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ll of the Spear RAW novel - Chapter (99)
낭선기환담-98화(99/600)
낭선기환담 – 98화
“죽으려고 작정을 했구나!”
그녀의 눈으로 봤을 때 이 난장판에 검집을 뽑은 산군은 불속으로 뛰어드는 부나방처럼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갖가지 금제가 튀어나와 기묘한 진이 무수하게 생겨났다.
허공을 수놓은 금제의 진들이 법결 문자들을 토해내어 그를 향해 아가리를 벌리듯 빛을 뿜었다.
쿠우웅!
금제가 이내 그의 몸을 짓눌렀다.
중력의 금제인 듯 엄청난 무게가 그를 덮쳤다.
축지는 사용할 수도 없다.
하후미농의 몸속은 공간신통을 막아 놓은 듯 축지를 쓸 수 없다.
비행 신통은 물론, 그의 몸속을 돌아다니던 영력까지 동결되기 시작했다.
삼귀가 어찌하여 자신이 함께가 아니면 천양지보를 갖지 못할 거라 호언장담했는지 알 수 있었다.
두 자릿수가 넘어가는 엄청난 금제들이 한 번에 터지니 평범한 도사라면 꼼짝도 못하고 당했을 것이다.
하지만 산군은 한껏 여유로운 낯으로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이내 품에서 돌덩이 여러 개를 꺼내 던졌다. 그것들 수십 개가 한 번에 터져나가며 폭사하니 눈이 멀 듯 했다.
“설마…!”
터져나간 빛은 금제의 진을 와해시켰고 그를 억압하고 위협하던 금제는 서서히 허물어졌다.
“말도 안돼!”
그가 던진 것은 해봉석이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거대 문파에서도 해봉석은 귀물이다.
하나정도 가지고 있으면 모를까, 그마저도 없어 막대한 양의 대가를 지불하고 모아두는 게 해봉석이다.
한데 일개 육사가 십 수개의 해봉석을 지니고 있다니!
격하게 동공이 흔들린 금긴은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차라리 잘 됐다.’
놈은 어차피 자신이 처리하려 했다.
천양지보를 손에 쥐고 있다지만 영명의 경지로 그것을 쉽사리 사용하기는 어려울 터!
그렇다면 지금이 기회다.
“네가 살아 있다고는 들었지.”
검집을 왼손에 든 산군은 오른손을 펼치며 적안을 번득였다.
이내 그의 동공이 확장되며 단숨에 세 번째 눈동자가 자리했다.
풍경이 급변했다.
발밑에서 푸른 불기둥이 여러 곳에서 용솟음쳤다.
단숨에 주변이 불바다로 변했다.
살이 뜨거워지고 입술이 메말랐다.
공기가 뜨거워져 숨이 턱 막혀왔다.
“괴비여각!”
모를 리 없다.
그것은 본디 자신의 신통이었으니까.
“뭔가 이상하다 했더니 설마 꼬랑지를 내리고 도망친 금긴이었을 줄이야.”
모를 수가 없다.
천요동에서 산군을 백귀야행에 데려가려 했던 십해만척귀의 금긴이었다.
금긴의 단령이 도망갔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설마 여선의 몸을 빼앗아 연명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네놈과 엮여 이 미천한 몸뚱이로 연명하고 있으나 상관없겠지! 이제 곧 네 몸을 빼앗아줄 테니!”
금긴의 노호성이 쩌렁쩌렁 울렸다.
산군은 피식 웃으며 손아귀에 나타난 청옥을 허공에 띄웠다.
청옥은 이내 분열되더니 점점 수를 늘렸다. 허공을 수를 놓은 듯 단숨에 수백 개로 불어났다.
“그때의 빚을 갚아주마!”
108개의 청옥은 수결을 맺음과 동시에 푸른 비검으로 변했다.
그 모습에 금긴은 아미를 좁히며 입을 벌려 비파를 꺼내들었다.
