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returned as a genius violinist RAW novel - Chapter 139
139화
[한예종 오케스트라의 색다른 시도, 지휘자가 없는 관현악 연주! 작곡가가 직접 연주하고 지휘까지 하는 올인원 퍼포먼스의 완벽한 하모니!] [작곡 신예의 새로운 도전! 지휘자 없는 지휘. 음악계에 새 물결을 일으킬까…,]강민지가 그 부분을 언급하며 물었다.
“지휘자 없는 지휘라…, 정말 대단한 무대였지요. 이번에 다른 쪽으로도 깜짝 놀랄 만큼 상당한 재능을 보여주셨는데요, 혹시 앞으로 지휘 쪽으로도 진출하실 계획이 있으신가요?”
“글쎄요. 아직까지는 없어요. 말씀 주신 대로 지휘자 없는 지휘였으니까요. 제가 지휘자로 나아가기 위함이라기보다는, 지금으로서는 음악에 보다 깊이를 더하고자 필요한 모든 것을 배우는 과정일 뿐이었거든요. 전 아직까지는 연주자로서 가야 할 길도 멀었으니까요.”
“그렇군요. 그리고 6중주도 상당한 호응이었지요.”
공연에 올린 서진의 곡은 총 두 곡이었다. 그중 6중주는 차이코프스키의 6중주에 밀려 별 호응을 받지 못할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반응이 좋았다. 오케스트라 곡은 말할 것도 없고.
“…에 대해, 여기 기사와 같은 평이 대세인데요, 이에 기분이 어떠신가요?”
이걸 뭐 답할 게 있나. 그저 당황스러울 뿐이지. 금칠도 정도껏이어야지, 저거 대체 어디 신문사람…?
서진도 얼핏 본 기억이 나는 기사들이었지만, 이렇게 면전에 들이대니 새삼 멋쩍달까.
“너무 과찬이라… 그냥 조금 민망하네요. 하하.”
“에이, 무슨 그런 말씀을. 저도 정말 감명 깊게 들었는걸요. 특히 6중주! 차이코프스키 말고 한서진 씨의 곡이요!”
차이코프스키 뒤에 연주된 거라 흐릿한 인상으로 남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렇게 말해주니 기분이 좋았다.
사실 그 곡은 서진 나름의 야심작이긴 했다. 최근 들어 오케스트라 같은 대규모 편성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는 와중에, 그 중간 단계의 도전으로 편성을 살짝 늘려 6중주 곡을 써본 것이었다.
‘바로 저 곡 때문에 6명이 필요했던 거지.’
차이코프스키의 6중주도 실은 이왕 6명을 모은 김에 본전을 뽑고자 고른 곡이었으니까.
“하하. 칭찬 감사합니다.”
“별말씀을요. 그럼… 지난 공연에 대한 건 이 정도로 하고, 혹시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실지 물어봐도 될까요?”
“네. 딱히 특별한 건 없지만… 조만간 예술사 과정을 끝내고 나면 줄리어드로 유학을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어머! 정말요!?”
“네. 아직 꽤 남긴 했지만요.”
“드, 드디어…!”
강민지는 웬일인지 자신이 더 좋아했다.
“그럼 혹시… 그런 소문이 있던데… 이자크 펄의 제자가 되신다는 게 사실인지요?”
“…네. 맞아요. 직접 제의를 주셨거든요.”
“꺄!!!”
이제 거의 폴짝폴짝 뛸 지경인 그녀.
콩쿨 소식까지 듣고 나면 더욱 흥분할 것 같아 무서울 정도였다.
“그리고 안 그래도 말씀드리려 했던 건데, 아까도 말했듯이 제가 아직 연주자로서 나아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아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여기까지 들은 강민지의 눈이 번뜩였다.
“그럼 혹시 줄리어드에 가기 전에…,”
“네. 올해 있을 콩쿨에 참여하려 합니다. 퀸엘리자베스 바이올린 콩쿨이요.”
“!!!”
계속 폭탄 소식이었다.
“정말로 기쁜 소식이네요! 사실 은근히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우리 서진 군, 아니 한서진 씨가 바이올린 콩쿨엔 안 나가나… 하고요. 저만 그런 게 아니라 팬들도 다들 은근히 궁금한 눈치더라고요.”
“하하, 그런가요?”
“근데 차이코프스키 쪽은 생각이 없으신가요? 혹시… 둘 다 나가시는 건….”
