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ll of the Spear RAW novel - Chapter (39)
낭선기환담-38화(39/600)
낭선기환담 – 38화
까망호리 일행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밖은 어둠이 내려 앉아 보름달이 걸려 있었다.
산군은 잠을 청하다 말고 근처 산꼭대기로 올랐다.
슬쩍 주위를 살핀 그가 입가에 호선을 그리며 무언가를 꺼냈는데, 적당한 크기의 항아리였다.
그것은 일월문에서 얻은 사월제항.
산군이 그런 개고생을 하면서도 절대 포기하지 않고 찾아낸 물건이었다.
“마침 만월이니 딱 맞는구나, 딱 맞아. 화란! 잠깐이면 되니 환진을 그리는 법을 알려주거라.”
-……알겠습니다.
화란은 그의 안에서 고개를 갸웃했지만 이내 환진을 설치하는 법을 알려주었다.
기묘한 문자들과 진을 지면에 그리고, 도사들의 공정강에서 얻은 영석(靈石)을 배치하자 희뿌연 연기가 솔솔 피어올라 환진이 갖추어졌다.
‘이 정도면 됐지.’
어차피 눈을 가릴 정도면 충분했다.
산군은 품에서 작은 해골 하나를 꺼냈다. 벽렵의 공정강에 들어있던 금장지태였다.
짐승의 해골, 그 이마에서 금빛으로 빛나고 있는 이끼.
금장지태를 조심히 떼 사월제항의 뚜껑을 열고 그 안에 넣었다.
-그것을 왜 넣으시는 겁니까?
화란이 궁금했는지 의아한 음성으로 물었다. 산군은 그저 흐흐 웃을 뿐 알려주지 않았다.
사월제의 뚜껑을 덮었다.
그러자 사월제항이 잠시 부르르 몸을 떨었다. 그는 곧장 항아리에서 떨어졌다. 감격에 젖어 이전에 읽었던 구절을 떠올리고는 밤하늘을 올려다봤다.
[보름달이 만연한 날. 달의 빛을 받은 항아리가 천지원기를 받아들여 빛을 내뿜으니 눈이 멀 정도였다.]그 말대로, 사월제항은 보름달의 빛을 받아 잔뜩 번뜩이고 있었다.
주위에 몽글몽글 뭉쳐진 영기가 눈에 보일 정도였다. 일반적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영기가 눈에 보일 정도로 모여들고, 사월제항의 아무것도 없던 표면에 빛으로 그려진 그림들이 떠올랐다.
용이 그려지다가도 봉황이 그려지고 이내 각양각색의 짐승들이 항아리 표면에 그려지다 사라지더니 이내 사방 천지로 빛이 뿌려졌다.
산군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리며 손으로 눈을 가렸다.
그리고 이내 잠시 후….
“됐나?”
슬쩍 눈을 뜬 산군이 사월제항을 살폈다. 빛이 만연했던 아까와는 달리, 처음의 모습대로 평범한 항아리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산군은 입이 귀에 걸릴 듯 히죽이며 항아리의 뚜껑을 열어 안에 담긴 물건을 꺼냈다.
그의 손에서 금빛으로 빛나는 금장지태가 나왔다.
-뭐가 바뀐 겁니까?
화란 또한 사월제항이 뿜어내는 신통을 봤기에 뭐가 변한 것인지 궁금해 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산군은 말없이 미소 지으며 금장지태를 털어 넣으며 꿀꺽 삼켰다.
-아…….
화란의 탄성이 들려오자 산군은 항아리에 또다시 손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꺼내는 것은 또 다른 금장지태였다.
-응? 어어? 어어!!
“크크크큭!!”
산군은 미친 듯 웃기 시작하며 손에 담긴 금장지태를 공정강에 넣었다.
사월제항은 보름달이 뜬 날. 단 하나의 물건을 완벽하게 복제하는 신물이었다!
항아리가 크기가 크지 않으니 큰 물건을 담지는 못한다. 하지만 작은 물건들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금장지태라던지……. 아니면 다른 상승 선단이라든지 말이다.
‘살아있는 건 당연히 못하고 한 번에 하나만 복제할 수 있지만, 그것만 해도 인계에서 이거보다 우선할 보물은 없다.’
-그렇기에 그렇게 기를 쓰고 사월제항을 구하려 하셨던 것이었군요.
화란은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는 음성으로 말했다. 쉽게 구할 수 없는 영초나 선단이 있다면 보름달이 뜨는 밤마다 복제할 수 있는 신물.
