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ll of the Spear RAW novel - Chapter (55)
낭선기환담-54화(55/600)
낭선기환담 – 54화
마도로 악명이 자자한 곳을 꼽는다면 당연 귀강교를 말할 것이다.
그 사실은 산군 또한 익히 알고 있는 것이었고, 그들이 선도와 세력 싸움을 벌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기도 했다.
게다가 선도 문파들은 한창 십해만척귀들과의 전쟁으로 봉문까지 하고 있었으니, 그들로서는 절호의 기회라 할 수도 있었다.
‘그래도 내가 알기론 이 시점에 귀음나찰이 나타나진 않았는데…….’
뭐 이렇게까지 뒤죽박죽으로 바뀌는 건지. 인제 와서는 큼직큼직한 사건들을 제외하면 그가 알고 있는 미래가 완전히 개변해 버린 것 같았다.
위기라고 할 수도 있었으나 산군은 의외로 담담했다.
‘그래도 빠져나갈 수는 있을 것 같은데.’
단령금정으로 슬쩍 살피니 파훼하기 어려운 환진은 아니었다. 환진의 눈을 지키고 있는 도사만 죽인다면 자연히 약화되어 빠져나갈 수 있어 보였다.
‘대라봉멸진이 문제지만……. 상관없지.’
전송진이 없다면 조금 불편하겠지만 그뿐이다. 귀강진선멸이라는 환진만 파괴하면 그만이다.
‘그리 한다면 이곳에 있는 비선들과 힘을 합쳐 몰아낼 수 있겠지.’
-양패윤은 어찌하실 겁니까.
-내 실력으로 누군가를 구하는 것은 오만이다. 환진을 허무는 것이야 어쩔 수 없다만 그 이후의 일은 제 몫이지. 귀강교의 습격은 천재지변이나 다름없으니 그가 죽어도 일월문은 내 게 책임을 물을 수 없을 거다.
살릴 수 있다면 은(恩)을 입히는 것 이니 나쁘지 않지만, 그럴 여유가 있을 턱이 없다.
썩어도 준치라고, 놈들은 그리 보여도 마도의 도사들. 어떤 해괴한 신통을 부릴지 알 수 없으니 괜한 시간 낭비는 할 수 없었다.
-꺄하하하하!
마녀의 웃음소리가 소름 끼치게 환무 속에 울려 퍼지고, 그에 뒤따르듯 굉음이 터져 나왔다.
쾅!!
-끄아아악!
도사들의 단말마와 비명들이 구루(九漏)처럼 흘러나오니 온몸의 털이 쭈뼛 섰다.
‘비선들을 제물로 수행을 늘린다는 마선멸진(魔仙滅鎭)인가.’
바닥에 희미하게 주진이 그려져 있었는데, 산군도 단령금정이 아니었다면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은밀하게 그려져 있었다.
마선멸진이 펼쳐지면 범위 안의 도사들이 전부 녹아내려 마기로 바뀌게 된다. 육신과 영각이 진법에 녹아내려 윤회에 이를 수도 없게 만드는 잔혹하기 그지없는 수법이었다.
그 이후, 녹아내린 도사들의 농밀한 마기를 흡수하여 수행을 늘리려는 것일 터.
‘시간이 없다.’
산군은 곧장 적안을 빛내며 지각을 밟았다.
‘눈을 지키는 놈은 넷.’
단령금정으로 확인한 지 오래다.
환무 속을 꿰뚫을 듯 바라보며 이동하자, 석장을 지면에 꽂은 채로 입을 달싹거리는 흑의인을 발견했다.
주먹을 쥐었다 피자, 그의 손에는 붉은 구슬 두 개가 들려졌는데 삼귀에게 빼앗은 류곡자였다.
그것을 띄우고 수결을 맺으니 류곡자가 번뜩이고 이내, 붉은 비도로 바뀌어 와류를 일으키며 날아갔다.
“흡!”
눈을 지키던 흑의인이 흠칫하며 품에서 뼈다귀 하나를 던졌다.
척척척!
그러자 뼈다귀가 순식간에 분열하며 방패가 되어 그의 앞을 막아섰다.
