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ll of the Spear RAW novel - Chapter (298)
낭선기환담-297화(298/600)
낭선기환담 – 2부 7화
어안이 벙벙했다.
다른 것도 아니고 갑자기 분혼을 돌려받아야겠다고 말하니 왜 안 그렇겠는가.
제아무리 오랜 세월을 살아온 천범이라도 얼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분혼이라니….’
자신이 지닌 분혼?
번뜩 떠오르는 게 있었지만 사하 소선과 연관이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봉의 분혼을 말하는 건 아니겠지.’
멍하니 그런 생각이 떠올랐으나 말이 될 리가 없다.
그녀가 비록 화신통을 다루는 소선이지만 봉의 화신이라면 봉악청화의 기운이 느껴져야 함이 옳다.
하지만.
‘조금 뛰어날 뿐인 화기다.’
화신통의 정순함이 나쁘지는 않았으나 그리 특별하지는 않았다.
그녀는 봉악천수조와 관련이 있어 보이지 않았다.
아마 관련이 있었다면 누구보다 봉이 앞장서서 그녀에게 접근하자 보챘을 것이다.
갈라진 분혼을 모았다지만 봉은 아직 깃털 하나에 해당되는 분혼이다.
이리 조용할 리가 없다.
그때였다.
-나보다는 너와 연이 있는 것 같다.
호랑이도 제말하면 온다더니.
-…언제 깨어나셨습니까.
-방금. 이상한 생각을 하고 있기에 그냥 둘 수 없었지.
봉의 등장은 반가움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혼란만 부추겼다.
-저와 연이 있다니 무슨 말입니까.
-네가 마음에 두었던 여인의 분혼을 넌 가지고 있지 않더냐.
-그게 무슨….
말인가 싶어 인상을 찌푸렸지만 이내 설마하며 표정을 풀어냈다.
‘그럴 리가….’
사하를 바라봤다.
뛰어난 용모를 지녔지만 그녀와 닮은 구석이 있지는 않다.
목소리, 그리고 말투. 성격까지 뭐 하나 닮은 구석이 없다.
하지만….
“지수.”
“네?”
“아니, 아닐세.”
심장이 숨가쁘게 뛰었다.
혼란스럽기도 했다.
아직 확언할 수도 없다.
사하가 그녀의 환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윤회, 환생 그리고 소생.
머리가 복잡했다.
승천하여 신선이 되었지만 그는 아직 모르는 게 많았다.
깨달음을 얻어 하늘에 올랐으나 하늘은 아직도 높고 검게만 느껴졌다.
멀거니 올려다본 하늘은 해가 사라지고 달이 떠올라 깊고 어두웠다.
하늘의 푸르름은 호수처럼 맑고 아름답지만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바다처럼 아득하기만 했다.
‘그렇기에 수선(修仙)인 거겠지.’
하늘의 이치를 무엇 하나 깨닫지 못했으니 아직 수선인 것이다.
진정한 신선.
진선(眞仙)이 되려면 아직도 그는 배움에 목말라야 했다.
“…자네 말이 사실이라 치세. 내가 분혼을 지니고 있다고 쳐.”
그 이후는 어찌되는가.
“분혼을 흡수하여 온전함을 유지하고 곧장 승선에 오를 것입니다. 제가 취한 원결단은 원옥을 응결하기 쉽게 도와주는 선단입니다.”
아직 그 약효가 몸속에 남아 있으니 가능하다고 한다. 허나 그가 알고 싶은 건 그게 아니다. 그런 게 아니다.
“분혼을 흡수하면 분혼이 지닌 기억도 자네가 가지게 되는 건가?”
그에게 중요한 건 이거다.
그녀를 다시 한번 만날 수 있는가.
그런 그녀에게 물을 수 있는가.
이 천년 전.
자기 대신 희생한 그 행동에 대한 의문을 물을 수 있는가.
그가 원하는 건 그거였다.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가.”
아쉬워하는 천범의 안색을 살피는 사하는 내심 안도했다.
그리고 기대감마저 들었다.
헛소리로 치부하며 들으려고도 하지 않으면 어쩌나 싶었으나 그는 무언가를 기대했는지 아쉬워했다.
한순간은 죽겠구나 싶었지만 고심하고 있는 그의 안색을 보노라면 어이없이 죽지는 않을 것 같다.
소선이 상선에게 무례를 범했다.
죽여 달라는 말과 다를 게 없음에도 그는 그리하지 않았다.
‘역시 이분은….’
그때였다.
돌연 그가 사하의 손목을 잡았다.
“여기 서서 할 말은 아닌 듯 하군.”
“그럼….”
“따라오시게.”
천범은 그녀를 데리고 동부 앞으로 다가갔다.
이내 손을 휘저어 동부의 금제와 환진을 지웠다.
