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ll of the Spear RAW novel - Chapter (271)
낭선기환담-270화(271/600)
낭선기환담 – 270화
백산 하문의 귀빈각.
그곳은 백산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촉산의 도사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꼭 이렇게까지 해야겠더냐.”
귀빈각 탁자에 걸터 앉아 긴 녹발을 빗질하는 촉산의 대사부, 촉만이 영 껄끄럽다는 듯 볼멘소리를 했다.
“저희는 촉산의 도사입니다. 하물며 이제 곧 대선사가 되실 대사부께서 허물없이 다닌다면 되레 저희들이 욕을 먹을 것입니다.”
“맞습니다. 하물며 언제 어디서 전장이 터질지 모르는 곳 아닙니까.”
본래는 촉만 혼자 백산파 장문을 만나러 왔으나 정신차려 보니 촉산의 장로들과 제자들이 쫓아오고 있었다.
제자들이 우려하는 게 무엇인지 그 또한 잘 알고 있으나 이렇게까지 하는 것은 조금 과한 듯 했다.
‘괜한 소란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대장로를 포함해 장로가 넷에 신통이 뛰어난 환선이 열댓이나 함께하고 있었으니 더더욱 그랬다.
백산파가 겪고 있는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아무래도 괜한 오해가 생기지는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이놈들은 다 좋은데 날 너무 물가에 내놓은 아이 보듯 한단 말이야….’
이전에 삼귀에게 당했던 건을 들먹이며 걱정된다하면 촉만으로서는 도통 할 말이 없었다.
“그리고 천망도의 일 또한 이곳의 소행일지도 모르지요.”
“어허! 내 아니라 하지 않았더냐!”
천망도를 지키던 제자들의 사인은 짙은 마기의 흔적과 시독이 있었다.
마도의 소행이다.
“허나, 모든 가능성은 열어두어야 함이 옳다고 사료됩니다. 대사부님께서 백산파 장문 또한 그 자리에 있었다 하셨으니 혹….”
상대가 마도와 끈끈한 연을 맺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긴 했다.
촉만은 한사코 아니라했으나 혹시 모르는 일이라며 저리 고집을 부리니 짜증이 다 났다.
“거, 고집불통들이구나… 내 외견이 여인이 되었다 하여 그리 제멋대로 구는 것은 아니겠지?”
“설마 그럴 리 있겠습니까! 개파조사님 또한 여인의 몸으로 촉산파를 만드신 것을 모르지 않습니다.”
“풍 장로의 말이 맞습니다. 도의 길을 나아감에 있어 사내와 여인을 차별하여 둘 수 있겠습니까.”
촉만은 어이없다는 비웃고는 턱을 괴며 고개를 기울었다.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아무튼 그래도 너희들이 걱정하는 것보다는 백산파의 상황이 나빠 보이지 않는구나. 그 점은 어찌 생각하더냐.”
“그건 저도 그리 생각합니다.
큰 전쟁을 겪은 것치고 백산파 제자들의 낯빛이 나쁘지 않고 주변 국가나 마을 또한 평화로워 보였습니다.”
분명 여러 문파들과 마찰이 잦았고 큰 전쟁을 치루었다 들었는데도 백산파의 분위기는 밝았다.
“백산파의 영기 이리 짙으니 제자들의 수행이 빠르고 상처의 치료에도 도움이 되는 듯합니다.”
“다른 문파들이 어째서 백산파를 그리 못살게 굴었나 했더니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하문인데도 웬만한 영산 정상 수준의 짙은 영기 농도다.
“이전에는 그저 평범한 영산이었다 하던데 어떻게 갑자기 이런 비범한 산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자 촉만이 낄낄 웃었다.
“이곳에 신단수가 있기 때문이다. 한 천 그루 정도 있을 게지 아마.”
“신단수!?”
“그게 정말입니까?”
장로들의 눈빛이 달라지자 촉만은 쯧쯧 혀를 찼다.
“헛꿈 꾸지 말거라. 괜한 욕심 부릴 필요 없다.”
경고 했으나 장로들의 눈빛은 이미 탐욕으로 물든 듯 했다.
“백산파는 전란을 겪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상태가 좋지만 그렇다 해도 전쟁의 기운이 사라진 것이 아니지요.
하니 촉산이 도와주고 그에 합당한 대가를 받는 것은 어떻습니까.”
“동맹을 맺고 그 댓가로 신단수를 내달라 하자 이 말이냐.”
“예, 백산파는 촉산이라는 든든한 우군을 얻어 좋고, 저희는 신단수를 얻어 제자들의 수행이 높아질 테니 둘 모두 이득이 아니겠습니까.”
