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ll of the Spear RAW novel - Chapter (47)
낭선기환담-46화(47/600)
낭선기환담 – 46화
산군은 죽어나간 도선들과 그들의 공정강을 모았다.
그리고 그들이 이곳에서 발견한 보물들도 모두 자신이 챙겼다.
금긴은 별 욕심이 없는 듯 했다.
하지만 산군은 의심을 놓지 않았다.
자신이 챙겨도 때가 되어 죽이기만 하면 금긴이 갖게 될 테니 저리 행동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
이후.
깨어난 금은자매에게 사정을 설명하고는 약초를 먹였다.
응급처치이기는 하나 없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었다.
그녀들이 가부좌를 틀고 운기하는 동안 호법을 서며 생각을 정리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이해할 수 없는 일 투성이다.
다 죽어가는 얼굴로 가부좌를 틀고 있는 금은자매에게 조금 듣기는 했으나 그래도 의아한 점이 많았다.
‘금긴이 한수를 회유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요수가 될 것이라며 난리를 치지는 않았겠지.
다른 도사들을 데리고 온 것은 금긴에게 바치기 위해서라 하였으니까.
‘그럼 한수의 몸을 빼앗은 이는?’
한수는 제 사부가 일러준 비보를 찾았다고 했다. 사부의 친우가 있던 관 위에 보물들이 올려져있었으니 이 말은 사실일 것이다.
그 보물들 중, 망자의 혼이 깃들어 있던 것은 모르는 듯했지만.
-한수의 사부라는 작자가 그를 버림패로 사용한 것이 아닌지요.
-역시 그럴려나.
수월문이 관리하는 천요동.
그곳에 영명의 요수가 들이찼다.
하지만 그들은 여유가 없었다.
그리하여 사부는 한수를 보냈다.
자기 친우인지는 확실하지 않으나 한수의 몸을 빼앗은 도사가 요수들을 격멸해주고 나오기를 바랐던 것일지도.
정황상 그렇게 될 수도 있겠지만 이것은 어림짐작일 뿐이다.
어쩌면 그 사부라는 작자도 붓에 깃든 망령의 존재는 몰랐을 수도 있다.
-한수 하나로 일을 처리할 수 있으니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 식이었겠지요. 도계에서는 그런 일이 비일비재 하는 편입니다.
-도를 닦는이라고는 생각할 수도 없는 일들을 잘도 저지른단 말이지.
혀를 쯧쯧 찼으나 동정하진 않았다.
한수가 금은자매에게 행했던 일을 모르지 않으니 자업자득이라는 생각이 더 강했다.
‘욕심이 과하면 화를 부르는 법이지.’
이런저런 이해관계와 중상모략이 뒤섞였을 것이다.
산군의 등장으로 판이 뒤집어지니 사실을 알게되면 속이 뒤집어질 것이다. 그들이 원하던 보물과 신목 모두 그의 손에 있으니 말이다.
산군의 손에는 어느새 약병 3개와 붉은염주, 자색 호리병, 이름모를 붓이 쥐어져 있었다.
염주와 호리병은 보구의 근하는 물건들이었다.
산군은 기쁘게 그것을 품에 넣고 약병들을 살폈다.
약병 두 개는 그가 취해도 좋을 선단이 있었으나 옥주백단에 비해서는 효과가 적은 것이었다.
남은 약병 하나는 추령주라는 것으로 먹기만 하면 만독불침의 몸으로 만들어준다는 것이었다.
약효가 강해 지금 당장은 먹을 수 없었으나 기회만 되면 필히 마셔두는 게 이로우리라.
‘이건….’
이름모를 붓.
산군은 이것을 보며 미간을 좁혔다.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 모르겠군.’
영력을 불어 넣어봐도 변화가 없다.
이곳에 망령의 혼이 들어가 있었던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붓의 용도를 알아내고자 혼을 넣어보기엔 너무 위험했다.
무슨 일이 벌어질 줄 알고 그런 위험한 짓을 할까. 혹시라도 혼이 갇혀 버리게 될 수도 있지 않던가.
산군은 마음을 접고 모두 자신의 공정강에 집어 넣었다.
어부지리로 보물을 얻었다지만 그것에 기뻐하고 있을 때는 아니었다.
금긴이 지금은 자신을 살려두고 있지만 마음이 바뀌어 언제 죽을지 모르는 처지라는 것에 변함은 없다.
