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e back as a genius RAW novel - Chapter (204)
천재로 돌아왔다-204화(204/205)
천재로 돌아왔다 204화
138. 한국 활동(5)
도착한 곳은 서울 숲과 한강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신축 아파트였다.
로얄층으로 올라가 두 채의 매물을 보여줬다.
“앞으로 이곳이 여러분 숙소예요.”
“……!”
유니크 때와 마찬가지로, 이노센트 멤버들 역시 입을 쩍 벌린 채 경악을 금치 못한다.
“이, 이곳이요?”
“우리…… 숙소?”
비현실적인 상황과 마주한 얼굴들이 무척 귀엽다.
난 가만히 지켜보며 충분히 적응할 시간을 줬다.
잠시 후.
“우와. 한강이랑 서울 숲이 다 보여!”
“여기 비싼 곳 아니야? 이런 곳이 정말 우리 숙소라고?!”
그런데 좋아하지 않는 한 명이 있다.
“저…… 꼭 이곳을 숙소로 삼아야 하나요?”
“……?”
쏟아지는 시선.
“이렇게까지 해주실 필요는 없어요. 그냥 싸고 저렴한 빌라로도 충분한데…….”
주세연이었다.
멤버들이 당황해서 반문했다.
“왜, 왜 그래?”
“여기 좋은데……!”
매니저들도 주세연의 발언을 이해하지 못하는 눈치.
그러나 나는 무슨 의도로 이러는지 알 것 같아 조용히 미소만 지었다.
주세연이 모두에게 말했다.
“이거 결국 우리가 다 갚아야 하는 돈이야. 이런 곳의 월세라면 어마어마할 텐데…… 감당할 수 있겠어?”
“……!”
깜짝 놀란 얼굴들.
“아…….”
“그, 그런가?”
멤버들이 내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주세연은 제 사촌 언니를 닮은 얼굴로, 당당히 요구한다.
“차라리 저렴한 곳에 살면서 정산을 더 받는 게 좋아요. 그러니…….”
“그럴 걱정 할 필요 없어요.”
“……?”
“이거 내 아파트예요. 회사 물건이 아니라.”
잠시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하던 주세연과 이노센트 멤버들.
“피, 피디님 거라고요?!”
“말도 안 돼!”
잠시 후 경악을 하고 만다.
야무진 표정으로 요구하던 주세연도 넋이 나간 얼굴이다. 나도 모르게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리고 우리 회사는 투자금 회수하겠다며 여러분에게 돌아갈 몫의 정산금을 갈취하고 그러는 회사가 아니에요. 공식으로 활동 시작하면 그 다음 달부터 바로 정산을 받을 수 있을 테니 걱정할 필요 없어요.”
이게 바로 우리 회사가 경쟁사들하고 또 다른 점이다.
KM, LK 엔터테인먼트조차도 레슨비를 포함한 여러 가지 활동비용을 아티스트에게 부담을 지우지만 JJ는 모두 회사 부담이다.
이게 바로 내가 장진영 대표님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난 멍한 표정의 멤버들과 매니저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여러분은 제 아티스트예요. 이를테면 제 작품이고, 자식 같은 존재라는 거죠. 그런 소중한 사람들에게 이깟 푼돈…… 하.”
이건 정말 푼돈이다.
“쉽게 말해서, 이건 여러분을 위한 복지일 뿐이에요. 회사도 아니고, 제가 개인적으로 챙겨주는…….”
“…….”
“여러분을 위해 저 커다란 양문 냉장고, 메일 꽉꽉 채울 수 있도록 할 거고, 전문 가사 도우미분들을 고용해서 집도 깨끗이 치워주고 맛있고 건강한 요리도 먹을 수 있도록 해드릴게요.”
난 웃으며 말했다.
“여러분이 저의 아티스트로 남아 있는 한, 전 최적의 환경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생각입니다. 그러니 아무 걱정하지 말고 실력 향상과 활동에 전념하도록 해요.”
* * *
그 다음 날에는 유니크 멤버들을 데리고 백화점에 방문했다.
데리고 돌아다니며 신발, 바지, 옷, 가방…… 이것저것 사주고 맛있는 것도 먹여줬다.
“무슨 일 있으면 마음속에 담아두지 말고 그때그때 푸는 게 좋아요. 스트레스가 쌓이면 그게 굉장히 안 좋은 방향으로 변질돼서 큰 화를 부르는 계기가 되더라고요.”
아이돌 그룹 선배로서 몇 가지 중요한 조언도 해주고.
다음 날에는 이노센트 멤버들을 데리고 다니며 똑같이 해줬다.
베푸는 만큼 존경을 받는다고 했다.
난 이것을 미국 생활을 통해 충분히 체감했다.
