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ll of the Spear RAW novel - Chapter (323)
낭선기환담-322화(323/600)
낭선기환담 – 2부 32화
뇌신통을 이용한 간이 전송진.
그런 소리는 난생 처음 들어봤다.
‘거짓은 아니겠지.’
교씨 세가의 장로씩이나 되는 인물이라면 이리 많은 인물 앞에서 함부로 남을 속일 수 없다.
세가의 이름에 먹칠을 하게 되는 꼴이니 당연하지 않은가, 게다가 그냥 세가도 아니고 오대 세가의 장로이니 어련할까.
웅성웅성.
다른 이들도 그리 생각했는지 노파의 말에 마음이 반쯤 기운 듯했다.
“꼭 뇌신통만 되오? 내 어릴 적부터 목신통의 천재라 불리오며 자라 왔는데 말이외다.”
“뇌신통만 해당 되오. 그리 목신통에 자신이 있다면 수궁까지 대나무라도 뻗어서 가시면 되겠구려.”
하하하하!
교청의 면박에 신선 하나가 씩씩거리다 사라졌다.
“그, 간이 전송진인지 뭔지를 만들면 도운 자의 가솔들 전부도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오?”
“당연하오. 수궁에 가는 이유가 상선들의 무도전 때문인데 한 사람만 통과한다면 애초에 말이 되질 않지.”
“그럼 난 참가해보겠소.”
“어디 가문 소속이요.”
“팽가의 호준성이외다.”
오오.
탄성이 터져 나왔다.
“팽가의 호준성이라면 오대세가의 권유를 뿌리치고 팽가로 향했다던 그 비승 수선이 아니던가.”
“자질이 남달라 오대세가에서 그리 찾아갔다 하던데….”
팽가 자체도 오대세가는 아니지만 수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큰 가문이기에 유명하기도 했다.
“나도 참가하겠소.”
“저도 뇌신통은 좀 씁니다.”
팽가가 참가하자, 다른 가문의 신선들도 앞 다투어 참가 신청을 했다.
모두 그 지역에서는 방귀 좀 뀐다 하는 가문들의 가선이었다.
“더 없소? 뇌신통을 부리는 수선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소.”
교청의 발언에 신선들은 두리번거렸으나 더 참가할 자가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교청 또한 이만하면 괜찮겠지 하며 뒤돌려는 순간.
“저도 참가토록 하죠.”
홱.
수선들의 이목이 한 사내에게 집중됐다. 검은 머리에 금빛 눈동자.
흑색 무도복을 입은 사내.
바로 천범이었다.
“신분을 밝혀주시겠소.”
“사씨 세가의 천범이라 합니다.”
그러자 주변 신선들은 물론이요, 교청 또한 미간을 좁혔다.
“사씨 세가? 그런 데가 있나?”
“자네 사가라고 들어봤나?”
“아니, 처음 듣는데.”
모두들 천범의 가문을 처음 듣는 모양인지 의아해했다.
그가 허리춤에 걸친 영패에는 가문의 상징인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붉은 화기린.
허나 신선들은 그것을 보고도 어떤 가문인지 알아보지 못했다.
“어지간히도 변방에 있는 가문인가 보군.”
“그런 가문의 신선이 제대로 된 뇌신통을 쓸 수나 있으려나.”
“그러게, 다른 수선들 발목이나 잡지 않을까 몰라 흐하하하!”
명백히 무시하는 어투에 범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도로 내려왔다.
‘개자식들이….’
당장에 욕이라도 시원하게 쏟아내고 싶었으나, 이리 많은 수의 신선이 모인 자리에서 괜한 관심을 끌어 좋을 게 없다.
눈에 띄어서 좋을 것도 없으니.
“으음, 그대는 뇌기가 아닌 화기를 띠고 있는 듯한데… 정말로 뇌신통을 사용할 수 있는 게요?”
교청도 의아해하여 묻자 모여든 신선들도 사기꾼이 아닌가 싶어 의심 섞인 눈으로 바라봤다.
‘하….’
듣도 보도 못한 가문이라고 신통까지 의심하는 건 조금 심하지 않나 싶다.
허나 어쩔 수 없다.
“혹 사기 치는 거 아니요? 거 가문도 어디 듣지도 못한 데던데….”
한 명이 그리 중얼거리자 다른 이들도 동의하며 소리쳤다.
뇌신통을 보유하지 못한 이들은 이번 무도전에 출전도 못 해본 셈이 됐으니 다들 성이 난 것이다.
괜한 꼬투리를 잡아 시비 거는 꼴이 참으로 아니꼬울 수 없다.
“수선들 생각도 그리하다니, 제대로 한 번 보여주는 게 어떻겠소. 아니지, 기왕 하려면 먼저 신청한 수선들도 자신의 실력 한 번 제대로 보여 봅시다. 다른 수선들도 전송진의 고장으로 맘고생이 심할지니 눈요기 한 번 시켜주어 마음을 달랠 수 있다면 그 또한 상부상조.”
