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ll of the Spear RAW novel - Chapter (469)
낭선기환담-468화(469/600)
낭선기환담 – 2부 178화
“이게 무슨 일인지….”
“…공각춘을 많이도 오고갔으나 이런 적은 처음입니다. 어디서 갑자기 이런 많은 수의 지네들이.”
하 선자와 자 수선은 기함했다.
얌전히 진법을 펼쳐두고 사대충수에 쫓겨 올 천범을 기다렸는데, 기다리는 놈은 아니 오고 웬 지네들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무수히 많은 지네들이었다.
평범한 외관은 아니었는데 칠흑처럼 어두운 지네들이 무더기로 숲에서 쏟아져 나왔고, 그들이 뿜어내는 독기로 인해 숲이 썩어가고 있었다.
꾸으으으으!
털썩.
전신이 지네에 파묻힌 충수 하나가 쓰러져 목숨을 달리했다.
전신에는 지네들이 자리했고 충수를 파먹고 이내는 뼈까지 녹여 버렸다.
“보통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우선… 지켜보는 쪽으로.”
휘릭.
촤악!
하 선자가 손날을 만들어 지네들에게 때려 넣었으나 순간일 뿐.
죽은 지네들은 소리없이 사라졌고 다시금 수많은 숫자가 쏟아졌다.
그때였다.
끄어어어어어!
거대 충수의 괴성이 들려왔다.
흠칫 놀라 하늘로 몸을 띄워보니.
“월야석수!!”
월야석수가 수많은 지네들에게 공격당하며 괴로워하고 있었다.
콰아아앙!
월야석수는 땅 속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지네들을 떨쳐내려 발버둥치고 있으나 한순간일 뿐.
수많은 지네들이 목숨을 도외시하고 달려드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게다가 지독한 독기를 뿜어내고 있어 발버둥 치면 칠수록 점차 독에 중독되어 움직임이 둔해졌다.
그 놀라운 현상에 하 선자는 형용하기 어려운 눈빛으로 지네들을 바라봤는데, 자신이 그토록 오랜 시간을 들여 준비해온 사대충수 중 하나를 저리 간단히 잡아버리고 있어 그 허탈감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듯 했다.
“하 선자. 어쩌면 되겠습니까.”
“선수를 빼앗겼지만 이대로 돌아갈 수는 없는 법, 아니겠습니까.”
하 선자는 황색 기운을 지네 한 마리에게 흩뿌렸다.
그러자 황색 기운이 지네를 옭아매어 그녀의 앞으로 가져왔는데, 그녀는 동시에 여러 법진을 만들어 이게 대체 무엇인지 관찰하기 시작했다.
“실체면서 실체는 아니군요. 어떠한 충수의 분신체입니다….”
“분신체요? 지금 제 눈에 보이는 것만 해도 수만, 아니 수억에 달하는 지네들이 보입니다.”
실상 말이 안 되는 숫자다.
“허나 이것이 흘러나온 장소가 대흉목이 있는 곳입니다.”
“충수왕을 말하시는 겁니까.”
“추측할 뿐이지요.”
“허나 충수왕은 지네가 아니잖습니까. 분명 민달팽이의 모습으로 모든 신통을 흡수하여 제멋대로 부리고 죽여도 죽여지지 않는….”
“그렇지요. 혼돈에서 태어난 무엇인지 아니면 하늘에 닿은 존재의 장난인지 모를 녀석이었지요.”
허나 충수왕이 어쩌고 하는 게 중요한 상황이 아니라 공각춘을 가득 메우려고 하는 지네의 실체이다.
“그 동안의 노고가 수포로 돌아가기 전에 뭐라도 해야겠어요. 이 지네에게 사대충수 전부를 빼앗기면 저희가 그동안 한 짓은 아무런 의미도 없게 되는 것이니!”
촤악.
지네를 터트린 하 선자는 이를 갈며 분노를 터트렸다.
“이왕 이렇게 됐다면 오히려 이놈들을 이용해야겠습니다.”
“알겠습니다!”
휘잉.
대기의 흐름이 뒤바뀐다.
하 선자와 자 수선은 동시에 수결을 맺어 진법을 펼치기 시작했다.
땅 밑에 그려진 진법이 삼색의 오묘한 빛을 자아냈고, 땅 위에 있는 지네들의 움직임이 둔해지는가 싶더니 서서히 굳어가기 시작했다.
이내 딱딱한 돌로 변한 지네들이 마치 전염병 퍼지듯 서서히 퍼져 갔다.