그럴 듯한 말이었다.
백산파는 큰 전쟁을 치르고 지금 잠시간의 소강상태를 가지고 있지만 언제 전쟁이 터질지 모른다.
“촉산과 백산이 동맹을 맺었다는 사실만 퍼져도 백산에는 큰 이득이 아니겠습니까. 제자들은 전쟁의 두려움에서 벗어나서 좋고 복수의 칼날을 갈 수 있겠지요.”
장로들 모두가 좋은 생각이라며 고개를 주억였다. 겉으로 보아선 나쁘지 않은 제안이었다.
그러나 촉만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듯 손사래를 쳤다.
“아서라 괜한 짓으로 놈의 심기를 건드려 놓을 게 없다.
네놈들은 이곳까지 눈과 귀를 가리고 온 게냐?”
“그게 무슨 소리신지….”
“쯧, 방곡은 해룡족의 비승선 모두가 반파되고 패퇴했다고 한다.
동해의 삼대 해족들도 마찬가지지. 자세하게는 잘 모르겠지만 괜히 백산파 건드렸다가 다 씨몰살당했다고 여기저기 떠들고 있더구나.”
한마디로 백산파는 촉산의 도움을 필요로 할만큼 전력이 약소하지 않다는 말이다.
그러니 촉산과 동맹을 맺는다 하여 신단수를 내놓기나 하겠는가.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소리다.
“생각보다 백산파가 융성하기는 하지만 조금 과장된 부분이 없지 않아 있어 보입니다.
그들 모두가 백산파의 저력에 의해 그런 것은 아닐 겁니다. 촉산이라도 그런 일은….”
불가능하다.
“대장로, 어찌 생각하십니까.”
“흠….”
“이놈들이 내 말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 게야 뭬야.”
“그, 그런 게 아닙니다. 이 일은 숙고하여 고민을 해봐야 할 부분이니 그런 것이지요.”
“됐다. 니들 맘대로 해라.”
“어, 어디 가시는지요.”
“뒷간 간다 이놈들아! 쫓아오다 못해 뒷간까지 따라올 게냐?”
“아, 아닙니다. 다녀오시지요.”
촉만이 뒷간으로 사라지고, 그와 동시에 촉산의 제자중 하나가 급하게 달려왔다.
“그래 뭣 좀 주어 들은 게 있더냐.”
백산의 동태를 한 번 알아보고자 보낸 제자였다.
“이상한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래 들어보자꾸나.”
“백산파 장문이….”
잠시 후.
“…그게 사실이냐?”
“정확하지는 않으나 백산파 제자들 몇이 이야기 하는 걸 들었습니다.”
장문들의 낯이 다소 심각해졌다.
“진실로 백산파 장문이 중상을 입었다면 천망도의 사건과 연관이 깊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제가 보기엔 놈의 짓이 확실하오!”
풍 장로라 불리는 자였다.
호방한 성격을 지닌 사십 대 중년인 정도로 보이는 자였다.
“이유를 알 수 있겠소.”
“이유고 자시고 촉산의 제자들이 죽었습니다!! 그곳에 백산파 장문 또한 자리하고 있었는데 연관이 없을 리가 없지!!
분명 놈 또한 우리 제자들을 죽이는 것에 가담했을 것이오!!”
“그 또한….”
일리가 없는 말은 아니다.
“허나 소문은 소문일 뿐. 장문인이 정말 중상을 입었다는 확신은 없네… 이럴 바에는 차라리 백산파 장문을 만나보아 얘기를 나누는 게 낫겠군.”
그때였다.
똑똑.
“촉산의 도사님들을 상문으로 모셔오라는 명이 있으셨습니다.”
백산파 제자 중 하나인 모양이다.
장로들은 서로 고개를 주억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앞장 서거라.”
* * *
잠시 후.
상문 앞에서는 백산파 제자들과 장로들이 촉산파를 반겼는데, 가운데에는 머리칼이 새하얗고 기품이 넘치는 여인이 있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백산파 장문을 대신하여 인사드립니다.”
그녀는 눈송이처럼 아름다우며 자태 또한 곱디 고와 소나무 위에 얹어진 눈처럼 운치가 있는 여인이었다.
“으음….”
촉산파 장로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장문인이 나올 것이라 생각했는데 생각치 못한 자가 나왔기 때문이다.
“음? 아니 당신은 현천선녀가 아니십니까. 한데 어찌 백산파에….”
“연이 있으신 분입니까.”
대장로가 묻자 옹 장로라 불리는 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빙궁의 현천선녀로 대단한 신통력을 지녀 명성이 자자한 분입니다.
