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ll of the Spear RAW novel - Chapter (347)
낭선기환담-346화(347/600)
낭선기환담 – 2부 56화
문무관장(文武官匠).
천무장, 천문장보다 높은 종 4품의 벼슬로서 문선과 무선 사이에 있는 특별 관직이다.
문과 무를 겸비하고 때에 따라 천문선과 천무선과 행동을 같이 해야 하는, 무선과 문선의 중심을 지키는 것이 바로 문무관장.
주된 임무는 문선과 무선의 화합을 이루어 점진된 목표 달성을 이끌어내는 관직이다.
‘일반 천무선과 천문선이 종5품이니 종4품인 문무관장은 두 단계나 높은 관직이군.’
종5품 다음이 정5품.
그 다음이 종4품이니 말이다.
“여태껏 마땅한 자가 없어 줄곧 공석이었던 관직이지만, 이렇게 적임자가 나타나 참으로 다행이네.”
툭툭.
어깨를 두들기는 대천문장과 지그시 바라보는 대천무장의 눈빛이 부담스럽기 짝이 없다.
당연히 함께 자리하던 천무선과 문선들은 경악성을 금치 못했고, 취임식의 자리를 지키던 천무장들도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라했다.
허나 누구보다 당황한 것은 바로 벼슬을 받은 문무관장.
천범이었다.
“허나 저는….”
“이상으로 취임식을 파하지. 문무장들은 문무선들을 이끌고 앞으로 지내야 할 거처와 배정되는 수행실을 비롯하여 기본적인 궁궐의 규칙을 알려주기 바라네.”
대천문장은 허허 웃으며 그렇게 사라졌고, 대천무장도 천범을 유심히 보다 홀연히 사라져버렸다.
그렇게 문무선들은 문무장들에 의해 나뉘어 갈라졌고 천범은 문무궁에 덩그러니 놓이게 되었다.
“도통 무슨 일인지 모르겠군.”
“저도 그렇습니다, 천 수선. 아니, 이제는 문무관장이라 불러야겠군요.”
“아, 주천무장이시군요.”
주천무장 양휘였다.
무언가 어색해 보이는 표정은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아도 알았다.
“아주 실한 후임이 들어오나 싶었더니… 저보다 더 품계가 높아지셔서 이거 참 난감하군요. 하하!”
상황이 참 묘했다.
양휘도 이리 될 줄은 몰랐다는 듯 호탕하게 웃었으나, 쓴웃음 짓는 범의 모습에 이내 입가를 가렸다.
“일단 거니시겠습니까. 제가 문무관장의 거처와 여러 가지를 설명해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부탁드립니다.”
범은 이걸 기뻐해야하는지 어째야 하는지 고민했으나, 이내 주천무장과 이야기를 나누고는 기뻐하기로 했다.
“문무관장은 종4품이니 그만큼 통천 수궁의 자랑인 통천 서고를 열람할 수 있지요. 지내시게 될 거처 또한 동숙하는 이 없어 편할 테고 선기 또한 충만할 겁니다.”
“확실히 그건 나쁘지 않군요.”
“아, 그리고 여기 문무장들의 명단입니다. 예전에 제가 쓰던 것인데, 아마 필요하실 겁니다.”
문무선들은 몰라도 문무장들에 대한 명단은 필요했다.
모든 문무장이 문무관장보다 품계가 낮지는 않기 때문이다.
“양천(陽天), 주천(朱天), 변천(變天), 유천(幽天)이 정5품. 균천(鈞天), 창천(蒼天), 호천(昊天), 염천(炎天), 현천(玄天)이 정4품이군요.”
“예, 이 관직을 통틀어 구천장(九天匠)이라 하는데 여기서 또 오천과 사천으로 나눠집니다.”
양천 추천 변천 유천을 사천장이라 하며 정5품의 품계가 주어진다.
이들은 상선들이며 이들이 장래 향선이 되거나 하면 오천장으로 직급이 올라가거나 자리가 없다면 품계만 상승되는 것이다.
“균천, 창천, 호천, 염천, 현천은 정4품. 그러니까 향선이란 거군요.”