숲을 모두 썩어들게 만들고 충수들을 집어삼키던 지네들이 돌로 변하자 까맣던 숲이 마치 회색으로 변모하는 것 같았다.
“효과가 있군요!”
“아직입니다.”
수결을 맺은 자세 그대로 진법에 기운을 불어넣는 하 선자는 월야석수를 보며 눈을 빛냈다.
놈이 있는 곳도 진법의 영향이 닿기 시작했는지 서서히 움직임이 둔해지고 석화되기 시작했다.
쿠우우우웅.
월야석수에 붙은 지네들이 떨어지자 그제야 힘이 빠진 사대충수의 거체가 쓰러져 내렸다.
“지금입니다.”
자 수선이 목갑에서 작은 검 모양으로 조각된 옥을 하나하나 튕겨냈다.
총 열두 개의 옥검 조각을 튕겨내자 옥검 조각은 이내 자 수선의 붕마기를 흡수하고 흉흉한 마검으로 바뀌어 월야석수의 몸으로 떨어져 내렸다.
쿵! 쿵쿵쿵쿵!!
총 열두 개의 검이 몸 곳곳에 박히자 자 수선은 곧장 입을 달싹이기 시작했는데, 마검들이 서로 공명하여 진득한 검은 불이 검 끝으로부터 타오르기 시작했다.
끄어어어어어어!!
월야석수는 고통스러운지 괴성을 내질렀고 놈의 몸에서 푸른 피가 줄줄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월야수!”
흘러나오는 월야수를 보자 자 수선의 얼굴에 희색이 돌았다.
월운지기가 가득 담긴 저것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무궁무진하니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다.
“자 수선! 놈을 죽이면 안 됩니다!”
“알고 있습니다. 설마 제가 그걸 잊었을까요!”
그들의 목적은 월야석수를 사로잡아 복명하게 하는 것.
그로 인해 평생토록 월야수를 얻어 낼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달의 기운을 받아 성장하는 충수는 굉장히 희귀하여 좀처럼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월야석수를 사로잡기만 해도 평생 돈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을 정도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하 선자는 고개를 주억이며 진법을 더 운용해 지네들이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였고, 자 수선은 월야석수의 몸에 꽂힌 마검을 공명시켜 서서히 놈의 이성을 마비시켰다.
‘조금만 더 하면 되겠어.’
이제 조금만 더 술법을 이어가면 월야석수는 완전히 굴복할 것이었다.
쉬이이이익!
푸욱!
“헛!!”
돌연 어디선가 나타난 대도가 빛살처럼 날아와 월야석수에게 꽂혔다.
꺼어어어어어어어어-
쿠우우웅!
단숨에 숨통이 끊어진 월야석수를 허망하게 바라본 하 선자와 자 수선은 대도가 날아온 방향을 보고는 크게 분노했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그곳에는 앞서 사대충수들을 유인하러 갔었던 천범이 서 있었다.
휘이잉.
천범이 던진 구환도, 나찰은 월야석수의 숨통을 끊고 귀무를 뿜어내 단숨에 일대를 뒤덮었다.
새까만 귀무가 사방에 자리하자 분노하여 이성을 잃을 뻔한 자 수선과 하 선자도 흥분을 가라앉혔다.
“유 수선! 이게 무슨 짓입니까! 어딘가 사라져 나타나지 않더니 갑자기 저희가 길들이려는 월야석수를 죽이고 모습을 감추시다니요!”
“맞습니다. 허나 이미 죽어버린 것은 어쩔 수 없으니 월야석수의 소재를 갈라 나누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허나 들려오는 목소리는 음산한 웃음소리뿐이라 두 마선의 눈가가 서서히 좁혀졌다.
짤랑, 짤랑.
청아한 쇳소리가 불길하게 들려와 천천히 그들을 압박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칠흑.
들려오는 건 짤랑거리는 쇳소리.
그것이 일정하게 들려오자 묘한 긴장감을 조성했다.
하 선자는 품에서 노란 구슬들을 하나하나 바닥에 떨어뜨렸다.
“대체 저희에게 왜 이러시는 겁니까. 저희가 짐승도 아닌데, 뭔가 오해를 했다면 말로 풀면 될 일이지 이렇게 적의를 내비추실 필요가 있는지 저는 통 모르겠어요.”
도통 모르겠다는 듯 심란한 기색을 드러내며 말한다.
[모르는 척 한다 하여 제 마음이 변할 일은 없을 듯합니다.]귀무 속에서 천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 선자는 자 수선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 수선은 조용히 입을 달싹이며 손을 숨기며 수결을 맺었다.
