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ll of the Spear RAW novel - Chapter (361)
낭선기환담-360화(361/600)
낭선기환담 – 2부 70화
금의환향(錦衣還鄕).
비단옷을 입고 출세하여 고향에 돌아오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지금 천범에게 가장 어울리는 단어가 바로 금의환향이지 않을까.
적어도 사하는 그렇게 생각했다.
“금천선사가 종4품 문무관장이 되셔서 돌아오시다니!!”
“난 믿고 있었다고!”
“이 양반이! 그럼 난 안 믿었게!”
“흐하하하하!”
상서 주민들은 왜인지 모르겠지만 자기 일처럼 기뻐하며 좋아했다.
상서는 범이 돌아온 것만으로 잔치를 벌여야 한다면서 한창 떠들썩 했다.
그 조그마하던 마을이 잠시 못 본 새에 많이도 번창해졌다.
보지 못했던 건물도 많이 생겨났고, 거리에는 여러 물건들을 파는 자들과 흥정하는 자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기분이다! 오늘을 위해 그동안 연구한 술독을 풀겠노라!”
“탄고말 어르신의 탄마주다!”
“오오 정말 그걸 푸시는 겁니까?!”
“나 탄고말은 한 입으로 두말하지 않는다 이놈들아!”
이내 탄고말이 품에서 술독 열 개를 꺼내 뚜껑을 땄다.
치이익- 어디선가 보았던 청량한 소리가 새어나왔다.
“탄고말, 이거 용마주 아닌가?”
어째 색이나 향이나 상계에 처음 올라 마셨던 황씨 세가의 용마주와 매우 흡사했다.
“어허, 용마주라니, 탄마주일세.”
“그동안 처박혀서 뭘 하나 했더니 용마주를 복원한 모양이더라고.”
사하가 슬쩍 귀띔했다.
아무튼 술이라면 환장하는 수선이니 그리 놀랍지도 않았다.
애초에 자신을 위해 아껴둔 술을 꺼내들었는데 싫을 것도 없다.
범은 빈잔을 들어 탄마주를 한가득 퍼올렸다.
그가 잔을 들어 올리자 상서에 모인 모든 이들이 범만을 바라봤다.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 눈빛이다.
“음….”
천범은 머쓱함에 눈치 보다 에라 모르겠다 하고 기운을 퍼트려 하늘을 금빛 물결로 일렁이게 만들었다.
“금천!”
“금천을 위하여!”
“금천선사를 위하여!”
“문무관장을 위하여!”
“상서를 위하여!”
저마다 건배사를 외치며 호로록 목구멍 속으로 술을 넘긴다.
범 또한 기분이 좋아서인지 술술 잘도 넘어갔다.
“뭐야, 네놈도 왔나.”
“술이나 얻어 먹으러 왔을 뿐이다.”
어느새 보니 사악도 술잔을 얻어 마시며 즐기고 있었다.
한때는 어찌되나 했는데, 이놈도 상서에 잘 어울리는 듯 했다.
그동안 사하와 범이 없는 상서를 사가의 상선들과 사악이 도맡아 다스렸다 하니 말이다.
“이거 갖고 있어라.”
휙, 공정강 하나를 던지니 사악이 뭐냐 묻는다.
“미선방이다. 후씨 세가가 비축해 놓았던 놈을 전부 긁어왔다. 아마 천 년 간 써도 부족함이 없을걸.”
“미선방?! 정말 미선방이라고?!”
사악은 극양상산에서 법기를 제작하는 일을 주로 하고 있다.
그런 그에게 수궁에도 납품되는 미선방이라는 선석은 퍽 나쁘지 않은 선물인 듯하다.
“어마어마하게 비싼 거다. 잘 다뤄서 상서의 수선들부터 법기를 만들어주고 나머지는 값비싸게 팔아 버려.”
“그래도 되는 게냐? 이 귀한 걸….”
“상관없다.”
산맥 자체를 털어왔으니.
사악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라며 곧장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어어, 방금 왔으면서 어딜 가!”
