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ll of the Spear RAW novel - Chapter (314)
낭선기환담-313화(314/600)
낭선기환담 – 2부 23화
이전의 상서는 그러했다.
사씨 세가는 화기린의 혈통을 이은 자들이기에, 자신들의 터로 정한 곳 또한 항상 화기가 가득해야만 했다.
그러다 찾은 것이 바로 극양상산.
바로 이 산이다.
“흠….”
천범은 턱을 매만졌다.
본래는 워낙 화기가 가득한 활화산이라 하루에도 수십 번씩 열기를 발산하곤 했다고 한다.
“지금은 조금 춥기까지 하네요.”
천범과 화란.
그리고 완형은 극양상산 안으로 들어왔다.
정확하게는 완형이라는 아이가 살고 있는 동부로 들어온 것이었다.
“네가 살고 있는 곳이 극양상산일 줄은 몰랐구나.”
“저도 신선님이 이곳에 오실 줄은 몰랐어요.”
완형은 뭐가 부끄러운 것인지 쭈뼛거리며 손을 꼼지락거렸다.
“이곳에서 혼자 사는 것이냐.”
“예.”
“언제부터 그러했느냐.”
“한 10년쯤 되었습니다.”
“화란.”
“예. 잠시만요.”
화란에 품에서 명부를 꺼내 살폈다.
어린아이 혼자서 10년이나 여기서 살았다는 게 조금 이상하다.
“맞네요.”
화란의 표정이 묘해졌다.
-습격에 부모와 함께 죽을 뻔했다가 저 아이만 살아남았다네요.
-그래?
명부를 받아 살피자 그 말대로였다.
완형의 부모는 본래 극양상산을 터로 삼고 일하는 연기사였는데, 선충의 습격으로 중상을 입고 시름시름 앓다가 몇 해 전 명을 달리했다.
명부에 따르면 완형도 죽을 정도의 극심한 상처였다고 한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데.’
아까 전, 손목을 잡아 몸속에 기를 흘려 관조해 봤을 때도 별다른 이상을 느끼진 못했다.
다른 아이들보다 더 건강한 편이기도 했다.
“그래, 완형. 우리는 극양상산을 한 번 둘러보려 왔다. 네가 마침 이곳에서 산다고 하니 길 안내를 부탁하고 싶구나. 괜찮겠느냐?”
“아, 네! 그 정도는 어렵지 않아요!”
해맑게 자신을 따라오라는 말하는 완형의 뒤를 따랐다.
완형이 사는 동굴은 좁은 줄 알았으나 이리 걷고 저리 걸으니 점차 넓어져 공동처럼 보이는 공간이 나왔다.
아마 이곳이 이전에는 극양상산의 화기로 법기들을 생산하고 제련하기도 했던 곳인 듯하다.
‘야장들이 쓸법한 곳이군.’
그리 큰 차이는 없어 보였다.
여기저기 술식과 관련 물건들이 보이긴 했으나 전체적인 틀은 그리 다르지 않았다.
생각보다 공간이 커다랗고 많은 인원이 동원되었을 법한 기관들도 언뜻 언뜻 눈에 띄었다.
장정 열 정도는 들어갈 수 있을 만한 거대한 솥이라던가, 그걸 지지했을 지지대 같은 도구 말이다.
‘지금은 못 쓰겠군.’
먼지 끼고 녹이 끼어 불면 날아가고 쥐면 부스러질 것만 같았다.
“여기는 더 춥네요.”
“그러게.”
정말로 화기가 범람했던 곳이 맞는지 이곳은 한 줌 온기도 없었다.
오히려 안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왠지 모르게 한기가 돌았다.
그저 이곳의 흔적만이 찬란했던 상산의 과거를 말해줄 뿐이다.
“선충의 습격은 이해하지만… 어쩌다 화산의 불씨가 꺼져버렸을까요.”
“글쎄.”
그걸 알면 천범이 진즉에 다시 불이라도 질러서 복구시켰을 것이다.
천범의 추측이기는 하지만 여러 기록들을 살펴본 결과, 극양상산은 수봉외외정을 만드는 데 필수적인 기운을 지닌 오행영산 중 하나다.
그랬던 만큼 실망이 컸다. 시간이 남아돌아서 와본 것이 아니다.
“어때요 산군?”
“조금 더 둘러봐야 알겠지만… 지금까지 봐서는 가망이 없는데.”
어찌어찌 본래의 활화산으로 다시 복구시킬 수 있지 않을까 했지만 한 줌의 화기도 남지 않아 그건 조금 어려워 보였다.
‘선충의 습격만으로 이렇게 화기가 하나도 남아나지 않고 사라질 수가 있나?’
의아함이 남을 수밖에 없다.
“영내산은 없니?”
“영내산이요?”
“내산단이라고 하던… 이 산의 핵이라 부를 만한 게 있을 텐데.”
“그건 잘 모르겠어요. 다만… 옛날에 꽤 중요하게 보호하던 장소가 있기는 해요. 저는 어른들이 가지 말라고 해서 들어가 본 적은 없지만 위치 정도는 알고 있거든요.”
