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d Academy 1st Hit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102
“···기본기가 부족해서는 아닌 것 같아요.”
“플레이가 지나치게 왕도적이어서 그래.”
“왕도적이면 좋은 거 아닌가요?”
“왕도적인 플레이들을 지향해야 하는 덱들이 있기는 하지. 하지만 네 덱은 아니야.”
소위 정형화가 굉장히 잘 되어 있는 덱들은 ‘좋은 플레이’들이 결정되어 있다. 덱이 샤프하게 만들어져 있고 한 가지 목적을 위해서만 덱을 운영하는. 소위 ‘초보자’용 덱들.
신하연이 초창기에 썼던 미라클 덱이 이 쪽에 가까운 덱이다. 사기적인 특이성을 바탕으로 상대를 일방적으로 짓눌러 죽이는 덱 말이지.
하지만 지금의 신하연의 덱은 그렇지 않다. 콤보 덱인 미라클 덱은 쓸 수 있는 카드풀이 굉장히 넓다. 덱의 모든 파츠들, 심지어는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카드들마저도 죄다 교체할 수 있는 카드들이 있다.
“그래서 카드들 많이 바꾸잖아요. 상대에 따라서.”
“내가 바꾸는 대로 똑같이 바꾸니까 문제지.”
“······.”
신하연이 입을 다문다. 언젠가부터 신하연은 내 플레이를 따라오기 시작했다. 가끔씩 보여주는 미라클 덱 미러전에서의 내 덱을 카피하고, 운영을 따라하고, 플레이를 따라한다.
물속에 비친 모습처럼 내 플레이를 모방하려고 한다는 말이다.
“그러면 강해질 수 있잖아요. 강사님처럼 플레이하면.”
내가 강한 듀얼리스트라는 것은 반박 불가능한 사실이다. 나를 카피캣처럼 따라하면 어느 정도 강해질 수 있는 것도 사실이고.
하지만 생각 없는 모방은 무엇보다 빨리 한계에 도달하게 된다. 신하연은 내 ‘플레이’에 매료된 탓에 정말로 따라해야 하는 것을 놓치고 만 것이다.
“나처럼 플레이하고 싶으면. 내가 하는 플레이를 똑같이 하면 안 되지.”
“무슨 뜻이에요?”
“겉모습만 모방해서 얻은 강함은 신기루도 안 된다는 말을 하는 거야.”
듀얼은 수없이 많은 변수가 발생한다. 매 판, 매 턴, 매 순간순간이 다른 것이 바로 듀얼이다.
우주에 있는 원자의 갯수보다도 많은 가짓수가 존재하는 게임에서 몇 판 봤을 뿐인 누군가를 완벽하게 모방해서 강해지겠다는 것은 허튼소리에 불과하다.
강해지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듀얼을 해야 한다. 그게 내가 생각하는 ‘강해지는’법이다.
처음에야 잘하는 사람을 모방하는 게 필요하긴 하겠지만.
“자유롭게 생각해. 할 수 있는 가짓수를 최대한 머릿속에서 짜내고, 상대의 허를 찌르고, 상대가 절대 예측하지 못할 구석을 찾아내고. 이길 수 없어 보이는 듀얼에서 이길 방법을 죽도록 생각해. 그게 ‘나’처럼 듀얼하는 법이야.”
“죽도록 하는 건 오버 같은데요.”
“나때는 죽도록 했어.”
“거짓말.”
“거짓말 아니야.”
요새 젊은 것들은 꼬투리 잡는 능력만 늘어나간다. 꼬투리 잡을 시간에 듀얼을 했으면 벌써 30층 갔겠다.
“그래서. 오늘부터의 네 목표는 나 없이 네가 뭔가를 해 보는 거야.”
그간 신하연은 내게 너무 많이 기댔다. 언제 사라질지도 모르는 내게 의존해서는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없다.
“도움 하나도 안 주시는 거에요?”
“그래.”
“동료는요?”
“네가 구해야지.”
“덱 튜닝은요?”
“네가 생각해야지.”