‘하지만 딱히 방도가….’
삼귀 때와는 다르다.
그는 어찌된 영문인지 영결의 경지를 지니고 있었고 다른 도선과 오육초학, 그리고 광령초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실로 천운이 닿아 가능했던 일.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금긴은 영명의 육사다.
보구가 손에 쥐어져 있다고는 하지만 이걸로는 한참 부족했다.
눈을 치켜뜨는 것으로 환계를 만들어 내는 금긴을 어찌 당해낼 수 있을까.
그렇다고 달아다는 게 가능할 리도 없고, 놈이 가만히 둘 리도 없다.
상황은 그야말로 최악.
‘홍연이 날 찾으러 오기만 한다면….’
방도가 생길 터.
홍연이 이곳에 들어왔는지 아닌지조차 알 수 없으나 높은 확률로 자신을 찾으러 왔을 가능성은 있다.
‘이상하게 내게 집착하는 놈이니.’
들어왔을 수도 있다.
만일 들어왔다면 필히 자신을 찾으러 온 것일 테니 시간을 끌기만 한다면 충분히 놈에게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실낱같은 희망이었으나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잡아봐야 했다.
“하- 공자! 감사합니다!”
금매가 눈을 뜨며 감사 인사를 했다.
은매 또한 금긴의 눈치를 보며 인사했는데 낯빛이 좋아보이진 않았다.
원기를 돋울 약초를 먹었다지만 그녀들이 흘린 정혈이 적지 않다.
몇 달은 정양해야 할 것이다.
“괜찮나.”
“예. 상황이 상황이니까요.”
고개를 주억이자 금긴이 그녀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됐으면 가지. 갈길이 바쁘네.”
“예. 그러시지요.”
산군은 그녀들을 부축해주며 금긴의 뒤를 쫓았다.
-공자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말하시게.
은매가 금긴 몰래 전음을 보냈다.
-겨우 살아난 상황이기는 하나 영 좋지 못한 듯합니다. 제가 이해한 것이 맞는지요.
전음으로는 말도 더듬지 않고 의외로 당당하게 말하고 있었다.
-맞네. 저 자는 십해만척에 속해있는 금긴이라는 영명 육사지. 지금은 어째선지 날 백귀야행에 데려간다 살려놓고는 있으나 언제 내 숨통을 조일지 모르지.
-그렇군요.
은매는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
-저희는 만변각귀의 혼아로서 특히 환진에 관련된 것에 민감합니다.
뜬금없는 소리였으나 산군은 묵묵히 경청했다.
-금매는 환진의 기운과 그 변화에 민감하고 저는 그 속에 녹아든 발자취에 민감하지요.
-발자취?
-예. 그래서 말씀 드리옵건대…. 공자님은 혹시 일행이 있으셨습니까?
일행이라 하면 누구겠는가.
-환진을 비틀었을 때 강대한 기운 하나와 저희와 비슷한 기운 하나를 감지했습니다.
강대한 기운!
산군은 말없이 입꼬리를 올렸다.
* * *
그 시각.
홍연 또한 천요동을 헤매고 있었다.
까망호리와 손을 꼭 붙잡고 있었는데, 별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고 잠시만 눈을 떼도 미아가 될 것 같아서였다.
“가만히 좀 있으십시오.”
“내가 어린애인 줄 아느냐!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으니 내 몸 하나 정도는 건사할 수 있다!”
홍연은 그저 말없이 째려봤다.
“…산군이 걱정이니 이번만은 네 말에 따르마. 정말이다! 어찌 주인된 자로서 겁을 집어먹겠느냐!”
당차게 말하는 듯 했으나 째려보니 겁먹은 듯 했다. 홍연은 작게 한숨 쉬고는 까망호리를 이끌며 걸었다.
그때 돌연 영수 하나가 마주쳤다.
거대한 원숭이로 영결의 수행을 지니고 너저분한 천 쪼가리를 걸치고 있는 놈이었다.
“도사 놈들이구나! 내 네놈들을 잡아…. 컥!”
말을 끝내기도 전 빛이 번뜩이더니 원숭이 영수의 목이 잘려 바닥에 툭 떨어졌다.
“우왁! 깜짝이야!”
까망호리가 호들갑떨든 말든 홍연은 아미를 좁히고 수결을 맺었다.
곧장 놈의 몸에서 흰 빛덩이 하나를 꺼냈는데 원숭이의 외형을 지닌 영각.
