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e back as a genius RAW novel - Chapter (205)
천재로 돌아왔다-205화(205/205)
천재로 돌아왔다 205화
138. 한국 활동(6)
인적 없는 공원, 벤치에 앉아 휴대폰 녹음 기능을 켜놓고 웅얼댔다.
멜로디, 가사, 코드, 리듬까지.
이따금씩 지나치던 사람들은 흠칫 놀라 멀찍이 피해가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런 것에 신경 쓸 틈이 없다.
정말 모처럼 만에 ‘그분’이 와주셨기 때문이다!
영감님께서 떠나시기 전에 최대한 털어먹어야지.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좋아. 아주 만족스러워.”
-나 이제 가도 되지? 잘 있어. 다음에 또 보자고!
곡 하나가 완성될 때쯤에야 영감님께서 떠나셨다.
잘 가요!
정말 고마웠고 항상 건강하세요!
음악을 들어본다.
입으로 만들어진 음악!
메인이 통기타소리였는데…….
-두루룹 탑탑!
“……왜 이렇게 소리가 추잡하냐?”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온다.
그런데 문제는 그게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좋아. 이대로 가서 곡을 완성하면 되겠군.
이번 곡은 굉장히 고난이도의 연주 스킬이 필요하다,
인트로부터 아웃트로까지.
현과 넥, 울림통을 다양하게 두드려 소리를 내는 양손 태핑 주법이 들어간다. 이게 멜로디와 메인 리듬을 담당하는데. 통기타 트랙만 무려 여섯 개 이상이 들어가게 된다.
아르페지오로 연주도 해야 하고 해머링 온으로 두드린 부위도 따로 따야 했으니까.
말 그대로 통기타 연주 스킬이 집대성된 노래라고 할 수 있겠다.
이건 기타 연주에 정말 재능이 뛰어나거나, 그 정도 재능은 타고나지 못했지만 방구석에서 죽어라 연주한 사람만이 가능한 스킬이다.
참고로 난 후자의 경우에 해당한다.
동작을 보고 한 번에 따라 할 수 있는 재능과 연주 잘하는 건 큰 상관이 없더라.
……너무 당연한 소린가?
통기타 한 대가 화음, 리듬, 리드, 퍼커션…… 다양한 영역을 담당하게 되었다.
사실 여기서 노래를 해도 꽤나 그럴듯한 음악이 나올 것 같지만…….
‘그래도 할 건 해야지.’
코러스만 스무 트랙을 파서 모두 따로 녹음하고.
메인 멜로디는 대충 떠오르는 대로 흥얼거렸다.
네가 떠나고 난 모든 것을 잃어버렸어.
무엇으로 대신 채울 수 있을까?
춤을 추고 노래를 불러도.
공허함은 채워지지 않아.
다 때려치워!
이제 그만하고 싶어 눈을 감아도.
머릿속에 네가 어른거려.
어느새 나는 기타를 연주하고 있었어.
이 좁고 낡은 방에서.
떠난 너를 붙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어.
여기서 ‘너’란 스타더스트 강제 탈퇴 후 잃어버린 ‘꿈’을 뜻한다.
별짓을 다 해봐도 상실감이 채워지지 않더라.
음악을 잊으려 노력했는데, 정신을 차려보면 나는 기타를 연주하고 있었다.
아, 꿈이 나를 떠나도 나는 꿈을 지울 수 없구나.
내 감정에 솔직하기로 했다.
그래.
이 노래는…….
너무 힘들어서 하루에 수십 번 이상 자살 충동을 느꼈던 그 시절의 모습이다.
난 너를 지울 수 없나 봐.
한 번만 나를 돌아봐주길.
제발 한 번만…….
코드 진행, 리듬, BPM.
모든 것이 신나고 경쾌하지만 그 내용은 굉장히 처절하고 우울하다.
한편으로는 신기한 기분이 든다.
아무 준비도, 구상도 하지 않았는데 가사가 술술 나올 줄이야.
이게 신 내린다는 건가?
다시 메인 테마 연주!
미친 듯 기타를 연주하고, 두드리고, 발을 구르는 소리가 정신없이 울려 퍼진다.
미디 편곡을 재생시켜 놓고 나는 한없이 노래를 부르며 기타를 연주했다.
이 곡의 제목은…….
‘To me(내게로)가 좋겠군.’
이번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히 나만의 힘으로 만들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삼각대와 카메라를 들고 나가 영감을 얻은 율곡로로 가서 사진을 촬영했다.
그냥 벤치에 앉아 있는 모습도 촬영해보고, 기타 한 대로 버스킹을 하는 모습도 촬영해 본다.
하지만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 그 집에 가보자.’
가족이고 뭐고.
세상에서 떨어져 혼자 있고 싶었을 때 머물렀던 그 장소.
도착한 곳은 강릉의 작은 오피스텔이었다.