“괜찮다면 안내해주려므나.”
오행영산으로 보이는 극양상산이 이정도로 영락했다면 아마 내단산은 존재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확인해보지 않고서는 확신이 서지 않았다.
“조금 길이 험하니 조심하세요.”
“걱정 말거라.”
완형의 말대로 점점 공간이 좁아지고 기암괴석들이 많았다.
“산군 이것 좀 보세요.”
“뭔데. 이거 돌이야?”
“기암괴석이라기에는 조금 이상하 기는 하죠?”
겉 표면은 만져보면 돌은 돌인데… 그 외양이 조금 기이하다.
‘꼭 사람 같네.’
말 그대로 사람의 형상을 띠고 있는 암석이었다.
그런 게 좁은 길 사이사이에 서 있거나 또는 쓰러져 있는 것처럼 있다.
언뜻보면 그냥 돌이라 생각할 수 있으나 자세히 보면 전부 그런 형상을 가지고 있었다.
“이건 선충인가?”
충의 형상을 한 돌들도 여럿 보였다. 이쯤 되니 극양상산이 본래의 영기를 지니고 있었을 때, 보호 작용으로 가까이 다가오는 이들을 모두 돌로 만들어버리지 않을까 싶다.
‘용암을 부어버린 거려나.’
자세히 알 수는 없으나 대강 그런 게 아닐까 싶었다.
“원래부터 이런 게 있었느냐?”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원래 있었던 것도 있고, 최근에 생겼던 것도 있어요.”
선충의 습격을 받았다고 하더니 그때 생겨난 돌도 있는 모양이다.
범은 익숙하다는 듯 말하는 완형을 보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아, 여기에요.”
완형이 가르킨 방향은 막다른 길 이었다. 뭔가 싶어 자세히 살피니 벽에 여러 글자와 함께 작은 틈이 있었다.
“저도 여기까지만 와봤을 뿐이에요. 이 벽 너머는 가본 적이 없어요.”
똑똑.
화란이 벽을 두들겼다.
소리가 끊기지 않고 퍼지는 걸 보니 벽 너머에 공간이 있는 듯하다.
“부숴볼까요.”
“잠시만.”
벽 좌우에는 알아볼 수 없는 글자가 대칭으로 늘여져 있었다.
천범은 그것을 선축문이라 단번에 꿰뚫어보고 눈을 바로 떴다.
그러자 그의 금안이 열렸다.
“뭐가 보이십니까.”
천범은 상선이 됨과 함께 삼위일체를 이루어 온전한 원옥을 이루었다.
그로인해 그의 눈 또한 금색으로 바뀌어 변화한 지 오래다.
그러나 그 눈의 근간은 금박지주의 혼아였던 금긴의 것이기도 했다.
그의 눈 속에 담긴 것이 개화한 듯 금색으로 바뀌지 않았을까 한다.
금안의 동공은 본래의 것이던 금박지주의 형태를 갖게 되어 여덟 개의 동공까지 열리지만 천범은 현재 최대 네 개밖에 열지 못했다.
그 이상 사용할 일이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오늘 한 번 시험해볼까.’
후우웅!!
천범의 주위로 강대한 기운이 퍼져나왔다.
선축문으로 봉인되어 있는 이 석문을 열려면 두 가지 방도가 필요하다.
하나는 강한 힘으로 봉인문 자체를 부숴버리거나 해금의 술식을 이용해 온건히 풀어내는 방법이다.
허나 전자는 아무리 천범이라도 조금 시일이 걸릴 듯하다.
언뜻 보기에는 간단한 봉인인 듯 보이지만 퍽 오래되어 보인다.
봉인은 복잡한 것보다 간단하게 만들어진 게 은근히 부수기 더 어렵다.
그렇기에 천범은 단령금정의 눈을 이용하기로 마음 먹었다.
하나의 동공.
일문을 개안하자 문 주변에 존재 하는 봉인 술식이 눈에 비쳤다.
이내 범의 눈이 다시 열렸다.
두 번째 동공이 열리자 술식을 감싸는 또 다른 법문이 보였다.
허나 이걸로는 아직이다.
세 번째 동공이 열렸다.
주르륵.
그의 눈에 피눈물이 흘러내렸다.
이내 네 번째 동공이 자리잡고 다시 확장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내 그의 다섯 번째 동공.
오문(五門)이 열렸을 때.
세상이 변화한다.
석문에 위치한 선축문이 풀어 헤쳐졌다. 여러 글자가 함축된 선축문 자체가 다른 무언가로 바뀌었다.
글자들은 나비처럼 한데 모이더니 짐승의 형상으로 변화한다.
그것은 의지가 깃든 것처럼 천범을 향해 이를 드러내고 경계했다.
모습을 보면 말과도 같고, 뿔을 보면 사슴과도 같다.
허나 그 용맹한 얼굴은 마치 용과도 같으니 범은 이것이 무엇인지 단번에 눈치챌 수 있었다.
‘기린.’
범은 피눈물을 흘리는 채로 봉인이 이루어진 기린에게 손을 가져갔다.