“예. 문무 통틀어 그런 식이니 외워두시는 게 좋을 겁니다. 애초에 그분들은 잘 보기도 어렵지만요.”
웬만큼 큰일이 아니고서야 잘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없다고 한다.
대부분 수행에 힘쓰거나 수계 밖으로 나가는 임무를 받기 때문이란다.
‘복잡하군.’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다.
관직을 받아본 것은 처음이라 더 그렇기도 했다.
“문무관장은 여태껏 공석이었다던데 왜 그런 겁니까.”
“글쎄요. 저도 문무관장이란 관직이 있는 건 이번에 처음 들어서… 듣지 않았다면 있는 것도 몰랐을 겁니다.”
그런 관직이 자신에게 주어진 이유가 무엇일까.
‘잔잔경정도 속에서 내가 무엇을 했는지 안다 했었나.’
무엇을 어떻게.
그리고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걸까.
궁금한 점이 한 둘이 아니다.
“아, 다 왔군요. 여깁니다.”
문무궁에서 비교적 가까운 곳에 위치한 곳이었다.
오래된 풍취가 느껴지는 곳이었다.
“그리 크지는 않지만 단아하게 꾸며진 문무각입니다. 앞으로 대부분의 일은 문무궁에서 보시게 될 테니 이곳을 내준 게 아닌가 싶네요.”
적당히 넉넉한 땅이다.
통천 수궁은 애초에 땅이 하늘에 떠 있는 곳이다.
문무각 또한 별개의 땅을 띄워 올려 그 위에 건물을 올린 듯 했다.
“들어가 보시죠.”
문무각 일대에 결계가 드리워 있다.
범은 품에서 문무 관장을 상징하는 통천 문무 관패를 꺼냈다.
봉황과 용, 그리고 화기린이 새겨져 있는 영패였다.
그러자 문무각의 결계가 반응하며 대문에 그려진 용과 봉황 사이에 화기린이 새겨지며 문이 절로 열렸다.
‘신기하군.’
영패 하나로 저리 되는 게 신기했다. 무슨 원리인지 탐구심이 일었다.
안으로 들어서자 보이는 것은 아름다운 누각과 조금 떨어진 곳에 보이는 정자와 연못이었다.
밖에서 보던 것보다 안으로 들어서자 마당도 그렇고 건물이 몇 채 더 있는 게 공간신통을 이용한 듯하다.
따로 동부가 있지는 않았지만 크기가 넓으니 만들어도 될 정도다.
“아참. 약소하지만 이건 제 선물입니다. 문무관장 취임하신 것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뭘 또 이런 걸 다.”
사양하지는 않았다.
그가 건넨 것은 목갑 속에 담겨 있는 고풍스러운 부적이었다.
“환수부입니다. 안에 환수가 들어 있는데 그리 대단한 놈은 아니고, 집 지키는 용도로 쓰시면 될 겁니다.”
“한 번 봐도 되겠습니까.”
“이제 관장의 것이니 제 허락을 구할 이유는 없지요.”
고개를 주억인 범은 환수부를 꺼내 선력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환수부는 바닥에 스며들어 선축문을 그려내자 그 위로 환수의 모습이 나타났다.
새하얀 털에 여우를 닮은 듯한 환수였다.
“비비라 하는 환수입니다. 슬픔과 근심을 없애준다는 녀석이지요. 머리가 좋아 주인에게 애교를 잘 부리기도 하고 충성심이 높아 문무각을 지키는 용도로 쓰면 딱 일 겁니다.”
신비한 생김새의 녀석이다.
흰색의 털과 목에 난 갈기 때문에 도도한 느낌을 주기도 했다.
주천무장의 말로는 애완용으로 인기가 많아 퍽 값이 나가는 녀석이라고 한다. 힘이 강하거나 신통력이 특이한 것도 아니지만 발이 빨라 연락책으로 쓰는 편이라고 한다.
비비는 단번에 제 주인을 알아봤는데 가까이 다가와 만져달라는 듯 제 머리를 범의 바짓단에 비볐다.
