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ll of the Spear RAW novel - Chapter (291)
낭선기환담-290화(291/600)
낭선기환담 – 290화
하늘 아래.
금(金)으로 물들지 아니한 곳 없으니, 하늘의 푸름을 집어 삼키듯 아해들의 눈을 멀게 만들었다.
“똑바로 보거라 천우, 천유.”
눈부신 광채 아래에 오롯이 존재하는 것은 금빛 찬란한 범의 모습이니.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아버지의 모습이다. 하나도 놓치는 것 없이 모두 보아야 할 것이다.”
하늘을 개어내고 천로를 열어 우화등선을 목도한다.
“아버지가 어째서 자신의 등선을 보여주는지 알고 있느냐.”
차마 입을 다물지 못하는 천우와 천유는 고개를 저었다.
“그 깊은 뜻을 어찌 알겠습니까.”
요호는 제 자식들을 바라보고는 우수에 찬 눈빛으로 하늘을 보았다.
“네 아버지는 내게 이런 말씀을 하셨다. 이 하늘 아래의 도계에 자리한 것은 대도(大道)여야 하거늘 배신과 모략만이 난투하니 흐르지 아니하는 물처럼 썩어 들어가고 부패하여, 마침내 모두가 자신의 대도를 잊으니 안타깝다고.”
그러하여 그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자신의 등선을 보다 많은 이들이 보게 만든 것이다.
“너희들의 대도가 닿아야 할 것은 눈앞의 탐욕이 아닌 바로 머리 위의 하늘이고, 이 하늘을 넘어야 다른 하늘로 가게 될 것이라고.”
그는 그리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것이 바로 진정한 대도이자 진실된 도(道)가 될 터이니.
“길을 잃지 말라 하시는 것이다.”
“아….”
천우와 천유는 제 어미의 말에 깊이 반성하고 깨우치게 되었다.
“그러니 한 치도 눈을 떼지 말거라. 저분의 피와 신통이 너희들 몸에도 흐르고 있음을 잊지 말고, 아버지의 마지막 가르침을 명기누골(銘肌鎭骨)하여 항시 되새겨야 할 것이다.”
천유와 천우는 눈을 부릅떴다.
벅차오르는 가슴과 눈물은 왜 이리 턱을 떨리게 하고, 코끝을 찡하게 만드는지 모를 지경이다.
허나 그럼에도 그들은 눈물은 흘릴지언정 가르침을 흘리지는 않았다.
누구보다 강하고.
누구보다 따뜻했던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이다.
살갗에 새기고 뼈에 새겨 한평생 기억해야 할 모습이니 무엇 하나 흘려 보낼 수 없었다.
콰아아앙!!
“시작되는구나.”
진정한 등선이 시작됐다.
인간의 등선과 영수의 등선은 확연한 차이가 있다.
그것은 바로 천뢰(天雷).
쩌저저저적!!
콰르릉 콰아아앙!!
하늘의 구멍을 뚫고 나오듯 우렛소리를 퍼트리며 나타난 새하얀 천뢰가 모습을 드러냈다.
둥글게 선회하는 먹구름의 천로 사이로 머리를 내미는 천뢰는 새하얀 백룡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먹구름 사이로 머리를 내민 천룡의 모습에 천범이 눈을 떴다.
촤악!
펼쳐진 날개와 함께 거대한 모습으로 변한 천범은 천뢰를 향해 몸을 날렸다.
그와 동시에 용의 형상을 한 천뢰는 아가리를 벌려 새하얀 벼락을 모았다.
금빛을 뿌리며 하늘로 치솟는 범과 먹구름 사이로 몸체를 드러내며 그를 잡아먹을 듯 아가리를 벌리는 용의 모습이 가히 신화 속에서나 보았던 그림 같아 현실성이 없었다.
천범의 본신은 점점 더 크기를 키웠고, 금빛에 휩싸여 어마어마한 크기로 부풀어 올랐다.
그리고 바로 그때.
천룡이 새하얀 천뢰를 쏘았다.
콰아아아아앙!!
쿠우우우우우웅!!
천지가 뒤틀리는 듯한 굉음과 함께 하늘이 새하얗게 물들었다.
어마어마한 광풍이 몰아치니 오조도에 있던 도사들은 물론 백산파 제자들 또한 강력한 풍압에 기겁했다.
“크으으윽!!”
“겨우 풍압만으로…!”
하지만 미리 대기하고 있던 지선들이 나타나 진을 이루니 풍압을 겨우겨우 막아 세울 수 있었다.
지선 열댓 명이 나서서 겨우 풍압 하나를 막아내고 기진맥진했다.
‘영수들은 이리 강력한 천뢰를 감당해야 등선할 수 있다는 말이던가!!’
천뢰가 뿜어낸 여파만으로 내상을 입을 것만 같은데 이런 것을 몸으로 버텨내야 하는 게 믿기지가 않았다.
‘나라면 뼈도….’
남지 않을 것이 자명했다.