백 년 전쯤 먼 발치서 보았지요. 한데 여기서 다시 보게 될줄은….”
뜻밖이라는 듯 말했다.
“지금은 혼인하여 백산파의 안주인 노릇을 조금 하고 있을 뿐입니다.”
“아아, 그러셨군요….”
혼인이라는 말에 장로들의 얼굴이 기묘해졌다.
백산파 장문은 인간이 아닌 영수라 들었으니 더더욱 그랬다.
“크흠, 그렇군요. 한데 저희는 장문을 보러 온 것이지 부인을 보러 온 것은 아니었는데 말입니다.”
“현재, 장문께서는 폐관에 들어가 계시기에 촉산파의 귀빈들을 맞이하기 어려울 듯합니다.”
“폐관이요….”
촉산의 대장로는 이거 참 난감하다는 듯 슬쩍 입꼬리를 올렸다.
폐관했다는 말에 백산파가 무언가를 감추려 한다는 것 같았기 때 문이다.
설마설마했는데 정말로 장문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 모양이었다.
“사정이 있어 조금 급하게 찾아왔다지만 장문이라는 분이 나타나지도 않으니 업신여김을 당하는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군요.”
장로들이 심기가 불편하다는 듯 태선의 영압을 슬며시 방출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수도를 행함에 있어 폐관을 제 마음대로 끝마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촉산을 대표하는 자들로서 백산파에 도움이 되고자 왔는데 어찌 우리들을 홀대할 수 있단 말이요!! 도계에서 촉산을 홀대하는 문파는 이 백산파가 아마 처음일 겁니다!!”
어이없다는 듯 화를 내자 백산파 제자들은 당황스러웠다.
초아만이 눈가를 가늘게 뜨며 가만히 침묵을 지켰다.
“마도 놈들이라도 이런 대접을 하지는 않소! 촉산이 어떤 문파입니까!”
촉산은 주먹구구식으로 해왔던 수도를 본격적으로 열어젖히게 된 시발점이 된 문파다.
오랜 전통과 역사가 있었고 보유한 도사의 숫자와질 또한 남달라 촉산만이 보유한 특유의 공법과 연기술이 대단한 곳이었다.
“저희는 전란으로 상처 입은 백산을 도울 수도 있는 유일한 문파입니다.
눈앞의 이익보다는 도계의 질서를 지키고자 백산에 힘이 되어주려 했으나 아주 헛걸음! 했습니다!!”
한데 보자마자 저리 비난하고 푸대접을 받았다 성을 내니 백산파 입장에서는 조금 황당하기도 했다.
물론 기분 나쁠 수 있다.
허나 저렇게까지 할 정도는 아니다.
초아는 그들의 모습에 냉소하며 싸늘한 시선을 보냈는데 한순간에 분위기가 싸해지며 온도가 내려갔다.
“백산은 나약하지 않습니다.
귀문의 도움이 절실하지도 않을 뿐더러 도와 달라 청한 적도 없지요.
부득이한 사정으로 맞이하지 못한 것인데 이렇게까지 비난받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구구절절 맞는 소리였으나 촉산 장로들은 도리어 어이없다는 듯 탄성을 자아냈다.
“아직도 모르시겠습니까? 턱 까놓고 말하지요. 백산파 장문은 폐관에 들어간 게 아니라 우리 앞에 내세울 수 없는 이유가 따로 있지 않습니까?”
“그게 무슨 소립니까.”
“지금 폐관이 아니고 촉망도에서 저희 제자들을 죽이다 상처를 얻어 나오지 못하는 게 아닙니까? 지금 같은 전시상황에서 장문이 다쳤다는 게 발각되면 좋지 않을 테니 말입니다!!”
초아의 아미가 좁혀졌다.
“어디서 그런 소리를 들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렇지 않습니다. 백산파 장문은 이유 없는 살육을 벌일 정도로 속이 좁으신 분도 아니고, 촉산 제자들을 죽일 분도 아닙니다!”
“그건 모르는 일이지!!”
아무래도 좋은 마음으로 온 것은 아닌 듯했다.
“아무리 촉산이라 하여도 이런 무례는 용납할 수 없습니다.”
돌아가라는 듯 말하자 풍 장로의 얼굴이 붉어지며 노발대발했다.
“지금 촉산을 무시하는 것이오!!
어찌 감히 저열한 짐승들과 뒤섞인 조잡한 문파 따위가!!”
초아는 눈가를 가늘게 떴고, 백산파의 얼굴은 대번에 찡그려졌다.
“네 이놈들!!”
척!! 만삼의 호통과 함께 백산파 제자들은 일제히 창과 검을 겨누었다. 다른 것은 몰라도 백산파를 모욕하는 발언에 경지의 고하 따위는 보이지도 않았다.