그걸로 부족해 혀를 씹어 정혈(精血)을 뼈다귀에 뿌리자 부르르 떨어 대며 금세 핏빛으로 물들어 기세를 피워 올렸다.
“수고.”
콰자자자작!!
“커헉!”
하지만 산군의 류곡자는 보구.
고작 보물로 보구인 류곡자를 막을 수 있겠는가? 어림 반 푼어치도 없음이었다.
이전과 달리 산군은 류곡자의 진정한 힘을 끌어낼 수도 있게 연화했다.
보물로 막혔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었다.
두 개의 비도는 단숨에 뼈 방패를 찢어버리고 흑의인의 몸뚱이를 꿰뚫어 버렸다.
상체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흑의인은 피를 뿜으며 쓰러졌다. 산군은 잠시 바라보다 품에서 양초 하나를 꺼냈다.
그리고 쓰러진 시체에 초를 가져다 대자, 그의 입에서 거뭇한 무언가가 흘러나왔다.
[아아아악!]곧이어 조그마한 인간 형태의 영각이 튀어나왔는데, 흑의인의 영각이었다. 놈은 뭔가에 빨려가는 것처럼 자신의 몸을 붙잡으며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산군이 냉소하며 영력을 초에 불어넣자 순식간에 빨려 들어와 초 끝에 붙어 활활 타올랐다.
‘쓸 만하네.’
예전, 삼귀를 죽일 때 얻었던 초 형태의 보패인데, 이전에는 딱히 쓸 일이 없어 꺼내지 않았었다.
산군은 사내의 시체를 공정강에 담고는 석장을 향해 손가락을 튕겼다.
퍽! 꾸우웅.
류곡자에 의해 석장이 기괴한 소리를 내며 부서지고, 그러자 신기하게도 환진의 위력이 조금 약화했다.
그 모습에 산군이 고개를 주억이다 품에서 탐화오공을 내보내고 다시 다른 곳으로 뛰어갔다.
* * *
한편, 자신을 귀음나찰이라 소개한 여인은 한창 도사들을 때려죽이고 있었다.
그녀의 모습은 도사들의 피와 살점으로 얼룩져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었지만, 반달처럼 흰 눈매와 입꼬리가 매혹적이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귀음나찰의 움직임이 우뚝 멈춰 서며 천장을 올려다봤다.
그녀가 수족처럼 부리던 짐승의 두 개골이 도사의 시체를 씹어 먹다 말고 흠칫 몸을 떨었다.
“벌써?”
고작 일다경이 지났을 뿐인데 환진의 눈 하나가 파괴됐다.
아무리 도사들의 수가 기백이 넘어간다 할지라도 이건 조금 이상했다.
나름 철저하게 준비했는데 이리 순식간에 파괴되다니? 환선이 있지 않은 이상에야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귀강교에서 자랑하는 귀강진선멸이다.
방향감각을 차단하는 것은 물론, 범위 내 적들의 움직임을 둔하게 만들고 아군의 마기를 상승시켜주는 마진(魔鎭)이다.
“그런데 부쉈다?”
귀음나찰은 머리를 긁적이며 ‘별로 안 좋은데.’라 중얼거리더니 품에서 족자 하나를 꺼내 펼쳤다.
그 족자에는 눈이 찢어지고 서로 엉겨 붙어 있는 갓난아기가 그려져 있었다. 그녀는 족자를 띄우고 자신의 엄지를 물어뜯어 정혈을 족자에 그었다.
그러자 정혈이 족자에 스며들며 빛이 팟 터졌다.
쿵.
직후, 그녀의 눈앞에는 세 명의 아기들이 나타났는데, 피부가 검게 그을려 있는 귀신같은 아이들이었다.
“히히힛.”
귀음나찰은 그런 아기들을 보며 수결을 맺고 주술을 읊었다.
그러자 귀신같은 아기들이 입에서 각각 활, 북, 딸랑이를 꺼내 손에 쥐며 낄낄 소름 끼치게 웃었다.
“자, 가렴!”
손짓하자 아기들이 각자 보패를 쥐고 날아갔다.
그녀는 옆에 있는 거대한 물소 뼈를 쓰다듬으며 환무 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 * *
산군은 다른 하나를 죽이고 환진의 변화를 지켜보고 있었다.
