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ll of the Spear RAW novel - Chapter (522)
낭선기환담-521화(522/600)
낭선기환담 – 2부 231화
조용히 천축의 전투를 감상하는 천범의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화신통보다는 뇌신통에 더 자질이 뛰어난 것 같군.’
천축은 금천지화보다는 불천불벽을 더 자주 사용했다.
화신통을 다루는 것보다 뇌신통을 다루는 게 더 능숙하기도 했다.
물론, 상선의 입장에서야 둘 모두 강력한 신통이니 같은 경지의 또래들 중에서는 아마 적수가 없으리라.
공묘굴에서 나타나는 충수들을 무차별적으로 도륙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꼭 자기 자신을 보는 듯했다.
‘천유에게 건넨 불천불벽이… 흘러 흘러 축에게 갔구나.’
대를 거듭하여.
유에게 건넨 것이, 소청의 대에 전해지고 그것이 다시 축에게로 전해진 것 같았다.
그렇다하여 아무나 사용할 수 있는 신통이 아닌데, 축은 자질도 그렇고 노력도 적잖이 한 모양.
그렇다 보니 절로 가슴 한켠에 감격이 차오르며 뿌듯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핏줄 중, 유일하게 올라온 녀석이다.
역시, 그런 이유가 있었다.
-대단하네. 모습을 감춘 충수들의 기습도 완벽하게 막아내고 있어!
-그렇구나.
은술을 펼치며 몰래 접근한 충수가 있었는데, 천축의 주변에 맴도는 기묘한 부적들이 불타오르자 놈의 모습이 나타난다.
아마도 저 주변을 맴도는 부적이 은술을 벗겨내는 모양.
모습이 드러난 충수들은 단번에 천축의 벼락을 맞아 절명했다.
뿐만 아니라, 뇌신통으로 이루어진 진법 또한 능통한지 여러 개의 자색 뇌창을 만들어 뇌진을 구축하여 많은 수의 충수들을 섬멸하는 중이다.
-근데 뭐야 여기? 왜 이렇게 많이….
-그래. 수가 꽤 많구나.
자연스레 미간이 좁혀진다.
이렇게 많은 충수가 자연적으로 모여들었다고는 볼 수 없다.
‘정말 뭐가 있기는 있나 보군.’
공묘굴에서 은연중 느껴지는 기운이 있기는 하다.
허나 천범이 신경 쓸 정도는 아니라 내버려두고 있는 중이다만….
‘상황이 정리되면 뭔지 봐야겠군.’
콰앙!!
후두둑!!
벼락의 충격에 떨어지는 암벽들과 쓰러지는 충수들의 거체.
“후우….”
생각보다 훨씬 잘 싸워주고는 있으나 그는 혈혈단신.
공묘굴의 충수들이 그 점을 살펴줄 리는 없다.
밑도 끝도 없이 밀려들고 있다.
어찌 이곳에 저렇게 많은 충수들이 있는 건지 의아할 정도로, 작은 것은 손톱만 한 것에서, 큰 것은 황소만 한 것들까지 다양했다.
천축 또한 차근차근 힘의 배분을 하며 싸워가고는 있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다. 쉴 틈이 없이 몰아치고 있어.’
꼭,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맹렬히 돌격하는 것 같달까.
이러다 증손주가 크게 다치는 건 아닌지 슬슬 걱정이 될 지경.
‘아니, 조금만 더 보자.’
지금도 충분히 천축의 힘은 보았고, 자신의 핏줄이 갈고 닦은 수행의 역사를 보는 듯하여 감명 깊었다.
그러니 자꾸만 기대하게 된다.
저 어린 것이, 어떤 모습을 보일지 웃어른 된 입장에서 왜 안 궁금할까.
더군다나 자신의 증손주가 친히 물려준 신통들을 현란하게 사용하니 보고 있는 천범은 절로 신이 났다.
그때였다.
공묘굴 어느 부분에서 소슬한 바람이 불어왔다. 살랑거리는 듯 가벼운 바람이었으나 그 안에 담긴 기운은 흉포하기 그지없었다.
바깥에서 느꼈던 그 기운이다.
천범의 낯에 진중함이 내리깔렸다.
그리고 바로 그때.