“아뇨. 하나만요. 차이코프스키는…,”
차이코프스키는 굳이 나가지 않기로 했다.
같은 해에 개최되긴 하지만, 퀸엘리자베스는 4월 말부터 5월 말까지, 차이코프스키는 6월 중순쯤 열리는 만큼 나가려면 나갈 수 있지만…,
‘자칫 둘 다 욕심내다간 이도 저도 아니게 될 수 있으니까.’
게다가 기억하기로 올해의 차이코프스키는 역대급 논란으로 유명했다.
콩쿨에 대한 구체적인 개요가 발표된 게 고작 엊그제. 보통 이런 국제 콩쿨의 경우, 전년도에 미리 요강을 발표하는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늦장을 부린 셈이었다.
차이코프스키 콩쿨은 원래도 자국민 편애가 심하기로 유명하다. 서류 통과에 러시아인이 대부분인 건 말할 것도 없고, 특히 올해는 피아노 부문 결선에서 역대급 사건사고가 많았던 기억이 있었다. 회귀 전의 일이라 또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지만…,
‘이미 병역특례도 따 놓은 마당에 굳이 욕심부릴 필요 없겠지.’
그래서 지연에게도 차라리 퀸엘에 같이 나가자고 했지만, 지연은 고개를 저었다. 차이코프스키와 고작 한 달여의 차이지만, 퀸엘을 준비하기엔 시간이 빠듯할 것 같다고.
그 말을 하며 보인 태도가 어딘가 석연치 않았지만, 개인적인 일인 것 같아 서진은 더는 권하지 못했다. 바이올린 부문 쪽에는 크게 문제가 없었으니 말릴 필요까진 없겠지.
“아쉽네요. 둘 다 나가서 한 해에 두 개의 콩쿨을 동시에 석권하면 정말 전설로 남았을 텐데요…!”
“하하. 사양할게요. 제가 그만큼 성취를 보일 거라는 보장도 없고요. 퀸엘 하나만으로도 벅찰 것 같아요.”
알다시피 퀸엘리자베스 콩쿨은 파이널에 진출한 참가자들을 뮤직 샤펠이라는 궁에 가둬놓고 결선을 치르게 한다.
참가자들은 일주일간 그곳에 갇힌 채 죽어라 바이올린만 연습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선택곡 외 지정곡 한 곡은 뮤직 샤펠에 들어간 후에야 악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즉 누구나 공정하게 처음 보는 악보라는 것. 기존 음악가의 것이 아닌, 새로이 창작된 곡을 사용하기에 당연한 일이었다.
“아무래도 마지막 결선에서의 감금이 부담이긴 하죠.”
“풉, 감금이라… 네. 그렇죠. 핸드폰을 빼앗는 건 당연하거니와 티비도 전화도 없는 방에 오직 알람과 메트로놈만 주고는 통조림을 시키다니… 저도 그 정도로 연습만 해본 적은 없어서요.”
그 짓을 하고 이어 곧바로 또 다른 콩쿨에 참가한다는 건, 웬만한 정신력이 아니고서야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기에 서진은 당연하게도 퀸엘리자베스 하나만 나갈 생각이었다.
바로 그 콩쿨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직까지는 전혀 모르는 상황이었기에, 조금의 거리낌도 없이 그렇게 결정 내린 것이었다.
“호호호. 아무튼 좋은 소식 기대할게요. 그럼 이제 또 죽어라 연습하셔야겠군요?”
“네, 뭐 그렇겠죠. 하지만 너무 콩쿨에만 매몰되지는 않으려고요. 그게 전부는 아니니까요.”
“맞아요. 그리고 너무 무리했다가 탈이라도 나면 큰일이잖아요. 콩쿨 같은 걸 앞두고는 손가락 건강도 특히 유의해야 한다고 들었거든요.”
서진의 얼굴에 미세한 쓴웃음이 스쳤다. 건강 관련 이슈를 늘 안고 사는 서진이었기에, 그냥 가볍게 하는 말도 새삼스레 와닿기 때문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강민지 기자는 서진의 표정을 눈치채지 못한 채, 모쪼록 건강 잘 챙기시고 어쩌고 하는 덕담과 함께 인터뷰를 끝냈다.
* * *
바이올리니스트 아들을 둬서 가장 좋은 점은, 진짜 생음악을 바로 옆에서 들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 소리가 얼마나 형언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지는, 직접 들어본 이들이 아니면 결코 알 수 없었다.
아무리 비싼 티켓을 끊어 음향설비가 좋은 공연장을 간다 한들, 그것과는 완전히 다르니까.
