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returned as a genius violinist RAW novel - Chapter 245
245화
“어머, 어머어머! 진짜?”
“응. 바로 이거. 지금 나오는 거.”
마침 카페에서 나오고 있는 노래가 딱 그거였다.
서진이 작곡하여 불릿보이즈가 부른 곡.
정확히는 서진이 직접 작곡해 준 건 아니었지만…, 어쨌든 사람들에게는 대충 그렇게 알려져 있었다.
커피를 마시던 선희의 오랜 친구들이 음악을 감상하기 위해 귀를 쫑긋 기울였다.
“오, 그렇게 말하니 확실히 뭔가 다른 흔한 케이팝 곡들과는 다른 것 같아.”
“맞아. 딱, 뭐랄까 깊이가 다르네. 수준이 차원이 달라.”
사실 음악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바였지만, 그 유명한 한서진이 작곡했다 하니, 게다가 그 유명인이 친구 아들내미기까지 한 마당인지라 괜히 더 좋게 보였다.
“이게 제목이 뭔데?”
“세레나데, 인가 그럴걸?”
“제목도 로맨틱하네.”
“이게 요즘 그렇게 대박이라고.”
그야말로 전 세계적으로 대히트를 친 곡.
팬을 비롯한 전 세계 네티즌들의 반응 역시 한결같이 좋았다. 이 곡 뭐냐고, 누가 작곡한 곡이냐는 문의가 국내외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빗발칠 만큼.
-이거 듣고 있으면 불릿들한테 직접 고백받는 느낌
└인정. 진심 극락가는 기분임
└듣고 있자면 너무 행복해져….
-보컬도 좋지만, 기본적으로 곡 자체가 쩌는 듯.
└이거 한서진이 작곡한 드라마 OST에 보컬 붙인 거지?
└ㅇㅇ 정확히는 편곡한 거.
└클래식 음악 베이스인데 어쩜 이렇게 찰떡같이 편곡했지? 이건 한서진도 한서진이지만 편곡자도 상 줘야 함.
└엥? 한서진이 직접 편곡까지 한 거 아니었어?
└그건 아니라고 함. 원곡 사용 허락해줘서 편곡한 거라고.
서진은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그런 일이 있었다.
예전에 작업을 수락했던 드라마 OST 작업.
그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 역할을 맡는 배우가 K팝 스타였는데, OST를 직접 부를지도 모른다고 했었던 것이다.
정말로 그렇게 진행되었는지, 나중에 추가 요청이 들어왔다.
이 곡을 베이스로 가사를 붙여 보컬을 넣어도 되겠냐고. 원래 계획과 달리 남주인공을 맡은 아이돌 혼자 부르는 대신 그룹이 다 같이 부를 거라고. 곡이 너무 마음에 든다고 분명 히트 칠 거라며, 편곡에 대한 허락을 구해왔다.
서진은 본격적으로 케이팝 곡을 써본 적은 없어 조금 당황스러웠으나, 직접 작업을 해야 하는 게 아니라면 크게 상관없었기에 수락했다.
케이팝용으로 대대적인 편곡이 필요할 텐데 잘 될까 싶었지만…, 알아서 하겠지 하고는 까먹고 있었던 것.
다른 작곡가들이었다면 원곡에 대한 자부심에 혹시라도 멀쩡한 곡을 망쳐놓을까 쉽게 허락하지 않을 일이었겠지만, 애초에 서진은 주인공을 맡은 배우가 OST를 직접 부를 예정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전혀 개의치 않았다. 게다가 원래부터 드라마에 사용하기 위해 쓴 곡이었으니 순수 클래식 곡으로서의 정체성을 고집할 생각도 없었고.
‘…던 기억이 이제 떠오르네.’
그때 그 곡이 지금 난리인 바로 그 곡인가 보다.
“으응. 그래서, 우리 아들이 작곡한 곡이라고 친구들이 난리지 뭐니….”“그랬군요. 대체 무슨 곡이길래….”
“응? 서진이 너 설마, 아직 한 번도 못 들어본 거야?”
“….”
기함한 선희는 곡을 들려주겠다며 곧바로 핸드폰을 뒤적였다.
서진 역시 궁금한 마음이었다. 원곡이야 제가 작곡해서 알지만, 대체 어떻게 편곡해 불렀길래 K팝으로도 잘 어울리게 찰떡같이 뽑은 건지.
