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ll of the Spear RAW novel - Chapter (56)
낭선기환담-55화(56/600)
낭선기환담 – 55화
그녀는 히죽히죽 웃고 있었다.
거대한 짐승 두개골에 올라탄 그녀의 모습은 마도인의 표본이라 해도 좋을 정도였다.
‘웬만하면 안 마주치고 나가고 싶었는데.’
절대 마주치고 싶지 않은 여자였다.
본래는 유정과 마주치고, 후에 상계에서도 그와 대적하는 인물.
죽이려 해도 잘 죽지도 않는 인물이다.
‘그래도 지금이라면.’
해볼 만했다.
지금 그녀는 비선이었고, 지닌 보패도 그 정도 수준일 테니까.
“반가워요. 귀음나찰, 예후(藝厚)라고 합니다.”
빙긋 웃어 보이는 그녀의 인사에도 그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사투를 치러야 할 그녀와 말을 섞어봤자 좋을 게 없었다.
게다가.
‘괜한 인상을 심어줄 필요 없어.’
그녀의 집착은 병적일 정도.
자신이 정한 상대는 잊지 않고 기회만 있으면 죽이려 든다. 그런 성정을 아는데 말을 섞어 좋을 게 무엇일까.
“어머나. 사내가 여인의 인사를 무시하는 건 좋지 못하답니다?”
그런 그녀의 말에도 그는 조용히 보구를 꺼냈다. 그의 손에는 류곡자가 금세라도 뛰쳐나갈 듯 기세를 퍼트렸다.
귀음나찰은 그것을 바라보며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 보구를 지니고 있으셔서 소녀의 삼척귀동마를 처리하셨나 봅니다. 꽤 애써서 만든 것인데……. 그래도 어쩔 수 없죠! 다시 빼앗아 제련하면 그만이지 않겠어요?”
희희 웃던 그녀가 돌연 얼굴을 굳히고 손을 활짝 펼쳤다.
그녀의 손에는 어느새 삼척 길이의 거대한 가위가 들려져 있었다. 가위를 손에 쥔 귀음나찰은 자신의 머리칼을 한 움큼 잡아 싹둑 잘라냈다.
‘뭘 하는…….’
무슨 짓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 귀음나찰이 하는 짓이니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산군은 손안에서 맴도는 류곡자를 날려 보냈다.
히죽.
웃으며 잘라낸 머리카락을 뿌리는 귀음나찰. 스산한 웃음과 함께 수결을 맺으니, 머리카락들이 돌연 수십 척으로 불어났다.
‘뭔지 모르겠지만.’
그 전에 부숴버리면 그만!
쾅!!
끼긱끼기기긱!!
“무슨!”
꿀렁거리는 머리카락 중 하나에서 수십의 검은 손들이 튀어나와 류곡자를 막아섰다.
보구인 류곡자를 막아설 정도라니!!
모르긴 몰라도 저 가위도 여간내기가 아닌 듯싶었다.
“하하핫!”
광소하며 얼굴을 붉히는 귀음나찰.
그녀는 돌연 머리카락을 타고있던 두개골에 모여들게 했다.
두개골은 이내 머리칼들과 하나가 됐다. 우두둑 기괴한 소리를 자아내며 크기를 키웠다.
“어떻습니까! 멋지지요?”
“개소리를.”
이쯤 되니 산군도 전력을 다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두개골은 뼈 상태일 때도 강력한 보패였다. 한데 살과 가죽, 그리고 털이 되어 거대한 물소로 변하고 있으니 손 놓고 있을 수 없었다.
그의 주위에는 어느새 붉은 염주와 류곡자가 허공에 둥둥 떠 있었다.
손아귀에는 칠흑의 구환도가 자리했다.
강력한 영기를 뿜어내는 보구들의 등장에 귀음나찰도 묘한 웃음을 흘렸다.
이제 완전한 물소의 모습을 한 그녀의 보패는 흉흉한 기운을 흩뿌렸다.
“자, 가라.”
물소의 옆구리를 손으로 툭툭 때리자 콧김을 뱉은 물소가 산군을 향해 돌진했다.
쾅쾅쾅쾅!
바닥을 짓밟으며 다가오는 집채만 한 물소의 기세는 경천동지할 지경.
그는 순식간에 짓쳐들어오는 물소를 보며 한 손으로 수결을 맺었다.
그러자 그의 주위에 숨어있던 탐화오공이 금장사를 뿜었다.
푸슈욱!
사방으로 치닫는 금장사에 물소가 돌연 두 개의 뿔에서 검은 뇌전을 뿌렸다.
콰지지지직!!
순간 산군의 눈이 치켜떠지고, 금장사에 닿은 검은 벼락이 그대로 탐화오공에게 쇄도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탐화오공. 그러나 그때, 산군이 오공의 앞으로 와 구환도로 금장사를 잘라버렸다.
