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ll of the Spear RAW novel - Chapter (470)
낭선기환담-469화(470/600)
낭선기환담 – 2부 179화
마귀의 머리는 두 개.
그 중 사내의 것을 하고 있는 놈의 입에서는 끊임없이 황색의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것은 모든 것을 돌로 만들어버리는 신통이었는데, 형태가 이루어지지 않은 귀신들까지 석화시키니 천범은 섣불리 가까이 갈 수 없었다.
‘용마골의 황씨 세가의 신통과 매우 흡사하군.’
허나 신통의 위력은 가히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격이 높았다.
천범은 하는 수 없이 손을 펼쳐 구환도, 나찰을 거두어들였다.
그러자 흩어져 있던 귀신들과 함께 나찰의 신형이 연기로 사라지며 천범의 손에 모여 하나의 도로 화했다.
대도의 모습은 사라졌고 얄상한 검 붉은 도가 손에 들렸다.
“반반하게 생겨 제법 귀여워해주려 했더니 감히 네까짓 게 검을 들이밀어? 돌로 만들어 씹어 먹어주마!”
전신으로 석화의 기운을 흩뿌리는 마귀의 공격에 천범은 팔을 들어 현각불괴로 그것을 막아냈다.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 성 싶으냐! 일 년? 십 년? 백 년? 천 년이 지나도 결국엔 피하기 급급할 테지!!”
승기를 잡았다 생각했는지 신이 나 떠들어댄다.
확실히 틀린 말은 아니다.
현각불괴로 막아내고 있으나, 그마저도 돌로 변해가고 있다.
뾰족한 수가 없는 건 틀림이 없으니 시간을 끌어도 어찌해야 할지 딱히 방도가 나오지 않는다.
쾅! 쾅! 콰앙!!
생각할 틈을 주지 않으려는 듯 네 개의 팔로 쉼 없이 몰아친다.
한 팔에는 거대 망치를, 다른 팔에는 검과 창을 들어 맹렬히 공격했다.
쩌적, 쩌저적 콰앙!
현각불괴가 부서졌다.
천범은 급히 축지하여 귀무 속으로 스며들었다.
그가 귀무 속으로 사라지자마자.
하 선자는 팔에 돋아난 자신의 털을 한 웅큼 뽑아 흩뿌렸다.
그러자 털은 작은 마귀들로 변해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녀의 분신이었다.
잠시 후.
우두커니 서 있던 하 선자의 머리가 돌연 돌아가더니, 시선이 향한 곳으로 냅다 검을 내던졌다.
카앙!
귀무 속에서 천범이 서늘한 표정으로 그녀의 검을 내쳤다.
“흥, 숨어 있을 수 있을 성 싶더냐. 네게 벽이란 게 무엇인지 알려주어야겠구나. 같은 향선이라도 그 급이 다름을 알아야 까불지 않지!”
“하 선자께서는 싸움을 말로 하시나 봅니다.”
“그 혓바닥을 도려내주마.”
휘익!
휙!
한순간에 사라진 하 선자와 천범이 귀무 속 허공에서 순간순간 모습을 드러내며 서로의 검을 맞부딪쳤다.
콰아아앙! 쾅!!
천둥이라도 쳐대는 듯 요란한 소리가 연이어 터져 나오고 둘의 싸움에 공각춘의 일대에는 천둥 벼락이 쳐 대는 듯한 굉음이 낭자했다.
“큭!”
“그게 향선 후기의 힘입니까?”
천범의 뒤에는 불구대천마의 흉상이 자리 잡아 있었다.
때문에 흉력을 사용할 수 있어 천범의 힘은 평소보다 수십 배 강해져 있었고 하 선자는 그 힘을 버티기 어려워했다.
구환도 나찰이 지닌 불구대천마의 흉력을 천범 또한 검으로 붙잡으면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허나 그것만으로 하 선자를 쓰러뜨리기는 불가능했다.
결정타를 먹이려고 하면 다른 머리에서 석화의 연기가 새어나왔고 그때마다 천범은 뒤로 물러서거나 등 뒤, 네 개의 날개로 청풍을 만들어 내 연기를 몰아내야만 했다.