안개가 좌우로 펼쳐지더니 두 남녀를 집어삼키고 다시 닫혔다.
잠시 뒤.
동부 인근 나무의 결이 갈라지더니 그 안에서 눈알이 튀어나왔다.
눈알은 위 아래로 굴러가다 다시 닫히고 사라졌다.
* * *
용채봉의 동부 안.
천범은 사하를 의자에 앉히고 뒷짐을 지었다.
탐화는 침소에서 드르렁거리며 잠을 자고 있었으나 신경 쓰이지 않았다.
신경 쓸 수가 없었다.
그는 조금 흥분한 상태였다.
‘만일.’
그가 뒤를 돌았다.
긴장한 채로 어깨를 움츠린 이 여인이 정말 그녀의 환생이라면.
정말로 그렇다면.
‘난….’
그의 동공이 떨렸다.
망설임이 다분했다.
“저기….”
어리둥절한 그녀의 눈빛이 괜시리 마음을 아프게 찔렀다.
범은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다 지그시 눈을 감았다.
“한 가지 묻고픈 게 있네.”
“답하겠나이다.”
“내게 자네의 분혼이 있다고 했는데 그건 누가 알려준 것인가?”
확인할 건 확인해야 했다.
마음이 술렁이고는 있으나 혹시 모를 사태를 만들고 싶지 않다.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함이 옳다.
“점괘를 통해 알아낸 사실입니다.”
“점괘?”
범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심기가 어지러워지는 것을 알았는지 사하는 빠르게 입을 열었다.
“땅과 하늘이 맞닿아 교접하여 새 신이 태어나니 태양과 같이 금빛으로 찬란히 빛날 신이라 하였습니다. 그 신이 저의 일부를 지니고 있으니 순리대로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고….”
“누가.”
“그건….”
우물쭈물하며 머뭇거렸다.
넘겨짚어 본 건데 맞는 듯하다.
보물이나 그런 게 아닐까 했는데 확실히 다른 이가 알려준 듯했다.
“어서 답하지 못할까.”
“우, 우연히 상서에 들리신 고명하신 신선께서 봐주신 점괘입니다. 저도 자세하게는 알지 못합니다….”
“잘 알지도 못하는 자의 점괘를 믿고 그런 무례를 범한 건가?”
“저도 처음에는 믿지 못했으나 정말 그분의 점괘대로 상선께서 나타나셨고 주위를 금빛물결로 물들이시는 걸 본 순간 믿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소 어처구니없는 말이다.
허나 그녀의 반응을 보고 있으면 거짓은 없어 보였다.
‘앞뒤 재지 않는 건 조금 닮았나.’
저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다.
“아, 웃으면 안 되는데.”
“네?”
“아니네.”
그의 눈이 깊어졌다.
시선은 그녀를 향해 있으나 꼭 다른 무언가를 보고 있는 듯했다.
아주 오래된 기억을 상기하듯 깊은 눈동자였다.
“오래전에 치고 박고 싸웠던… 호탕한 여인이 떠올라서.”
벌써 이천 년 전 일이다.
허나 지금도 눈을 감으면 그 시절의 기억이 또렷했다.
고선에서.
그것도 궁비호의 거점에서.
서로가 서로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 하여 어린애처럼 치고 박고 싸우며 봉우리 하나를 날려 버렸었다.
‘철없던 시절이었다.’
그렇게 앞뒤 가리지 않고 싸웠던 일은 그가 살아온 세월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였다.
호리를 제외하면 그녀가 유일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목숨을 빚진 것도 그녀가 유일했다.
잠시 뒤.
눈을 뜬 그는 품에서 자신의 공정강을 꺼냈다.
이내 호박 빛이 흐르고 작은 관이 빙그르르 돌며 나타났다.
턱.
관은 얼음으로 이루어진 듯 투명했다.
그 안에는 생기가 없는 여인이 꽃으로 둘러싸여 잠들어 있었다.
사하는 그녀를 보는 순간 가슴이 찌르르 울리는 듯 했다.
“아….”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다.
사하는 관 속의 여인과 천범을 번갈아 쳐다봤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느꼈다.
‘내 분혼이다.’
다른 것들도 엄청나게 섞여있었지만 그녀는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
손대면 부스러질 듯 약해져 있었지만 분명한 자신의 일부였다.
“만일, 자네가 한 말이 모두 거짓이고 그녀에게 좋지 못한 일이 생긴다면 하늘에 맹세코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선사해줄 것을 잊지 말게.”
“알겠습니다. 물론입니다!”
“그걸로는 부족해.”
지금도 반신반의중이다.
고작 입으로 내뱉을 수 있는 답으로는 안심할 수 없었다.
천범은 그녀에게 몇 가지 금제를 심어두고 심마의 맹세도 받아냈다.
“소중하신 분이신가 봅니다.”
그녀의 물음에 천범은 잠들어 있는 여인을 바라보다 답했다.