금긴의 손에는 어느새 비파를 연주하기 위해 끼운다는 뾰족한 가조각이 끼워져 있었다.
“여인네 몸으로 들어가더니 외면뿐만 아니라 내면도 변모했나 보구나!”
“흥! 마음대로 떠들어라! 칠선보구 중 하나인 오경비파(五經琵琶)의 맛을 보고도 떠들 수 있는지 보자꾸나!”
이내 금긴의 손이 현란하게 움직이며 다섯 개의 현을 무자비하게 튕겼다.
귀를 현혹시키는 아름다운 음색.
빠르고 경쾌한 연주였으나 왠지 모르게 심금을 울리는 소리였다.
저도 모르게 집중했던 산군은 아차 하며 주위를 둘렀다.
자신이 만든 환계의 풍경이 점차 사라지고 있었다. 불기둥은 사그라들고 그 속에 녹음 가득한 초목이 피어나는 중이었다.
비파의 음색이 퍼지면 퍼질수록 환계가 일렁거리며 그에 호응했다.
산군은 눈가를 가늘게 떴다.
어느새 금긴의 주위에는 환무가 짙게 깔리기 시작했고, 그녀는 그 속에 모습을 감추고 있었다.
그럴수록 비파는 질풍처럼 내달렸다.
참으로 신묘한 연주요, 음색이었다.
산군은 고개를 흔들다 눈을 떴다.
그의 눈에는 날개를 펄럭이는 참새 한 마리와 수리 한 마리가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이고 있었다.
점점 고도를 높이는 비파 연주와 함께 보여지는 환상에 산군은 어안이 벙벙했다. 귀가 아릴 듯 빗발치는 비파 소리와 독수리의 발톱에 도망치는 참새의 환상이 아른거렸다.
내가 참새인지, 참새가 나인지.
펄럭이는 게 팔인지 날개인지 모르게 신묘함에 허우적거리던 그때.
콰득!
환상 속 수리의 발톱에 참새가 걸려드는 동시에 산군의 눈이 번쩍 떠졌다.
그의 체내에 있던 항보사인검이 퉁! 맑은 소리를 내며 정신을 깨우는 순간.
“죽어라!”
비파의 맑은 음색이 순간 날카로워졌다. 금긴이 손을 강하게 튕겼다.
찌이잉!
눈살이 찌푸려질 괴기한 음공이 퍼져나갔다.
어느새 날카로운 음공이 반월 모양의 검기처럼 뭉쳐져 그에게 쇄도했다.
독수리 발톱과도 같았다.
“이런!”
산군은 즉시 손을 오므렸다.
푸른 비도 수백 개가 그의 손짓에 따라 춤추듯 움직였다.
금긴의 음공과 산군의 비도가 부딪치며 경천동지할 굉음을 자아냈다.
콰강 콰가가강!!
산군은 환계 속에 몸을 숨겼고, 금긴은 쉼 없이 비파를 튕겼다.
음공과 부딪친 비도들은 힘없이 튕겨나가며 지면으로 떨어졌다.
금긴의 낯에 희색이 돌았다.
“숨어 다니는 건 여전하구나!”
비아냥거렸지만 환계 속은 여전히 잠잠했다. 금긴은 비웃음을 머금으며 비파를 튕기며 음공을 쏘았다.
푸른 비도들은 이제 모조리 떨어져 내려 허공에는 푸른 화염만 일렁였다.
“영명에 올랐다 해도 초경에 불과한 네놈이 날 죽일 수 있으리라 보더냐. 괴비여각을 제대로 활용하지도 못하는 놈이 무슨! 어림 반 푼어치도 없지!”
상기된 얼굴로 주변을 둘러본 금긴은 오경비파를 튕기며 연주했다.
그러자 돌연 그의 주위가 일렁이며 지면에서 굵은 대나무가 솟았다.
대나무 끝에 발을 갖다 댄 금긴은 그 위에 서며 현을 튕겼다.
그러자 지면에서는, 돌연 우후죽순 튀어나온 대나무들이 나타나 녹음진 대나무 숲을 만들어냈다.