후웅!! 칼날과도 같은 매서운 바람 한 줄기가 천축을 향해 날아들었다.
콰앙!!
“큭!!”
소름끼치는 바람 소리와 함께 천축이 신형이 날아가 동굴 벽면을 부수고 처박혔다.
급작스레 날아온 바람.
그것을 직격으로 맞은 천축은 피를 토하며 겨우 몸을 추슬렀다.
후드득.
돌무더기를 헤치고 나온 천축의 입가에 한 줄기 선혈이 흘러내린다.
동시에 입고 있던 갑주가 쩌적 갈라져 먼지로 화한다.
주변을 맴돌던 부적은 상당히 빛이 쇠했다.
기운을 크게 잃은 것이다.
그때를 놓치지 않고 수십 마리의 충수들이 그를 향해 쇄도한다.
그때였다.
후우웅, 탓!
천축이 있는 곳으로, 두 개의 빛줄기가 날아들었다.
“축!!”
그를 걱정스런 눈빛으로 바라보는 여인.
미서단이었다.
* * *
“하아….”
겨우 숨을 가다듬고 있는 천축은 사방에서 몰려드는 충수의 기척과 자신의 선기를 가늠하고 있었다.
‘한계다.’
연달아 몇 번의 뇌전 진법을 사용했더니 모아놓은 선기가 슬금슬금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허나 공묘굴의 충수들은 씨가 마를 기색이 보이지 않으니… 많은 준비를 했음에도 턱 없이 부족하기만 하다.
천축은 내심 자신이 있었다.
미서단의 술수로 함께할 동행을 모으지는 못했으나, 그렇기에 오히려 더 꼼꼼하게 채비했다.
허나 공묘굴이 어째서 악명을 떨치게 됐는지 여실히 느꼈다.
‘혼자는 역부족이다.’
시간을 두고 연달아 토벌을 시행한다면 어찌 가능할 수도 있겠으나, 지금은 아니다.
생각을 정리한 천축이 슬슬 몸을 내빼려 할 때.
후웅!
전신이 오싹해지는 한 줄기 바람이 그를 덮쳤다.
콰앙!!
순간적으로 막기는 했지만 자신이 감당키 어려운 공격이었다.
“커헉!”
한 웅큼 피를 토해낸 그는 무너져 내린 돌무더기를 해치고 곧장 자색 벼락과 금색 화염을 흩뿌렸다.
“크윽!”
내상을 입은 상태에서 힘을 써대니 전신이 찢기는 것 같은 고통이 물밀듯 몰려온다.
허나 그럼에도 때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충수들은 틈 없이 몰려든다.
콰지지직 콰앙!!
‘이런…!’
약해진 화신통을 뚫고 괴이한 벌레의 모습을 한 충수 한마리가 이빨을 드러냈다.
절체절명의 순간.
쾅!!
“축!!”
그에게는 여명과도 같은 빛줄기 두 개가 떨어져 내렸다.
미서단과 그의 심복이었다.
“…당신이 이곳은 왜.”
쿨럭!
참아내고 있던 피를 한 웅큼 더 토하자 눈앞이 혼미해진다.
“당신이 어떤 추한 몰골로 죽어가는지 보고자 왔어!”
험한 말투와 달리, 그녀의 표정은 금세라도 울 것처럼 울상이었다.
천축은 그녀의 모습에 피식 웃었다.
“지금 상황에 웃음이 나와!?”
허나 그럼에도 천축은 새하얀 낯으로 미소를 거두지 않았다.
미서단은 소매 속에서 붉은 접선을 펼쳐 휘둘렀다.
그러자 기묘한 기운이 요동치며 땅이 치솟아 그들의 앞을 막아세웠다.
“오래는 못 버텨! 축을 데리고 가!”
“서단님은 어쩌고요!”
“내 앞가림도 못할 것 같아!? 빨리 가라면 가!!”
쿵! 쿠웅! 콰앙!!
충수들의 공격이 꽤나 매섭다.
그녀가 만들어낸 벽으로도 오래 버티지는 못할 터.
자신의 심복과 실랑이를 하며 자신을 살리려는 모습이 꽤 볼만하다.
‘진작 그렇게 좀 하지.’
긴장의 끈을 늘여놓은 그때.
후웅.
