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ll of the Spear RAW novel - Chapter (357)
낭선기환담-356화(357/600)
낭선기환담 – 2부 66화
한편.
“팽 문선.”
“왜 그러십니까 우 무선.”
문무관장이 휴가 절차를 마치고 떠난 후, 그들은 한 발 늦게 문무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다른 이들은 아니었지만 팽가연과 우명 또한 이번에 취임식을 올린 신입 문무선이었기 때문에 휴가 또한 동일하게 이루어진다.
나름 성실한 성격인 팽가연은 마지막까지 문무궁을 정리하고 있었는데 우명이 말을 건 것이다.
문무관장에 관한 일이 아니면 서로 말을 하는 일이 별로 없던 사이인데 말이다.
“이걸.”
“이게 뭐죠?”
그가 건넨 것은 부적 한 장이었다.
‘환수부?’
왜 갑자기 환수부를….
한데 가만 보니 이미 주인이 있는 환수부로 보였다.
다른 이의 기운이 담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거, 관장 어른의 것 아닙니까?”
“맞소.”
“그런데 이걸 왜 우 무선이 가지고 있는 겁니까.”
따지듯 묻자 우명 또한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문무궁으로 흘러 들어왔소.”
“문무궁으로요?”
팽가연은 잠시 환수부를 들고 고민했다. 문무관장은 평범한 자가 아니다. 한순간에 만들어낸 시험지로 수궁의 모든 문무선을 범재로 만들어버리는 천재 중의 천재다.
그런 자가 실수로 자신의 환수부를 놓고 갔을 리는 없다.
‘또 시험에 들려는 건가….’
저도 모르게 그리 생각하게 됐다.
허나 그럴 리는 없을 거다.
요 한달 동안 봐온 문무관장은 조금은 즉흥적이나 나름대로의 행동과 방식에 다 뜻이 있는 분이다.
그리고 자신의 것을 함부로 하는 자가 아니다.
‘놓고 갔다면 전해주면 될 일이지.’
혹여나 그렇대도 전해주면 될 일이지 자신에게 가져올 문제가 아니다.
우명 또한 그 사실을 모르지는 않을 터. 한데도 자신에게 가져왔다는 것은 뭔가 석연찮은 게 있다는 소리.
“뭔가 걸리는 거라도 있습니까.”
퍽 과묵하기 그지없는 사내가 바로 우씨 세가의 우명이다.
그의 행동에 뜻이 없을 리 없다.
“문무관장은 사씨 세가의 가선입니다. 그런데 남쪽이 아닌 북동쪽으로 향했다고 합니다.”
“북동쪽이라면….”
“후씨 세가가 자리 잡은 융연이라는 곳이 제일 유명하지요.”
이상할 수는 있다.
상서가 있는 남쪽이 아닌 북동쪽으로 간 문무관장.
그리고 문무궁으로 날아든 환수부.
“왜 제게 가져왔는지 알겠네요.”
석연찮은 점이 있기는 하다.
기다리던 휴가 날에 갑작스레 변경된 행로와 환수부.
“왜 그러십니까, 부관님들.”
문무부대원들이 다가왔다.
휴가 떠날 채비를 하던 둘이 심각한 낯이니 의아한 것이다.
팽가연은 부대원들의 물음에도 잠시 침묵하다 환수부를 허공에 던졌다.
수결을 맺고 기운을 불어넣자 안에서 새하얀 여우인 비비가 나타나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비비군요.”
“비비는 충섬심이 강하고 영리한 환수라죠. 거리가 얼마나 떨어져 있어도 주인이 있는 곳을 찾아낸다고….”
환수부에 담긴 것이 비비인 것을 보자 의심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아무래도….”
무슨 일이 생긴 듯하다.
주인을 찾는 듯 두리번거리던 비비는 구슬프게 울더니 궁내부를 폴짝폴짝 뛰어 넘어가기 시작했다.
“전 비비를 쫓겠습니다. 팽 문선은 문무부대원들과 함께 적합한 절차를 밟아서 이동해주십시오.”
“함부로 수궁의 병사를 움직이는 것은 중죄에 처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적합한 절차를 밟아달라는 것 아니겠습니까.”
“지금 상황에 어떤 목적을 기입해야 적합한 절차가 된단 말입니까. 우 무선은 자신이 지금 무슨 짓을 하려는지 알고 계시는 겁니까?!”
그러자 우명은 씨익 미소 지었다.
그가 웃는 것은 처음 보았기에 문무부대원들과 팽가연은 흠칫 놀랐다.
“제 상관을 위한 일임은 압니다.”
그리 말한 후 우명은 비비가 사라진 방향으로 달려 나갔다.
망연자실하게 우명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팽가연은 머리를 짚었다.
