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ll of the Spear RAW novel - Chapter (421)
낭선기환담-420화(421/600)
낭선기환담 – 2부 130화
“준비는 다 되셨습니까.”
평소와는 달리 전신에 무장을 갖춘 현무종 종주 묵계레의 곁에는 삼대 종파의 종주 철심과 무멸 또한 함께였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 했습니다. 게다가 천가놈이 이런 글귀로 저희를 먼저 도발하지 않았습니까. 이제는 가만히 둘 이유가 없지요! 그놈 때문에 제 아들은 세상 밖으로 나오지도 못하게 되지 않았습니까!”
그가 보낸 서찰을 펼친 무멸은 다시 보아도 기가 차는지 이내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천범의 서찰에는 그들을 상황을 조롱하듯 정중지와라 적혀 있었다.
[井中之蛙]정중지와.
우물 안 개구리라는 뜻이었다.
“뻔합니다. 놈도 알고 있는 게지요.”
자신들이 선궁과 사이가 그리 좋지 않다는 사실을!
“그러니 선궁의 수선들이 당도한 날에 맞춰 이런 같잖은 도발을 하는 셈이 아닙니까.”
“똑똑하다 생각했거늘, 참으로 어리석은 자였소. 우리가 선궁이 무서워 아무 것도 하지 못할 거라 여겼다니.”
삼대 종주의 뒤에는 삼대종파의 제자들이 잔뜩 무장을 마치고 있었다.
그 수가 일만에 달하니.
전쟁을 치러도 좋을 정도였다.
기세등등한 제자들의 모습에 삼대 종주들의 얼굴에 희색이 돋았다.
“들어라!! 우리에게 시간이 별로 없음은 모두 잘 알고 있을 터! 하여 우리는 속전속결. 창처럼 깊숙하게 적진을 찔러야 한다! 하여 악곡종의 창진을 펼칠 것이니 대열을 이탈하면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악곡종의 창진!
“악곡종의 일심경창(一心經槍)의 창진(槍陣)이라면 계월선은 단번에 뚫어내고 놈이 숨어 있는 위치까지 한 번에 들어가 쥐새끼처럼 숨어 있는 놈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오.”
이내 철 종주가 입을 달싹이며 창을 드높이자 뒤의 제자들 또한 그를 따라서 구결을 외우기 시작 한다.
이내 무형의 기운이 휘몰아치며 그들을 한데 감싸니, 길게 늘어선 대열이 하나의 창처럼 변모한다.
그와 동시에 철 종주가 창을 크게 휘두르며 발을 구른다.
그러자 하나의 창처럼 변한 대열이 순간 일심동체가 되어 현무성 바깥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일만의 대군이 하나의 창으로 변모하여 날아가니 기세는 두말할 것도 없이 천지를 가를 정도였고, 그 선두에 선 창날은 현무의 등껍질이라도 꿰뚫을 정도였다.
“금방이군! 대열을 흐트러트리지 말라! 돌격이다!”
순식간에 일심경창의 창진으로 날아간 삼대종파의 대군이 현무성 외곽의 계월선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동시에 계월선의 결계가 펼쳐졌으나 일심경창을 펼친 창진으로 창처럼 변한 대군은 단숨에 계월선의 결계를 부수고 찔러 들어갔다.
콰아앙!!
선두에 선 종주들은 계월선을 부숨과 동시에 천범이 있을 선실로 달려나갔다.
이전에 딸을 찾는다 소동을 부렸기에 구조는 정확히 알고 있었다.
단숨에 천범이 있을 선실의 대문을 찾아 박살내고 들어가니.
“…비었잖아?”
선실 내부는 텅 비어 있었다.
당시, 언뜻 보았을 때 거대한 산과 초목이 자리하여 있었는데, 지금은 그저 휑한 방안과 침상 뿐이다.
어찌된 일인지 어안이 벙벙한 무 종주와 철 종주는 묵 종주를 보았다.
“이게 어찌된 일이오! 분명 이곳에 숨어 있을 거라 하지 않았소!”
