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ll of the Spear RAW novel - Chapter (564)
낭선기환담-563화(564/600)
낭선기환담 – 외전 3화
드르르륵.
무덤 안으로 들어온 그는 모든 금제를 단숨에 뚫어내고 유성처럼 그녀가 있을 중심부로 향했다.
쿵!
칠흑처럼 어두운 썩은 관.
그것을 묶어두는 여러 사슬이 관을 허공에 매달고 있다.
허나 관 속에서 피어나는 그녀의 피눈물 섞인 한이 스멀스멀 늘어진다.
억겁의 세월 동안, 묵혀진 그녀의 한은 주변의 모든 것을 변화시킨 것일 터.
드르르르륵. 타앙!
사슬이 하나하나 끊긴다.
쿵! 드르륵 콰앙!
금제와 사슬을 끊어낸 천범의 손아귀가 신단수로 만든 목관이 날아와 바닥에 내려앉았다.
콰지지직, 즈즈즈즉 콰앙!!
관에 담긴 금제마저도 없애버리고 관 뚜껑을 열자 드디어 보인다.
새하얀 소복을 입은 채, 잠들어 있는 여인의 모습.
죽은 듯 피부는 하얗고 입술은 퍼렇지만 분명히 자신의 부인.
요호의 모습이었다.
서리가 내려앉은 듯 차갑고 농밀한 대기는 콧속으로 들어와 자신을 무겁게 짓누른다.
허나 그와는 달리 두 눈은 열감이 일기라도 한 듯 뜨겁게 차오른다.
천범은 천천히 손을 뻗어 그녀의 차디찬 뺨을 어루만졌다.
뻣뻣한 그녀의 손을 들어 올려 자신의 뺨에 가져다 대며 그녀의 품에 고개를 묻었다.
“내가… 왔소, 부인.”
내가 왔는데.
왜 눈을 뜨지 않는 것인가.
왜, 몸은 이리도 얼음장 같을까.
“왜… 왜 일어나지 않는 것이요. 날 잊기라도 하셨소!!”
허나 답은 없다.
“그대가 놓지 않은 끈이라면.”
나 또한 놓지 않으리.
금색의 빛이 현현했다.
* * *
다급히 달려든 발걸음.
호롱불 하나에 의지하여 밤새 글을 적던 여인의 붓이 멈췄다.
벌컥!
“언니! 등선을 포기한다는 소문이 정말 사실이에요!?”
“여인이 되어 그리 조신하지 못한 행동은 좋지 못하단다.”
“지금 그게 중요해요? 언니가 등선을 포기했다고 하는데!”
딸칵.
한숨 쉬며 붓을 벼루에 내려놓은 여인은 단정한 자세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아담한 키를 가진 꽃망울 같이 귀여운 여인이었다.
똘망똘망한 눈망울과 오밀조밀 쌓여진 미색은 누구나 그녀를 뒤돌아보게 할 정도.
허나 이 외면에 속아 실수라도 하게 된다면 속에 감추어진 지선의 화를 감당치 못할 터.
그녀는 소망.
요호, 자신과 오랜 친분을 쌓은 동생이며 백산파의 시조인 천범의 의남매이기도 한 여인이었다.
“소망, 도겁을 위해 서역으로 건너갔다 들었는데 벌써 돌아온 거니?”
“동문서답 마시고요! 왜 등선을 포기하는 거냐니까요. 오라버니가 가신 길을 가지 않으시는 거예요!?”
그러자 요호는 감정을 잠재우려는 듯 두 눈을 지그시 감았다.
“가지 않는 것이 아니야. 정확하게 말한다면 못하는 것이지.”
“하지만…!”
“소망, 난 나의 그릇을 잘 알아. 큰 뜻을 가지신 부군과 달리 나의 자질은 여기까지가 한계야.”
“영원까지 올랐잖아요. 하계의 끝에 오른 분이 언니인데 그런 분이 한계라 하시면 밑에 있는 자들은 대체…….”
“운이 좋았다. 본래 내 자질은 영겁에서 끝났었어. 부군의 도움 덕분에 분에 넘치는 경지에 올랐을 뿐이지.”
“하지만….”
