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returned as a genius violinist RAW novel - Chapter 103
103화
서진은 지난 몇 년 칩거하다시피 틀어박혀 지내는 동안에도 종종 개인적인 연주기록을 동영상으로 남겨 너튜브에 올렸는데, 그중 몇몇 곡은 초등학생 시절 연주했던 것과 겹치는 것도 있었다.
그 두 곡의 영상이 비교가 되며, 천재의 발전 수준이라며 사람들이 새삼스레 호들갑을 떨기 시작한 것.
-어릴 때 연주는 천재 신동의 느낌이라면, 큰 후의 연주는 그야말로 갓갓 거장임.
└진심. 곡마다 이 곡은 어느 바이올리니스트 것이 최고다 이런 게 있잖아. 이를테면 내 취향으로는 라 캄파넬라는 클레어 강, 카프리스 24번은 다비트 G, 바흐 샤콘느는 장경화, 비탈리 샤콘느는 하이페츠 등등… 근데 한서진이 그 모든 이름을 갈아엎었음.
└뭐래, 위에 곡들 한서진이 아직 다 연주한 적도 없는데 뭘 다 갈아엎어.
-뭐지, 이 미친 중독성은…? 얘는 활에 송진가루 대신 마약이라도 뿌렸나? 오진다.
└얘 연주 실황으로 보면 더 쩜.
└실황 영상?
└아니 실제 공연장 가보라고 차원이 다르다고
└돈없음 ㅅㅂ… 가격 개바가지던데.
└님이 돈이 없다고 그게 바가지가 되는 건 아니지. 나는 정말 돈이 하나도 안 아까웠음.
└ㄹㅇ 난 서울서 보고 부산까지 쫓아가서 한 번 더 봄. 내가 생각해도 미친 것 같은데, 정신을 차려보니 부산에 와 있더라….
└재벌이냐…
-이번 빈필 어쩌고 공연 진심 대박이었다는데… 궁금하다. 너튜브에 왜 안 올라옴? 개느려 쓰레기…
└여기 말고 라디오 다시 듣기 있음 ㄲ
-난 얘 잘하는 거 잘 모르겠던데. 예중만 다녀도 저 정도는 다 함.
└응. 다음 막귀
-라디옼ㅋㅋ ㅋ 선사시대 유물이냨ㅋㅋㅋㅋ 요즘 누갘ㅋㅋㅋㅋ
-난 피아노가 젤 좋았는데, 왜 그 얘기는 없음?
-어, 라디오 나. 나 석기인?
확실히 너튜브 시청자와 라디오 청취자는 그리 겹치는 계층이 아니었다.
그래도 궁금한 사람은 찾아보러 가게 되는 법.
하지만 라디오 프로그램 FM 클래식 홈페이지는 이미 서버가 다운되어 터져 있었다. 바로 그 다시듣기 때문이었다.
최근 들어 FM 클래식에서 틀어주는 음반은 대부분 다시듣기 서비스가 중지되어 있었는데, 그나마 실황 방송은 예외였다. 사전에 방송사 및 연주자와의 중계 계약 때부터 다시듣기 서비스를 포함하여 저작인접권을 해결한 결과였다.
혹은 연주자가 직접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서 스튜디오에서 라이브 연주를 하는 경우에도 그런 식으로 계약이 가능했는데, 그 외에는 대부분 다시듣기 서비스가 불가능했기에 사람들은 다른 것들도 가능하게 해달라고 게시판에 난리였다.
덕분에 다시듣기를 하러 온 인원에 더해 게시판 문의 폭주까지 점점 트래픽이 늘어났고, 그 결과는 서버 다운이었다. 평소에 그리 많은 트래픽을 예상하지 않았었기에, 조금만 몰려도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미친, 라디오 서버 다운됐는데?
└대박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댓글들 반응 미쳤어요.”
기사를 쓰기 위해 관객들의 반응 수집 중이었던 강민지 기자는 상상 이상의 반응에 혀를 내둘렀다.
“그러게, 이 대한민국에서 클래식 공연이 이 정도로 센세이션이 된 적이 또 있나 모르겠네.”
“제 말이요. 보니까 서울, 부산 두 번의 공연을 전부 갔다는 사람도 꽤 있더라고요. 저도 그것까지는 못했는데. 대단쓰….”
우스운 점은, 빈필 내한공연인데 정작 빈필 이야기는 거의 없다는 것이었다. 오직 한서진한서진한서진한서진….
“근데 멤버인 K 콰르텟이 보면 조금 슬플 듯….”