촤악!
“캬아악!”
허나 몇 번의 부딪침 끝에 하 선자의 팔 한짝을 도려내는데 성공했다.
네 개의 팔 중 하나를 도려냈으나 하 선자는 수결을 맺고 주변을 석화 연기로 도배하고는 팔을 이어 붙였다.
‘법기의 위력은 내가 더 낫다.’
허나 저 석화 신통이 거슬렸다.
천범은 란을 꺼내 사방에 꽃잎을 만들어 깔아두고 오행육십사괘를 운용하여 전신을 금빛으로 물들였다.
그러자 하 선자 또한 심상치 않음을 감지하고 호리병 하나를 꺼내 뚜껑을 땄다. 호리병에서는 웬 자줏빛 해골이 튀어나왔는데 척 보기에도 심상치 않은 놈이었다.
해골은 순식간에 사백 장 가까이 크기가 불어났고 하 선자의 붕마기를 빨아들이듯 가져갔다.
게다가 석화 신통 또한 빨아들여 자신의 몸 위에 돌을 붙이기까지 하여 시뻘건 안광을 붉혔다.
‘저건 위험하다.’
천범의 직감이 경종을 울렸다.
즉시 쌍멸을 꺼내 투창하듯 집어 던졌다.
치지릭! 소리와 함께 사라지듯 쏘아진 쌍멸이 해골의 머리를 향했다.
쾅!
정확히 명중했으나 천범의 낯은 그리 좋지 못했다.
“나의 골령서왕에 작은 흠집을 낼 수 있다니… 네놈도 보통 놈은 아닌 듯하구나.”
“골령서왕?”
골령서왕은 맨 처음 자줏빛 해골이었던 것과 달리 돌로 된 갑주를 입고 있었다.
두개골에는 하나의 거대한 원뿔이 자리 잡았고 투구까지 쓰여 있었다.
한 손에는 방패와 도끼를 들고 있었는데 그 웅장한 자태는 천범도 감탄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하 선자가 골령서왕의 머릴 들어 붉었던 안광을 황색으로 바뀌어 진득한 석화의 신통을 흩뿌렸다.
[그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후우우우우우웅!!
세찬 바람이 휘몰아친다.
골령서왕이 터트린 기세에 귀무가 씻기듯 사라지고 다시금 탐화의 지네들로 뒤덮인 공각춘이 나타났다.
좋지 못한 징조였다.
탐화가 온전히 승선할 수 있도록 하 선자를 없애려 한 것인데, 이렇게 되면 여러모로 좋지 않다.
‘생각보다 강하다.’
솔직히 말해 향선 후기라 해도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안일하게 생각했던 자신을 반성해야만 했다.
그리고 인정해야 했다.
‘강해.’
향선 후기는 역시 만만히 볼 경지가 아니었다.
천범은 다시금 그것을 가슴 깊이 새기며 쌍멸을 불러들였다.
“쌍멸이 통하지 않은 건 처음인데.”
그때였다.
돌연 골령서왕이 사라졌다.
천범의 눈가가 가늘어지고 흠칫 뒤를 돌아보자 공간이 갈라졌다.
“흡!”
공간이 갈라지는 동시에 골령서왕의 도끼가 천범에게 쇄도했다.
천범은 나찰과 쌍멸을 들어 올려 놈의 도끼를 막아냈다.
콰아아아앙!!
경천동지할 굉음과 함께 천범의 신형이 땅바닥으로 처박혔다.
쿠쿠구구구구구구!!
“크으… 제길. 뭐야 저거.”
엄청난 힘이다.
막아낸 두 팔이 후들거리고 내장이 조금 상했는지 피가 솟구쳤다.
나찰과 쌍멸은 이상이 없었으나 방금의 공격으로 조금 흠집이 생겼다.
정말 어마어마한 괴뢰였다.
‘아니 저게 괴뢰가 맞나.’
의아할 따름이다.
허나 생각할 틈이 없다.
또 다시 공간이 갈라지며 골령서왕의 도끼가 천범을 내려찍었다.