골머리가 아파죽겠는데도 이상하게 헛웃음이 새어나온다.
‘우씨 세가의 자제를 저리 앞뒤 가리지 않게 만들다니….’
오대세가 중 백우라 불리는 우씨 세가는 감정을 내비치지 않기로 유명한 가문이다.
한데 저 꼴을 보라.
자신의 가문과 제 위치를 생각지 않고 달려 나가는 저 모습을 보라.
저게 어디 오대세가에 속하는 명문이라 말할 수 있는 우씨 세가의 자제라 할 수 있겠는가!
“무서운 사내다 정말.”
저런 무뚝뚝한 사내를 사로잡은 문무관장은 참으로 무섭다.
팽가연은 그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저희는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주변을 둘러보니 진지한 눈빛의 부대원들 수십이 그녀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다. 자세한 것은 몰라도 문무관장에게 좋지 못한 일이 생긴 것을 직감한 것이리라.
‘고작 한 달이었거늘.’
벌써 그런 충성심이 생겼다는 건가.
팽가연은 그녀답지 않게 손톱으로 두피를 벅벅 긁었다.
문무부대는 문무궁에서 만들어진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문무관장의 직속부대라 할 수 있다.
어엿한 수궁의 군이고 병사라는 소리다. 함부로 외부로 움직였다가는 정말 큰일이 날지도 모른다.
최악으로는 병을 움직이는 부관 둘의 목이 달아날 것이고, 그 상관인 문무관장까지 중죄를 받게 될지도 모른다.
‘나도 저들에게 옮았나.’
자연스레 문무관장 걱정을 하고 있다니 이게 무슨 짓인지….
고민하던 그녀는 이내 결심을 굳혔다는 듯 눈을 똑바로 떴다.
“직속상관인 문무관장의 신변에 이상이 발생했습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현 상황으로 본다면 6할 정도는 그렇다 봐도 되겠죠.”
“저희는 문무관장의 아래 모인 이들입니다. 그분의 신변에 이상이 생겼다면 응당 달려가야 함이 옳습니다!”
“허나 단순한 실수였고, 문무관장의 행로가 변경된 것 또한 별일 아니었다면 저희는 큰 벌을 받을지도 모릅니다. 그 때문에 문무관장은 총 책임자로 뫼겁을 받게 될지도 모릅니다.”
뫼겁이라는 소리에 문무선들의 숨이 턱 막혔다.
자신들의 설레발로 상관인 문무관장이 중죄를 짓게 된다면 지금의 행동은 이율배반적이지 않은가.
부대원들이 머뭇거리자 팽가연은 작게 한숨 쉬었다.
“전 지금부터 휴가를 갈 겁니다. 애초부터 그리 절차를 밟아놓았으니 어디로 가든 제 마음이죠. 허나 여러분들은 아닐 겁니다. 휴가가 있는 분은 잠시 잘라서 휴가를 써도 좋고 없는 분들은 출타를 해도 좋겠죠.”
반나절이면 될 일이니.
모두가 나갈 수는 없겠으나 그거라면 적합한 절차로 나갈 수 있다.
문무관장의 신변에 이상이 생겼다 보고할 수도 있으나 만약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큰 문제가 생길지도 모르니 이리 하는 게 최선이다.
“뭣하고 있습니까. 빨리 휴가 서류나 출타 서류 제출하세요!”
“예, 옙!!”
* * *
같은 시각.
천범은 융연의 하늘을 날아다니며 한참 토룡갑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땅 속을 헤엄쳐 다니는 놈들이라 상대하는 게 쉽지는 않다.
한 마리 만이라면 상관없으나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여러 놈이 뭉텅이로 뛰쳐나와 아가리를 벌리니 더욱 그럴 수밖에 없었다.
“새끼를 뭐 이리 많이 쳤어.”
둥지라도 틀었나 토룡갑의 숫자는 어찌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차곡차곡 쌓여가는 토룡갑의 사체들을 보면 내심 흐뭇했다.
‘탐화가 좋아하겠어.’
확실하지는 않지만 그동안 탐화가 관심 있어 하던 것들은 대개 이런 특이한 놈들이었다.
몸이 단단하면 단단할수록 콰작콰작 과자처럼 잘도 씹어 먹으니 더 좋은 건지 뭔지 모르겠지만 튼튼한 놈들을 좋아하는 건 확실하다.
쿵, 쿵 쿵 쿵 쿵 쿵!!
천범이 두 팔을 펼치자 하늘에서 금빛 거검이 구름을 가르고 지면으로 떨어져 내린다.
모래바람이 휘몰아치고 비산하는 흙더미를 호신막으로 막았다.
