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ll of the Spear RAW novel - Chapter (578)
낭선기환담-577화(578/600)
2부 287화 – 특별 외전 4
서황령의 하늘이 어지러워진다.
여러 빛줄기를 지닌 진선들이 갖가지 금제와 무구들을 지니고 신통력을 발휘해 오룡을 공격한다.
거대한 오룡은 금천도지를 집어삼키고 서황령마저도 삼키려고 했으나 법칙의 힘에 의해 시간이 느려지다 못해 되감아지고, 육신마저 작아지기 시작하여 그러지 못했다.
“이노옴!!”
쿠르릉 콰쾅!!
삽시에 서황령의 하늘에 백색의 강인한 벼락 수만 다발이 동시에 오룡을 향해 몰아졌다.
제아무리 탐의 피를 지닌 오룡이라도 법칙의 힘이 다분한 벼락마저도 삼키지는 못할 것 같았다.
그 정도로 수만 다발의 벼락은 하나하나가 강인한 법칙을 지니고 있었다.
허나 그 순간.
푸아아아아아!
돌연 오룡의 전신에서 금색 안개가 사방으로 요동쳤다.
“흡!”
“금천도향?! 어찌 이것이!”
“단순한 금천도향이 아니네! 어서 피해야 해!!”
한눈에 금천도향의 성질이 조금 변해있는 것을 눈치 챈 윗선의 진선이 소리쳤으나, 이미 한 모금이라도 삼킨 이들은 힘없이 땅으로 떨어져 내렸다.
대관절 서황령에 펼쳐진 재앙이나 다름이 없었으니, 진선들은 모두 발만 동동 구르며 오룡을 어찌해야 하나 사색이 되어 경계만 하고 있었다.
가만히 내버려두면 서황령 전체를 집어 삼킬 것 같고, 그렇다고 저지하자니 건드리면 건드릴수록 괴이한 금천도향을 흩뿌리고 다니니.
“이것을 어찌할꼬….”
“경무대장들은 어디서 무얼 하고 있다는 말인가!”
“이미 그들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미….”
“이런… 유구한 세월 동안 서황령에서 보내며 이곳을 지켜왔거늘. 저러한 흉물스러운 것에 의해 이렇게 망가지게 되다니…! 이제는 저러한 미물조차 서황령을 얕잡아보는 것인가!!”
원통함에 절규하던 그때.
돌연 금천도향이 오룡의 몸속으로 빨려 들어가 사라지고, 놈의 머리 위에 자리한 사내와 여인의 모습이 진선들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천도선!”
“아니, 천도선 상희님이 어째서 저곳에….”
“저 자는 대체….”
의문은 이내 사내의 손아귀에서 빛나는 기운에 의해 짙은 경계심으로 바뀌었다.
사내의 손아귀에는 다양한 색으로 빛나는 오묘한 창조의 기운이 펼쳐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창조!”
“창법(創法)?”
“서황모님과 같은 창조를 다루는 자라니! 누군지 아는가?”
“대라천에서도 창법을 다루는 진선은 몇 없지 않은가! 아마도 우리가 모르는 타천(他天)의 대인이실지도 모를 일이지.”
서황령의 진선들 중.
가장 고령이며 서황모를 대신하여 그곳을 책임지는 진선.
허공(許公)이 심중한 안색으로 서서히 이름 모를 사내와 천도선 상희 곁으로 다가가 포권했다.
“서황령의 지두(地頭). 허공이 감히 대인께 인사드리옵니다.”
“아, 저기….”
무어라 말하려는 상희의 허리를 잡아 끌어온 그는, 저자세로 나오는 허공의 태도에 묘한 흥미를 보였다.
“날 누구라 보고 그리 저자세로 나오는 건가. 앞뒤 없이 서황령의 경무대장들을 멸하고 금천도지를 삼켰으며 서황령을 어지럽혔거늘.”
그런 대단한 일을 벌였음에도 입가에 웃음을 짓고 있다.
서황령의 지두, 허공은 그가 범상치 않은 신선임을 다시금 깨닫고 머리가 땅에 닿을 정도로 숙였다.
“저따위로는 감히 헤아릴 수 없는 기세를 지니고 계시고, 가진 바 힘으로 저희를 쥐락펴락하시니 당연히 타천의 기둥 중 하나이신 대인(大人)이 아니시겠습니까. 허락하신다면, 제게 존귀한 분의 함자를 여쭙는 것을 윤허해주시길 바라옵니다.”