“닥쳐라 술고래 자식아! 난 지금 미선방을 다뤄 봐야 한단 말이다!”
탄고말과 옥신각신하더니 이내 슝 날아가 버렸다.
“거참… 대체 뭘 줬기에 저러나?”
“나중이 되면 다 알게 될 거네.”
사악이 만드는 법기의 뛰어남을 점점 명성을 얻고 있다.
거기에 미선방을 더한 법기까지 제련에 성공한다면 그 입지는 더욱 확고해질 것이다.
황씨 세가가 사라졌다고는 하나, 원래부터 충계와 가까운 곳이다.
선충들이 우연찮게 바람을 타고 날아들어 골치를 썩이기도 한다.
그때 사악의 법기로 무장한 사씨 세가의 소선들이 나서서 선충 박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다.
그에게 미선방을 주면 알아서 잘 할 것이다.
‘사가의 가선 중에서도 자질이 뛰어난 이들이 몇 있다 하니, 잘해줘서 나쁠 게 없다.’
지금은 소선이어도, 후에 시간이 지나면 상선이 되고 큰 깨달음을 얻는다면 향선이 될지도 모를 일 아니던가.
“흐윽, 아버님… 흐으윽 형님….”
고개를 돌리자 벌써 고주망태처럼 취해 질질 짜는 후해가 보였고, 놈이 이상한 짓 하지 못하도록 곁에서 감시하는 우명이 보였다.
탐화는 공정강에 들어가 토갑룡들을 하나하나 먹어치우는 중이다.
“옥경아!”
탄고말은 그새 또 옥경이를 불러다가 자신만의 비장의 혼주라면서 몇 개 술을 뒤섞어 완벽한 배합을 찾아냈다며 다른 이에게 권했다.
“으엑, 퉤!”
그 술을 마신 이들은 이게 뭐냐며 성질을 내고 탄고말은 껄껄 웃는다.
그런 그를 새하얀 얼굴의 초찬이 적당히 좀 하라며 핀잔준다.
원래 이렇지는 않은 듯한데, 새삼 깨닫고 보니 상서는 참으로 평화롭다.
“보기 좋네.”
눈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소리가 들리고 기운으로 느껴진다.
상서는 살기 좋은 곳이 되었다.
불과 사십 년 전만 해도 황씨 세가의 술수로 그렇지 못했는데 말이다.
“너 때문에 그런 거다.”
사하였다.
“내가 뭘.”
“네가 이리 만들었잖아. 떠들썩하게, 또는 활기차게.”
범은 귀로 집중하여 주민들의 웃음소리와 말소리 등을 들었다.
조금 시끄럽지만 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소리다.
“그런가.”
“너무 많이 마신 것 아냐?”
“별로 마시지도 않았다.”
조금 흥에 겨워 마시기는 했지만 취할 정도는 아니었다.
“네 눈이 그리되어 깜짝 놀랐어.”
범을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사하는 왁자지껄하게 잔치를 즐기는 이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눈이 보이지 않아 그녀의 얼굴을 볼 수가 없었으나, 진솔함 음성으로 진심을 들을 수 있었다.
“걱정했느냐.”
“당연히 걱정했지. 또 무슨 이상한 사건에 휘말린 건 아닌가 하고.”
“휘말린 것 맞는데.”
“그러니까 말이다….”
한숨을 푹 내쉰다.
“난 그들에게 아직 쓸모 있는 패야. 또 다시 마선들이 침입하지 않는 이상에야 목숨이 위험할 일은 없어.”
허나 범은 다르다.
“넌 이제 위험해질 거다.”
후씨 세가의 가보 쌍멸.
그리고 곤가의 영화비까지 지니고 있으니 말 다했다.
아직 영화비까지 지닌 것은 퍼지지 않았지만.
-그러고 보니 곤사비는 어딨어?
사하가 전음으로 슬쩍 물었다.
“내 거처에 머무르게 했다. 화란이 함께 있으니 걱정할 것 없어. 휴가가 끝난다면 다시 데려갈 거다.”
“그냥 여기 두는 게 그 아이한테도 안전하지 않을까.”