서걱!
끽끽!
탐화오공이 뒤로 발라당 넘어지고, 산군은 검은 벼락을 향해 구환도를 집어 던졌다.
콰자자자작!
사방팔방으로 뻗어지며 맞서는 검은 벼락과 구환도.
그 모습을 눈여겨보던 산군이 입을 달싹이며 주술을 외웠다.
그러자 돌연 구환도에서 귀무가 뿌려져 나오며 수백의 귀신들이 뛰쳐나와 검은 벼락에 맞섰다.
“호오!”
그 모습에 귀음나찰이 재미난 것을 봤다는 듯 감탄을 터트렸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도 산군은 이맛살을 찌푸리며 검지와 중지를 펼친 채로 물소를 가리켰다. 그러자 붉은 염주와 류곡자가 동시에 물소에게 향했다.
“그렇게는 두지 않습니다!”
그녀가 소매를 흔들자 한 척 길이의 비검 수십 자루가 비처럼 쏟아져 나왔다.
귀음나찰의 비검들과 산군의 보구들이 맞서자 굉음이 난무하고 불빛이 번쩍였다. 가히 신선들의 싸움을 보는 듯 현란했다.
“염병할.”
하지만 산군은 욕지거릴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역시 귀음나찰은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귀강교의 공주님인 만큼 그녀 역시 수많은 보구들을 몸에 지니고 있었다.
‘이대로는 안돼.’
시간이 지날수록 불리한 것은 산군이었다. 게다가 단령금정으로 본 바닥의 진법이 이제 곧 발동하기 직전이었다.
조금만 시간이 지난다면 그 또한 진법의 먹이가 될 터.
시간이 없었다.
어서 빨리 그녀를 처리하고 이곳을 빠져나가야 했다.
안 되겠다 싶은 산군은 순간 공정강을 허공에 집어 던졌다.
휘릭, 날아간 공정강에서 빛이 터지니 두 마리의 붉은 잉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태양화리 부부였다.
“산군님 이건!”
“시간이 없다!”
그들은 영화에 이르러 지느러미가 날개처럼 돋아나 허공에서 헤엄치고 있었다.
그는 입을 달싹이며 명화와 양화에게 지시했다.
그러자 명화와 양화는 입을 뻐끔거리더니 돌연 불덩이를 뱉어냈다.
붉은 불덩이는 순식간에 수 장 가까이 불어났는데, 태양화리가 지닌 극양태염으로 강력한 불 속성 신통이었다.
산군 또한 그것을 보며 입을 벌려 봉악청화를 뱉어냈다. 아홉 줄기의 청염이 돌연 청조로 변해 불구덩이에 뛰어드니 단숨에 푸른 청화가 피어올랐다.
한숨 돌린 그는 쉴 새 없이 입을 달싹이며 통결을 외웠고, 명화와 양화도 땀을 뻘뻘 흘리며 입을 달싹였다.
푸른 불덩이에서 이내 거대한 푸른 날개를 지닌 봉황 한 마리가 청염을 퍼뜩거리며 날아올랐다.
별재수무견의 마지막 구결 중 하나인 봉화수염(鳳獸火炎)을 산군과 태양화리들의 화염으로 이룬 것이었다.
“이런.”
푸른 봉황을 바라본 귀음나찰이 난색을 보이며 아미를 좁혔다.
그의 주위에 떠 있는 복수들과 힘을 합쳐 만들어낸 신통 같은데 벌써 주위의 온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고, 입술이 메마르고 피부가 뜨거웠다.
안 그래도 환진이 불안정했는데 저 봉황으로 인해 더 약화하고 있는 듯했다.
게다가 언뜻 봐도 보통 불길이 아니니 아무리 귀음나찰이라도 무시할 수 없었다.
“좋습니다! 사내가 이리 뜨겁게 불타오르시는데 소녀라고 가만있을 수는……?”
곧장 품에서 부적 다발을 꺼내 들며 소리치던 귀음나찰의 안색이 돌연 꺾였다.
그의 푸른 봉황이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것이 아니라 공동 천장을 향해 날아올랐기 때문이었다.
“설마!”
순간 귀가 찢어질 듯한 봉황의 울음소리와 함께 천지가 요동치며 푸른 화염이 일대를 장악했다.
콰아아아아아앙!!
산군은 미리 명화와 양화를 거두고, 보구들을 불러 모아 자색 호리병의 녹사로 온몸을 감싸 방어했다.
환진은 이미 약해질 대로 약해져 있었다.
그것을 태양화리들과 산군의 화염으로 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격해 파괴한 것이었다.
그는 애초에 귀음나찰과 대립할 이유가 없었다.