이리 포기하고 죽음만을 기다린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소망은 더 무어라 하려 했으나 요호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이미 결정을 내렸단다. 수명은 점점 날 옥죄고 있어. 부군께서는 그조차도 짐작하시어 수명을 늘릴 수 있는 것들을 내주셨으나….”
그마저도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아무것도 못 하고 죽을 날만 기다리는 볼썽사나운 꼴을 하지는 않을 거니 그런 눈으로 보지 마렴.”
“어쩌시려고요?”
“봉인 될 거란다.”
“네? 대체 봉인은 왜….”
소망은 그 연유를 짐작했다.
등선의 성공률은 희박 그 자체.
하물며 자신의 벽을 부숴내는 것이니 왜 아니 그럴까.
자신을 부수고 천겁에 저항하며 올라서는 것이 등선이다.
그 어떤 것보다 어려운 일.
‘오라버니는 쉽게 하셨지만….’
“나의 그릇은 내가 제일 잘 알아. 그리고 곁에서 보아온 부군의 그릇 또한 잘 안다 자부한다. 내가 태어나 가장 잘한 일 중 하나가 그거니까.”
“기다리시겠다는 겁니까?”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 하지만 부군이라면 해내실 거야. 그런 분이니.”
저 드넓은 상계의 하늘에서도.
그는 빛이 날 것이다.
믿어 의심치 않다.
자신의 사내는 그런 자이니.
“얼마나 오래 걸릴지 모릅니다.”
“견뎌내야지.”
“자기 자신을 봉인한다 하더라도, 억겁의 세월이 지난다면 이지는 물론 혼 자체도 버티지 못할 겁니다.”
“그 또한 버텨내야지.”
“말도 안되요! 그런 오랜 세월을 기약없이 기다리겠다고요?”
말도 안 되는 짓이다.
왜 그런 미련한 짓을 한단 말인가.
“차라리 윤회의 굴레로 들어가 몇 번의 생을 더 거치는 것이….”
“그런 방법도 있지. 다음 생. 있는지 없는지 모를 그 생에 맡기어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면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모두 잊게 되잖니.”
나는 그것이 싫다.
“…오지 않으실지도 모릅니다. 자칫하면 윤회하지 못할지도 몰라요.”
오랜 세월을 영유한 혼은 쇠약해져만 가고 종국에는 사라진다.
영원이란 없다.
자기 자신을 봉인하여 수명을 멈추어 놓는다 하더라도 분명한 한계는 존재한다.
“올 거야. 그분께서는 오실 거다. 반짝이는 여명이 되어 모자람 많은 자신의 부인을 거두어 주실 테지.”
잔정이 많으신 분이니.
그리 중얼거리며 요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떻게 그리 확신하세요….”
“그냥 내 고집이지.”
아니, 미련인가.
“죽음이 가까워지니… 초연하게 받아들여야 함에도 그러지 못했어.”
“그건 모두가 당연히….”
그렇다고 하려던 소망은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하늘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이 너무나 애처로워서.
“그립더구나.”
기약없는 기다림이고, 미망 가득한 어리석은 선택이라 할 수 있으나.
죽기 전에 한 번.
다시 한번….
“그 분을 보고 싶어.”
* * *
턱!
쿠당탕.
영영 움직이지 않을 것만 같던 그녀의 손이 그의 목을 졸랐다.
뜨여진 두 눈에 시뻘건 안광이 흘렀다. 목을 조르는 그녀의 손길은 차갑고 억셌다.
“그간, 강녕하셨습니까.”
입가에 피어난 희열과 동시에 흘러내리는 피눈물의 조화가 이지적이다.
“부인….”
“절 두고 평안하셨습니까.”
그런 적 없다.
‘라고 말해야 하거늘.’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한순간도 그녀를 잊지 않은 적이 있었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졌을 때, 되돌아올 답은 죄책감이었다.
“저는 잊은 적이 없습니다. 예! 한시도 잊어본 적이 없습니다! 저 썩어 들어가는 관에서 억겁의 세월을 버티고 버텼습니다!!”
정신이 마모되고, 혼이 소멸 되어가는 고통 속에서.
천범을 기다리는 그리움은 어느새 변질되어 증오로 원망으로 바뀌었다.
“알고 있소.”