산군이 어째서 그리 용을 쓰며 구하려 했는지 이해가 갔기 때문이었다.
산군은 미소 지으며 가부좌를 틀고 금장지태에 담긴 약효를 다스리기 시작했다.
그는 밤새 금장지태를 녹여내며 운기했고, 덕분에 단번에 영화 후경의 경지에 이르게 됐다.
* * *
방곡의 월천성에서 서쪽으로 떨어진 곳. 그것에는 수월(壽月)이라 이름 붙은 산맥이 있었다.
수월 산맥에는 수십의 봉우리가 있어는데 그 중 하나가 수방봉(壽訪峰)이라 이름 붙여진 곳이었다.
다른 봉우리에 비해 영기가 미비해 세력을 일구지 않는 낭선들이 주로 수행을 하는 장소였다.
수월의 거대 문파들은 이미 영기가 출중한 곳에 자리 잡고 있어 그곳을 거둘 이유가 없는 것이었다.
어느날 그 주방봉에 사내 하나와 여성 둘이 찾아와 적당한 곳에 자리 잡았다.
“여기면 괜찮겠네.”
“더 나은 곳도 있을 텐데요.”
“그러게. 여긴 너무 좁지 않더냐.”
사내의 뒤를 따르는 여인들은 하나같이 미모가 출중해, 수방봉에서 수행을 하던 다른 낭선들도 힐끔 쳐다볼 정도였다.
수방봉에 거주하는 낭선들은 고작 십수 명이었는데 대개 도선의 수행을 지니고 있었다. 비선이 아니고서야 신경 쓸 필요가 없었기에 신경을 껐다.
“됐어. 이만하면 충분하기도 하고, 그리 오래 있을 곳도 아니니까.”
흑색의 도복을 입고 있는 사내가 그리 말하자 나머지 두 여인도 떨떠름히 고개를 주억였다.
그 셋은 당연 산군 일행이었다.
산군이 일부러 이곳으로 온 것은 다 이유가 있었다. 유정과 환선에게 죽다 살아나 조심하려는 것이기도 했고, 한 차례 보패들을 다시금 제련하고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금명지령이 일러준 비보의 위치도 이 근처였다.
산군은 조그마한 동굴을 바라보다 품에서 두 개의 붉은 구슬을 꺼냈다.
그것은 삼귀가 쓰던 류곡자로 현재 그가 지닌 두개의 보패 중 쓸 수 있는 것은 그거 하나였다.
그는 류곡자를 단번에 동굴 내부로 날려 보냈다.
콰가가각!
그러자 류곡자가 날아가 동굴 내부를 부숴 공간을 더 넓게 만들기 시작했다.
“보구가 아닙니까? 귀한 것을 얻으셨군요.”
“아…. 뭐. 그렇지.”
“보구? 저것이 보구란 말이냐? 오오!”
까망호리는 한참 동안 류곡자를 바라보다 부서져 내린 석벽들을 보고는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그녀의 허리춤에 걸려있던 호리병에서 시꺼먼 무언가가 흘러나와 잔해들을 모조리 삼켜버렸다.
“사철?”
거뭇한 연기들은 잘게 빻아진 사철이었다.
“후훗, 이 몸의 위대한 신통을 보았느냐? 느꼈느냐? 몸을 떨었느냐!?”
까망호리는 자기 신통을 보이고는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금 속성 신통을 다루시나 보군요.
-그러게.
산군은 그저 그렇구나하며 거주공간을 만드는 일에 집중했다.
까망호리는 산군이 아무 반응이 없자 시무룩해져 입술을 삐죽였다.
이후, 반나절이 지나고 나서야 퍽 쓸 만한 공간들이 생겨 입가에 호선이 짙어졌다.
몇 개의 석실이 만들어져 이제야 수련동 같은 모습을 자아냈기 때문이었다.
산군은 곧장 공정강 속에 있던 태양 화리들을 꺼냈다.
석실 하나는 이들을 위해 만들었기에 자그마한 연못도 구비를 해놓았다. 물은 공정강 속에 함께 담았기에 문제 될 것이 없었다.
“명화야, 공정강 속이 불편하지는 않더냐?”
[예, 전혀 그런 것 없었습니다. 신경 써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태양화리인 명화와 양화가 연못 속에서 산군에게 예를 표하고는 제 새끼들을 보이며 기쁘게 참방거렸다.