담담한 표정이었으나 음성은 유달리 부드럽고 그리움이 다분했다.
“묻고픈 게 있을 뿐이네.”
묻고픈 것?
사하는 고개를 갸웃했다.
허나 이내 지워버렸다.
그보다는 자신의 앞에 그토록 바라던 분혼이 있다는 사실이 그녀의 혼을 쏙 빼놓기에 충분했다.
“자신 있나? 이 안에 그대의 분혼이 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별개로 떠도는 혼의 수 또한 헤아릴 수 없어. 자네 또한 이곳에 갇힐지 모르지.”
“알고 있습니다. 다른 이라면 몰라도 저의 혼이니 분명 가능합니다.”
사하는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았다.
빗물을 떠받듯이 모으며 입을 달싹이며 선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마치 노래를 부르는 듯 기이한 선문이었다. 이내 적색 기운이 흘러나오며 동부를 뜨겁게 달궜다.
어느새 그녀의 이마에는 마름모 꼴의 붉은 문양이 생겨나고 그 주위로 붉은 비늘이 돋아났다.
‘무슨 혈통인지 알 거 같네.’
어쩐지 조금 친숙함이 느껴진다고 생각했다.
무도를 선보일 때는 드러나지 않았으나 선술을 발할 때는 어쩔 수 없이 혈통이 드러났다.
그 또한 소선이기에.
신의 피를 온전히 다루지 못하기에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화기린의 혈통이었군.’
천외신군과 같은 화기린이다.
같은 혈통인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연관이 있을 것 같았다.
화아아!
범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선술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었다.
그녀의 몸에서 희끄무레한 무언가가 빠져나와 관의 앞에 섰다.
관의 주위를 맴도는가 싶더니 이내 강시의 몸속으로 스며들었다.
“목숨을 걸었군.”
온갖 혼들이 뒤섞여 하나로 아우르지 못하는 것이 강시의 몸속이다.
저 안으로 들어서는 것 자체가 자살 행위나 다를 바 없다.
천범도 어찌할 바가 없어 천년이 넘게 내버려뒀을 정도다.
그가 모르는 선술을 사용하지 않는 이상 그녀 또한 수많은 혼들과 뒤섞여 돌아오지 못할 수 있다.
저 안에는 그가 정화시킨 상선의 원옥 또한 들어있다. 어떤 반응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게 파멸이 될지, 상생이 될지….
“쯧.”
좌선하고 있던 사하의 육신이 돌연 토혈을 뱉었다.
입가에 선혈이 흘러내리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가득했다.
단숨에 안색이 파리해져 꼭 독에 중독당한 듯 보였다.
그와 동시에 관속의 강시의 몸에서는 정돈되지 않은 기운들이 흘러나와 어지럽게 펼쳐졌다.
불구대천마의 흉력이었다.
마기와 사기가 한데 어우러져 귀신의 귀곡성이 들려오고 스산한 기운을 주변에 흩뿌렸다.
“얼마나 많은 혼을 잡아먹고 싶어 그러는 것이냐.”
혀를 차며 사하의 뒤로 다가갔다.
이내 등에 손바닥을 가져다댔다.
“이게 맞는지 모르겠지만.”
그녀의 말을 전부 믿지는 않는다.
하지만 봉은 말했다.
자신의 연이라고.
스아아.
금빛의 물결이 요동쳤다.
동부를 금빛으로 환하게 비춘다.
사하의 혈색이 돌아오고 기운 또한 회복되기 시작했다.
동시에 강시가 내뿜는 흉력과 귀신의 귀곡성이 주춤거렸다. 음산하고 괴이한 귀신의 형상은 천범의 금빛 기운에 사그라들었다.
하지만 사라지지는 않았다.
그의 공력을 불어넣어주고는 있으나 사하의 아미는 펴지지 않았다.
입가에 흐르는 피조차 뚝뚝 흘러내려 궁장을 붉게 적셨다.
그뿐만이 아니다.
머리를 가만히 있지 못하며 무언가에 놀라는 것처럼 경련했다.
그리고는 이내 낯빛이 새하얗게 변해가며 그늘이 드리웠다.
상태가 급변한다.
눈 밑은 검게 변하고 눈과 귀와 입가에서 핏물이 흘러내린다.
사하의 몸에서 검붉은 사이한 기운이 파도처럼 범람한다.
상선에 오른 그조차도 눈살을 찌푸릴 정도의 흉력이 피어올랐다.
그녀의 몸이 흉력에 먹히고 있다.
아니, 강시 안에 있는 수십만의 귀신들 속에 잠식되고 있다.
주르륵.
그녀는 울고 있었다.
피눈물이 흘렀다.
사하는 돌연 슬퍼하고 있었다.
천범의 낯이 찌푸려졌다.
“대체 무엇을 보고 있는 것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