굉장히 좁고 허름하고, 심지어 시내에 떨어져 외진 곳에 있지만 무려 바다가 보인다!
“감사합니다.”
장소를 협찬해 준 공인 중개사 아주머니께 감사의 인사를 하고 안으로 들어가 본다.
내가 일 년 동안 폐인처럼 지냈던 장소다.
여기서 비운의 주인공처럼 고통에 몸부림쳤고, 얼굴 없는 싱어송라이터, 프로듀서로 일어설 결심을 했다.
목적은 충분히 설명드렸고 집주인분께도 사례금을 드렸으니 오늘 하루 동안 이곳은 내 장소다.
당시 입었던 옷, 헤어 스타일을 똑같이 재현했다.
“뭔가 그때만큼의 꾀죄죄함이 없네.”
관리의 힘이란 정말이지…….
이렇게 엉망으로 했는데도 굉장히 부티나고 아름다울 수가 있다니.
그래도 최대한 노력해서 당시의 꾀죄죄함을 연출한 뒤 촬영을 시작한다.
사진도 촬영하고 다양한 구도에서 영상도 찍어보고.
창문은 시원하게 뚫려 있어서 숲과 바다가 시원하게 눈에 들어온다.
늦은 오후가 되면 노을이 지며 세상이 주홍빛으로 물드는데, 바로 그때가 이 방과 전경이 가장 아름다워지는 순간이다.
내가 이 풍경에 큰 위로를 받았다지!
늦은 밤.
촬영을 모두 마치고 장비와 소품을 철수했다.
마지막으로 오피스텔을 돌아보며 중얼거린다.
“새 주인 만나면…… 혹시 그 사람에게 나 같은 어려움이 있다면 네가 잘 좀 위로해 줘.”
방바닥을 토닥토닥 두드려주고.
“잘 있어. 안녕.”
괜히 혼자 울컥해서 뒤도 안 돌아보고 자리를 떠났다.
나란 남자.
진정한 멋과 낭만이 무엇인지 아는 남자!
* * *
완성된 싱글과 뮤직비디오, 재킷을 대표님과 정연 팀장에게 넘겨줬다.
이건 한글 버전.
영어 버전은 킴벌리 씨에게 따로 넘겼다.
미국을 비롯한 해외 퍼블리셔가 블랙 로즈였으니까.
그러고 나서 두 번째 예능.
<김민의 홈스테이>를 촬영하기 위해 전라남도 구례군으로 떠났다.
한껏 긴장한 이노센트 멤버들과 함께.
* * *
극한의 통기타 연주 스킬들과 목소리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빈티지 팝!
“…….”
신나고 즐거운 음악과 달리, 가사 내용처럼 처절하고 암울한 내용으로 가득한 뮤직비디오를 보며 장진영은 입을 헤 벌렸다.
회의실에 앉아 있던 JJ 엔터테인먼트 A&R팀 전원과 임원들도 비슷한 표정을 짓고 있다.
김민의 새 싱글 타이틀인 To Me.
뮤직비디오가 끝나자 이정연 팀장이 얼떨떨한 얼굴로 물었다.
“이 모든 것을 정말 혼자 만들었다고요?”
“응. 누구에게도 안 알리고, 혼자 강릉 오피스텔까지 찾아가서 촬영 다 하고 왔다더라.”
사실 구성이 특출나거나 편집 스킬이 화려한 건 아니다.
굉장히 담백했다.
그래서 더 처절했다.
어떤 심경으로 이 노래를 불렀는지 아주 적나라하게 담겨 있었다.
“저런 감성이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거야? 데뷔하자마자 성공했고 지금까지 한 번도 실패한 적 없으면서.”
누군가의 혼잣말이 모두의 공감을 끌어냈다.
장진영이 말했다.
“그러게. 저런 건 어지간히 실패하고 나락에 떨어져 절망을 맛본 사람들도 표현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
아무튼 중요한 건 하나였다.
“이 녀석, 이번에 제대로 칼을 갈았어. 자기가 누군지 똑똑히 보여주겠다 이거지.”
모두가 고개를 끄덕여 공감했다.
“이 곡이라면 프로듀서가 아닌 가수로서 김민은 가야 할 길이 굉장히 멀고 스타성이 부족하고 어쩌고…… 헛소리했던 인간들 기를 팍 죽일 수 있겠네.”
“그러면 어떻게 할까요?”
“뭘 어떻게 해?”
장진영은 이정연 팀장을 바라보고 말했다.
“민이가 말한 시점에 맞춰 공개해 버려.
* * *
“우와아……!”
“예쁘다!”
도착한 곳은 한옥 숙박업소였다.
작은 숲에 둘러싸여 있었는데 조경 관리가 굉장히 잘 되어 있고 건물 내·외관 디자인이 깔끔했다.
소녀들이 들뜨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이런 곳은 대체 어떻게 알았어?”
“제가 예전에 묵어 본 곳이 있었거든요.”