천축의 기감에 다시 한번 그 기묘한 바람이 느껴졌다.
“!”
자신의 법보였던 갑주를 단번에 부수고 내상을 입게 한 강력한 풍신통.
그만한 힘을 미서단이 막아낼 수는 없을 것이다.
“서단!!”
천축이 몸을 일으켜 서단을 감싼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신통으로 만든 벽이 부서지고 한줄기 바람이 그를 베고 지나간다.
촤악!!
“축!!”
그녀의 비명소리가 날카롭게 울려 퍼진다.
툭.
몸뚱이에서 분리된 팔 한 짝이 바닥에 둔탁하게 떨어졌다.
‘아….’
축은 생각했다.
이제 이곳에서 자신은 죽는구나.
처음 당했을 때는 몰랐다.
허나 다시 당하니 알겠다.
당금의 바람은 상선이 만들어낼 수 있는 수준의 것이 아니다.
그보다 위.
‘향선이 있다….’
그동안 이곳에서 죽어나간 상선의 숫자만 수백.
당연 의로운 존재는 아니니라.
천축은 죽음을 예감했다.
이미 선기는 바닥났고, 팔이 잘려졌다. 수결을 맺기도 어렵고, 훼손된 신체로는 몸속의 기혈을 돌려 신통을 부리는 것 또한 힘들다.
“축!! 정신차려!!”
그를 감싼 서단의 얼굴이 천축의 위에서 연신 눈물을 흘렸다.
“비라도… 오는, 줄. 알았습, 니다.”
투둑, 투투둑. 미서단의 떨어지는 눈물이 빗방울처럼 쏟아져 내렸다.
천축은 그게 애석하고, 또 애틋하여 멋쩍게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그럴수록 서단은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으로 오열했다.
“내가 잘못했어. 내가, 내가 다 잘못했으니까… 제발. 제발… 죽지 마.”
부탁하듯, 애원하듯 호소했으나 천축의 초점은 점점 흐려졌다.
그녀의 얼굴 뒤로, 몰려드는 충수들의 모습이 뒤따른다.
무너져 내린 공묘굴 사이로 흉악한 아가리를 벌리는 충수.
그리고 그 너머, 느껴지는 거대한 기운. 죽기 직전이라 그런가.
많은 것이 느껴졌다.
눈 앞은 흐려지는데, 이상하게 기감은 더욱 선명하고 또렷해졌다.
그래서일까.
느껴지지 않았던 기운이 하나.
또 하나 느껴졌다.
“누…구.”
더듬더듬 허공을 향해 묻자.
어느 순간.
처음 보는 사내가 나타났다.
금색의 기운을 주변에 흩뿌리며 다가오는 사내. 분명 처음 보는 사내였으나, 어딘가 낯이 익은 얼굴이다.
‘금색의 눈동자….’
묘한 감각이었다.
이걸 무어라 표현해야 할까.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각이다.
‘누굴까.’
불현듯 나타난 사내의 뒤로 수백 마리의 충수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그 어떤 놈도 감히 다가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두렵다는 듯 뒷걸음질 치니 천축은 자신이 꿈을 꾸는가 했다.
허나 꿈이 아니라는 듯.
사내가 손바닥을 펼치니 은은한 금색의 기운이 그를 감싸 안았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천축의 혈색이 돌아오고, 잘려진 팔이 도로 붙기 시작한 것이다.
“헛!!”
천축은 다 죽어가던 몸이 도로 붙고, 생기가 솟아나 힘이 넘치니 놀라울 수밖에 없었다.
서단의 품에서 그가 몸을 일으키자 그녀들은 기적이라도 엿본 듯 경악하고, 천축은 어안이 벙벙해했다.
자신의 몸은 멀쩡했다.
싸우기 전처럼.
마치 시간이 되돌려진 것처럼.
이 신비한 조화에 천축은 얼떨떨한 얼굴로 물을 수밖에 없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누군데 이러한 조화를 부리는가.
누구인데 이러한 힘을 지닌 존재가 자신을 돕는 건가.
그리고 은근히 풍겨오는 친숙한 화기와 기운은 또 무엇인가.
“설마….”
그리 묻자.
사내는 인지한 낯으로 답했다.
“천씨 성을 쓰는 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