그녀의 보물들이 탐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진법의 먹잇감이 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했다.
게다가.
환진이 걷히면 그는 혼자가 아니게 된다.
“하!”
폭발이 잦아들고 환진이 걷히자 귀음나찰은 기함했다.
설마 그 상황에서 환진을 부수려 했을 줄이야! 어이가 없고 화도 나지만 웃음이 먼저 나왔다.
완벽히 그의 손아귀에 놀아난 꼴이었다. 하지만 그게 왠지 싫지 않은 느낌이랄까.
귀음나찰은 얼굴을 붉히며 사내를 바라봤다.
적안을 번뜩이며 자신을 노려보는 그 냉철한 눈빛.
다른 이였다면 식겁을 했겠지만, 왠지 모르게 찌릿찌릿 몸이 상기됐다.
씨익.
입꼬리를 올린 귀음나찰은 주위를 살폈다.
환무가 걷히고 도사들이 하나둘 나타나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아직 비선들이 자리하고 있었고, 환진은 그들을 구속할 수단이 없었다.
“큭큭.”
그녀는 보패들을 불러들였다.
뚜벅뚜벅 전송진으로 다가가 비검 하나를 날려 전송진을 파괴했다.
그러고는 돌연 품에서 곰방대 하나를 꺼내 불을 붙이고 입에 머금었다.
희뿌연 연기가 솟아올라 그녀의 주위를 어른거렸다.
“선사의 존성대명을 알 수 있을까요?”
산군은 멀거니 그녀를 응시하다 입을 열었다.
“…대호.”
유정이라 말할까 하다 그만뒀다.
어차피 지금 숨겨도 곧 알게 될 테니.
“대호…….”
대호, 대호.
그리 곱씹던 귀음나찰은 산군을 흘리며 미소 짓고는 고개를 숙였다.
“다음에 또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딱.
손가락을 튕기자 곰방대의 연기가 그녀를 휘감고는 사라졌다.
“후우-”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주위에는 비선들이 어리둥절하며 그에게 자초지종을 물었다.
산군은 담담히 사실을 알렸고 그들은 화들짝 놀랐다.
* * *
이틀 후.
방곡 일대에는 귀강교의 귀음나찰이 습격한 일화가 널리 널리 퍼졌다.
많은 비선이 죽었고, 천자문이 귀강교와 손잡은 게 아니냐는 소리가 일파만파 퍼졌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귀음나찰을 단독으로 막아서고 비선들의 목숨을 구한 도사의 이름이 드높아졌다.
-어째 표정이 별로 좋아 보이지 않으십니다? 선도계의 새로운 잠룡이 나왔다는 말이 많습니다.
-시끄럽다. 잠룡은 개뿔.
의도치 않게 명성을 얻게 된 산군.
그에게 하루에도 수차례나 비선들이 찾아와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뿐이랴, 그가 낭선인 것을 알아채고 여기저기서 전음부를 날리거나 직접 찾아와 제 문파로 끌어들이려 혈안이었다.
귀음나찰을 단독으로 막아선 비선이 선도계에 얼마나 있겠는가.
그런 강력한 신통을 지닌 도사라면 능히 앞날 또한 창창하니 모두가 그를 탐냈다.
‘불안해 죽겠네.’
하지만 도리어 도사들의 관심이 집중될수록 산군은 가시방석에 앉은 것처럼 불편했다.
혹시라도 자신이 영수임을 들키면 호의가 단숨에 적의로 바뀌니 어찌 그렇지 않으랴.
하지만 그 또한 잠시뿐.
방곡 비선들의 목숨을 구한 그가 해봉석을 원한다는 것을 알자, 다른 문파들도 앞 다퉈 해봉석을 수소문했다.
대부분의 문파들이 지난 번 전쟁으로 해봉석을 소모했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산군은 이제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해봉석을 구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시간이 조금 걸릴 뿐이지.”
그는 침상에 앉아 품에서 종잇조각 하나를 꺼냈다.
한 뼘도 되지 않는 크기의 조각이었으나 그것을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사월제항이 없었다면 나 또한 이것을 손에 쥐는 일은 없었겠지.”
보름이 지나 이미 한번 만보시대의 축지부를 복제한 뒤였다.
고명한 선사가 만들었을 축지부는 복제하여 두 개가 된 조각에 영력을 불어넣는 것만으로 하나로 합쳐졌다.
앞으로 대여섯 번만 더 복제한다면 완전한 축지부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산군은 축지부를 소중하게 공정강에 넣고 얼굴을 굳히고 고민하다 금장사로 감싸진 고치 3개를 꺼냈다.
“흠…….”
이것들은 귀음나찰의 삼척귀동마였다.
애초에 강시로 제련된 놈들이니만큼 목을 붙이고 혼을 불어넣으면 다시 사용할 수 있음이었다.