아무리 비선의 경지라 해도 보구가 없는 이들은 산군의 공격을 일합도 받아내지 못하고 죽기 일쑤였다.
그렇게 기계적으로 시체와 영각을 챙기고 있었는데, 순간 그의 아미가 찌푸려지며 호리병의 마개가 절로 풀어져 녹사가 치솟았다.
푹!
“….”
산군의 눈앞에는 모래에 가로막힌 화살촉이 마기를 뿜어내며 부르르 떨었다.
반쯤은 통과했기에 산군은 모골이 송연했다. 자색 호리병의 녹사(綠沙)는 보구라 일단 뭉치면 그 단단함은 말로 할 수 없을 정도기 때문이었다.
한데 그 녹사를 반쯤 꿰뚫는 화살이라니!
쿵쿵쿵!
쿠르릉!
그때 묘한 북소리와 함께 금빛 섬광이 터졌다.
광!
후드득.
녹사가 그것을 막아내고선 충격에 흘러내렸다. 산군은 단령금정으로 무엇이 자신을 공격하는지 알아보고 안색이 급변했다.
“삼척귀동마(三尺鬼童魔)!”
-저도 들어본 적 있습니다. 삼척이 넘지 않는 수천의 갓난쟁이들을 모아 제련해 만든 강시라고…….
그런 생명이 들어간 강시인 만큼, 삼척귀동마가 자아내는 신통은 놀라울 정도다.
각각 들고 있는 보패 또한 보구에 근접한 것으로 산군이라 할지라도 식은땀을 흘릴 정도니 어떻겠는가.
하지만.
“귀음나찰도 아니고, 삼척귀동마뿐이라면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
소설 속에서도 귀음나찰은 강력한 마사로 표현되지만, 그것은 그녀가 태선에 올랐을 때가 절정에 달한다.
하지만 지금의 그녀는 고작 비선이니 지닌 보패나 신통 또한 그것에 근접할 터.
산군은 곧장 염주를 꺼내 날렸다.
쿵쿵쿵!!
북을 든 귀동(鬼童)이 막대로 그것을 내려치자 번쩍! 금빛이 튀기며 뇌전이 염주에게 쏘아졌다.
콰쾅!!
염주와 뇌전이 서로 부딪쳐 굉음을 쏟아내고, 그 사이 딸랑이를 들고 있는 귀동이 그것을 흔들자 산군의 몸이 우뚝 멈췄다.
‘가지가지 하네.’
잠시 인상을 쓰자, 체내에 보관하던 항보사인검이 퉁! 맑은 소리를 내며 몸을 억압하던 음공을 순간 지워버렸다.
안도한 산군은 곧장 류곡자를 쏘아내고, 구환도를 꺼내 놈들에게 쇄도했다.
끼아아아아아!
귀곡성이 울려퍼지자 삼척귀동마의 아미가 찌푸려진다. 산군은 귀무를 퍼트려 귀신들을 조종해 놈들에게 날렸다.
쾅!
콰르릉!
귀동의 북소리가 점차 빨라지고, 귀신들은 금빛 뇌전에 휩싸여 비명을 터트리면서도 진격했다. 귀동의 북소리가 점차 빨라지자, 귀신들이 금빛 뇌전에 휩싸여 비명을 터트린다. 그러나 터져가면서도 진격을 멈추지 않았다.
기백의 귀신들이 달려들자 딸랑이 소리가 쉼 없이 울려 퍼지고 뼈를 닮은 화살이 하염없이 쏘아졌다.
쾅과쾅!
연달아 폭음이 터져나가고, 공중에 둥둥 떠서 보패를 놀리던 귀동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하지만 그때, 돌연 귀동의 뒤편에서 지네 한 마리가 금빛 실을 벼락같이 내뿜었다.
산군의 명에 숨어있던 탐화오공이었다!
화들짝 놀란 귀동이 화살을 미친 듯 쏘아댔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어찌 저리 화살을 잘 쏘는지 신기한 일이었다.
그러나 오공은 화살을 피하거나 금장 사로 막아내고 각기 다른 금장사를 뱀처럼 만들어 귀동의 발목을 붙잡았다.