산군은 제 부모 옆에서 활기차게 헤엄치는 새끼들을 보다가 이름을 지어 주길 바란다는 언질을 듣고는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
“명일, 명이, 명삼, 명사, 명오, 명육, 명칠이 좋겠다.”
-산군, 그건 너무….
하지만 명화와 양화는 기뻐하며 연신 몸을 뒤틀며 연못을 빙글빙글 돌았다.
-기뻐하잖냐.
원래 이 시대에 자식이 많으면 이름들이야 대개 이런 식이니 문제될 것 없었다.
그 뒤, 담소를 나누다 산군은 품에서 단약 두개를 꺼내 명화와 양화에게 나눠줬다.
그것은 예전에 그가 훔쳐낸 도봉환으로 영화에 이르는데 도움이 되는 상승 선단이었다.
[이 귀한 것을….]“받아라. 내 능력이 출중해 이것쯤은 쉬이 구할 수 있으니.”
한사코 거절하는 이들에게 으름장을 놓고 방을 나온 산군은 곧장 빈방으로 향했다.
만년동자삼인 만삼이를 꺼내고, 희귀한 영초들과 약재들을 꺼내 약재방으로 만들었다.
만삼이가 있는 것만으로 영초들은 활기를 띄고 빠르게 성장할 테니 걱정이 없었다. 만삼에게도 도봉환 한 알을 마저 준 뒤, 다른 방으로 가 복충들을 풀어놓고 품에서 금장지태를 꺼냈다.
“어쩔까.”
한번 먹어 영화 후경에 올랐다.
한 번 더 먹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운이 좋으면 영결을 맺을 수도 있을지 몰랐다.
하지만 산군은 고개를 저었다.
이미 한번 취한 영약이니, 약성이 익숙해져 진수명화하기에는 조금 부족할 것이다.
그러니 취하지 않고 금명지령이 알려준 비보를 찾는 게 더 나을 터.
또, 금장지주를 키워낸다면, 금장사를 구할 수도 있을지 몰랐다.
금장사를 제련한다면 웬만한 공격에는 끄떡도 하지 않는 보패가 될 터.
후에는 본선법패에 첨가해 강도를 강하게 만들 수도 있으니 얻어놓아 나쁠 게 없었다.
‘근데 모른단 말이지.’
하지만 가장 중요한 부화 방법을 모르니 답답하기만 했다.
방법만 알면 금장지주를 부화시켜 복충으로 키워볼 텐데 말이다.
소설 속에서는 유정의 상황이 급박해 꿀꺽 삼켜버렸기에 금장지주를 부화시키는 법은 산군도 몰랐다.
어째야 하나 잠시 고민하고 있을 때.
샥샥!
복충 한마리가 잽싸게 튀어나와 금장지태를 물어갔다.
“엇! 이 미친놈이!”
-아!
복층은 금빛의 이끼를 순식간에 값아먹고 몸을 배배 꼬았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산군은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어정쩡한 자세로 멍하니 서 있을 뿐이었다.
“허….”
닭 쫓던 개 신세가 이러할까.
허망하기 그지없었다.
‘사월제항으로 복제하지도 못하겠구나….’
사월제항은 보름달이 뜬 날에만 사용할 수 있다. 아직 보름이 뜨지 않아 더 복제하지 못했기에 아쉬움이 더 클 수밖에 없었다.
산군은 얼굴을 붉히며 이놈을 어찌 죽여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이변이 일어났다.
지네 복충은 열두 마리가 있었는데 갑자기 금장지태를 먹은 복충을 다른 복충들이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뭐야 이놈들.”
산군은 화내려던 것도 잊고 그들의 동족상잔(同族相)을 지켜봤다.
-말려야 하는 게 아닙니까?
확실히.
어째서 갑자기 저러는지 명확하지 않으나 금장지태 때문인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한 마리가 남을 때까지 저리 싸울 텐데, 그러면 산군은 복충이 하나뿐이 남지 않으니 좋을 게 없었다.
“잠시 지켜보시지요.”
“지켜보라고?”
어느새 다가온 홍연이 그 모습을 흥미롭게 지켜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만보 시대에도 이름 높던 영충입니다. 용케도 구하셨군요.”
“홍연. 그대는 저 영충의 이름을 아는가?”
홍연이라면 꽤 오랜 세월을 살아왔을 테니 저 영충을 아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
“예, 탐화오공(貪禍蜈松)이라는 이름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