잠시 후, 모래먼지가 걷히고 보이는 것은 토룡갑으로 이루어진 산이다.
꿀꺽.
후해는 천범의 신통에 침을 꿀꺽 삼켰다.
자신을 상대했을 때는 직접 몸을 움직이기에 무선인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문선 쪽에 더 가까워 보였다.
그것도 대단히 강한 문선!
‘서른 마리는 잡은 것 같은데….’
천범의 이마에는 땀 한 방울 없다.
아무리 새끼라도 자신이 겪었던 토룡갑은 무선 하나가 겨우 상대할 정도의 환수다.
한데 저걸 저렇게 뱀장어 잡듯 잡아버리니 후해는 어안이 벙벙했다.
“후 가주는 이 토룡갑들의 어미가 꿀꺽 삼켜버렸다지? 얼마나 큰지 가늠이 되지는 않네만 어쩌면 아직 살아 있을지도 모르겠어.”
“정말이십니까?”
“덩치가 그렇게 크다면 당연히 소화에 걸리는 시간도 느릴 테고, 아예 뱃속이 공간신통처럼 비대하게 늘어나 있는 놈을 몇 놈 알고 있거든.”
탐화의 뱃속과 비슷하다면 아직 살아있을 확률이 높다.
천범은 토룡갑들을 공정강에 쑤셔 넣고는 주변을 훑었다.
‘생각보다 오래 걸리는군.’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아! 여깁니다! 여기에요!”
후해는 헐레벌떡 달려갔다.
앞으로 다가가자 그곳에는 거대한 구덩이가 자리하고 있었다.
마치 무언가가 한입에 삼켜버린 듯 선명한 이빨 자국도 함께였다.
그 크기가 대략 삼백 장 정도는 되어 보이니 실로 어마어마한 규모다.
백장 길이의 몸체를 지닌 토룡갑을 새끼라고 말한 이유가 있다.
머리 둘레만 해도 삼백이 넘어갈 테니 그 길이까지 하면 얼마나 될지 천범이라도 가히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잠시 내려가 보시겠습니까?”
“….”
천범은 말없이 그를 바라봤다.
토룡갑은 후씨 세가의 대궐을 한 입에 삼켜버리고 이곳을 통해 땅속 깊이 자취를 감춘 듯 했다.
범은 잠시 고민했다.
이 구덩이 속을 들어가도 좋을지 말지 내심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딱히 뭔가가 느껴지지는 않는다.
허나 그렇기 때문에 더 뭔가 느낌이 싸했다.
‘토룡갑들의 기척도 사라졌다.’
송어처럼 펄떡거리며 튀어나오던 놈들이 어느 순간 나타나지 않았다.
그것과 더불어 후해의 상태가 조금 묘해졌다.
차분히 자신의 선택을 기다리는 듯하지만 괜시리 초조해하고 있다.
제 형님의 생사가 어찌 된지 모르니 당연히 그럴 수 있다지만, 그렇다 해도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애초부터 조금 이상해서 문무궁에 환수부를 보낸 거지만.’
어찌 해야 할까.
그를 한 번 믿어봐야 할까.
허나 어떻게 봐도 딱히 믿을 만한 놈은 못 된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라 했으니….’
곧장 자세를 잡고 수결을 맺었다.
이내 입을 달싹이며 선문을 읊으니 그의 몸에서 금빛의 기운이 퍼져 나와 주변을 밝힌다.
범의 입에서 수봉여산이 튀어나와 빙그르르 돌기 시작하고, 그 강력한 기운에 세찬 바람이 휘몰아친다.
“갑자기 왜 그러시는 겁니까!”
후해의 물음에도 범은 아랑곳 않고 기운을 그러모았다.
요동치는 기운 속에 꼭 감은 두 눈만큼은 더 없이 차분했다.
그리고 이내 범의 금안이 열렸다.
단숨에 일문, 이문, 삼문, 오문까지.
다섯 번째 동공이 열려 세상이 기하학적인 모습으로 내비쳐졌다.
천범의 눈이 피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리며 일대의 모든 걸 담았다.
그리고 이내.
범의 입꼬리가 피식 올라갔다.
“이래서 정이 안 간다니까.”
손바닥으로 관자놀이를 툭툭 친 범은 이제는 완전히 밤하늘이 된 융연의 하늘을 보며 말했다.
“들켰으면 나오시죠.”
그러자 후해는 대경실색하며 뒷걸음질 쳤고, 이내 허공에서는 파문이 일어나며 거대한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것은 진정 어마어마한 크기의 토룡갑과 그 위에 자리한 어느 사내.
“세간의 평가가 오히려 과소평가된 자는 처음 보는군.”
팽씨의 늑대 문양 도포를 입고 있는 향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