“밥은요?”
“네가 구해야지.”
“···식비는 강사님이 주셔야죠. 아카데미에서 식대 나왔잖아요.”
예리한 놈 같으니라고. 나는 지갑에서 받았던 식대를 신하연에게 건넸다. 식대를 받아챙긴 신하연은 꼼꼼히 지폐의 장수를 확인한 다음 인파 사이로 사라져갔다.
큰일은 생기지 않을 거다. 신하연의 대인전 듀얼능력은 꽤 높은 편인 데다가, 아카데미의 학생복을 입고 있으니 탑 여기저기에 있는 집행자들이 나쁜 상황이 일어나지 않게끔 도와 줄 것이다.
신하연이 완전히 멀어진 것을 확인한 나는 층계를 혼자 걸어올라갔다. 세 번째 층계를 이번 주 내에 공략하기 위해서는 서둘러야만 했다.
끝
“오랜만입니다!”
“드디어 왔구만!”
상점에 앉아 있던 풀무불꽃이 밝게 웃으며 대답했다. 먼저 확인해야 하는 게 있지.
“맡겨 놨던 카드들은요?”
“아! 여기 있네!”
나는 강화를 맡겨 놨던 카드들을 받은 다음 강화수치를 꼼꼼하게 확인했다. 마나가 줄어드는 카드도 있고, 조건이 완화되는 카드들도 있고, 뭔가 일관적인 면은 크게 보이지 않는다.
경향을 찾아낼 수 있다면 앞으로 어떤 카드들을 강화해야 할 지 생각할 수 있을 텐데.
그렇게 카드들을 얼마나 뒤젹였을까.
+
【광란의 마법사+】
【mana : 2】
【물 속성】
【주문 효율 : 마법의 소요 비용을 1 줄여줍니다.】
【2/2】
+
“호오.”
주문 효율이라. 처음 보는 테마의 카드다. 본래의 광란의 마법사의 능력은 소환 시에 다음 마법의 비용을 1 줄여 주는 카드였는데.
지속 효과로 마법의 소요 비용을 줄여 주는 카드가 되다니.
‘심각하게 떡상인데?’
나는 머릿속으로 「광란의 마법사+」를 사용할 수 있는 방법들을 빠르게 떠올렸다. 잠깐 생각해 봐도 수십 가지의 덱이 나온다. 무슨 덱을 짜야 잘 짰다는 소리를 들을까? 덱을 짤 생각에 벌써부터 군침이 흐른다.
“···뭔가 환각 버섯 같은 거라도 먹었나?”
“왜요?”
“표정이 맛이 가고 있기에 물어 본 걸세.”
“별 생각 안 했는데.”
나는 카드들을 정리해 품 안에 넣었다. 덱을 짜는 것은 머릿속으로도 할 수 있는 일이니까. 강화된 카드를 받는 것과 덱을 짜는 일 다음으로 중요한 일을 처리해야 한다.
바로 매출 점검이다.
“카드는 얼마나 팔렸어요?”
“거의 안 팔렸어.”
“그런가요?”
나는 매대를 확인했다. 머릿속에 남아 있는 카드 리스트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긴. 사러 올 사람이 크게 많지 않으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인지도.
“팔린 카드가 뭔지 궁금하지 않나?”
“「암흑」카드들이 다 사라졌네요. 지원 카드들도 다 들고 갔고.”
“그게 바로 보이나?”
암흑 카드들을 카운터할 수 있는 안티 카드들도 쓸어 갔다. 죄다 꽤나 높은 가격으로 측정해 놨는데. 보아하니 한 명이 들고 간 모양이다.
아마 GORD의 멤버일 거다. 거기 대장이 암흑 카드들을 쓰는 거야 꽤 유명한 일이니까.
“판매액은 어디 모아 놨나요?”
“여기. 들고 다니기 좋게 보석으로 지불하겠다더군.”
“믿을 만한 거겠죠?”
“나를 뭘로 보는 건가!”