여러 글자로 이루어진 기린은 그의 손을 두려워하는 듯 움츠려 들었다.
“괜찮다.”
사라라라락!
동시에 기린이 다시금 여러 글자로 변해 사라지고 쿠구궁 거리는 굉음이 사방에서 들려왔다.
“어! 무, 문이 열린다!”
완형이 소리쳤다.
굳게 닫혀있던 석문이 봉인이 풀린 것처럼 열리기 시작했다.
“어찌하신 겁니까?”
“별 것 아니다. 봉인 술식을 조금 틀어 헛점을 찔렀을 뿐이야.”
천범은 머리가 어지러운 듯 이마를 짚고 눈을 감았다.
화란은 손수건을 꺼내 그의 피눈물을 닦았다. 그가 말하는 것처럼 손쉬운 일이 아님은 단박에 알 수 있다.
“안에는 뭐가 있느냐.”
눈이 아픈지 뜨지 못하는 천범을 위해 화란이 대신 설명한다.
“호수가 있네요. 그리고 그 가운데에는 앙상한 나무가 한 그루 있고.”
석문 안의 공간은 꽤 거대했다.
아주 맑은 호수가 자리했고, 그 가운데에는 비쩍 메마른 나무가 솟아 있었다.
천범은 호수 위에 우뚝 솟아있는 나무를 보며 눈가를 좁혔다.
보통 나무는 아니다.
애초에 산 내부에 나무가 솟아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저것이 아마 극양상산의 영내산과 관련된 무엇일 것이다.
“가볼까.”
천범이 호숫가에 발을 내딛었다.
스으으윽. 음산한 기운과 함께 단숨에 호숫가가 얼어붙었다.
“산군?”
“내가 한 게 아니다.”
어느새 이름 모를 나무는 시퍼렇게 빛나고 주변에 동그란 기운을 뭉쳐내고 있었다.
“아무래도 우리가 다가오는 걸 좋아하지 않는 모양이군.”
나무는 호수가 얼어붙은 것과 같이 얼음으로 꽁꽁 뒤덮였다.
“산군 위험합니다.”
“아니 괜찮다. 화란.”
“왜 그러십니까.”
“곁으로 와라.”
“네? 지금요?”
“빨리.”
의아해하던 화란의 신형이 꽃잎으로 화해 천범의 몸으로 스며들었다.
화란이 사라지자 천범은 천천히 뒤를 돌아 완형을 바라봤다.
“완형. 네 나이가 몇이냐.”
“열 다섯입니다.”
“열다섯 치고는 어른스럽구나.”
“곧잘 그런 소리를 듣습니다.”
“그래, 근데 넌 누구더냐.”
“네? 전 완형인데요?”
갑자기 무슨 소릴 하는지 모르겠다.
그런 얼굴이었다. 허나 그와 반대로 범은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네가 완형인 것을 물은 게 아니다. 이곳으로 오는 내내 어른들도 두려워할 것들을 보고도 너는 아무렇지도 않아 하더구나.”
어리니 겁이 없는 것인가 했으나 그래 보이지는 않았다.
익숙하여 그런가 했지만 처음 와 본다 하는 이곳에 와서까지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호수와 나무가 얼음으로 전부 뒤덮이는 순간까지도 말이야.”
익숙하다는 듯.
당연하다는 듯 그러했다.
천범은 그런 완형의 기색을 한순간도 놓치지 않았다.
“네가 입었던 상처는 아무리 소선이라도 살 수 없는 상처였다고 적혀져 있었다. 하긴, 그럴 만도 하지. 선충에 의해 가슴과 단전에 바람구멍이 났는데 누가 살 수 있다 생각했겠느냐. 심장이 찢기고 단전이 부서지면 신선이라도 살기 어려운데 말이다.”
한데도 완형은 살아남았다.
몸속을 관조했던 천범은 그 이야기를 듣고도 잠시 믿지 못했다.
완형은 다른 소선들보다 더 건강하고 강한 선근을 지니고 있었다.
절대로 심장과 단선이 부서졌던 아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한데도 넌 살아 있지.”
완형의 낯이 차갑게 식었다.
한순간에 얼어붙은 호수처럼.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세상사 노소부정(老少不定)이라 노인이든 소년이든 언제 죽을지 모르고 어찌 살지 모르는 것이지.”
그렇기에 불가지해(不可知解)라 하지 않던가.
그러나.
“네가 살아있는 이유가 있겠지.”
죽을 수밖에 없는 상처를 지니고도 살아남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살아남은 것인지, 다른 것이 된 것인지는 모를 일이지만.
“보잘 것 없는 소선일 뿐입니다.”
“정녕 네가 소선이더냐?”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진정으로 보잘 것 없는 소선은 이미 내가 뿌리는 기운에 억눌려 이 차디찬 바닥에 무릎을 꿇었을 것이다. 허나 열다섯이라 말하는 소선에 불과한 너는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멀쩡히 나와 문답을 나누고 있지.”
완형의 낯이 일그러졌다.
“다시 한번 물으마.”
천범의 눈동자가 이채에 번득였다.
“넌 누구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