콰아아아앙!!
지면이 폭발하듯 비산하고 모래폭풍이 거세게 몰아쳤다.
휙.
간발의 차로 축지한 천범이 한숨 돌리며 눈을 감았다가 떴다.
지이잉.
단번에 육문이 활성화된다.
“육괴지계.”
꾸우우우웅!!
하늘이 비틀린다.
풍경이 단숨에 녹아내리기 시작하고 공각춘의 하늘이 불타오른다.
지면에서는 불기둥이 치솟아 오르고 사방이 금색의 불길로 치닿았다.
[호오, 꽤 대단한 법목 신통이지만 골령서왕과 하나 된 지금의 내게는 하등 통하지 않는데 어쩔 것이냐?]범은 곧장 손아귀를 펼쳤다.
그의 손에는 금색으로 빛나는 연꽃이 들려 있었다.
“태화만등.”
촤아악.
어느새 사방에 금색 연꽃이 만연하게 피어올랐다.
이쪽을 봐도 저쪽을 봐도 금색 불꽃이 넘실거리더니 눈이 멀듯 밝은 빛을 뿜었다.
그 속에 골령서왕이 포효를 내지르며 도끼를 휘둘렀다.
허나 아무리 강대한 힘을 가졌다 한들 도끼로 불을 끄지는 못하노니.
“살을 태우고 뼈를 태우노라.”
끄아아아아아아!!
골령서왕의 괴성이 천범의 환계 속에서 절절히 울려 퍼졌다.
그 속에 숨어 있는 마귀 또한 고래고래 괴성을 질러댔다.
“아직이다.”
사방에 수놓아진 태화만등이 천천히 선회하자 강력한 열기가 만연하기 시작한다.
순식간에 살이 익어 녹아내릴 정도로 강렬한 화기.
골령서왕의 단단한 갑주 또한 천천히 녹아내리며 괴로움에 발버둥 친다.
[이놈!! 이런다 한들 날 꺾을 수 있을 성 싶으냐!!]“그건 두고 볼 일이지.”
천범이 냉소하고 한층 더 강렬한 열기를 뿜어내려 수결을 맺었다.
환계로 놈의 공간신통을 막아뒀다.
이 환계를 풀어내지 못하는 한, 골령서왕이 아까처럼 공간을 드나들지는 못할 터.
‘외통수다.’
단령금정의 육괴지계는 과거에 겪었던 고통을 끄집어내는 환술.
허나 그것만 지닌 신통은 아니다.
환계라는 것은 자신만의 공간.
즉, 영역이다.
그곳에서 공간 신통은 극히 뛰어난 수준이 아니고서는 사용할 수 없다.
“허나 이것으로 네년을 꺾기란 조금 부족하겠지.”
촤라라라라라.
천범이 여러 법기들의 힘을 빌려 수결을 맺자, 태화만등의 꽃잎들이 한 점으로 몰려들었다.
이내 거대한 금색 연꽃이 만들어져 활짝 피어났다.
그곳에는 거대한 태양이 자리 잡아 떠오르고 있었다.
[뭣! 네놈이 어떻게 이런…!]“죽어라.”
태천외양신공의 강력한 힘에 의해 골령서왕이 서서히 이끌려졌다.
끌어당기는 힘이 너무도 강력했고 환계 자체를 잡아먹을 듯 타오르는 태양 안에 담긴 법칙을 거스를 수 없었다.
쿠와아아아아아아아앙!!
태양 속에서 허우적거린다.
빠져나오려 안간힘을 쓰지만 서서히 뼈가 녹고 불타오른다.
태양은 가만히 타오르지만 않는다.
주변의 모든 것을 집어삼킨다.
골령서왕도 마찬가지.
[크어어어어어어어!!]이내 골령서왕의 전신이 모조리 불타 없어지며 폭풍과도 같은 폭발과 함께 비산한다.
천범은 그제야 조금 마음을 놓고 거친 숨을 토했다.
최대치의 태천외양신공을 극성까지 부린 탓이다.
“이제 좀….”
그때였다.