풀무불꽃이 펄쩍 뛴다. 카드 제련소로 본다고 사실대로 말하지는 않기로 했다. 나는 보석들이 들어 있는 자루를 열어 보석들을 하나하나 확인했다.
보석 확인하는 방법은 아냐고? 모른다. 하지만 인간을 관찰하는 방법은 잘 알지. 나는 보석들을 섞어 나가며 아래에 있는 보석들까지 하나하나 확인했다.
반응을 보아하니 보석에 하자는 없는 모양이었다. 생각보다 양심적이네. 나라면 반 정도는 숨겨 놨을 텐데.
“드워프는 고귀한 종족이야! 우리는 거래로 장난 안 쳐! 대금 보석을 숨기는 고블린 따위나 하는 짓을 하지는 않는다는 말일세!”
“아니 그래도 고블린은 조금···.”
“아니야! 그딴 놈들은 아亞드워프의 자격조차 없어! 인간 밑바닥의 밑에 있는 놈들이라고!”
말이 심하네 이 양반. 그래도 거래 대금을 받았으니 나도 보상을 줘야겠지. 나는 구매한 소설이 들어가 있는 SD카드를 풀무불꽃에게 건냈다.
풀무불꽃이 기쁘게 SD카드를 교체하는 동안 나는 카드들을 뒤적였다. 대금도 받았고, 카드들도 받았으니. 이제 마지막 일이 남았다.
“이 카드들. 강화할 수 있나요?”
나는 여섯 장 남은 퀘스트 카드들을 풀무불꽃에게 보였다.
“흐음. 이 카드들은 처음 보는 카드들이군.”
“곧 나올 카드들이에요. 가능한가요?”
“솔직하게 말한다면 강화한다고 해서 성능이 바뀔 것 같지 않군.”
“강화는 가능하지만 카드가 그대로일 거라는 말씀인가요?”
“그렇지.”
나는 대화를 마치자마자 덱을 만들어봤다. 덱에 원본 광란의 마법사를 두 장 넣고, 플러스가 붙은 강화 카드를 덱에 넣는다.
삐빅!
[덱에 「광란의 마법사」가 덱에 들어갈 수 있는 최대 수치를 초과합니다.]경고음과 함께 강화된 광란의 마법사가 튕겨져 나온다. 동일한 카드 취급인 모양이군. 아쉽다. 다른 카드로 취급되면 강화해서 퀘스트 카드 두 장 넣으려고 했는데.
“···강화된 카드가 원본 카드와 같이 못 들어가는 건 당연한 것 아닌가?”
“아닌데요? 세상에 당연한 게 어디 있어요.”
카드 게임의 유저라면 절대 하면 안 되는 말이 ‘당연하다’는 말이다. 당연히 되겠지 싶은 일이 안 되고, 당연히 안되겠지 싶은 일이 되는 게 카드 게임이라는 말이다. 완전히 똑같은 텍스트의 카드인데도 효과 판정이 달라서 문의했더니 돌아오는 대답이 ‘카드가 다르기 때문에 판정이 다릅니다.’ 따위의 소리가 돌아오는 게 TCG라는 말이다.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당연해 보이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면 당할수 있다. 정말 중요한 금언이다.
어쨌거나 안 된다는 것을 알았으니 이걸로 충분하다. 다음으로는 「?」카드를 강화할 수 있느냐인데···. 풀무불꽃이 입이 싸 보인다는 게 문제다. 내 정체나 내가 들고 있는 카드들이 알려져서는 좋을 게 없는 상황이다.
「?」카드들은 내가 가진 비장의 카드들인 동시에 극히 이질적인 카드들. 그러니 최대한 아는 사람이 적은 게. 아니, 나 말고는 누구도 모르는 게 베스트다.
나는 「?」카드들에 대한 비밀을 간직하기로 마음먹은 다음 본론을 꺼냈다.
“뭐. 강화할 수 없다니 어쩔 수 없죠. 아무튼. 이 카드들도 여기서 전시할 수 있나요?”