“제 주인을 알아보았나 보군요.”
범은 비비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는 주천무장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감사히 받겠습니다.”
“마음에 들어 하시니 다행입니다. 나머지는 차차 정리하시면 될 것이고, 내일 쯤 문선과 무선 한 명씩 문무궁으로 향할 겁니다. 우선은 그 둘을 직속 부하로 두시어 직무 수행해주시면 될 겁니다.”
“아직 경황이 없어 차 한 잔 대접하기 어려울 것 같군요.”
“하하, 정신없으실 테니 괜찮습니다. 차보다는 술을 더 좋아라하는 편이니 후에 술 한 잔 대접해주시는 걸 기대해 보겠습니다.”
천범은 기분 좋게 알겠노라 답하며 그를 배웅했다.
아직 알고픈 게 많았으나 차차 알아 가면 될 것이다.
부임하자마자 막중한 임무를 내릴 것도 아닐 테니.
졸졸 쫓아다니는 비비와 함께 문무각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둘러보려는데 대문 두들기는 소리가 들렸다.
비비의 신경이 날카로워지며 이빨을 드러낸다.
범이 머리를 쓰다듬어주니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해진다.
“누구지.”
별 생각 없이 문을 여니 단아한 차림의 여인 하나가 서 있었다.
누구시냐 물으니.
“앞으로 문무 관장의 곁에서 시중을 들 궁녀 주결경이라 하옵니다.”
“네 품계가 어디에 속하더냐.”
“종7품에 해당되옵니다.”
통천 수궁의 궁녀라도 일반적으로는 종8품이 대다수다.
허나 종7품에 해당하는 궁녀가 왔으니 조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종7품이라, 예상보다 높구나.”
허드렛일을 하는 궁녀들은 대부분 소선이다. 그렇기에 종7품은 퍽 높은 품계였다.
‘소선이 아니라 상선이라 그런가.’
그럴 확률이 높다.
그녀는 범과 같은 상선의 경지였다.
같은 상선이라도 출신과 자질에 따라 품계가 나뉘고 직책이 갈린다.
하지만 품계가 낮은 궁녀라도 함부로 대할 수는 없다. 대부분 이름 있는 가문의 여식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물론 멸문지화를 당하여 오갈 데 없어 입궁한 이들도 적지 않지만 그리 녹록하게 아무나 들어올 수 없는 곳이 바로 통천수궁이다.
“난 시중이 필요치 않다. 돌아가라 말한다면 어쩔 것이냐.”
“직무를 다하지 못한 궁녀는 벌을 받게 됩니다. 그 죄질에 따라 형벌이 나뉘고 직무 태만으로 최대 원옥이 폐해져 쫓겨날 것입니다.”
궁에 몸담은 지 오래 된 건지 아니면 담이 큰 건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그리 말한다.
무어라 할까 하던 찰나.
“들여보내주시지요, 문무관장.”
그녀의 뒤로 새까만 여인이 나타나 말했다. 주결경이 황급히 고개 숙이고, 천범은 포권하여 예를 갖췄다.
“대천무장을 뵙습니다.”
대천무장이었다.
“당부하고 싶은 말이 몇 가지. 그리고 묻고픈 것이 몇 가지 있어 와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 아이는 제가 아끼는 아이입니다. 재주가 많고 영민한 녀석이니 내치지 말아주세요.”
“…그러셨군요. 알겠습니다.”
“결경아, 내 문무관장과 할 이야기가 있으니 준비를 해다오.”
“알겠사옵니다.”
잠시 후.
문무각의 정자 안에서 대천무장과 독대하게 된 천범은 차를 홀짝이며 그녀의 말을 기다렸다.
“많이 혼란스럽겠지요. 뜬금없이 문무관장의 직책을 내렸으니 당연히 그럴 겁니다. 허나 그 결정에는 모두 큰 뜻이 담겨 있습니다. 대천문장과 제가 심사숙고하여 내린 결정이니 그 뜻을 의심하지 마세요.”
난데없이 정곡을 찌른다.
무어라 답하려하기도 전에 다음 말이 이어진다.