엘가의 ‘사랑의 인사’를 전주에 도입하며 제목도 함께 따왔던 모 걸그룹의 노래처럼, 그런 식으로 사용한 건가?
한데 그건 편곡이라기보다는 단순히 차용한 것에 가까운데…?
케이팝과는 얼마나 거리가 멀게 살아왔는지, 서진이 간신히 떠올린 예시라고는 십 년도 넘은 걸그룹의 곡이었다. 그것도 우연히 어느 카페에서 음악을 듣는데 가요에 클래식 선율이 나오기에 신기해서 기억해 둔 게 전부였던 것.
“여기, 동영상으로 틀면 되겠다.”
…아. 이런 느낌이구나.
흠뻑 곡에 빠져든 서진의 눈빛이 음악적 호기심으로 반짝였다.
들어보니 그 걸그룹의 곡과는 달랐다. 전주 부분을 차용한 정도가 아니라, 진짜로 서진이 작곡한 음악의 뼈대를 살려 그대로 보컬을 추가한 것.
‘오, 여길 이렇게 살렸네?’
곡의 느낌이 굉장히 좋았다. 분명 원곡을 단단히 베이스로 삼고 있는데, 그 분위기는 전혀 다른.
비유하자면 베토벤의 비창 3악장과, 그걸 편곡해 만든 ‘베토벤 바이러스’의 차이랄까.
‘이거 이대로 크로스오버로 연주해도 잘 어울리겠는데?’
원곡은 자신이 썼다지만, 이 정도면 편곡자의 역량도 상당하다. 역시 탑 티어 그룹에 걸맞은 수준이었다.
“그래서 말이야… 사인, 부탁해도 될까?”
짧은 곡이 끝나자, 선희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사인요? 아…,”
그러고 보니 불릿 어쩌고의 사인을 이야기하고 있었지. 그러다 엄마 친구들의 이야기가 나온 것이었고.
“그게, 친구들이 말이지…,”
* * *
끝없이 이어진 수다. 그 이후의 일은 뻔했다.
서진의 곡에서 비롯된 이야기는 점점 서진 본인과 그 어쩌고 케이팝 그룹에 대한 관심으로 옮겨갔다.
“그럼 서진이는 불릿… 걔네랑 안면도 있겠네?”
“맞아 작곡가면 같이 미팅도 하고 막… 그렇겠지?”
“가요계에서 작곡가 파워가 꽤 세다는데… 유명 작곡가들은 아무한테나 노래 쉽게 안 준다고, 곡 하나 좋은 거 받으려고 엄청 애쓴다고….”
“아냐, 그런 건. 정확히는 모르는데, 서진이가 이걸 직접 작곡한 건 아니고…,”
“아무튼 서진이 진짜 대단하다…! 그럼 막 사인도 받아오고 할 수 있겠네!?”
“사, 사인?”
“응. 우리 딸이 팬이라….”
잘은 모르겠지만…, 직접 만나게 해달라는 것도 아니고, 친구들의 말대로 정말 작곡가의 파워가 대단하다면 관련 매니지를 통해 그 정도는 요청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서진에게 괜히 부담을 줄까 봐 확답을 할 수는 없었다.
“일단 물어는 볼게. 근데 확실히는 몰라서.”
“어머어머! 너무 고마워, 선희야! 얘가 이것만 받아다 주면 공부도 열심히 하겠다고 아주…. 호호호, 대학가면 돈 모아서 오빠들 공연 보러 꼭 가겠다고 얼마나 노래인지….”
선희는 괜히 아들한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먼저 나서서 설레발을 친 건 아니고 어쩌다 떠밀리게 된 일이라지만, 가뜩이나 바쁘고 힘든 서진을 곤란하게 하는 것 같아서.
“정애 아줌마가 하도 간곡히 부탁해서 말이야…. 혹시 곤란하면…,”
“아니에요. 전혀 어려운 일 아니에요.”
사실 원곡을 작곡했을 뿐이지, 같이 공연하거나 하는 건 아니라 그 아이돌 그룹을 만날 일은 없었다. 여태껏 한 번도 본 적도 없었고.
하지만 그와 별개로 무리한 일은 전혀 아니었다. 그냥 매니지에 언질 한마디 해 두면 그만이니까. 다음에 사인하나 챙겨달라고.
“…그러니…? 정말이지? 엄마가 괜히….”
“아니라니까요. 바로 얘기해 둘게요. 참 이왕이면 이름도 알려주시고요. 사인에 이름을 넣어주면 더 좋아하겠죠.”