그러다 보니 천뢰를 직격으로 맞은 천범이 어찌됐는지 걱정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었다.
허나 천범은 하늘 아래 어디에도 자리하지 않았다.
묘하게 긴장감만 감돌던 그때.
“저길 보시오!”
천룡이 자리한 하늘 아래에는 금빛으로 빛나는 작은 운무가 있었다.
그런데 그곳에서 돌연 거대한 오룡과 푸른 화염을 흩뿌리는 봉황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던가.
오룡과 봉황은 금빛 운무의 주위를 천천히 맴돌았다.
“오룡과 봉황이라니….”
설마 하는 순간.
운무 속에서 무언가 반짝였다.
금빛 운무 속에는 옅게 반짝이는 열여덟 개의 빛이 있었는데, 그것이 운무를 돌아다니며 선회했는데 초아는 저것이 단번에 제 서방의 화령임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천범의 화령은 점점 더 강한 금빛을 뿜어냈고, 다시금 하늘을 금광으로 물들였다.
열여덟 개의 화령들은 천천히 하늘을 유영하며 선회하다 다시금 하나로 모여들어 합쳐졌다.
콰아아앙!!
눈부신 빛과 함께 화령은 하나로 합쳐지게 되었고, 이내 하나된 동그란 옥으로 변해 허공에 떠있었다.
“원옥!!”
저것이 바로.
신선들이 심기체를 하나로 모아 완성한다는 천근.
원옥임이 틀림없다.
천범의 원옥은 금빛 운무로 감싸 자신을 보호하였고, 이내 운무 속에서 거대한 범의 울음소리가 피어났다.
화아아악!!
풍압에 의해 금빛 운무가 걷혔다.
그리고 보이는 것은 금색으로 변한 범의 모습이었다.
그의 뿔과 날개는 그대로였으나 주홍색 털이 아닌 금색의 털로 뒤덮여 금호의 모습으로 변하였다.
그 강력한 천뢰에 직격 당함과 동시에 영원의 경지를 뛰어넘고 상하로 나아가 신이 된 것이 틀림 없었다.
콰르르르릉!!
천룡은 달라진 그의 모습과 기운에 진노하듯 다시 한번 아가리를 벌려 그를 벌하듯 천뢰를 쏘았다.
강력하기 짝이 없는 기운이요 절로 공포가 일어나 뒷걸음질 쳐지지는 강력한 하늘의 우레였다.
하늘이 뻗는 창과 같은 새하얀 천뢰가 다시 한번 천범을 향해 쇄도했다.
콰르르릉 콰지지직!!
날카로운 굉음과 함께 퍼덕거리며 날아드는 새하얀 벼락.
허나 그런 천뢰에도 범은 피하지 않고 오히려 몸을 던졌다.
천범은 네 장의 날개를 펄럭였다.
태풍과도 같은 바람이 삽시에 불어 닥치고 그의 신형이 사라졌다.
그 순간.
콰아아앙!!
세상이 하얗게 물들었으나 그 중심에 작은 그림자를 놓치지 않았다.
크아아아아아앙!!
우렛소리와 함께 천범의 울음소리가 함께 연이어 들려왔다.
쾅! 콰앙! 콰아아아앙!!
몇 번을 거듭하여 천뢰와 맞부딪친 천범은 파지지직 거리는 소리와 함께 끝을 맞이했다.
“헛!!”
“처, 천뢰를…!!”
이내 보이는 것은 천범이 천뢰를 물어뜯어 찢어버리는 모습이었다.
그와 동시에 범의 입에서 금빛 태양이 나타나 뱀처럼 쇄도하는 벼락다발의 천뢰를 막아냈다.
그리고 천범은 어느새 먹구름에 머리를 내민 천룡의 머리에 날카롭고 거대한 발톱을 휘둘렀다.
몸 자체가 보검과 다를 바 없는 천범의 발톱이다.
촤아악!!
거대한 검기가 생겨나 일순에 천룡을 찢어버리자 놈과 함께 먹구름 또한 신기루처럼 일순간에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오색 빛이 찬란한 오묘한 광채가 천로 사이에서 새어나왔다.
여명과도 같은 빛기둥은 천범을 위로하듯 따뜻하게 비추었다.
허공을 밟고 뛰어오른 천범은 금빛을 뿌리며 기쁨에 울부짖었다.
그 위풍당당한 모습에 많은 이들은 감명 받은 듯 기도하기도 했으며 그와 친분이 있는 자들은 눈물을 흘리며 그의 등선을 진심으로 축하했다.
이내 찬란한 신광이 나타나 빛기둥을 만들며 천범을 맞이했다.
그야말로 천광.
천범은 더 없는 평온을 얻었다.
금빛 태양을 등지고 날개를 펄럭이던 그는 유유히 하늘을 선회하다 천로를 향해 올랐다.
그의 눈동자에 비치는 많은 이들의 얼굴이 있었으나, 한 점 미련은 없었고 도리어 따뜻함만이 기인했다.
이내 그가 천로로 올라가며 완전히 사라지자 하늘은 언제 그랬냐는 듯 파문을 일으키며 천로를 감추었다.