대나무 숲 위에 휘청거리듯 서 있는 금긴은 요염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때였다.
돌연 영기의 흐름이 바뀌었다.
대나무 숲이 격하게 흔들렸다.
위태롭게 서 있던 금긴의 얼굴이 와락 찌푸려졌다.
지면에서부터 소용돌이치듯 청염이 일렁이고 그 속에서 유영하는 교룡의 모습이 언뜻 내비쳤다.
“검진!”
화들짝 놀란 금긴이 아연실색했다.
별것 아니라 생각했던 비도들이 사실은 검진을 이루기 위해 떨어져 내렸던 것이었다! 그녀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다 점차 새하얗게 질려갔다.
환계가 만들어져 도망칠 수 없다.
검진을 부수거나 산군을 죽여야만 멈출 수 있다.
하지만 검진은 물론, 놈 또한 환계에 버무려져 위치가 모호하다.
“언제까지 숨어 있을 작정이냐!”
그녀가 돌연 뛰어올랐다.
그러자 대나무 수백 개가 함께 치솟아 올라 사방으로 쏘아졌다.
대나무 하나하나가 갑자기 죽창으로 바뀌어 사방으로 찔러 들었다.
하지만 목표가 확실하지 않은 죽창은 이내 갈 길을 잃고 청염에 먹혔다.
전전긍긍하며 고민하던 금긴은 주귀통춘의 등껍질을 불러냈다.
검진의 기운이 강렬하기는 하나, 자신이 자랑하는 주귀통춘의 등껍질을 뚫지는 못할 터!
수결을 맺어 등껍질을 본래의 크기로 돌린 금긴은 거북이마냥 등껍질 안으로 들어가 숨었다.
그제야 나지막한 음성이 들렸다.
[숨은 건 내가 아니라 네놈 같은데.]금긴이 이를 갈고 있을 때.
검진을 이루는 108개의 비검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비검 하나하나에서 솟아오르는 푸른 화염이 교룡으로 변모했고, 매서운 울음소리와 함께 등껍질로 쇄도했다.
봉악청화로 이뤄진 교룡들이 푸른 화염을 뿜어대며 등껍질을 옭아맸다.
하지만 주귀통춘의 등껍질이 대단하기는 한 듯 청염 속에서도 건재했다.
상상 이상의 경도에 산군도 적잖이 놀랐으나 이내 입꼬리를 올렸다.
검진을 이루는 화염은 봉악청화.
그 매서운 열기로 감싸고 있으니 태워버리지 못해도 상관없다.
그 안에 있는 놈은 솥에 삶아지는 거북이와 같을 테니.
잠시 뒤.
등껍질 안에서는 억눌린 비명이 흘러나왔고, 산군은 희색을 드러내며 가열차게 영력을 불어 넣었다.
이내 열기를 참지 못한 금긴이 비명을 내지르며 등껍질에서 빠져나왔다.
하얀 빛줄기로 도망치는 금긴의 모습은 비참한 꼴이었다.
궁장은 이미 거적때기가 되어 있었고, 온몸에 화상을 입어 붉어졌다.
도망치려 했으나 산군의 환계 속.
도망칠 곳은 없다.
이를 간 금긴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오경비파를 꺼냈으나 이미 늦었다.
푸욱!
“커헉!”
“어딜 가려고.”
금긴의 등을 찌른 산군은 희희 웃으며 손을 빼냈다.
“날 죽일 수 있을 것 같으냐!”
“그럼 여기서 죽이지 뭘 바라.”
이상한 소릴 한다는 듯 대꾸한 산군은 금긴의 목을 비틀기 시작했다.
“크윽, 이 몸은 동해 해총령왕의 금지옥엽이다! 네놈이 날 죽인다는 것은 해룡족의 금지옥엽을 죽인다는 뜻! 네놈이 감히 해총령왕의 분노를 감당할 수 있을까!”
산군의 낯이 와락 찌푸려졌다.