그럴지 모른다.
상서는 거의 남쪽 끝이라고도 볼 수 있으니 여기까지 찾아와서 뒤져 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럴까.”
그것도 나쁘지는 않다.
“상선이 될 거라며 수행에 힘쓰고 있기는 하던데.”
범은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후해를 보았다.
“둘 다 여기 두면 괜찮을까.”
후해는 조금 철이 없지만서도 엄연한 상선이고 곤사비는 소선이다.
좋은 스승이 되어주지는 못하겠지만 어느 정도 도움은 줄 수 있을 터.
“상서에도 탄고말이나 초찬이 있고, 그리고 나도 있으니까.”
“넌 상서에 붙어 있는 일이 더 적어지지 않나?”
“그건… 그렇지.”
그녀가 수궁에서 뱉은 말이 있다 보니 상서만 돌볼 수가 없게 됐다.
사하는 범의 휴가가 끝나는 날에 함께 수궁에 입궁하기로 했다.
“직책이 뭐라고 했더라.”
“종6품 살선신장(殺仙訊將).”
선살전에 대비하여 급하게 설립된 뭐라고 하던데 아직 자세한 정보가 없다.
“화살받이 아냐?”
짓궂게 말하니 욕이라도 얻어먹을까 싶었는데, 의외로 사하는 쓰게 웃으며 모르겠다고 했다.
“상서는 어쩌려고.”
“내가 없어도 잘 굴러 가던걸? 사악의 수완에는 나도 놀랐어.”
사하는 사악이 얼마나 관리를 잘했는지 모를 거라며 재잘재잘 거렸는데 천범은 가만히 그녀의 말을 듣다 툭 내뱉었다.
“행복하느냐.”
툭 던진 질문에 사하는 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
허나 이내 배시시 웃으며 답했다.
“아니, 아직은 아니야. 물론 이전과 비교하면 더 없을 정도로 행복해.”
허나 아직은 아니다.
그녀는 욕심이 생겼다.
“오대세가 말이냐.”
“그것도 있고.”
“그곳에 속한 놈들에게 배신당해 놓고 왜 그것에 집착하는 거냐.”
“놈들이 집착하는 것을 나도 한 번 앉아보고 싶었을 뿐이다. 그리고 단번에 깨부숴버릴 거다.”
손아귀를 말아 쥐는 것을 보니 쥐락펴락하며 부숴버리고 싶은 모양이다.
그런 거였나.
“그런 거라면 나 또한 동감이다.”
“그래?”
“그래.”
사하는 뭐가 좋은지 희희 웃었다.
웃음소리가 참 간지러운 여인이다.
그러나 웃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다 좋았으나, 눈이 보이지 않는 것이 내심 아쉬웠다.
* * *
한 달 뒤.
자신의 거처에서 수행하던 범은 산꼭대기에 좌선한 채였다.
그의 몸에서 눈부신 금광이 신묘하게 일렁거렸다.
일렁이던 금광은 이내 금색 화염으로 변해 타올랐다.
이내 천범이 눈을 뜨고 두 팔을 가볍게 펼치자 사방 천지에서 금색의 화염이 솟구쳐 활활 타올랐다.
탁해졌었던 눈동자의 색이 원래대로 돌아와 있었다.
작게 입을 벌리자 그 안에서 수봉여산이 빙그르르 돌며 나타났다.
푸른 화염을 흩뿌리며 나타나자 곧장 범이 소매를 털었다.
그러자 소매 속에서 각기 다른 산들이 튀어나왔다.
호준성이 지녔던 사행극산이었다.
마선이 쓰던 것이라 다소 마기가 짙었으나 그 근간은 오행 중 사행에 속하는 극산이다.
천범이 쓰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훌쩍 하늘로 뛰어올라 두 팔을 그러모으자 사방으로 솟구치던 금색 화염이 순식간에 그에게로 모여들었다.
“흡!”
이내 자신의 화염.
금천지화(金天之火)가 모여들어 사행극산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이내 사행극산 속에서 무언가가 터지는 듯한 굉음이 들려오고 마귀의 웃음소리가 천지에 가득 찼다.