그리 말하자 사내는 헛웃음을 짓고는 입을 열었다.
“말한다 하여 네가 알겠느냐.”
“이제라도 알게 된다면, 대인께 다음의 무례는 끼치지 않겠지요.”
“되었다. 그따위 것으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음이야. 허나 말이 통하는 것으로 보아하니 네가 날 좀 도와주어야겠구나.”
“무엇이든 하명하시지요.”
그러자 사내의 입꼬리가 씨익 끌어 올려진다.
허공은 그 섬뜩한 웃음에 등줄기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서황모가 있는 곳으로 날 안내하라. 본인은 그녀에게 초대받은 몸이니 다른 말은 듣지 않겠다.”
“…서황모께서는 현재 잠들어 계시는 중입니다만 어찌….”
“이제 조금 뒤라면 깨어나지 않는가. 그때까지 날 서황령의 하늘에 자리해 둘 것인가? 난 상관없다만 내 딸아이는 가만히 있지 않을 게야.”
“……서황모님의 귀빈이라는 것을 제가 알아야 그분께 언질이라도 하지 않겠습니까.”
“눈이 있어도 보지를 못하고, 귀가 있어도 듣지를 못하는 겐가. 내게서 서황모의 귀빈임을 확신하지 못했다면 거기까지가 그대의 한계이다.”
“…안내하겠습니다.”
* * *
천도선 상희는 지금 이게 어떻게 돌아가는 꼴인지 알 수가 없었다.
분명 상천에서 이제 막 등선한 그가 어찌 진선들을 쥐락펴락하는지.
서황령을 동시에 휘어잡아 타천의 주인이라도 되는 듯 행동하는 태도와 말본새는 상희마저도 자신이 그동안 속고 있었나 싶게 만들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죠?”
서황령, 지두. 허공이 안내한 귀빈실에 자리 잡은 상희는 낭선에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질문했다.
“뭐가 말입니다. 희.”
“선. 저는 선이 이제 막 등선에 오른 신출내기 진선인 줄 알았어요!”
“그게 맞습니다.”
“맞다고요? 그럼 방금 제가 본 모습은 대체 뭐에요? 서황령의 지두에게 그리 극진한 대접을 받다니요.”
“저를 타천의 기둥으로 착각하길래 어울려 준 것뿐입니다.”
단순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 말도 안 되는 단순한 일을 가능케 한 것은 바로 낭선의 대처 능력과 끝을 알 수 없는 힘이었다.
“그, 그럼 금천도지는 대체 왜 오룡 보고 삼키라 하신 거예요?”
“희께서는 저를 서황모의 귀빈이라 하셨으나, 마냥 그 말을 믿고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귀빈이라 할지라도 서황모의 입장은 다를 수 있지 않겠습니까. 하여 저도 하나의 패를 쥐고 있어야만 했습니다.”
“패요?”
“예,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는 모르겠으나. 서황모는 어쨌든 간에 금천도를 필요로 하지요.”
그렇다면 그 금천도를 지니고 있다면 어찌 되겠는가.
상황이 좋지 않게 흘러간다 할지라도 그는 금천도를 손에 쥐고 그녀와 거래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게 아니더라도 금천도를 지녀서 나쁠 것은 하나도 없으니, 금천도지와 상희를 얻고 운이 좋다면 서황모까지도 쥐락펴락할 수 있으니 그리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자신은 그럴 힘과 수완이 있었다.
“그렇다고 금천도지에서 달아난다면 서황모를 만나지 못하게 되고, 그렇다고 가만히 있자니 서황령의 진선들이 저를 가만두지 않았을 겁니다. 그러니 이렇게 평화롭게 해결한 거죠.”
전혀 평화롭지 않았다고 말하고 싶은 상희였으나, 이제는 자신도 뭐가 어떻게 되는 건지 모르겠다.
상희는 고민하다가 포기하고 낭선의 곁에 털썩 앉아 그에게 기댔다.
“전 모르겠어요.”
“당신이 원하는 대로 된 겁니다. 어쨌거나 금천도지를 떠날 필요도, 저를 떠나보낼 필요도 없어졌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라고 말하는 모습에 상희는 형용할 수 없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렇네요. 선은 대단한 사내에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정말 타천의 대인이신 건 아니죠?”