“정말!? 고마워, 아들! 역시 우리 아들 최고!”
서진의 호언장담에 선희의 얼굴이 환히 피어올랐다.
“뭐 이런 거로요.”
“그리고….”
“…?”
“어, 엄마 것도 한 장만….”
“…네?”
“하하하. 뉘집 아들인지 참 잘생겼더라고…?”
“….”
…아, 혹시 이게 본론이었던 건가…?
* * *
“…해서, 이번 아스펜 무대에서의 곡은…!”
슬슬 본격적으로 프로그램을 확정해야 할 타이밍. 모두를 한 자리에 불러모은 츠벤은 당당히 선언했다.
서진이 작곡한 불릿보이즈의 케이팝이랑, 유현의 곡이랑, 서진이 새로 작곡한 곡 또 하나, 또 새로이 발굴한 이름 모를 작곡가 것도 하나…, 그 외에도 실로 다양한 라인업을 준비할 예정이었다.
“그럼 크로스오버 공연도 포함되어 있는 건가요?”
“뭐, 그런 셈이지.”
K팝 곡을 아스펜에서도 공연한다니…, 일반 대중들도 상당한 관심을 가질 것이 예상되었다.
그뿐 아니라 가뜩이나 한국의 대표적인 음악가들이 총출동하는 것으로 기대되는 무대였다. 조수민과 한서진을 비롯해, 피아니스트로 유명한 조상진과 송여름, 임찬윤까지. 거기에 떠오르는 신예로 유명한 이준이 더해져, 그야말로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했다.
“와, 레전드로 남겠는데요?”
“물론이지. 두고 봐. 대한민국의 이름에 세상이 깜짝 놀랄 거라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지평을 열 그런 무대가 될 거라며, 츠벤은 명예 한국인이라도 된 듯 자부심 넘치는 얼굴로 호언장담했다.
* * *
예상했던 그대로, 케이팝의 위력은 실로 대단했다.
클래식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대중성으로, 거의 머리채 잡고 끌고 가는 수준으로 흥행을 이끌었다. 서진으로서는 사인을 받아다 줘야 하는데 잘됐다고 생각했던 정도의 일이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 본 그 결과는 어마어마했다.
저 먼 미국에서 열리는 국제음악제에, 너도나도 앞다투어 표를 구하러 들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던 일. 티케팅 전쟁에 되려 주최 측이 다 당황할 정도인 것이다.
한편으로는 케이팝의 강세에 정작 클래식이 묻힐까 살짝 우려도 들었는데, 그건 기우였다.
[한국 클래식, K팝을 만나 대중성을 넓히다.] [한서진으로 대표되는 K-클래식의 행보, 점차 그 영향력을 전 세계로 넓혀…,] [크로스오버로 K-팝을 접목시키며,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인기를 얻게 된 K 클래식….]뉴스 기사에서도 언급하듯이, 오히려 둘은 매우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일으켰다.
크로스오버 공연이 가교가 되어, 케이팝에서 넘어온 팬들이 클래식에 관심을 보이고, 기존 정통 클래식 팬들 역시 대중가요에 관심을 보이며 크로스오버 쪽으로도 관심을 확장하는 등, 한국 클래식 문화의 저변이 폭발적으로 확대되는 현상이 관찰된 것이다. 거기에 더해 그동안은 따로 놀던 케이팝과 클래식이라는 두 이질적인 문화의 융합까지.
“발레와 비보잉의 콜라보, 대충 이런 상황인 건가?”
“…그건 너무 올드한 비유잖아. 거의 20년 전 유행 아냐?”
윤수의 말에 하윤이 너 대체 몇 살이냐며 킥킥 웃었다. 우리 분명 동갑 아니었냐고.
“아아니, 어쨌든 그런 느낌이잖아.”
“그리고 요즘은 비보잉이 아니라 브레이킹이라고 부른다고.”
브레이킹이라는 공식 명칭으로 작년 아시안 게임에 정식 채택된 바 있다며 하윤이 어깨를 으쓱였다.
“아, 아무튼…! 나는 이런 상황 나쁘지 않다고 봐.”
“누가 뭐래?”
“아…, 그나저나 아이돌 부럽다…. 클래식도 좀 팬층이 두꺼우면 참 좋을 텐데 아쉬워.”
사실 이번 음악제가 이렇게까지 대중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된 데는 따로 이유가 있었다.
천재 바이올리니스트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