“이상하군요. 분명 이곳 말고는 마땅히 숨어 있을 데가 없을 터인데….”
뭔가 이상하다.
“계월선이 부서졌는데도 개미새끼 한 마리 없군. 설마 계월선을 버리고 벌써 도망갔다는 건가?”
“그럴 리가. 놈들은 계월선이 없다면 수계로 돌아가지 못할 터. 한데 어찌 버리고 간단 말이오.”
그때였다.
크악!
밖이 소란스러워졌다.
종주들이 흠칫 놀라 곧장 밖으로 나가보니 그곳에는.
“역시 천 사신의 말이 맞았군! 현무성의 삼대종파 종주라는 것들이 감히 선궁을 배반하고 수계의 사신을 사사로운 목적으로 위해를 가하려 하다니 필시 엄벌로 다스려야 할 지어다!”
바깥은 선궁의 수선들과 함께 있는 문무선들이 삼대종파 제자들을 포위하고 있었다.
모두 천범의 계략이었다.
같잖은 서찰을 보낼 때부터 함정이지 않을까 생각은 했다.
허나 그럼에도 달려온 것이 바로 삼대 종파의 뜻이다.
“…놈의 수에 걸려들었습니다.”
“함정일 거라 예상은 했소.”
선실이 비워져 있을 때부터 예상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상황은 변했으나 달라지지 않은 게 있다면 선궁과 자신들의 입장이리라.
“묵 종주 어찌하시겠소.”
철 종주가 묻자 묵계례는 말없이 고개를 주억였다.
저들이 자신들을 포위하고 있다지만 그 수가 많지는 않다.
선궁에서 수계의 사신을 호위하며 함께 온 수선의 숫자는 대략 오천.
현, 일만의 제자들과 함께 하는 자신들과 비교해 숫자로 보나 질적으로 보나 꿀릴 것이 하등 없다.
어차피 이리 된 이상.
“달라질 건 없겠지요.”
삼대종파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놈의 화정을 쟁취해 절명신목을 개화시켜 현무성의 독립을 이루는 것!
“목전을 앞에 둔 이상, 피를 보는 것을 두려워하여 어찌 대업을 이루고 대도를 이룰 수 있을까!”
“말 한 번 잘하셨소! 그래야 현무성의 주인이라 불리는 현무종주이지!”
결사의 각오를 다지고 싸운다면 필시 승리할 수 있을 터.
“현무성의 영원을 위하여.”
묵 종주가 외치자.
“현무성의 영원을 위하여!”
다른 종주들이 외치고.
“현무성의 영원을 위하여!!”
제자들이 각자의 법기를 치켜들며 재창한다.
쿵! 쿵! 쿵! 쿵!
발을 구르며 창을 치켜들고 기세를 드러내니 일만에 달하는 숫자에 선궁 수선들이 주춤거린다.
“정녕 피를 보겠다 이 말이오!”
선궁의 대표로 온 향선이 역성을 냈으나 그들의 의지는 확고했다.
피가 고이고 고여 강이 되고 바다가 된다 하더라도 의지를 꺾을 생각이 전무해 보였다.
그런 기백이 보였다.
“할 수 없군.”
이내 선궁의 병사들이 법기를 치켜들고 한 발 앞으로 내디딘다.
포위되어 있는 삼대종파의 제자들은 그럼에도 물러섬이 없다.
이내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대치가 이어졌고, 새벽녘의 푸르스름이 내려앉아 산 넘어 동이 틀 무렵으로 이어져 그림자가 생기던 찰나.
후웅!
돌연 어디선가 기묘한 바람과 울림이 그들을 휩쓸었다.
“이건….”
뭔가 이상함을 느낀 건 현무종 종주 묵계례였다.
평범한 바람이 아니다.
해까지 뜨던 찰나에 돌연 하늘이 어두워지고 별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구름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어두운 별빛이 하늘을 덮었다.
현무성에서 풍기는 기묘한 기운은 파문처럼 퍼져 묵직하게 땅을 울리고 바람을 출렁거리게 만들었다.