“강화된 카드들은 그렇다 치고. 이 퀘스트 카드들은 바깥에서 팔아도 되지 않나?”
“판매보다는 교환을 하고 싶거든요.”
“교환?”
좋은 카드들을 최대한 보유해 두고 싶지만 물물교환의 필요성을 요새 절감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게임 「소커아」안에서는 플레이 시간이 꽤나 넉넉하게 주어지는 편이다. 일 단위로 할 수 있는 행동도 많고, 침식도도 빠르게 줄일 수 있고.
하지만 이 세계는 어떻게 돌아가는지 침식도가 너무 빨리 올라가는 데다가 이벤트도 몰아서 나타나고 있다.
숨어져 있는 히든 피스들을 죄다 모으러 다니다가는 베드 엔드가 뜰 확률이 꽤 높다. 그런 만큼 내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탑을 최대한 빨리 오르는 것.
“뭐랑 교환을 하려고 하는 건가? 여기 있는 카드들은··· 그 가치가 상당할 텐데. 탑에서 나오는 평범한 카드들로는 값을 치르기에 너무 부족해.”
“걱정 마세요. 그것도 다 생각해 둔 게 있으니까.”
1층에 도착할 때만 해도 희미하게 잡혀 있던 계획이었지만 여기까지 올라오면서 계획이 구체화됐다.
나는 내가 가지고 있는 히든 피스들에 대한 정보들을 풀 것이다.
물론 전부는 아니고.
***
캉! 캉! 캉!
풀무불꽃이 금속으로 만들어진 지도를 후려갈겼다. 수십 장째 지도를 만들어내는 것이 지쳤는지 풀무불꽃의 어깨에도 힘이 많이 빠졌다.
“이 정도면 됐나?”
“좀더 낡은 느낌으로는 못 만들어요?”
“이 정도면 충분히 고풍스럽지 않나?”
“앤티크한 느낌이 아니라 낡아빠진 느낌이어야 한다니까요?”
“싸구려틱한 물건 만드는 건 인간들이나 해야 하는 짓인데.”
지금 우리가 만들고 있는 것은 히든 피스들이 숨어 있는 장소들이 나타나 있는 지도였다.
“그런데. 히든 피스들이 숨어 있는 장소들은 어떻게 아는 건가? 분명히 탑을 처음 온 것으로 아는데. 아니. 애초에, 히든 피스라는 것. 한 번 발견되면 사라져 버리지 않나?”
“궁금해 해도 대답 안 해 줄 거에요.”
“쪼잔한 놈.”
풀무불꽃은 투덜거리는 것 치고는 더 이상 물어보지 않았다. 지도가 완성된 다음 나는 지도 한 장을 꺼냈다. 21층 「대지의 이상」소울 스톤이 숨겨져 있는 장소다.
“이 정도면 옛날 물건인 줄 알겠죠?”
“그럴 걸세. 내가 혼신의 힘을 다해 꼬질꼬질하게 만들었으니 말이야.”
풀무불꽃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드워프의 실력은 엄청나다. 방금 만들어진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꼬질꼬질한 지도다.
지도의 뒷면에는 히든 피스를 공략할 수 있는 공략법이 간단하게 쓰여져 있다. 어느 정도 눈썰미가 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한 시간만 있다면 히든 피스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이 지도를 적당한 사람한테 넘기면 돼요.”
“히든 피스를 공략할 수 있는 인간들한테 말이지?”
“맞아요. 지금 20층의 시련을 돌파한 사람들 정도면 될 것 같은데.”
풀무불꽃이 내는 시련의 난이도가 꽤나 떨어졌다고는 해도 그리 만만하지는 않다. 그 정도 시련을 통과할 수 있는 인간이라면 히든피스도 충분히 공략할 수 있을 터.
믿고 지도를 맡길 수 있다는 뜻이다.
“그 지도를 통해서 히든 피스를 찾고, 보상을 가져오면 여기 있는 물품들과 교환해 준다. 이거면 충분하겠네요.”
내 계획을 다 들은 풀무불꽃이 잠시 고민한 다음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