그러자 모여 있던 수선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안 그래도 무도전은 물 건너갔으니 다른 수선들의 신통을 견식해보겠다 이거였다.
모인 뇌신통 수선만 서른이 넘어가니 다양한 뇌기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니 그들에겐 하등 나쁠 것 없었다.
‘귀찮게 하긴.’
물론 범에게는 더 없이 귀찮은 일이었으나 다른 이들은 그렇지 않은 듯 선뜻 나섰다.
“팽가의 호준성이요. 내가 제일 선두였으니 뇌기 또한 제일 먼저 보여야 함이 옳겠지.”
호준성은 점잖은 외모와는 달리 유달리 포악한 뇌기를 지니고 있었다.
그가 뇌전을 불러내 입으로 후, 불어보니 쩌렁쩌렁한 우렛소리가 퍼져나갔다.
새하얀 백색의 뇌전.
그것이 이내 흉흉한 갈기를 갖춘 수사자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오오, 벌써 그 나이에 뇌기에 영성을 이루었단 말인가!”
“아직 보잘 것 없는 수준이오.”
“그렇다 해도 영성을 지닌 뇌신(雷神)이라면 말이 다르지!”
교청은 호준성이 보여준 뇌신을 보며 기뻐했다.
영성을 지녔다는 것 자체가 퍽 강한 힘을 지녔다는 소리나 진배없다.
게다가 위엄 넘치는 수사자의 모습이니 보는 이들은 감탄을 금치 못하였다. 백색의 뇌전으로 이루어진 새하얀 수사자. 고개를 절로 끄덕여질 만큼 누구나 인정할 뇌신이다.
“허허, 난 호 수선만큼은 아니지만 꽤 강렬한 뇌신을 가지고 있지!”
이내 다른 수선들도 저마다의 뇌전을 뽐내며 하늘을 수놓았다.
귀가 아플 정도로 우렛소리가 잔뜩 퍼져나가고 먹구름이 일었다.
강력한 뇌신통이 하늘에 울긋불긋 수놓아졌으나 몇몇을 제외하면 영성을 지닌 뇌신 보유자는 없었다.
호준성을 포함해 넷 정도였다.
교청은 만족스레 고개를 주억였다.
상선들만 있어서 뇌기가 부족하면 어쩌나 했는데, 영성이 지닌 뇌전이 넷이나 있었으니 얼추 성공적으로 전송진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제 대충 끝났으면….”
대충 파하려는 때.
“아직 저 자의 뇌기를 못 봤소!”
“맞소, 사기를 치는지 아닌지 확인해야 함이 옳지!”
몇몇 수선들이 금안을 지닌 수선을 가리키며 외쳤다.
그들의 눈에 시기와 질투 등 못된 심보가 한 가득이었다.
“그래… 천 수선이라 하셨나. 그대도 뇌전을 한 번 보여주시게.”
별 시답잖은 걸 뇌신통이라 우긴다면 단번에 면박을 줄 것이고, 아니라면 그냥 데려가면 그만.
교청은 아쉬울 것이 없었다.
“그리하지요.”
그는 시큰둥하게 답하고는 손아귀를 벌려 뇌기를 뿜었다.
끼리리리릭!!
“으악!!”
“꺅!!”
허나 그가 뇌전을 뿜은 순간, 대부분의 신선들이 고통을 호소했다.
“아이고 내 귀!!”
그가 뿜은 뇌전이 엄청나게 날카로운 소리를 자아냈기 때문이다.
미리 방비하지 않았다면 고막이 찢기고 말았으리라.
고통을 호소하던 수선들도 눈에 불을 켜고 욕설을 뱉으려 했으나, 이내 눈이 자색으로 물들어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니….”
“헉, 저게 뭐야!”
천범이 보인 뇌기는 자색.
그것도 엄청나게 큰 자색의 뇌조였기 때문이다.
“….”
호준성이 눈가를 가늘게 떴다.
사람 하나는 올라타도 될 정도로 큰 뇌조가 영성마저 지녔음을 단번에 알아챘기 때문이다.
강렬한 뇌신이었다.
“저 정도라면 호준성 수선의 것과 비교해도 맞먹을 것 같은데?”
호준성의 심기가 불편해졌다.
“하하하하! 사씨 가문이라 했나. 이번에 사가에서 아주 큰일을 해내겠구만 그려! 하하하하!!”
교청은 사내처럼 웃어재끼고 만족스레 고개를 주억였다.
“자, 그럼 가도록 하지!”
범을 사기꾼이라 하던 수선들은 꿀 먹은 벙어리라도 된 듯 입도 뻥긋하지 못했다. 그가 보여준 뇌신이 보통의 것이 아니었으니 당연했다.
-캬악!
“옴마야!”
불천불벽이 날개를 퍼덕이고 위협하자 구경하던 수선이 놀라 움찔했다.
범은 그들을 비웃으며 교청과 뇌신통 수선의 뒤를 따랐다.