“그나마 피아노 친 애, 샤이보이. 걔는 이름 많이 나오더라.”
한서진, 임찬윤 이 둘만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가운데, 그나마 서지연의 이름이 가끔 언급되는 정도.
“결국 잘생기고 예쁜 애들만 인기구나… 어휴 이놈의 외모지상주의!”
“그나저나 서지연 얘는… 재벌가 출신에 연예인급 외모에 악기까지 잘하니… 진짜 세상 불공평하다, 휴….”
“뭐 어쩌겠어. 세상 다 그런 거지. 어쨌든 중요한 건 우리가 당당히 인터뷰를 따냈다는 거지! 그것도 따로 시간 내서! 으흐흐흐….”
이모팬 1호 – 나이를 먹어 어느덧 아줌마 팬이 된 강민지 기자는 어느덧 어엿한 청소년으로 자라난 훤칠한 서진을 보며 흐뭇함을 주체하지 못했다. 솔직히 비주얼만 보면 아이돌이 따로 없었다.
‘효효효… 키는 또 언제 이렇게 컸대? 이모 심장 떨리게 흐흐…!’
* * *
‘아니 다들 왜 내 얘기만 하냐고… 애들한테 미안하게스리.’
출국하기 전, 서진은 짬을 내 인터뷰 요청에 응했다.
인터넷 반응을 본 서진이 K 콰르텟의 향후 공연 일정도 홍보할 겸, 친구들을 위해 일부러 마련한 자리. 당연히 K 콰르텟 모두 함께였다.
“안녕하세요, K 콰르텟 멤버 여러분. YN 음악저널의 강민지 기자입니다!”
“안녕하세요.”
넷이 맞추기라도 한 듯 동시에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XX 필름의…,”
“클래식 음악 세상의 XXX입니다.”
장내에는 YN 뿐 아니라 다른 쪽에서 나온 사람들도 함께 있었다. 인터뷰 요청이 하도 많아서 시간 관계상 그냥 한 번에 몰아 만나기로 한 것이었다.
거기에는 영화 관계자 및 방송 관련 음악 관계자들도 있었는데, 대부분 그날 방켓에서 만났던 낯이 익은 사람들이었다.
“예, 모두 안녕하세요.”
그렇게 여러 인사들이 모여있었지만, 다행히 질문이 여기저기서 우후죽순 쏟아지지는 않았다.
가벼운 근황 토크에 가까운 질문으로 시작된 인터뷰는 이어 본격적인 질문에 돌입하기 시작했다.
“K 콰르텟 여러분의 이번 공연, 굉장히 인상적으로 관람했는데요. 한서진 군께 궁금한 점이 있어서요.”
“네. 말씀하세요.”
“한서진 군은 바이올리니스트에서 시작해 이제 어엿한 작곡가로서 첫발을 내딛으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혹시 그러면 이제 기존의 클래식 곡 연주는 선보이지 않으시는 건가요? 그러니까, 앞으로는 현대음악만, 본인이 작곡한 곡만 연주하시려는 건지 그 부분이 알고 싶어서요.”
“아. 그렇지는 않습니다.”
아직 기존의 곡들을 다 배운 것도 아닌데, 잘났다고 자신의 곡에만 마냥 심취할 리 없었다. 작곡을 비롯한 모든 창작이라는 건 충분히 인풋이 되어야 유의미한 아웃풋이 나오는 법이니까.
어디까지나 손가락 문제로 쉬는 동안 작곡을 하다 보니 순서가 조금 뒤바뀐 것이지, 서진은 아직 하고 싶은 곡들이 많았다.
“휴, 다행입니다. 사실 서진 군의 멋진 연주를 기대하는 팬들이 많다 보니…. 서진 군이 발표하는 훌륭한 신곡도 좋지만, 아무래도 대중들은 자신이 좋아하던 기존의 곡들도 듣고 싶어 할 테니까요. 저도 그렇고요. 호호.”
작게 미소지은 서진이 덧붙였다.
“저 역시 아직은 많은 배움이 필요한 상황이니까요. 사실 아직 손도 대보지 못한 명곡들이 산처럼 쌓여있거든요.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작곡가들은 많고도 많으니까요. 위대한 이들이 남긴 곡들을 하나씩 섭렵해 나가는 것 역시 연주자로서 목표 중 하나입니다.”
“그럼 당분간은 작곡과 연주 활동을 병행하시겠군요. 그렇다면 K 콰르텟의 앞으로의 목표 역시 그와 같은 맥락이라 생각하면 될까요?”