“수계의 정세가 어지럽습니다.”
탐욕으로 인해 내전이 일어난 것이나 다름없었으니 당연지사다.
“복잡한 이해관계가 섞여 있어요.”
“허나 그것과 제가 관계가 있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아뇨. 관계가 있으니 그대를 문무관장의 자리에 앉힌 겁니다.”
“…듣겠습니다.”
다른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는 했다. 잔잔경정도 속의 일을 언급하기도 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
“잔잔경정도 속의 일 전부를 알 수는 없었습니다만, 그 흔적을 찾아볼 수는 있었지요. 그대가 마선과 치열한 접전을 벌인 걸 알고 있습니다. 그것도 향선이었던 마선과 말이죠.”
“혼자 대적한 것이 아닙니다.”
“허나 살아남은 건 그대입니다. 정확한 정황은 알지 못하지만 적어도 그대가 마선을 죽인 것만큼은 확실하게 알 수 있었습니다. 신기한 일이죠. 상선이 어찌 향선을 죽였을까요.”
범은 말을 아꼈다.
“어쨌거나 문무관장의 자질이 뛰어난 것은 사실이지요. 무도전에 보였던 기량만 해도 문무장관의 직책을 받기에는 충분합니다. 상선 중에서 그대와 대적할 만한 자는 없겠지요.”
“과찬입니다.”
“과찬일지 아닐지는 자신이 아닌 남이 판단하는 법. 적어도 저와 대천문장은 그러했으니 그 정도면 충분히 객관적인 평가겠죠.”
“제게 바라는 것이 있기에 과분한 자리를 내어준 걸로 이해가 됩니다.”
결국 이야기는 그러하다.
어지러운 수계의 정세.
가문끼리의 다툼.
마선의 습격.
대부분은 원선태사가 해결한 일이라 보고 있는 마선의 습격.
허나 마선을 죽인 것은 천범이다.
그 사실을 아는 대천무장과 문장은 그에게 중책을 맡기고 싶은 거고.
“사씨 세가에 속해 있는 저만이 할 수 있는 중책이 있는 거겠죠.”
그 판단의 근거들을 알고 있기에 천범은 선뜻 승낙하기 어려웠다.
굳이 자신의 힘을 빌려야만 하는 것인가는 근본적인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대천무장과 대천문장께서는 제게 이런 중책을 맡기실 정도로 손이 부족하신 겁니까?”
“……대가문들의 다툼에, 저희가 관여할 수 있는 일은 적습니다.”
대천무장은 눈을 감았다.
대천무장은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수계를 보호하는 직위.
바꿔 말하면 내부의 싸움에는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 없고, 그에 대한 처벌조차 쉽지가 않다.
비록 팽씨 세가가 직접적으로 이런 일을 키웠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할지라도.
그 대가문들의 뒤에 원선태사가 서 있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다.
“당신에게도 나쁜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군요.”
대천무장과 대천문장은 직접적으로 손을 쓸 수가 없다.
그러니 자신을 선택한 것.
“그럼 제게 무엇을 기대하십니까?”
아주 강하고, 다른 가문과의 연결고리가 없고 오히려 그들 전부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지닌 가문의 가선.
그리고 수계가 감당해야 할 선살전.
그것들을 생각하면 범에게 맡겨야 할 중책의 폭이 좁혀진다.
“첫째는 문무선의 화합을 이루어 전체적인 질의 향상. 그리고 가문끼리의 균형.”
선살전이 언제 다가올지 모르니 문무를 겸비한 범에게 문선과 무선의 수행 감독을 맡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가문과 가문 사이의 중재.
또는 서로 견제하여 균형을 유지.
“사씨 세가를 오대세가의 자리에 넣을 요량이시군요.”
차를 마시려던 대천무장의 손이 순간 멈췄다.
그리고 이내 탁 내려놓더니 고개를 주억인다.
“본래 가야 할 자리였습니다.”
천범도 동의하는 바다.
사하도 오대세가의 한 자리를 차지하는 가문이 되고파 하는 듯하니.
“그리고 둘째는… 선계로 향해 주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