친구들도, 주변 사람들도 나를 친근하게 대해주는 한편 인간적으로 충분히 존경을 해주는데, 무언가 바라지 않고 열심히 베풀기 때문이다.
뭔가 해주는 것도 없으면 바라는 것만 많으면 그것만큼 진상도 없다.
아티스트에게 좋은 활동을 기대하고 독려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큰 부담을 지우는 행위다.
그래.
이건 굳이 말하자면 부담에 대한 대가를 미리 지불하는 행위로 볼 수 있겠다.
부디 많은 이들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좋은 아티스트가 되어 주기를!
듣는 입장에서는 얼마나 난해하고 부담이 큰 요구 사항인가?
* * *
“너 돈도 많다?”
이노센트 예능 촬영 전.
비축해 둔 곡들을 정리하며 앨범 발매라도 해볼까 싶어 작업하는데 대표님이 찾아와 빈정거린다.
“애들 숙소, 식비, 가사 도우미 고용비…… 그것도 모자라 쇼핑해서 최고급으로 풀 착장도 해줬다며?”
“아, 그거…….”
난 슥 물었다.
“소문이 다 퍼졌어요?”
“인터넷에서 난리야. 특히 유니크, 이노센트 팬클럽에서 사진, 영상 촬영된 거 막 공유되고 있더라.”
그 말에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아직 데뷔도 안 했는데 팬클럽이 있어요?”
“봐.”
잠시 후 난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직 데뷔도 안 한 두 팀의 팬카페 회원 수가 각각 십수만 명씩이었다.
“이것도 봐봐.”
공유 게시판에 들어가 보니 나와 두 팀의 자료가 잔뜩 공유되어 있었다.
“야, 다른 연습생들이 이거 알고 부러워 미치려고 한단다. 기존에 데뷔했던 엔 플라워 같은 아티스트들도 우리에게는 왜 이런 거 안 해줬냐며 나한테 따지고 있어.”
“그래요?”
“매트로 보이즈 애들은 군대에서 이 소식 접하고 자기들 다시 데뷔할 테니 똑같이 해달라고 찡찡대더라.”
그저 웃어넘길 수 없는 말이었다.
“기존 아티스트들이 박탈감을 극심하게 느끼고 있는 모양이네요.”
“뭐, 네가 신경 쓸 건 없어. 그만큼 놀랐다는 뜻이니까. 지금 언론도 난리던데. 도대체 얼마나 기대하고 있기에 이렇게까지 해주냐면서.”
“아…….”
신경 쓸 필요 없다니.
마음 놓고 다시 작업에 몰입한다.
조용히 화면을 보며 음악을 듣던 대표님이 말씀하신다.
“정규 앨범으로 내려고?”
“그러면 시간이 너무 걸리니까, 싱글로 몇 곡 정도만 발매해 보려고요.”
난 어깨를 으쓱했다.
“팬들의 원성이 자자하니 더 이상은 못 넘기겠더라고요.”
“그래. 너 너무했어. 그리고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시작된 잔소리.
난 한 귀로 듣고 흘려넘기며 작업을 이어갔다.
음, 역시 한 곡만 달랑 내면 오래 기다리게 만들고 겨우 한 곡이냐며 뭐라고 할 테니…….
세 곡 정도는 공개하는 게 좋겠지?
비축분은 충분히 쌓여 있으니 뭐…….
* * *
가수로서 내 노래의 주제는 언제나 여행이었다.
‘세상’이라는 거대한 여행지를 탐험하는 ‘모험가’
풍경 그 자체에서 깊은 감명을 느낄 때도 있었고, 풍경이 주는 영감을 통해 새로운 깨달음을 얻어 성숙해진 일도 있었다.
사실 주제만 놓고 보면 흥행하고는 조금 거리가 있어 보인다.
이런 이유로 최근 들어 내 팬들이 이런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여행만 고집하는 이유가 대체 뭐야?
다른 가수들에게 준 것처럼, 세계적으로 크게 성공할 만한 노래를 한 번쯤은 해볼 때도 되지 않았어?
내 입장에서는 억울하다.
다른 노래는 몰라도 는 충분히 성공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UK 차트 1위 했잖아!
수십 년 한국 대중가요 역사상 이걸 해낸 사람이 나밖에 없는데…….
‘이게 다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못 했기 때문이겠지.’
해외에서야 UK, 빌보드의 공신력에 우위를 두지는 않지만 아시아, 특히 한국에서는 다르다.
미국 대중음악이 워낙 크게 인기가 있어서 그런지, 빌보드 싱글 차트를 훨씬 높게 치는 경향이 있다.
여기서 1위를 해야만 세계적인 가수로 쳐주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Hold My Hand가 끝내 빌보드 차트 1위를 못하고 차트 아웃 했을 때 온갖 말이 많았다.
가수로서는 아직 한참 갈 길이 멀다느니…….
그때 결심했다.