천범의 곁으로 작은 실선이 스쳐지 나갔다. 범의 금안이 치켜떠졌다.
촤악!
“으윽…!”
범이 급하게 왼팔을 잡았다.
그의 팔뚝 아래로 금색의 핏물이 후두둑 떨어져 내렸다.
“네 실력에는 놀랄 노자다. 고작 향선 초기의 경지로 어찌 이런 대단한 술법들을 부리는지, 또 그 방대한 선력은 어디서 나오는지 대단히 궁금하다만… 호기심을 채우고 있을 때는 아니겠지.”
하 선자의 손에는 잘려나간 천범의 팔뚝이 잡혀져 있었다.
“여간 단단하여 팔 한 짝 뜯어내는 게 고작이라니. 다른 신선 놈이었다면 몸이 두 동강 났을 것이다.”
다시금 마귀의 모습으로 변한 하 선자는 천범의 팔을 한 입에 씹어 먹었다. 그녀의 몸도 완전치는 않았는데 어깨에 붙어있던 두 개의 머리는 하나가 되었고 팔도 세 개뿐이었다.
“한 수 배웠습니다.”
인생사 방심은 금물이라 했던가.
찰나의 방심으로 팔 한 짝을 떼어 줬으니 왜 아니 그럴까.
천범은 다시금 하나를 배웠다.
그리고 비소를 머금었다.
“허나 제 팔을 취한 것은 좋지 못한 선택이었습니다.”
“흥, 아무리 이곳이 네놈의 환계라 한들 방금의 신통으로 꽤 기운을 허비했을 터. 네 팔 한 짝에 담긴 피와 살로 나는 기력을 보충했으니 다시금 너와 나의 싸움은 반반….”
말을 이어나가려던 하 선자는 문득 자신의 몸을 내려다봤다.
몸에서 문득 엄청난 열이 치솟고 피부가 볼록볼록 솟아올랐다.
“제 피는 금혈지화. 피이며 화이니 그걸 취한 하 선자는 죽음을 면치 못할 겁니다.”
“!!”
하 선자는 급히 몸속을 관조했다.
기력을 취하려 먹은 놈의 팔뚝에 있던 피들이 살아 움직이듯 자신의 몸속을 활보하며 기혈을 태워버리고 있었다.
“이런!”
식겁한 그녀는 황급히 천범의 금혈지화를 방출하려 했다.
허나 그것을 가만히 두고 볼 천범이 아니었다.
“어딜.”
남은 한 손으로 수결을 맺자, 하 선자의 몸속에 퍼진 천범의 핏방울들이 모두 혈영난검의 묘리에 의해 칼날로 바뀌어 몸속을 난도질했다.
“끄아아아아아아악!!”
기혈 하나.
혈관 하나하나부터 찢겨지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으리라.
내부에서부터 갈가리 찢겨지며 금색의 칼날이 전신에서 솟아났다.
촤악!
“키야야아아아아아악!!”
비명을 내지른 하 선자는 금색으로 불타오른다.
“커어, 허어어억….”
서서히 천범을 향해 다가오던 그녀의 몸은 재가 되어 사라지고 혼은 나찰이 순식간에 집어삼켜버렸다.
“하….”
완전히 그녀가 죽어 사라지자 천범은 그제서야 긴장이 풀린 듯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팔뚝을 점혈하니 순식간에 피가 멎었다.
“이리 오거라.”
하 선자의 몸을 난도질하고 불태운 피를 거두어들였다.
허나 잘려나간 팔뚝은 다시 원 상태로 돌아오지 않았다.
“금혈은 더럽혀지지 않았으나 뼈와 살점은 탁기가 물들어 도리가 없군.”
천범은 자신이 방심한 결과이니 한동안은 이리 두자고 생각하며 하 선자의 공정강, 월야석수의 사체와 피를 챙겨 유유히 모습을 감췄다.
그 뒤, 공각춘의 일대는 온통 지네가 창궐했고 종종 이곳에 와 충수를 사냥하던 마선들의 발길이 끊어졌다.
그렇게 세월은 지나 사백 년이 흐르고 나서야 지네들은 모두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