흠칫 놀란 귀동이 발목의 금장사를 보며 입에서 녹색 안개를 뿜어댔다.
하지만 금장사가 녹아내릴 기색이 없자 귀동의 안색이 흑빛으로 물들었다.
그리고 그때.
“!!”
“어딜 가려고.”
쇄액!!
촥!
단숨에 귀동의 목을 잘라버린 산군은 잠시 턱을 매만졌다.
삼척귀동마라면 지니고 있어서 나쁠 것은 없다. 분합수결을 익힌 턱에 많은 수의 보구를 다루는 것은 자신 있는 산군이다.
안 그래도 강시술에 관해 흥미가 동해있던 참이라 그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재료였다. 그는 귀동의 몸을 금장사로 꽁꽁 묶어 부적 하나를 붙이고는 공정강에 집어넣었다.
쿵!쿵쿵쿵쿵쿵!!
북을 난타하는 귀동은 열두 마리의 뱀으로 변한 염주와 싸우고 있었는데, 벼락들이 뱀처럼 솟구쳐 호각으로 싸 우고 있었다.
번쩍번쩍! 뇌전을 튀기며 북을 치는 귀동과 열두 마리의 뱀이 싸우는 모습은 가히 장관이라 말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산군이 류곡자를 움직여 놈에게 날리니 콰쾅!! 번갯불이 튀기며 뇌전과 류곡자가 맞부딪쳐 굉음을 낳았다.
딸랑- 그때 다른 귀동이 딸랑이를 마구 흔들어 음공을 쏘았는데, 산군이 아무렇지 않다는 듯 놈을 보며 피식 웃자 딸랑이를 집어 던지고 악귀처럼 변해 달려들었다.
“오냐. 와라.”
순식간에 이마에 뿔이 돋아나고, 몸이 수척으로 불어나 성인 남성처럼 변했는데 정말 요괴 같은 모습이었다.
놈이 날카로운 손톱을 들이대며 손을 뻗자 산군이 슬쩍 벗어나며 수결을 맺었다.
그러자 붉은 뱀들이 놈의 손목에 달라붙어 염주로 변했다.
“크아아악!”
쿵!!
소리와 함께 놈이 꼼짝도 못하고 지면에 눌러 붙자 탐화오공이 금장사를 뿜어 고치로 만들었다.
이제 홀로 남은 삼척귀동마는 난색을 보이며 허둥지둥거렸다. 셋으로도 힘들었는데 자기 홀로 뭘 어찌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님을 깨달은 것이다.
“어딜 가려고.”
하지만 산군이 보내줄 리 만무.
끼아아아아!
어느새 모여든 귀무와 함께 수백의 귀신들이 귀동을 막아섰다.
귀동은 입술을 짓씹으며 북을 내리쳐 뇌전을 뿜으려는 찰나.
쇄애액!
어느새 지척까지 다가온 류곡자가 핏빛을 번뜩이며 놈의 손아귀를 잘라 버렸다.
“끼야약!”
서걱!
그리고 이내 삼척귀동마의 머리가 떨어져 내렸다.
툭.
경악한 표정으로 떨어져 내린 귀동.
그것을 무표정한 낯으로 바라본 쓰러진 귀동의 시체를 담고 곧장 뛰어 흑의인을 죽였다.
꾸우웅.
이제 남은 건 하나.
“사, 살려주시…. 크악!”
중간중간 마도 놈들에게 당하는 도사들의 목소리가 생생히 들려왔다.
괜한 짓으로 목숨을 잃고 싶지 않았던 산군이 그 광경을 철저히 무시하며 환진의 눈으로 향할 때.
돌연, 그가 발걸음을 멈추고 적안을 빛냈다.
“이건…….”
산군이 죽은 도사의 품에 있던 공정 강에 손을 뻗고, 신식으로 그 안을 흩어보다 묘한 웃음을 흘렸다.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졌던 그가 우뚝 멈춰선 순간.
콰아아앙!!
거대한 폭음과 함께 그가 있던 자리에 웬 거대한 두개골이 나타나 그를 향해 입을 쩌억 벌렸다.
그리고 그 위에 몸을 뒤틀며 서 있는 여인이 입이 찢어져라 미소 지었다.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