내 이 수모를 반드시 갚아 주리라.
‘빌보드 1위? 까짓거 한 번 해보지 뭐.’
내 제자도 하고 친구도 하고 모두 다 하는 거!
이제 와서 나만 못 하라는 법 없잖아?!
그런데.
“…….”
내가 빌보드 1위를 해보려면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무슨 곡을 불러야 하지?
* * *
이번 앨범에 총 세 개의 곡을 넣기로 했다.
두 개의 곡은 작업이 거의 끝났는데 나머지 하나.
타이틀이 문제였다.
몇 가지 염두에 둔 곡은 있다.
트랩 장르의 힙합 음악 하나.
복고풍 멜로디의 팝 댄스 음악 하나.
그런데 이 두 곡은 엄밀히 따져서 내가 불러서 성공할 수 있는 음악들은 아니다.
내가 불러도 곡이 워낙 좋으니까 어느 정도 반응은 얻겠지만…… 뉴욕의 힙합 3인방. 혹은 사라 굿이 부르면 첫 주 빌보드 1위 진입도 가능할지 모른다.
내가 불러도 성공할 수 있는 곡이 필요하다.
어중간한 성공이 아니라 빌보드 1위도 가능할 정도의…….
침식을 잊은 채 작업실에서 이것저것 비축분을 꺼내 만져본다.
아예 새로 악기를 연주해 보기도 했다.
그러나 어느 것 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
정확히는 ‘아! 이 곡이다!’ 싶은 것이 없었다.
이럴 때 영감님이 와주셔야 하는데…….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어서 외출을 나갔다.
쓸데없이 마음만 급해지고, 작업이 뜻대로 되지 않으니 심신만 피폐해진다.
기분 전환이 필요한 순간이었다.
푹 자고, 샤워한 뒤 모자와 마스크를 눌러 쓰고 외출했다.
* * *
나는 종로를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덕수궁 돌담길을 특히 좋아했다.
모처럼 느긋하게.
돌담길 특유의 정취에 푹 빠져 아무 생각 없이 걸음을 옮기다가 배가 고프면 식당에 들어가서 배를 채웠다.
그리고 아이스 아메리카노 하나를 물고 돌아다니다가 벤치에 앉아 느긋하게 시간을 축내본다.
생각해 보니 급하게 마음먹을 거 하나도 없었다.
내가 당장 곡을 안 낸다고 굶거나 어떻게 될 것도 아니고.
히트곡은 지금까지 충분히 내지 않았나?
결정적으로 나는 나이도 아직 어리고 대학 진학도 한참 남았다.
전생처럼 창작에 쫓기는 삶을 살 필요가 없다는 거지.
그 날은 그렇게 평화롭게 보냈다.
다음 날 토요일.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된 종묘에서 창경궁 구간 율곡로로 향했다.
한참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니 그리 오래되지 않은 카페, 음식점이 깔끔하게 배치된 길목이 보였다.
그중 한옥 스타일 카페에 들어가 커피를 한 잔 주문하고, 창가 자리에 앉았다.
이런 곳이 있었나?
핫플 느낌이 물씬 풍기는 곳인데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빨대를 물고 멍하니 있는데 어디선가 기타 소리가 들린다. 홀린 듯, 카페를 벗어나 연주가 울리는 곳으로 향한다.
젊은 두 남녀가 기타를 치며 버스킹을 하고 있었다.
오래된 히트곡들을 차례로 부르는데, 돈보다는 공연 그 자체가 목적으로 보인다.
솔직히 연주 실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노래도 잘 부르는 건 아니다. 심지어 미니 앰프와 스피커 시스템도 조악하다.
그런데.
“감사합니다! 이번에는 어떤 노래를 들려드릴까요?”
“요청 주세요! 어떤 노래로라도 불러드릴 테니까!”
굉장히 즐거워 보인다.
커플 밴드로 보이는데, 무슨 추억 쌓기 하러 나온 건 아닌 것 같고 공연 그 자체를 사랑하는 사람들로 보인다.
노래할 장소와 청중만 있으면 행복해지는 사람들이었다.
둘이 나란히 휴대용 의자에 앉아 통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광경을 보니 불현듯, 회사에 쫓겨난 직후의 내 모습이 떠오른다.
뭘 해야 할지 몰라 방황하다가 낡은 기타 하나를 붙잡고 씨름을 했었다.
어떻게든 음악을 계속 해보겠다며…….
그래.
통기타 한 대만 있어도 충분히 멋진 음악 만들 수 있지.
결국 중요한 것은 멜로디와 가사 아닌가?
그 순간.
딸랑 딸랑!
어디선가 산타 할아버지의 징글벨 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리고.
-나 왔어!
“……!”
그, 그분이 오셨드아아아아!
난 황급히 사람이 없는 곳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휴대폰을 꼭 붙들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