* * *
“간이 전송진이라 해도 준비하는 데 보름은 걸리니 그 동안 수선들은 정순한 뇌기를 뿜을 준비를 해야 하오. 내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소?”
“알고 있소.”
교청은 그 즉시 교가의 수선들과 함께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러자 남은 이들이 눈치 보다 자신의 거처로 돌아갔는데, 앞전에 영성을 가진 뇌신을 지닌 이들이 모여 속닥거리더니 범에게 다가왔다.
“천 수선, 잠시 시간 좀 내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곁에는 호준성도 함께였고, 그 밖에 면포로 얼굴을 가린 선이 가는 여인과 노인 둘이 서 있었다.
“무슨 일입니까.”
“부끄러운 일입니다만, 천 수선께서 보여주셨던 뇌신의 모습을 한 번만 더 보고 싶어 그러합니다.”
“굳이 더 보실 필요가 있습니까. 어차피 같은 뇌신일 뿐인데요.”
허나 호준성은 끈질겼다.
“확인해볼 것이 있어 그렇습니다.”
호준성은 눈을 반짝이며 다가왔다.
“보여주는 것뿐이라면 뭐 그리 어렵겠습니까.”
보여주는 것 정도는 어렵지 않다.
범은 손아귀를 벌려 불천불벽을 꺼내 보였다.
수리의 모습을 닮은 뇌조는 뇌전으로 이루어진 몸이지만, 깃털 하나의 모습까지 구현되어 있어 정교하기 짝이 없었다.
게다가 진짜 수리 같은 몸짓과 행동, 눈동자와 풍기는 기운은 패도적이기 그지없다.
호준성은 입가에 호선을 그렸다.
‘신기하군.’
정순하면서도 혼돈 그 자체이다.
뭐 이런 불길하면서도 강력한 뇌전이 다 있는지 신기했다.
“천 수선, 죄송하지만 한 가지만 더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말씀하시지요.”
“혹, 괜찮으시다면 저의 백수천뇌와 이 뇌신과 붙여 봐도 되겠습니까?”
붙여본다?
‘짝을 지어줌을 말하는 것은 아닐 테고 싸움을 말하는 건가.’
범의 예상은 들어맞았다.
“예상하시는 게 맞습니다. 아시다시피 뇌신은 영성을 지녔지요.”
영성을 지녔다는 말은 생각할 줄 아는 하나의 생명과도 같다.
고작 짐승의 수준에 불과하나 그런 이들도 배움을 터득한다.
하니.
“경험을 쌓으면 쌓을수록 뇌신에게 더 없이 좋다는 말이지요.”
“수선께도 나쁠 것 없을 겁니다. 저희 네 명의 뇌신과 함께 대련을 하다보면 자연스레 경험치를 축적하여 성장하게 되겠지요.”
뇌신이 성장한다면 당연히 그를 부리는 수선의 실력도 향상된다.
더 강한 뇌전을 부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니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어차피 보름의 시간 동안 마땅히 할 일도 없는데다가 천 수선이 거절하신다 해도 저희끼리는 이미 말을 맞췄습니다. 어떠십니까, 수선께도 좋은 시간이 될 겁니다.”
취지는 나쁘지 않다.
어차피 보름의 시간이 생겼고, 그동안 불천불벽의 성장에 관해 그다지 신경 쓰지도 않았으니 오히려 이런 기회가 생긴 것이 좋았다.
무도전에서는 서로 싸워야 할 이들이지만 지금은 수행에 도움을 주는 관계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좋습니다. 그리하죠.”
“감사합니다. 천 수선이 계셔준다면 저희도 큰 도움이 될 겁니다.”
호준성은 포권하며 좋아했다.
범은 그들에게 인사하고 어디론가 사라진 사하를 찾아 나섰다.
잠시 뒤.
모두가 흩어지고 난 후, 몇몇 인영이 나타났다.
“정말 사실이겠지?”
“주신통의 속성과 상관없이 신통을 부릴 수 있다는 건 알고 있지 않나.”
그럼 당연히….
“그들이 가진 뇌신통을 빼앗는다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지.”
“더불어 영성을 얻은 뇌신이라면….”
두 말 할 것도 없다.
“거사를 성공한다 해도 교가의 교청이 이를 고발하면 어찌하나!”
“교가를 아직도 모르나? 그들은 자신 외에 다른 이들이 어찌되든 아무 신경도 쓰지 않는 자들이네. 그리고 내 이미….”
수선들 중 하나가 주변을 살피더니 조심스럽게 말했다.
“교 장로가 그러더군. 자신은 뇌신통이 필요하지 그걸 다루는 이의 안전은 별 상관이 없다고.”
말인즉슨.
“그들의 것을 빼앗으면 우리도 전송진을 이용해 무도전에 나갈 수 있다 이 말이렷다?”
“그렇지!”
긍정하자 다른 수선들의 낯에 희망이 엿보인다.
“내일부터. 아니, 오늘 밤부터는 그 누구도 쉽게 잠들 수 없을 게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