“귀순마강시(歸馴魔僵屍)라 해서 뭔가 특별한 게 있나 했더니 그렇지도 않네.”
도사의 시체로 강시를 만드는 것은 잡다한 재료와 사기가 필요했다.
강시를 무덤가에 100일 정도 묵혀두고 진법을 이용해 만드는 게 대표적이었다.
하지만 그런 귀찮은 일을 하면서까지 강시를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게 오래 수고를 들일 필요가 없지.’
그는 품에서 구환도를 꺼내 귀무를 움직였다.
하지만 귀신들은 나오지 않았는데, 그가 의도적으로 귀신들의 사기만 뿜게 조절했기 때문이었다.
사기의 집합체나 다름없는 구환도가 있는데 굳이 그런 번거로운 일을 할 필요가 없음이었다.
그는 고개를 주억이며 지면에 진법을 그리고 삼척귀동마를 그 가운데 눕혔다.
아기의 모습을 하는 녀석들이 조금 꺼림칙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어찌 될지 모르는 세상에 도움이 될 녀석을 마다할 수 없었다.
그는 삼척귀동마를 가만히 보다가 공정강에서 초 하나를 꺼냈다.
그것은 도사들의 영각을 모은 촛불이었는데, 그가 후- 하고 불자 촛불이 휙 날아가 삼척귀동마에게 들어갔다.
그 직후, 구환도의 사기가 품어져 나와 귀동들을 감싸고 진법이 번뜩였다.
잠시 후.
주진 안에서 삼척 크기의 귀동들은 서로 등을 맞대고 있었는데, 그들의 주위에는 아홉의 구슬이 둥둥 떠다녔다.
구슬 위에는 푸른색의 영각들이 가부좌를 틀고 합장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분합수결에 의해 아홉으로 나누어진 산군의 영각이었다.
아홉의 영각과 내단은 천천히 귀동의 곁을 선회하며 푸른 영력을 주입하고 있었는데, 영각들의 모습이 그리 좋아 보이진 않았다.
눈을 감고 있었으나 미간을 좁히고 있는 것이 상당히 힘든 의식을 치르고 있는 듯했다.
돌연 영각들이 합장을 멈추고 내단에 달라붙었다. 그러자 선회하던 내단들이 우뚝 멈춰서고 순식간에 그의 입안으로 들어갔다.
“후우- 안 되겠네.”
고개를 가로저으며 한숨을 쉰 산군은 이마에 흐르는 땀방울을 소매로 훔쳤다.
“갖가지 금제가 걸려 있어 파훼하기가 쉽지 않겠습니다.”
화란이 수건으로 산군의 땀을 닦아 주며 말했다.
그녀의 말대로 삼척귀동마에는 이미 갖가지 금술과 금제가 펼쳐져 있다.
이것을 지우지 않고는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힘들었다.
구환도의 사기로 강시의 육체는 완전히 복원했지만, 그것과 이것은 별개의 문제였다.
하지만 이 또한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였다.
“해봉석만 있다면 이 금제도 파훼할 수 있기도 하고, 그리 급할 것도 없겠지.”
해봉석이 손에 들어오는 것은 시간 문제이기도 했고, 손에만 들어온다면 사월제항으로 복제할 수 있었으니 요긴하게 쓸 수 있었다.
생각을 마친 그는 품에서 금빛의 구슬을 꺼내 허공섭물로 띄웠다.
그것은 귀음나찰에게 당한 듯 보였던 비선의 시체에서 발견한 것으로, 암장에 나왔던 뇌지단(雷地團)이었다.
신통은 기본적으로 오행(五行)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오행에서 파생되어 나온 것들이 있기 마련인데, 그중에서도 뇌기는 꽤 강력한 신통 중 하나로 손꼽힌다.
“뇌기는 화기를 띠고 있는 나와 썩 어울리는 편이니 나쁠 것은 없겠지.”
뇌지룡의 내단을 제련한 귀물.
그것을 봉악청화와 맞댄다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둘을 합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원래 강력한 불 속성 신통인 봉악청화에 뇌기까지 더해진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 아니겠는가.
산군은 뇌지단을 삼켰다.
어느새 그의 안으로 들어간 뇌지단은 내단과 영각들 사이에 자리 잡아 뇌전을 퍼덕였다.
화란은 그윽하게 그를 바라보다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그녀는 형용하기 어려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다 스르륵 사라졌다.
반나절 후.
“도사님. 천자문의 손님이 뵙기를 청하십니다.”
그를 전담으로 맡은 시비가 다소곳이 다가와 알렸다. 스르륵 눈꺼풀을 올린 산군은 자리에서 일어나 대청으로 향했다.
그의 몸 주위에는 푸른 뇌전이 번뜩이다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