동쪽의 바다를 지배하는 동해삼왕(東海三王) 중 하나, 해총령왕(海總靈王).
그 이름이라면 산군도 알고 있다.
그의 딸을 죽인다면 동해의 해수들이 산군을 노릴 것이 자명했다.
“빌어먹을 놈이 같잖은 수를….”
산군은 품에서 검집을 꺼냈다.
새로 얻은 천양지보였다.
“하하하! 네놈도 해총령왕의 분노는 두려운 모양이구나!”
광소하며 지껄이는 금긴을 노려보며 산군은 검집을 놈의 이마에 가져갔다.
“뭐, 뭘 하려는 게냐!”
“검집의 이름은 혜연회검(傒聯灰檢). 이 천양지보가 지닌 신통은 네놈 또한 잘 알고 있지 않더냐?”
혜연회검의 신통을 떠올린 듯 경악성을 내지르려 했다.
“이미 늦었어.”
툭.
검집의 입을 이마에 찍어 당기자, 거미와 닮은 무언가가 비명을 내질렀다.
[살려주시게!!]“그냥 뒤져!”
이내 검집이 영묘한 빛을 흘리며 놈의 혼을 빨아들였다.
비참한 단말마와 같은 비명을 내뱉으며 검집 속으로 사라진 금긴의 마지막을 본 산군은 거친 숨을 내뱉었다.
“지긋지긋한 새끼.”
욕지거릴 내뱉은 산군은 손을 휘저어 검진을 회수했다.
붉게 달아오른 주귀통춘의 등껍질.
그것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담즙을 건널 때부터 예사 물건이 아니라 생각했었지만 설마 검진으로 강화한 봉악청화도 통하지 않을 줄이야.
“하지만 이리 내 물건이 됐으니 더할 나위가 없군.”
천양지보에 주귀통춘의 등껍질.
만족스럽게 둘을 품에 넣은 산군은 환계를 거두고 지면에 내려섰다.
이내 품에 안긴 여인을 바라보다 혀를 찼는데, 등에서부터 복부에 관통된 상처 때문이었다.
동해의 해총령왕이라 하면 동해를 주름잡는 해룡족의 왕이다.
그런 해왕의 금지옥엽이었을 줄이야.
잠시 고민하던 산군은 이내 품에서 약병을 꺼내 그녀를 치료했다.
어찌하여 금긴에게 몸을 빼앗겼던 것인지는 모르나, 놈의 말이 거짓이 아닌 듯 했다.
본래라면 다른 이의 혼을 집어삼켰어야 했지만 금긴은 그러지 않았다.
그녀의 혼을 봉해두고 자리만을 차지했을 뿐이었다.
[동해 해총령왕의 딸이라….]돌연 검집에서 흘러나온 노인이 껄껄 웃으며 말했다.
“적적할까봐 제 원수 놈을 넣어드렸는데, 어찌 잘 지내실 것 같습니까.”
[화가 많은 놈이더군! 나 정도 되는 인물이 아니면 검집 속에 녹아들어버릴 테니 너무 걱정 말게.]자랑 같은 언사였으나 산군은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한데 말일세. 자네….]그때였다.
쿠구우우웅!!
지진이 일어난 듯 지면이 흔들리고 굉음이 빗발쳤다.
“육사! 또 뭡니까 이건!”
숨어 있던 장천이 놀라며 소리쳤다.
하지만 산군도 어안이 벙벙했다.
무슨 영문인지 알 턱이 있나.
[어서 도망치게!]“대체 무슨 일 입니까!”
[놈은 내 육신을 강시로 만들었네! 지금 그것이 깨어나려 하는 게야!]그렇다면 최소 영겁 수준의 강시!
산군이 감당하기엔 벅찬 수준이었다.
“아니 그게 왜 지금!”
왜 하필 지금이란 말인가! 하지만 그 답은 이내 알 수 있었다.
[네놈이 혜연회검을 뽑지 않았더냐!]“아.”
염병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