위치를 특정하기 위함이었다.
“무슨 소리신지요!”
[날 미끼로 쓰지 않았습니까.]“오해입니다! 미끼로 쓰다니 제가 대체 왜 그런 짓을 한단 말입니까! 위험한 충수들이 도사리는 공각춘에서 어찌 같은 수선에게 검을 들이대겠어요. 그럴 이유가 하등 없습니다!”
[그렇습니까?]“그럼요!”
그리고는 말했다.
“서운해요! 전 유 수선과 제가 마음이 잘 맞는다 생각했는데, 그건 저 혼자만의 착각이었나 봅니다….”
부끄러운 듯한.
쑥스러움과 분함이 역력해 보이는, 사랑을 갈구하는 표정이었다.
하 선자의 외모가 퍽 나쁘지 않아 뭇 남성들은 순간이라도 혹할 표정과 말투였다.
“정말입니까.”
그가 귀무 속에서 홀연히 나타났다.
자신이 정말 오해를 했었나라는 표정을 한 천범의 모습에 하 선자는 더 없이 밝은 미소를 내보였다.
“제가 무엇 하러 그러겠습니까. 저희끼리 힘을 합쳐도 모자랍니다. 안 그래도 웬 이상한 지네가 공각춘을 독기로 물들이고 있지 않습니까. 자, 어서 이리로 오세요. 지금 저희가 이러고 있는 와중에도 공각춘은 독기로 물들고 있습니다. 뭔지는 몰라도 월야석수를 잡았으니 떠난다 하여 손해 볼 것은 없겠죠. 자.”
하 선자는 그를 향해 손을 뻗었다.
상기된 얼굴은 사랑에 빠져있는 여인의 그것과 같았다.
범은 천천히 한 발 한 발을 내밀어 그녀에게 향했다.
이내 하 선자와 손이 맞닿을 거리까지 다가왔을 때.
천범의 입꼬리가 씨익 올라갔다.
“오해가 아닌 거 같은데.”
촤악!!
“끄아아아아아아악!!”
“무슨…!!”
천범의 말이 끝나자마자 자 수선의 팔 한 짝이 잘려나갔다.
귀무 속에는 어느새 귀곡성이 울려 퍼지며 수많은 귀신들이 아귀처럼 달려들기 시작했다.
“죽여라.”
천범의 명령이 방아쇠가 되듯 귀신들이 마선들을 향해 쇄도했다.
“유저어어어어어어엉!!”
하 선자가 분노를 터트렸으나 천범은 가만히 미소 지을 뿐이었다.
“가라.”
범이 명하자 나찰이 모습을 드러내 귀신들을 조종했다.
그들을 하나하나 촉수로 변모시키거나 가시로 만들어 공격했다.
“죽여버리겠다!! 죽여버릴 것이야!!”
허나 하 선자는 만만한 마선이 아니었다.
“원신이었나.”
하 선자는 자 수선을 잡아 당겨 술법을 외우며 결계를 펼치더니 순식간에 그를 잡아먹어버렸다.
입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는 말이 맞으리라.
범은 아마도 자 수선이 그녀의 원신이었으리라 짐작했다.
크아아아!! 하 선자의 아름다운 용모가 마귀처럼 변하기 시작했다.
전신에서 노란 가시가 돋아나기 시작했고 이내 두 개의 머리와 네 개의 팔을 지닌 마귀로 변했다.
네 팔은 땅에 끌릴 만큼 길어졌고 전신에 가시가 돋아나 참으로 흉물스러운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천범의 눈이 찌푸려질 정도로 흉했는데, 허나 마귀로 변모한 그 힘은 확실히 강대했다.
콰아아앙!!
“네까짓 게 감히 향선 최고봉에 오른 날 죽일 수 있을 성 싶으냐!!”
마귀로 변한 하 선자가 네 팔을 휘두르니 나찰의 촉수들이 모두 부서져 나갔다. 들러붙는 귀신들은 그녀가 뿜어내는 황색 기운에 한 번 휩싸이면 돌로 변해 힘을 쓰지 못했다.
“오랜만에 제대로 싸워보겠군.”
강한 상대다.
향선 후긴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라는 듯 폭발적인 붕마기를 뿜어내는 그녀의 모습은 천범이라도 조금 긴장하게 만들었다.
육체적인 힘뿐만 아니라 신통력 또한 강해졌는지 귀무 속에서 황색 빛 기둥이 여러 개 치솟았다.
미리 흘려두었던 황색 구슬이 공간을 장악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러자 이변이 발생했다.
투드드득!!
귀신들이 석화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