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ll of the Spear RAW novel - Chapter (588)
낭선기환담-587화(588/600)
2부 297화 – 특별 외전 14
“상태는 괜찮나.”
[보이는 대로네. 이까짓 것쯤이야 침 좀 바르면 금방 낫는 수준이지.]본신의 모습으로 엎드려 있는 구영은 한눈에 봐도 그리 좋은 상태는 아니었다. 다른 이였다면 죽기만을 기다려야 할 상처였으나, 혼돈에서 태어난 그였기에 살아남을 수 있었으리라.
아홉 머리 중 대부분의 머리가 잘렸으나 몇 년 잠을 자고 나니 도마뱀의 꼬리처럼 자라났다.
하천의 존재들이야 저러기도 한다지만, 이곳은 대라가 아니던가.
저런 기이한 상태는 구영이 아니고서는 웬만하면 불가능할 것이다.
‘하기사, 애초에 머리가 아홉이나 달려 있는 것 자체부터가 신기한 일이니.’
그래도 다행이라면 근시일 내로 상처를 회복할 듯 보이니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는 것일까.
[미안하군. 나 때문에 일이 많이 지체되었지?]“아닐세. 아무 준비도 하지 않고 상제가 있는 대옥궁에 갈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나. 나도 그러하고, 자네도 그러하고 시간이 필요한 게지.”
[그렇다 한들 내가 짐이 되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군. 명도로 갈 수만 있다면 이런 시간을 허비할 필요도 없었을 것을….]“명도? 명도로 가면 무슨 방도가 있는 것인가.”
[크흠…… 내 옛날 명도천에 갔었을 때. 그곳에서 얻은 명주를 십대명왕(十代明王) 중 하나에게 맡겨놓았었네. 그것만 되찾는다면 본래의 힘을 되찾는 것은 물론, 상처도 금세 회복이 되기는 할 터인데….]구영은 은근히 천범의 눈치를 보며 자꾸만 힐긋거렸다.
“그러한 술이 있었나.”
[꽤 귀한 것이라 대라천은 물론이요, 다른 타천에서도 얻을 수가 없을 것이네. 사실….]구영은 엎드려 있는 머리를 슬쩍 들어 주위를 살피고는 입을 달싹여 전음으로 그에게 전했다.
-그 명주에 내 머리를 숨겨 놓았네.
“!”
머리라니!
천범은 급히 금제를 펼쳤다.
“그럼 자네 머리가 원래 열이었나?”
[그렇네. 내 본신이 전부 죽어도 그 머리 하나만 남아 있다면 나는 새로이 부활할 수가 있거든.]“진정한 의미로 불사신이로군. 예전에 대라상전에서 난동을 부렸을 때도 그럼 머리가 아홉이었나?”
[그렇지. 애초에 내 머리가 온전했다면 그리 허망하게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네. 상제 또한 나를 쉬이 추방하지는 못했을 것이지!]그런 연유가 있었다니.
천범은 새삼 놀라워하며 구영의 신비함을 다시금 알게 되었다.
“그럼 바로 명도천이란 곳으로 가면 될 일이군.”
[그게….]반응을 보아하니, 그리 쉽사리 다가갈 수 있는 곳은 아닌 듯하다.
현재 그들이 있는 곳은 대라천에서도 중심에 해당되는 균천.
그곳에서 조금 서쪽에 해당되는 서황령에 자리해 있다.
[우리가 천공서를 없애버린 곳이 북공천이란 것을 아는가.]“대라에서도 가장 높은 하늘이었지. 그럼 명도천은 설마 가장 낮나?”
[똑똑해서 말이 편하군. 그런 만큼 물론 가는 것 또한 쉽지 않지.]명도천(冥途天).
하천에서도 익히 들어볼 수 있는 단어인 만큼.
그곳에서는 산자를 보는 것보다 죽은 자를 보는 것이 쉬운 곳이다.
하지만 명도도 명도 나름이라고.
대라에 있는 명도는 일반적인 혼령들이 가는 그러한 곳은 아니다.
[만약 도달한다 하더라도, 그곳은 고여 있는 천기가 탁하고 쇠락한 곳이라 평범한 진선들은 그곳의 탁기를 한 호흡만 마셔도 혼과 육, 그리고 정신의 합일이 풀려버리네.]삼위의 합이 풀린 진선의 말로야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게 되리라.
[명도의 탁기는 그 자체로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들이 많아. 그만큼 기이한 것들도 많지만 너무도 위험하여 명도천의 탁기에 오랜 세월 익숙해진 명왕들과 그곳의 진선들을 제외하고는 함부로 다가가기 힘든 곳이야.]“본인이 간다 해도 말인가?”
[그건…….]“됐으니 누구에게 자네의 머리를 맡겨 놓았는지나 말하게.”
구영은 우물쭈물하며 연신 눈알을 굴리다 눈을 질끈 감고 답했다.