“네. 맞습니다.”
이번 대답은 지연이 대신했다.
즉, 서진이 작곡한 곡과 기존의 명곡들을 한데 묶어 연주하는 것.
“아무래도 익숙한 곡을 함께 들려드리는 것이 더 친숙하게 접근할 수 있을 테니까요.”
들어본 적 없는 생소한 곡들만으로는 청중들의 접근성에 한계가 있었다. 베토벤이나 차이코프스키 등 익숙한 이름이 좀 나와 줘야 관객들로서도 와볼 생각이 들 터, 이번 빈필과의 협연에서처럼 유명한 곡들을 군데군데 섞어서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언젠가 서진이 더 유명해지면, 서진이 작곡한 곡만으로도 충분히 청중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생각.
“맞아요. 좋은 전략이네요. 실제로도 그런 식으로 대중들에게 낯선 음악을 선보이는 것이 효과적이라죠.”
이를테면 ‘러시아 음악전’ 이라는 컨셉으로 공연을 기획한다면, 차이코프스키나 라흐마니노프 등 익숙한 곡들을 배치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생소한 발라키레프, 보로딘 등을 한두 개 끼워 넣는 식으로. 그녀가 덧붙였다.
“네. 저희의 궁극적인 목적은 클래식의 대중화에 있으니까요. 한 명이라도 많은 이에게 잊지 못할 음악적 경험을, 저희의 음악으로 인한 행복감을 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 말에 강민지의 시선이 유독 서진에게 박혔다.
서진은 민망함에 슬쩍 눈을 피하려 했으나, 팬심으로 똘똘 뭉친 기자의 눈빛 공격은 누구도 막아낼 수 없었다.
‘내가 이날 이때까지 아이돌 한 번 좋아해 본 적 없는데… 얘는 왜 이렇게 취향 저격인 건지…!’
저 얼굴로 그렇게 기가 막힌 연주를 하는데, 도저히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참, K 콰르텟의 이번 공연의 실황 음반이, 클래식 빌보드 차트의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는데요. 이에 대한 소감은 어떠한가요?”
그 질문에 4명은 잠시 서로를 바라보았다.
사실 이건 서진조차 예상하지 못했던 이례적인 일이었다.
처음 협연을 앞두고 이런저런 계약 사항을 점검할 때, 실황 음반 관련한 사항이 포함되어 있다는 걸 알고는 있었으나, 크게 유의미한 기대를 하진 않았다.
한데 따로 작정하고 음반을 낸 것도 아닌데, 실황 공연 음반만으로 빌보드 차트라니.
“음… 글쎄요, 그건 저희보다는 함께해 주신 빈필의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빈필의 명성 덕에 어부지리로 얻어걸린 일이랄까. 자신들끼리 한 공연이었다면 거창하게 실황 음반씩이나 냈을 리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건 큰 착각이었다. 빈필과의 협연이라는 타이틀 덕분에 실황 음반까지 제작된 것은 맞으나, 사람들을 환호하게 한 건 어디까지나 협연자들의 존재였으니까.
“생각지도 못한 결과에 사실 매우 놀랐거든요. 비록 저희만의 성적은 아니지만, 이토록 큰 사랑을 주신 팬분들께 무척 감사한 마음입니다.”
“하하. 이거 너무 겸손하신 것도 문제인걸요? 그나저나 K 콰르텟도 그렇지만 한서진 군은 이미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와 여러 번 협연 경험이 있는 걸로 아는데요, 특정 오케스트라와의 연주로 녹음한 음반을 발매할 계획은 없으신가요?”
서진이 즉답했다.
“콩쿨 특전으로 일정이 잡혀있는 것 외에는 아직 미정입니다. 당분간은… 음반을 내서 세상에 내보이는 것보다는 실력을 갈고닦고 싶어서요.”
그동안도 음반 녹음을 아예 안 했던 건 아니었지만, 어디까지나 K 콰르텟과 함께 했던 작업이었다. 솔리스트로서 오케스트라와 음반 작업을 하는 건 아직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지 않았다.
정확히는 거기까지 생각할 여력이 없는 것에 가까웠다. 너무 바쁜 탓이었다.
“그렇군요. 왠지 그렇게 답하실 것 같았어요.”
“참, 그나저나 한서진 군은 영화나 드라마 쪽의 음악 작곡에는 관심이 없으신가요?”
이번에는 어딘가의 영화 관계자라는 누군가가 물었다.
천재 바이올리니스트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