“백산파를 모욕하고도 이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으리라 믿으시오!!”
허나 촉산은 한 치도 두려워하지 않고 뻣뻣이 고개를 쳐들었다.
“틀린 소리 한 것은 아니지.”
“뭐요!? 가, 감히!!”
더 적을 만들어서야 좋을 게 없는 백산이었으나 이런 모욕을 겪고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지금까지도 나와 보지 않는 걸 보면 역시 백산파 장문과 마도의 연결고리가 아주 든든한 모양이군! 백산파는 촉산의 제자들을 죽여 그게 밝혀질까 두려워 꼬리를 말고 얼굴도 내비치지 않는 것이 분명하오!!”
“우리 촉산은 이 일을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게요. 백산파는 우리 촉산파도 함께 전장에서 만나게 될 거요!”
“그리된다면 백산파는 멸문지화를 피할 수 없겠지.”
“그 유명한 현천선녀가 술이라도 한 잔 따라준다면 또 모르겠지만 말이오, 하하하!!”
풍 장로의 말에 백산파는 모두 경악성을 내질렀다.
“이런 후안무치한 자들을 보았나! 어찌 감히 한 문파의 안주인에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단 말이오!”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말이다.
마치 기녀라도 대하는 듯한 말투가 아니던가!
“촉산이 아무리 유서 깊고 대단타하여도 이런 무례는 용납할 수 없다!”
백산의 안주인을 능멸한 죄는 반드시 톡톡히 치르게 되리라.
“말 한 번 잘했다. 내 이런 치욕은 죽어서도 잊지 못할 것이니 이 한목숨 여기서 버린 대도 후회가 없다!”
만삼과 명화 또한 같은 마음으로 살기를 드리웠다.
“흥, 네놈들이야 말로 촉산 제자들의 원수이니 단단히 각오해라!!”
그렇게 전운이 감돌기 시작할 때.
쿠웅!!
“크헉!!”
돌연 거대한 살기가 사방을 짓누르며 그들을 옭아매었다.
점혈에 찔린 것 마냥 꼼짝도 할 수 없었고, 움직이기라도 했다가는 큰 내상을 입을 징조가 다분했다.
“이, 이게 무슨…!”
어마어마한 거대한 살기.
이러한 살기는 생전 느껴본 적도 없는 것이었다.
살기라기보다는 죽음 그 자체가 자신을 짓누르고 있는 듯 했다.
절로 손발이 떨려오고 온몸에 식은땀이 홍수 난 듯 나왔다.
그때였다.
저벅저벅.
저 멀리서 사내의 발걸음 소리가 천천히 들려왔다.
어마어마한 살기에 눈알을 돌리는 것조차 하지 못했다. 차마 바라보지도 못할 정도로 두려운 무언가가 걸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두려움에 덜덜 떨고 있으니 그들을 향해 말을 걸어왔다.
“술을 따르라고 했나.”
우습지도 않다는 듯 차갑고 무거운 목소리였다.
촉산파 대장로가 용기를 내 눈알을 돌리니 그곳에는 적안의 청년이 싸늘한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여, 영겁이 아니다!! 이 정도 거대한 살기는 영원의…!!’
그는 돌연 목이 길고 둥근 술병 하나를 꺼냈는데 그러자 술병에서 술 냄새가 아닌 코끝을 찌르는 독기가 사방에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한 호흡만 맡아도 치명상에 이를 수 있는 극독이 분명했다.
“받아라, 네놈이 원하는 술잔이다.”
풍 장로 앞에서 술잔을 드리웠다.
허나 그것은 술잔이 아니다.
독잔이었다.
풍 장로는 두려움에 떨었다.
얼마나 무서웠는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실금까지 지리고 말았다.
“네가 그토록 바라던 술잔인데 왜 그리 울고만 있느냐.”
그리 묻자 풍 장로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더듬더듬 말했다.
“사, 살려…주십…시…오. 독을… 먹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러자 백산파 장문은 이상한 소릴 한다는 듯 웃었다.
“내 눈에는 술인데, 네놈 눈에는 독으로 보이는가 보구나.”
“그게… 무슨….”
“눈이 그리 썩었으니 술잔을 독잔으로 볼 수밖에 없겠지.”
콰드득!
“끅! 끄아아악!!”
“눈이 썩어 내 직접 뽑아내줬으니 고마워할 것 없다.”
툭, 떨어지는 풍 장로의 눈알이 데구르르 지면을 굴렀다.
그는 이내 다른 술잔을 꺼내 촉산파 장로들에게도 권했다.
“뭣하나, 안 마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