[십대명왕 중 하나인 부동명왕이네.]* * *
와그작.
오랜만에 금천도를 씹어 삼킨 천범을 곁에서 흐뭇하게 바라보던 상희가 천범에게 금천도를 하나 더 건넸다.
“맛있나요?”
“예. 희는 먹어본 적 없습니까.”
“네. 저는 금천도를 취하고 어찌 되는지 너무 많이 봐와서… 별로 먹고 싶은 생각이 들지는 않아요. 그리고 제가 먹는 것보다 선이 먹는 것을 보는 게 더 좋은걸요.”
희희 웃는 상희의 모습에 천범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런데 명도천에 간다고 하셨죠.”
“예. 그렇습니다.”
서황령에 자리한 탐화의 뱃속에 들어있는 금천도지를 관리하는 상희를 보러온 천범은 주변을 살피고는 고개를 주억였다.
서황모를 삼키고 나서 꽤 조용하게 구는 탐화였는지라, 별다른 일이 있는가 했으나 그렇지는 않았다.
포만감을 느껴 계속해서 졸리다고 하는 걸 보니, 서황모의 기운을 알음알음 집어삼키는 듯했다.
“명도천은 저도 꽤 무서운 곳이라고 언뜻 들은 기억이 있어요. 서황모님께 여쭈어보시면…….”
그때였다.
돌연 상희의 몸에서 서황모의 불길이 치솟더니 인상이 변했다.
“제 도움이 필요하시군요.”
말투와 분위기가 바뀌었다.
서황모였다.
“명도천으로 갈 일이 생겼네. 그곳의 십대명왕 중 하나인 부동명왕을 만나서 받아낼 것이 있어서 말이야.”
“꽤 재미난 곳으로 가는군요. 명도천의 탁기는 서황령의 신수들도 기피하는 곳이랍니다.”
“허나 가야만 하네.”
“그럼 길잡이를 찾아야겠군요.”
“길잡이를?”
“명도천은 길을 잃기 쉬운 곳이지요. 명도의 탁기는 제 의지를 지닌 것들이라 명왕들도 꽤나 번거로워하는 존재들입니다. 그러니 그러한 곳에서 길을 잃지 않으려면 반드시 길잡이가 필요하다 알고 있습니다.”
“길잡이는 어디서 구하면 되나.”
“…동황령으로 가십시오. 편한 길을 내어줄 것입니다.”
쉬익.
푸른 불길이 사그라들고 이내 상희의 눈빛이 돌아왔다.
“음? 왜 그렇게 빤히 봐요?”
얼굴에 뭐라도 묻었나 싶어 제 얼굴을 만지작거린다.
서황모가 빙의했던 것을 모르는가.
천범은 상희의 존재가 왠지 모르게 서글펐다.
그리고 그녀가 상희를 얼마나 아끼고 있는지도 대강 알 수 있었다.
“아닙니다. 동황령으로 가야겠군요.”
“거기는 왜요?”
“길잡이를 찾아야 하겠습니다. 명도천은 길잡이를 필요로 한다 하니.”
“아하! 그럼 저도 동행할게요! 동황령을 한 번 꼭 보고 싶었어요!”
“그러도록 하지요.”
* * *
정포결(井浦訣).
그곳에 자리 잡은 만월당은 주인이 바뀐 이래, 공격적인 사업 수완과 행동력으로 완전히 탈바꿈되었다.
“당주님. 이것을….”
“예.”
하인이 보내온 서신을 본 만월당의 당주. 천초아의 동공이 반짝였다.
“동황령에서 길잡이를 찾는다라. 꽤 시급한 일인 듯하군요. 저희한테도 이런 급보가 오는 것을 보면.”
명도천을 안내할 길잡이라.
“저희 진선 중에 길잡이를 맡을 자가 있던가요.”
“없겠지요. 더군다나 명도천의 길잡이라면 죽기 십상인데 누가 하려 하겠습니까. 그러니 동황령에서도 저희한테까지 급보를 전한 것이겠지요.”
관련 법칙을 익혀 길잡이를 한다 해도 명도천은 너무 위험한 곳이다.
겨우 대라의 진선이 되었거늘.
그곳에서 잠깐의 실수로 타락하여 명도의 탁기체(濁氣替)가 되어버린다면 그게 무슨 소용이겠는가.
“그래도 보상이 탐나네요. 미래를 점지해준다는 천조, 백한(白鷳)의 알을 내어주고 사해천(四海天) 용왕의 피 한 방울을 준다는군요.”
“동황령이 꽤 급한 모양입니다. 저런 대단한 보물을 보상으로 내놓다니요! 제가 살아온 수만 년 동안 단 한 번도 저런 적이 없었거늘….”
대체 무슨 일이 생겼길래 명도천의 길잡이에게 저러한 조건을 내걸었다는 말이던가.