“천겁…?”
“승선?”
묵 종주와 철 종주가 동시에 의아해하며 중얼거렸다.
묵 종주는 누군가 천겁을 받는 것이라 느꼈는데, 철 종주는 승선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서로의 중얼거림을 듣고 나니 천겁이기도 승선이기도 한 듯하다.
그때 어두워진 하늘에서 거대한 천기의 파장이 퍼져 나왔다.
“역시 천겁이군.”
별빛이 눈부시게 반짝이고, 은하수가 하늘과 땅을 잇는 것처럼 길게 이어져 있다.
허나 그중 유달리 크고 반짝이는 성운의 빛이 기이하다.
검붉은 빛의 별.
그것이 천천히 떨어져 내렸다.
“설마!”
무 종주가 식겁하며 소리쳤다.
그러자 묵 종주도 검붉은 별이 무엇인지 떠올랐는지 아미를 팍 좁혔다.
“천살성!”
천살성!
검붉은 빛이며 농후한 살기를 띠고 있는 천기를 보니 분명하다.
“이런 때에 천살성이라니… 혼계에 또다시 이런 흉재가 겹치는군.”
천살성이 떨어진다는 말은 즉.
“위치는 악곡종이군. 허허, 대체 얼마나 많은 악행을 저질렀으면 천살성의 살겁을 받는단 말인가!”
누군가 받는 천겁은 바로 살겁.
선살전이 일어나는 이유와 직결된 바로 그 무시무시한 살겁이다.
살겁을 받는 자는 반드시 광증을 앓아 주변에 모든 것을 죽여야 한다는 하늘의 겁 중 하나다.
“게다가 저처럼 짙고 꺼리침한 살기를 내뿜는 천살성이라니….”
저 겁을 받는 자는 필시, 재앙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주변의 모든 것을 파괴하고 살육을 일삼게 되리라.
“묵 종주. 어찌하시겠소. 살겁을 받는 수선이 나왔으니 저희의 싸움을 잠시 뒤로 물러야하지 않겠소.”
그만큼 살겁은 위험하다.
살겁은 받은 자는 살선이 되어 초기에 봉인하지 않으면 두고두고 독이 되어 혼란을 야기할 것이니.
“……그렇게 하지요.”
살선.
그 단어가 의미하는 바는 분쟁을 저지할 정도로 막강했다.
“혼계에 또다시 살선이라니… 이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바. 필시 살선의 힘이 약한 초기에 봉인 하지 않는다면 다시 재앙을 초래하리라.”
선궁의 향선은 고개를 내저으며 다른 수선들과 날아올랐다.
살겁이 내려앉은 곳은 악곡종이 위치한 악곡산.
“저희도 갑시다.”
-방심은 금물이요.
종주들도 고개를 무겁게 떨구며 날아올라 이동하기 시작한다.
가보니 악곡산에는 이미 많은 수선들이 몰려와 있었다.
악곡종 제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어찌된 일이냐! 대체 누가 살겁을 받고 있는 게야!”
“저희도 잘 모르겠습니다. 겁을 받을 예정이었던 놈들은 아시다시피 현무성 밖으로 나가 겁을 치를 준비를 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는 철 종주의 아들 철남심이었다.
악곡종 내부에서도 누군가가 살겁을 받는 건지 모르겠다는 소리였다.
“그게 대체 무슨 말이냐! 다른 종파의 수선이 악곡산에 찾아와 살겁을 받기라도 한다는 말이지 않더냐!”
악곡산을 터로 잡은 악곡종이 모른다면 대체 누가 알까.
철 종주는 울화통이 치밀었으나 이내 참아내고 기운이 퍼져 나오는 곳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천지원기가 이리….”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선기가 가득했고 밀집되어 있어 대기 중에 알갱이처럼 떠올랐다.
이는 마치 승선의 영향으로 생기는 현상과도 흡사했다.
‘설마 살겁과 동시에 승선인가….’