하늘에는 그가 흩뿌린 금빛의 물결만이 천범이 이곳에 있었음을 고요히 말해줄 뿐이었다.
* * *
도계의 정점에 군림하던 이가 사라졌음이 만천하에 알려졌다.
그의 위업에 많은 이들이 존경을 표했고 우화등선을 목도한 많은 도사들이 그날을 기억하며 널리 알렸다.
그에 대해 좋지 않은 시선을 가지고 있던 자들도 우화등선한 천범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들이 궁극적으로 바라고자 하는 이상을 실현시키고 보여주었으니 어찌 존경하지 않을 수 있을까.
물론, 그의 등선을 목도한 많은 도사들은 후에 제자들을 만들었고, 이날의 이야기는 후대에 후대를 거쳐 끝없이 회자되었다.
때로는 그림으로.
때로는 글로.
때로는 말로서 온 세상이 금빛으로 물들었던 등선은 많은 이들을 도계로 입문시켰고, 속세에서 벗어나게 했다.
천범이 자신의 등선을 보여줌으로써 불러온 변화는 그리 크지 않았으나, 그것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눈덩이처럼 크기를 부풀렸다.
막연히 전설로만 알려지던 등선의 때를 목도한 자들이 저리 많으니 어찌 수행에 게으름을 피울 수 있을까.
어찌 사사로운 탐욕에 휩싸여 대도를 외면할 수가 있겠는가.
처음에는 지푸라기 같이 가늘었으나 후에는 든든한 버팀목처럼, 그가 바라는 도계의 바람이 불지도 몰랐다.
“참 대단도 하시지요. 도계에 금양대사처럼 유명해진 수도자가 또 있을까요. 아니, 이제는 신선이려나.”
가느다란 술병을 목을 들고 창가에 걸터앉은 여인이 말했다.
백산파 장로 중 하나인 후고보라는 여인이었다.
그녀의 앞에는 조용히 달빛을 쐬고 있는 백발의 여인이 있었는데, 그 고고하고 어딘가 우수에 찬 듯한 깊은 눈동자가 인상적인 초아였다.
“참 못된 분이십니다. 제 원한을 풀기도 전에 그리 가버리시다니요.”
후고보는 화가 치미는 듯 술병을 꺾어 꿀꺽꿀걱 술을 마셨다.
“고보야. 많이 취했구나.”
그녀의 마음을 모르지 않는 초아는 그저 가만히 술잔을 머금었다.
후고보의 말대로 그가 등선한 지 삼백 년이 지난 지금.
다른 건 몰라도 금양대사를 모르는 자는 거의 없다 봐도 무방했다.
많은 이들이 금양대사를 찬양하며 그의 발자취를 쫓아 백산파로 향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그 때문에 그가 사라졌음에도 백산파는 건재했다.
지난 세월 백산파는 많은 제자들을 양성했고, 또 고강한 도사들 또한 많이 입문하여 세를 불렸기 때문이다.
빙궁의 주인이 된 초아나 십해만척을 주름잡는 요호도 그가 남긴 백산파만큼은 끔찍이 아꼈다.
더군다나 백산파 장문인 운모와 그 처인 천유는 항상 다투면서도 백산파를 더욱 강고한 문파로 만들기 위해 헌신하고 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백산파는 앞으로 천 년.
만 년이 지나도 굳건히 도계의 정점에 달하는 문파로 자리매김 할 것이라 봐도 무방했다.
“한 번 내려와 주시지 않으려나….”
그럴 일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한 번쯤은 생각해볼 수밖에 없었다.
많은 이들이 그를 추억하고.
그리워했지만 이미 날개 돋아 하늘 위로 훨훨 날아간 이를 어쩌겠는가.
때로는 욕도 하고.
때로는 그가 남긴 것을 돌보며 추억하고 그리워할 수밖에 없었다.
* * *
짙은 운무 속.
그곳은 한치 앞도 보기가 어려운 구름 위에 닿아있는 곳이었다.
뭉게뭉게 피어오른 것이 구름으로 이루어진 듯 했으나 출렁이는 것을 보노라면 대해와도 같았다.
참으로 신기하고 신비스러운 곳.
하늘에는 여러 땅이 허공에 맴돌고 있으며 달도 해도 여러 개였다.
그러한 신비로움이 감도는 곳.
하늘에서는 날개옷을 입은 선녀가 구름을 타고 줄줄이 나타났다.
고풍스러운 화등과 함께 나타난 수백이 넘는 선녀들은 구름으로 이루어진 바다라는 건원해에 멀뚱히 서 있는 한 사내 앞에 멈춰서 인사했다.
“수계(獸界)의 소선(蘇仙)이 비승(飛昇)하신 상허신선(上許神仙)님을 뵙노니 극진히 뫼실 것을 아뢰옵니다.”
선녀의 말에 금안을 번득인 사내는 피식 웃어보였다.
낭선기환담(浪仙奇幻談)
제 1부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