그것도 상당히 급해 보인다.
“예. 누가 멱살 잡고 길잡이를 내놓으라 흔들어 댄 것도 아닐 텐데…… 어쨌거나 참 좋은 조건입니다.”
“길잡이만 찾는다면야 그렇지요.”
허나 명도천으로 갈 길잡이를 대체 어디서 찾는단 말인가.
“취난, 당신은 어때요?”
“사양하고 싶습니다. 명도천의 길잡이를 하지 못할 거야 없지만 굳이 그러고 싶지는 않아요. 당주께서 겨우 살려주신 목숨을 허투루 쓰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어쩔 수 없지요. 그럼 금천진군에 대한 건은 어떻게 됐나요?”
취난은 애석한 마음을 삼키며 초아의 물음에 답했다.
“같습니다. 금천진군께서 서황령에서 두문불출하고 계시다는 정보 말고는 다른 게 없습니다.”
아무리 만월당이 정보를 사들이고 판다고는 해도, 서황령이나 되는 곳의 정보를 쉽게 구하기란 요원하다.
막대한 자금을 부어 정보를 사들이고는 있지만 만월당의 수준에서는 꽤 부담스러운 일이며 그러해도 제대로 된 정보를 전해줄 이도 없었다.
“그렇군요. 서황령으로 연락은….”
“묵묵부답입니다. 그런 대단한 곳에서 만월당의 서신 따위에 답해주지는 않겠죠. 애초에 금천진군의 이름이 대라에 널리 퍼진 뒤에 서황령에 그를 만나 뵙고 싶다는 서찰이 허다하다 합니다. 아무래도 당주께서 바라는 답신이 오지는…….”
“그런가요. 후우-.”
작은 한숨.
취난은 그녀의 깊은 한숨에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말아 쥐었다.
그녀는 본래 각월에 의해 만월당에서 착취당하던 묘선 중 하나였다.
허나 각월이 죽고 초아가 새로운 당주가 된 뒤 큰 은혜를 입은 진선이었기에 그녀의 힘이 되어주고 싶었다.
어째서 금천진군을 만나고 싶어 하는지 모르겠으나 그것이 연심의 하나라고 취난은 곧 깨달을 수 있었다.
천 당주와 함께한 세월이 벌써 삼백 년이 넘어가니 모를 수가 없다.
금천진군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마다 그녀가 보이는 표정은 젖먹이도 알 만큼 적나라했으니.
“그래도 혹시 모르니 한 번 찾아보기는 하겠습니다.”
“예, 그렇게 해주세요.”
당주의 집무실을 나선 취난은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 업무를 봤다.
그렇게 한 달 뒤.
그녀의 손에는 동황령의 서신이 들려져 있었다.
그들은 여전히 길잡이를 찾지 못하였고 이전보다 더한 보상이 걸려 있었다. 허나 그런다 한들 길잡이를 자처할 자가 누가 있을까.
“대라의 신선들은 목숨이 위급하지도 않고 마음만 먹으면 한적하게 살아갈 수도 있으니 자처할 자가 없는 것이 당연하겠지.”
“취난님. 여기, 속보입니다.”
“음.”
서찰을 읽어 내려가는 취난의 동공이 확장된다.
동황령의 정황에 대한 간략한 내용이 적혀져 있었는데 그것이 꽤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동황령을 제집처럼 돌아다니는 낯선 차림의 사내가 나타났다.”
머리는 검고. 용모는 젊은 사내였으며 눈은 은은한 금빛을 띠었다.
겉모습만 듣노라면 대라에서 패도의 기세를 뿌리고 다니는 그 사내와 똑 닮은 용모이다.
“기이하다.”
뿐만 아니다. 동황령에서 돌연 경비를 볼 진선들과 다른 직무를 겸비할 이들을 차출한다는 서명을 냈다.
그 숫자도 꽤 많다.
“한 번에 백이나 되는 진선을 뽑는다니. 대체 무슨 일이….”
큰 전투라도 치른 것인가?
수명에 제한이 없는 진선을 새로 뽑을 일이라고는 그들이 전부 죽어 없어지지 않고서야 일어나지 않는 일.
그러니 참으로 기이하다.
몇만 년이고 잠잠하던 동황령에서 이런 일이 연달아 벌어지다니.
“갑자기 나타난 사내.”
그리고 명도천의 길잡이.
동황령의 인원 차출.
이 모든 게 꼭 묘한 연결고리가 있는 듯싶었다.
“설마…….”
취난의 목울대가 고저를 그린다.
동황령에 나타난 자가 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박혀들었다.
삼청을 죽이겠다 선포하고, 천공서의 겁선들을 모조리 죽여 천겁을 없애버리고, 상제의 친위대나 다름없는 제천옥선들도 도륙한.
항간에서는 패선(悖仙)이라고도 불리는 대라신선.
금천진군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