸려도 놈을 찾지 못하는 것은 아닐지….”
예운이 슬며시 운을 띄우자 완경도 작게 한숨을 쉬었다.
“신식이 가로막혀 답답함이 더 배가 되는 듯싶습니다. 놈도 제법 머리가 비상한 듯해요. 이곳은 어찌 알고 천로화응문을 열어 숨어 들었는지 참.
아무리 태선이라지만 만만히 보다 방심하여 놓치기라도 하면 지선의 체면이 말이 아니겠습니다.”
“그러게요… 저도 이곳에 이런 곳이 있는지는 몰랐는데 말이죠.”
예운도 턱을 매만지며 긍정했다.
“놈을 빨리 찾아야 천로등을 찾자 말할 수 있는데 말이지요.”
“내 말이 그 말입니다. 그래도 범 선사 덕에 들어왔으니 제자를 빨리 찾아주는 것이 도리에 맞겠죠.”
“한데 말입니다.”
돌연 예운이 걸음을 멈춰 서고 팔짱을 끼웠다.
“왜 그러십니까.”
“놈은 천로화응문을 열고 이곳까지 들어온 놈인데, 과연 아무것도 모르고 들어왔을까요?”
“그건….”
그러고 보니 그렇다.
놈이 천로화응문을 열었다는 뜻은 이곳의 존재를 알고 있다는 뜻.
그렇다면 계획을 가지고 들어왔다는 뜻인데, 이곳에 들어왔다면 놈 또한.
“등선을 노리고 있다는 말입니까.”
“그럴 확률이 높지요. 등선까지는 아니더라도 천로등을 찾고 있을 확률은 대단히 높습니다.”
확실히 그 말이 맞다.
놈도 그냥 숨어들 목적으로 이곳으로 들어왔을 리는 없을 터.
그렇다면 놈은 이곳에서 천로등을 찾는 게 먼저요, 후에는 그것으로 등선하기 위함이 목적일 것이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다.
“저는 천로등에 관해 조사하며 여러 이야기를 접했습니다… 그중에는 이런 이야기도 있었지요.”
“듣고 있습니다.”
“천로란 하늘의 길이 열림을 뜻하는데 그 길에 등불을 밝히어 비승을 돕는 것이 바로 천로등의 역할입니다.”
그거야 뭐 당연히 알고 있는 이야기이다. 허나 그게 끝이 아님을 알기에 예운은 묵묵히 경청했다.
“고서에 적힌 대로라면 천로등은 본래 상계에서 내려준 신물로서 하계의 인재를 올려 보내기 위한 물건이죠.”
“그러한 것이라 듣기는 했습니다.”
“근데 그 인재라는 것에 자격이… 수도자가 아님에도 가능했다고 적혀 있기도 했었습니다.”
“그 말은….”
“저희 같은 지선이 아니라도 천로등만 있다면 상계로 오를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게 정말입니까?”
“문헌에 그리 나왔을 뿐 대부분이 저희들의 추측입니다. 실제로 어떠할지는 아무도 모르죠.”
허나 그게 사실이라면….
“놈을 찾는 것보다 천로등을 찾는 게 더 빠를 듯싶습니다.”
“으음….”
“놈도 그런 문헌을 보고 이곳에 온 것이라면 그리하는 게 맞지 않습니까. 만일 그렇지 않다 해도 천로등을 찾아놓고 놈을 찾으면 될 일이지요.”
“하지만….”
일의 시급을 다투는 일은 천로등이 아니라 백산파 제자의 생사다.
“놈이 천로등을 사용해 등선이라도 하면 영영 잡을 수 없음은 물론이요 천로등마저 어찌 될지 모르는 일이지요!”
그리된다면 제자는 물론 천로등마저 잃어버릴지 모를 일이다.
완경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이런 말을 하기에는 조금 불경할지도 모르나 제자의 목숨보다는 천로등이 더 중하지 않겠습니까.”
“허어….”
언짢은 완경의 표정에도 예운은 아랑곳 않고 설득시키기 시작했다.
“애초에 하늘을 거스르는 자들이 바로 도를 걷는 자들인데 사사로운 정을 멀리하는 것이야말로 등선으로 향하는 지름길 아니겠습니까.”
틀린 말은 아니다.
도교의 가르침 자체가 하늘을 거슬러 영생을 추구하는 학문이다.
하늘에 반하는 자들이 사사로운 정에 휩싸여 수행을 게을리하고 정에 휘말려 죽는 것이 허다하다.
그리하여 도계에서는 속세와 연을 끊고 수행에만 매진하는 것을 최고의 덕목으로 치고는 했다.
“그렇다 해도 생명을 업신여길 수는 없는 법이지요.”
“정말 그리 생각하십니까?”
“그렇습니다.”
예운의 설득에도 완경은 강경함을 유지했다. 그가 얼마나 심지가 곧은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그런 그도 다음으로 나올 말에는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그럼 완경 선사께서는 다 죽어가는 타 문파 환선 제자를 택하실 겁니까 아니면 찾기만 하면 등선할 수 있는 천로등을 택하실 겁니까.”
“그건….”
오직 신선을 목표로 달려온 세월이 삼천 년이 다 되어가는 지선이다.
이 극단적인 선택지에는 아무리 완경이라도 답이 정해져 있었다.
“그런 질문을 하시는 저의가 대체 무엇입니까.”
그리 묻자 예운은 그저 입꼬리를 주욱 끌어 올려 답을 대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