“넌 참 안 해본 경험도 없다. 데뷔곡 뮤직비디오 촬영지도 네가 선정한 장소 아니었어?
“맞아요.”
“들어보니 노아 로케이션도 네가 절반 이상 찍어줬다는데…… 넌 대체 무슨 경험을 하고 살아온 거야? 정작 집은 힘들었다면서.”
“아…… 하하.”
나영웅 피디님의 의구심을 웃음으로 대충 얼버무리고 주위를 둘러본다.
이제부터 이곳이 우리가 일주일 동안 머물며 손님을 맞게 될 숙소였다.
……주로 외국인 손님들을 말이지.
오기 전, 백설연 선생님 요리 연구실에 들러 메뉴 개발과 요리 교육을 받았다.
또한 우리나라 최고의 호텔에서 수십 년을 근무하신 명 지배인님을 모셔 이틀간 특별 교육을 받기도 했다.
당연히 나도 참여했고, 그 과정은 상세히 녹화됐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실전에 돌입하게 된 것이다.
건물은 총 다섯 채.
한 채는 식당 겸 주방이고, 세 채는 객실이었다. 나머지 한 채는 남녀 공용 화장실이다.
큰 산책로와 정원이 두 개로 나뉘어 있는데 그중 한 개는 작은 호수가 있고 잉어도 돌아다니고 있다!
과일나무도 곳곳에 심어져 있고 일루미네이션과 전등이 전 방위적으로 설치되어 있다.
밤이 되면 황홀한 광경으로 변하리라.
“워낙 넓어서 오가기 힘들겠네.”
들뜬 것도 잠시.
현실이 슬슬 닥쳐오니 소녀들의 얼굴에 걱정이 가득하다.
참고로 나는 메인 주방장으로, 끝날 때까지 죽어라 음식을 만들 예정이다.
물론 그것만 할 건 아니고 사실상 프리롤에 가까운 활약을 보여야 하는 입장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노센트 친구들이 걱정된다.
하나같이 어린 십 대 소녀들에 사회 경험도 부족하기 때문!
성격이 야무진 친구들이야 걱정이 조금 덜 되지만 필요 이상으로 소심하고 과감하지 못한 친구들이 많아서 걱정이다.
하나같이 활기가 넘치던 유니크 친구들하고는 팀 분위기부터가 다르다.
내부를 모두 돌아본 뒤 본관에 모여 모두에게 말했다.
“자, 손발도 맞춰보고 저녁 식사도 먹을 겸 음식을 만들어봅시다.”
늦은 밤.
첫 번째 외국인 손님들이 방문했다.
프랑스 출신 가족 여행객이었다.
“지배인님. 빨리 가서 손님 맞으셔야죠!”
새하얀 개량 한복을 예쁘게 차려입은 소녀들의 시선이 한곳에 쏠린다.
유독 튀는 붉은색 저고리와 검은색 치마를 차려입고 우아하게 머리를 내린 주세연이 씩씩하게 본관을 벗어났다.
우리는 창문으로 주세연의 행동을 지켜본다.
잠시 후, 정문이 열리며 첫 번째 손님이 들어온다.
주세연은 미리 연습한 대로, 기품 있고 정중하게 손님을 맞이한다.
“어서 오세요!”
김민의 홈스테이.
마침내 본 촬영이 시작했다.
* * *
[김민. 새 싱글 공개] [영어 버전 전 세계 동시 발표. 다시 제대로 빌보드 차트 정상을 노린다!]김민의 새 싱글과 뮤직비디오가 깜짝 공개됐다.
사전에 아무 예고도 없었고 심지어 어떤 프로모션도 없었다.
-아니, 이렇게 갑자기……?
└뭐가 어떻게 된 건지…….
하마터면 소속사에게 화를 낼 뻔했던 팬들이었다.
그러나 곧 터져 나온 이슈가 분노 대신 당혹감을 심어준다.
[아이작 이스트. SNS 계정에 김민의 신곡 뮤직비디오 링크. ‘올해 최고의 음악’ 극찬!] [빌보드의 여왕 레이나 역시 ‘김민’ 지원 사격!]평소 김민과 친분이 깊었던 미국 팝 스타들이 SNS 계정으로 지원 사격을 시작한 것이다.
뿐만 아니었다.
[세계적인 명장 ‘크리스토퍼 잭슨’ 감독도 극찬! 본인의 SNS 계정에 뮤직비디오 소개!] [노아, 1980 브로드웨이, 미드스쿨 슈퍼스타 배우와 촬영팀도 뮤직비디오 응원!]“아니, 이게 다 무슨 일이야?”
김민의 팬들은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소식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셀럽들이 본인들의 SNS 계정 등을 통해 김민을 응원하고 나선 것이다.
누가 부탁해서가 아닌 자발적으로.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카페에 올라온 누군가의 글귀가 모두의 심정을 대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