“정말 부럽다. 넌 이걸 맨날 듣고 살 수 있다니….”
선희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 앞에서 어깨가 으쓱거려 죽을 지경이었다.
날씨가 안 좋아 바깥의 카페에서 만나는 대신 집에서 편하게 수다나 떨자고 만났는데, 마침 서진이 집에서 연습을 하고 있었다.
방음시설을 마련해 놓았다지만, 같은 집 안에서는 어느 정도 들렸다. 게다가 선희가 듣고 싶어 할 때는 일부러 문을 살짝 열어놓았기에, 부드러운 바이올린 선율은 온 집안에 잔잔히 퍼졌다.
“그치? 나도 넘 좋아서 부정할 수가 없다, 얘.”
친구의 얼굴에 부러움이 가득 스쳤다. 절친의 아들이 그 유명한 한서진이라니, 그것만으로도 주변에서 사인을 받아다 달라는 둥, 표 구하기 쉬워서 좋겠다는 둥, 얼굴 본 적 있냐는 둥 난리였다.
그러니 그 모친 본인은 말할 것도 없는 일.
“난 바이올린도 이 정도로 차이가 날 줄은 몰랐어.”
“응?”
“아니, 성악 같은 경우는 완전히 다르잖아. 실제로 듣는 거랑.”
“그래?”
“응 나도 우연히 들어봐서 안 건데….”
음반은 당연하거니와 오페라극장에 가서 듣는 소프라노의 아리아도 그저 꽥꽥거려 시끄럽기만 하다고 생각했던 그녀였다.
그런데 우연히 어딘가 야외의 축제 마당 근처를 기웃거리다, 목을 풀고 있는 성악가의 소리를 들어보고는 그 울림이 너무 좋아 깜짝 놀랐던 적이 있었다.
그냥 자연 상태 그대로 노래하는 목소리는… 정말로 천상의 아름다움이었다. 그때 들은 소프라노의 그 목소리가 아직도 잊혀지지 않을 정도로.
그런데 바이올린 역시 마찬가지였다. 친구의 아들이 연주하는, 그 어떤 가공과정도 거치지 않은 진짜 바이올린의 소리는…,
“야, 넌 맨날 앉아서 돈 버는 거야. 이게 돈 주고 들으려면 얼마겠어?”
“하하. 그런가?”
“나도 네 덕에 호강한다, 호호.”
한편, 서진은 콩쿨에 대한 고민이 깊었다.
이번 콩쿨에 임하는 자세랄까 방향이랄까… 목표를 어떻게 잡을지에 대한 것이었다.
‘일단 콩쿨이니만큼 정석 연주가 기본이긴 한데….’
왠지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심상 능력이 디폴트로 자리 잡은 지금, 광오한 말이지만 심사위원들을 홀려놓을 자신이라면 얼마든지 있었으니까.
그래서 오직 콩쿨에서 우승하는 것을 목표로만 하는 연주를 선보이고 싶지는 않았다. 그건 너무 의미 없는 일이니까.
그동안 서진이 콩쿨에 크게 관심이 없던 이유도 바로 그래서였다. 그 요상한 치트키를 가지고 있는 이상, 각 잡고 하려고 한다면 얼마든지 성과를 내보일 수 있으니까.
회귀 전 그때에는 뭐라도 잡아야 했기에, 죽기 전 조금이나마 인정받고 떠나고 싶어서,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콩쿨에 목숨을 걸었다지만, 지금은 더 큰 목표를 위한 발판의 의미로서 참여하려는 것. 그렇게 이왕 하기로 한 것, 나름대로 의미 있는 경험으로 만들고 싶은데….
‘그렇다면 어디에 초점을 맞추는 게 좋을까….’
하고자 한다면 얼마든지 정형화된 연주를, 그것도 무결점으로 해낼 자신이 있는 만큼, 오히려 오직 규격에 맞춘 연주가 아닌 그 이상의 도전을 해 보고 싶었다. 그때와는 상황이 달라진 지금이니까.
자신만의 색깔을 넣어 하는 연주.
‘콩쿨에서 선보이기에는 말도 안 되는 짓이지.’
콩쿨은 공연 무대와는 전혀 다른 성격을 지니는 경쟁의 장인 만큼, 일정 이상의 강한 개성이나 색채는 되려 독이었다.
하지만 만약 그렇게 해서 우승을 차지한다면…,
천재 바이올리니스트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