놈의 혼이었다.
[나, 놔…. 으, 으아악!!]영각을 휘어잡은 그녀는 손가락에서 붉은 전류가 튀며 영각에게 쏘았다.
무척이나 괴롭다는 듯 형체가 일그러지고 비명이 쩌렁쩌렁 울렸다.
홍연은 그의 혼을 고문하며 다소 많은 정보를 캐냈다.
잠시 뒤, 영각을 소멸시킨 그녀는 돌연 온몸에서 붉은 전류를 발산했다.
그녀의 적뢰는 커다란 우렛소리를 자아내며 그 기세를 높여갔다.
그 강대한 기운에 까망호리는 화들짝 놀라며 소리쳤다.
“왜, 왜 그러느냐!”
“이곳에 영명 육사(六使)가 있다더군요. 산군이 위험하니 어쩔 수 없지요.”
사방으로 우렛소리를 터트리던 그녀는 동굴을 쩌렁쩌렁 울리며 두 손을 모아 한 번에 터트렸다.
쿠우웅! 쾅!
천요동의 동굴이 여기저기 무너져 내리며 환진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강력한 신통에 이리저리 얽히고설킨 환진이 꿰뚫린 것이다.
가히 천재지변이나 다름이 없었다.
홍연은 즉시 까망호리를 붙잡고 지면을 박차 붉은 빛줄기로 화했다.
한줄기 낙뢰와도 같았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천요동을 헤집고 돌아다니기 시작한 홍연은 적뢰를 아낌없이 뿌려대며 이동했다.
쿠르릉 화가가가강!!
“우악! 우아아아악! 빠, 빠르지 않더냐! 너무 빨라 홍연!”
“좀 참으십시오!”
* * *
카과가강!
“!”
뜬금없이 천요동이 진동했다.
금긴은 물론이고, 산군과 금은자매까지 흠칫하며 사방을 살폈다.
하지만 환진으로 신식이 제한되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금긴은 심상치 않은 조짐을 발견한 듯 안색이 좋지 못했다.
“설마…. 이 정도라면 필시….”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던 금긴은 품에서 보자기 하나를 꺼냈다.
자색의 보자기는 만보 시대 문자들이 촘촘히 수놓아져 있었는데, 허공에 홀로 펼쳐져 둥둥 떠다녔다.
‘둔보(遁寶)!’
고계 도사나 육사들이 사용한다는 비행 보패, 둔보였다.
“타라!”
갑자기 심각한 낯으로 소리치자 움찔하며 보자기에 올라탔다.
산군과 금은자매가 올라타자, 금긴도 곧장 올라타 수결을 맺고 주술을 읊었다. 보자기에서 자색의 호신막이 펼쳐지며 쏜살같이 날아가기 시작했다.
‘빠르다….’
보자기 형태라 그리 속도가 안 나지 않을까 했는데 생각보다 빨랐다.
금긴은 연신 주술을 읊으며 여덟 개의 눈을 전부 치켜뜨며 환진 속을 종횡무진했다.
“갑자기 왜 그러십니까.”
“모르긴 몰라도 천요동에 태선의 경지를 지닌 이가 들어온 듯하다! 결국, 날 잡으러 직접 납신 모양이야!”
금긴의 음성은 무척이나 떨렸다.
영명의 경지를 지녔다 해도 영겁과 동급인 태선이 찾아왔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금긴이 도선들을 손쉽게 도륙한 것처럼, 태선이 나타났다면 그도 고양이 앞에 생쥐 꼴이었다.
태선이 나타난다면 금긴 정도는 손쉽게 죽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와는 다르게 산군의 낯에는 희색이 돌고 있었다.
앞서 말했던 은매의 말이 정말 사실이었던 모양이다.
태선과 동급의 경지라니.
제대로 된 경지를 알지 못했던 산군도 놀랄 정도였으나 나쁠 게 없다.
‘하기사 적뢰주랑이니 그 정도 경지일 거라 생각은 했었지.’
심각한 낯으로 비행 보패를 조종하는 금긴을 보며 그는 입꼬리를 올렸다.
‘상황이 달라졌으니 나 또한 행동을 달리해야 할 때다.’
비릿한 미소와 함께 산군의 심장이 빠르게 뛰어 올랐다.
영명의 품에는 어떤 보물이 있을지 궁금해지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