“아니 당신은 알지 못해!! 죽지도 못하는 시간 동안 갇혀 천천히 존재 자체가 메말라가는 느낌을 당신이 어찌 안단 말입니까!!”
툭, 투둑.
“제가 무얼 그리 잘못했습니까.”
새까만 피눈물이 천범의 볼 위로 투둑 떨어졌다.
목을 조르는 손아귀의 힘은 강해졌으나 그녀는 오히려 더 슬퍼 보였다.
“제 어디가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으셨었습니까. 왜 저만 덩그러니 남겨 두셨습니까. 왜 그리하셨습니까!!”
“…….”
“증오합니다. 원통합니다!! 당신을 사랑했던 지난날의 제가 원망스럽습니다!!”
앞섬에 쏟아지는 피눈물.
무게조차 없을 그것이 억겁보다 더 무겁게 그의 가슴을 짓누른다.
“이럴 줄 알았다면 당신을 기다리지 않았을 겁니다!”
원망 섞인 말 한마디 한마디가 비수가 되어 그를 찌른다.
허나 그럼에도 느껴지는 것이란 미안함이요, 죄책감이었다.
“저는 당신에게 모든 것을 주었거늘, 어째서 당신은 절 바라보지 않으셨습니까. 어찌 찾지 않으셨습니까!!”
“…….”
“저는 이미 죽었습니다. 제게 분에 넘치는 세월이었습니다. 곧 저는 혼조차 소멸할 겁니다.”
차라리 찾지 말지.
그저 마음 편히 원망토록 사라지게 내버려 두지.
“죽어버리세요. 저와 함께.”
쩌저저적. 콰차차창!!
깨어진 지면과 함께 나락으로 떨어져 내린다.
그녀의 몸에서 뻗어 나온 덩쿨이 범의 몸을 옥죄었다.
“다음 생에는 부디 당신과 만나지 않기를 바라옵니다.”
가장 날카로운 말을 고르고 골라.
지닌 그의 마음을 베어버리니.
‘이걸로 되었다.’
돌아갈 곳 없는 소멸.
허나 그것으로 되었다.
‘마지막에, 봤으니까.’
허나 그때.
천범의 입에서 새어 나온 말 한마디.
“보고 싶었소.”
그 한마디에.
옅은 미소 띤 그녀의 얼굴은, 이내 슬프게도 일그러졌다.
“죽었을 거라 지레짐작했소.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내가 그러면 아니 되었는데. 하늘의 잔혹함이 그대 또한 잡아먹었을 거라 생각했어.”
“그게 다 무슨 소용입니까!”
와락.
천범은 그녀를 품에 안았다.
“기억나시오. 그대가 나의 여인이 아니던 시절. 우리는 종종 이리 포옹하지 않았소.”
“….”
“그러더니 없던 마음도 생겨 부부의 연을 맺게 되었지.”
“…….”
“날 원망해도 좋소. 미워해도 좋소.”
다시 한번.
“그대를 품에 안아, 부인의 마음을 다시 되돌릴 것이니.”
휘익.
“그리고 부인께서 한 가지 모르시는 사실이 있소.”
후우우우우우웅!!
“애타게 기다린 세월 동안, 나 또한 그저 존재키만 한 것은 아니오.”
천범의 모습 또한 가루로 변한다.
“왜, 왜 이러는 겁니까!!”
화들짝 놀라 소리치자 의미 모를 웃음을 남긴 채 말한다.
“나의 부인을 모시는데, 무례를 범할 수는 없지 않겠나.”
금색의 물결이 모든 걸 뒤덮는다.
쩌저저저적!
하늘이 갈라진다.
천지개벽이라도 하는 듯 존재 자체가 부서지듯 파동이 일어난다.
금색의 하늘.
그곳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나타나 손을 뻗었다. 금빛으로 반짝이는 포근한 온기를 내뿜는 존재.
그것에 붙잡히자 그간의 마음과 영혼이 씻겨 나가듯 정화되는 것을 느꼈다. 혼의 초탈을 느꼈다.
줄곧 꽉꽉 막혀 있던 무언가가 뻥 뚫리는 듯하기도 했다.
“아아….”
동시에 그녀는 깨달았다.
자신을 붙잡은 이것은 하늘.
그 자체이며.
자신이 그토록 기다린 사내란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