“그리 생각하는 게 편하다면 그렇게 생각하셔도 됩니다.”
알쏭달쏭한 낭선의 말에 상희는 심술 난 듯 볼을 부풀렸다.
그러나 그는 허허 웃을 뿐.
이렇다 할 이야기를 더 해주지는 않았다.
대라천의 진명은 낭선이지만 본래 그는 금천이었으며, 천범이었고, 산군이었으므로 이러한 대처는 손바닥 뒤집듯 쉬운 편에 속했다.
그것을 모르는 상희로서는 이 상황의 진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이제 어떡하면 되는 걸까요?”
“앞서 말씀드린 대로 금천도지는 제 딸아이가 지니고 있을 테니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금천도지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여러 선역들을 품에 지니고 있는 것이 그 아이니까요.”
게다가.
화담이 함께하고 있으니, 금천도지가 더 흥하면 흥했지 상하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은하수라는 별빛을 가득 머금은 성수가 있어야 하지만.
‘그 또한 상관없는 일이지.’
그에게는 사월제향이 있으니.
하여 이제 고민할 거리는 하나뿐.
서황모를 만나 진실을 듣는 것.
그것뿐이다.
“꽤 넓은 곳이니 시간을 보내기에는 나쁠 것이 없어 보입니다. 한동안은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지요.”
“네! 서황령의 귀빈실은 공간과 다양한 법칙이 섞여들어 시간을 보내기 좋다고 들었어요! 어서 구경 가봐요!”
수없는 공간이 겹겹이 겹쳐져 있는 이 공간은 그녀 또한 처음인지, 서황령 일대의 명소가 몇 걸음 걸을 때마다 나타나는 곳에서 수없는 감탄과 미소를 흘렸다.
서황령 자체의 땅이 얼마나 넓은지 그렇게 공간법칙으로 몇 걸음 걸을 때마다 볼 수 있도록 압축해 놓았음에도 다 보는 데에 꽤나 적잖은 시간이 걸렸다.
그렇게 이천 년 후.
갖가지 신비를 모조리 음미하여 더욱 돈독해진 그들은 시일이 되었음을 깨닫고 서황령의 귀빈실을 나섰다.
“모시겠습니다.”
귀빈실을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 허공이 나타나 서황모가 있는 서황의 안식처까지 몸소 안내했다.
길쭉한 지하 통로에는 굵직한 기둥들이 하나의 길을 떠받치고 있었다.
기둥 하나하나에 새겨진 법칙의 힘이 한걸음 내디딜 때마다 감응하며 옅게 진동했다.
화르륵!
기둥에 매달린 등잔에 화르륵 불이 켜지며 지하를 밝혔다.
그곳의 불은 푸른 불.
허나 신기하게도 불 안쪽은 금빛을 머금고 있는 청화였다.
“금을 품은 청이라.”
낭선이 감탄한 듯 중얼거리자 허공이 자부심 가득한 눈으로 답했다.
“서황모님은 본래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혼돈에서 태어나 푸른 불로 그것을 감싸 안아 날아오르신 대봉이시지요. 하여 이곳에 자리한 화등의 불조차도 그분을 상징하는 것입니다.”
이름하야 금빛을 품은 푸른 불이라 하여 대금회청화(大金懷靑火).
서황모의 상징과도 같은 불꽃.
따스하게 모든 것을 감싸 안을 대양과도 같은 불이었다.
“다 오셨습니다.”
생각에 잠겨 있었다가 그제야 고개를 올려보니, 어느새 아무것도 없는 곳에 거대한 봉황이 제단 같은 것 위에 웅크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너울거리는 푸른 불꽃.
화염 자체가 봉황의 모습을 한 것만 같은 모습.
보는 것만으로 성스럽고 울컥 눈물이 흐를 것만 같은 대봉(大鳳).
서쪽 봉황들의 어미와도 같은 존재.
서황모(西凰母).
그것이 살며시 눈을 뜨며 머리를 치켜들자 허공은 물론이요, 상희는 자연스레 머리를 조아렸다.
허나.
오직 한 사람.
낭선이라는 진명을 지닌 사내만큼은 감히 고개 숙이지 아니했으니.
[드디어 오셨군요.]서황모가 푸른 불꽃을 밝히며 인간의 모습으로 화해 그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줄곧, 줄곧 당신만을 기다려 왔습니다. 금천진군(金天眞君).”
진정한 하늘의 범이시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