허나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천겁을 받고 천기를 다스리려면 족히 천 년은 더 필요한 법인데 받자마자 승선을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정말 지독한 살기로군… 철 종주, 어서 서둘러야 합니다!”
“알고 있습니다!”
철 종주가 신식을 펼쳐 살기와 선력이 퍼져 나오는 곳을 알아보 고는 이내 식겁하고 놀랐다.
“이런!”
“왜 그러십니까.”
“천살의 기운이 신목에서….”
“뭐요!?”
화들짝 놀란 무멸과 묵계례가 황급히 둔광을 뿌리며 날아갔다.
이내 그들을 따라 선궁의 향선들도 따라나섰고, 철 종주와 그의 아들 철남심도 쫓았다.
잠시 후.
악곡종 내부에 들어선 이들은 거대한 공동에 다다랐는데, 그곳에서 천살의 기운이 엄청나게 짙어 상선들은 다리 힘이 풀리는 듯 덜덜 떨었고, 심지가 미약한 자들은 돌연 비명을 내지르며 달아나 버렸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공동 안은 긴장감이 흐르기 시작했는데, 종주들은 대체 무슨 일인지 알 길이 어려워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중이었다. 자신들의 대업이라 부를 수 있는 절명신목이 있는 곳에서 천살의 기운이 제일 강하게 느껴지고 선력이 집중되고 있으니 미치고 팔짝 뛸 거 같았다.
절명신목이 잘못되기라도 했다가는 일만에 가까운 시간 동안 고생한 것이 죄다 물거품이 될 것이니 말이다.
“이건 대체 무슨 나무….”
선궁의 향선이 무어라 하려는 순간.
드드득, 쿵.
절명신목의 주홍빛 열매 하나가 바닥으로 쿵 떨어졌다.
“헛.”
그러자 떨어진 열매를 찢고 괴물의 모습을 한 무언가가 나타났다.
“오오!”
“수호신!!”
쿵, 쿵, 쿵, 쿵, 쿵!
하나가 떨어지자 순차적으로 열매들이 떨어지며 안에서 인간의 형상을 닮은 기괴한 것들이 태어났다.
단숨에 수십 마리가 나타나 기괴한 울음소리를 내며 괴성을 내지른다.
허나 그것도 잠시.
괴물들은 이내 형태가 붕괴되며 바닥에 떨어진 점토처럼 무너져 내렸다.
그와 동시에 쩌적!
쩌저적!
무언가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절명신목이 쩍! 갈라져 불타오른다.
“아아…!”
안타까움에 나오는 탄성과 함께 갈라진 나무의 금색 화염 속에서 흑색 갑주를 입은 사내가 나타났다.
“네, 네놈…!!”
흑색의 갑주를 입은 사내가 눈을 뜨자 붉은 적안이 불길하게 글거렸고 진득한 살기가 그의 머리 위로 흉악한 짐승의 형태를 이루었다.
“어, 어서 봉인해야 하오!”
“저 붉은 눈은 살선임을 증명하는 것이니 어서 봉하거나 죽여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때였다.
휙, 하고 바람 소리가 들렸다 싶었을 때. 퍽!
“컥!”
소리치던 철 종주가 날이 두 개인 창을 맞아 석벽에 처박혔다. 철 종주는 창에 꽂힌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죽었다…?’
일격에 죽었다.
“아, 아버지!!”
철남심이 기겁하여 다가가려 했으나 종주의 몸에 꽂혀 있는 창에서 자색의 뇌전이 주변을 초토화시킨다.
콰가가가강!!
“독기!”
“흡!”
창에서 벼락이 날뛰자 뭉게뭉게 흙먼지가 피어오른다.
“놈! 놈을 봉인하시오! 그렇지 않으면 혼계에 혼란이…!”
콰직!
“크아악!!”
“사, 살려… 카아악!!”
선궁의 향선들은 물론, 종파의 장로들까지 시야가 가리어지자 비명만이 피어오른다.
이내 흙먼지가 가라앉고 보이는 것은 잔혹하게 찢겨져 있는 수선들의 잔해와 그 피를 뒤집어 쓴 살선.
천범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