이내 수결을 맺고 쉼 없이 입을 달싹이며 선문을 외우자 찢어질 듯한 비명소리가 메아리치기 시작했다.
사행극산 속에 들어있던 붕마기가 소란을 피우기 시작한 것이다.
“가라.”
허나 범은 미리 예상하고 있었는지 준비해두었던 항보사인검 열두 자루를 백색 빛으로 물들여 사행극산으로 날려버렸다.
그러자 쾅!! 폭발음이 터져 나오며 영성을 가지기라도 한 듯 마귀의 형상이 극산 위로 모여들었다.
척!
이내 범은 합장하여 불경을 외우는 듯한 현묘한 소리를 내며 극산에서 붕마기를 빼내기 시작했다.
본래 붕마기에 침식당한 극산을 정화하는 것은 손쉬운 일이 아니다.
적어도 수백 년은 사행극산을 다뤄왔던 호준성이 길을 들여놓은 것을 다시 빼앗아 쓰는 것이다.
정화하는 일이 쉬울 리가 없었다.
허나 천범의 손에는 사행극산 말고도 다른 산이 하나 더 있었다.
‘수봉여산.’
봉이 스며들어간 수봉여산의 봉악청화는 상선의 수준과 감히 견줄 수 없는 강렬한 화신통이다.
혼까지 불살라 버리는 청화.
푸른 봉황의 불꽃.
봉악청화다.
비록, 분혼에 불과한지라 본래만큼 혼을 태우지는 못하겠지만, 그렇다 해도 붕마기 정도를 태우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리고 그것에 더해 하나 더.
모든 것을 찬란하게 비추는 따스한 태양빛 같은 화염.
천범의 금천지화가 있다.
봉악청화와 범의 깨달음이 합쳐져 담긴 그만의 화신통.
봉악청화와 금천지화가 있다면 붕마기를 태우는 것 정도는 우습다.
다른 이가 했다면 수백 년이 걸려도 정화하기 어려운 사행극산이지만, 그의 손에 걸리면 한 달이면 충분했다.
“합!!”
이내 청화와 금화가 부딪쳐 솟아오른 마귀의 형상을 불태운다.
소름끼치는 형상과 여러 얼굴의 형상이 뒤죽박죽으로 튀어나와 비명을 내지른다.
허나 이내 화신통에 무릎 꿇고 순식간에 태워져 재도 남지 아니한다.
“후-!”
꽤 고된 작업이었다.
허나 범은 자신의 앞에 둥둥 떠 있는 사행극산을 보며 흐뭇해했다.
오랜 떼를 벗겨낸 듯, 붕마기를 지워낸 사행극산은 제각각의 색상을 연신 내뿜으며 자기주장 했다.
“나머지는 오행팔괘신과 연계하여 천천히 정화시키면 되겠어.”
형형하게 빛나는 사행극산을 오른손에 띠우고 수봉여산을 왼손에 띄워 이내 하나로 모은다.
앞에 자리한 다섯 개의 극산이 천천히 선회하고 범의 입에서 오행팔괘신의 구결이 흘러나온다.
오행극산은 이제 몸 주변을 크게 선회하였고, 화수목금토 오행의 기운이 몸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범은 이제 완전히 오행팔괘신의 구결에 빠져들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오행팔괘신의 구결을 옮기만 하자 점점 그가 가진 오행극산의 모양이 변해간다.
손바닥 위에 올라갈 만한 작은 크기의 모습이지만, 천천히 분열되어 여덟 가지의 형상으로 모습이 바뀌었다.
오행의 기운을 뿌리며 이내 팔괘의 모습으로 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건(乾) · 태(兌) · 이(離) · 진(震) · 손(異) · 감(坎) · 간(良) · 곤(坤).
오행극산이 팔괘의 모양으로 변해 등 뒤로 자리하여 빙그르르 선회하고 이내 팔괘 가운데에 만다라가 피어나는 순간.
“윽!”
쾅!!
천범의 몸에서 폭발이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