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d Academy 1st Hit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104
우웅! 모랫빛의 신상이 공명음을 토해냈다. 이 신상은 21층에서 30층까지 쓸 수 있는 일회용 소울 스톤을 제공해주는 곳이다.
사용이 끝난 소울 스톤은 소멸되며, 사용하지만 않는다면 탑을 나가더라도 소울 스톤의 보유는 보존된다.
내가 해야 할 일은 필요한 소울 스톤들을 리셋해 가며 모으는 것.
[당신에게 일회용 소울 스톤이 세 개 주어집니다.] [일회용 소울 스톤은 최대 세 개까지만 소지할 수 있습니다.] [다음 소울 스톤의 발급까지 남은 시간 : 10시간]+
【일회용 회복의 소울 스톤】
【사용시 체력을 10 회복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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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 불꽃의 소울 스톤】
【사용시 적 하나에게 데미지를 20 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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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 선천의 소울 스톤】
【덱에서 카드 한 장을 선택해 가져옵니다.】
+
오. 처음부터 노리던 소울 스톤인 ‘선천성’이 하나 뽑혀 나왔다. 나머지 두 개는··· 뭐. 대충 던져 써 놓으면 될 터다.
30층을 공략하는 데 필요한 것은 세 가지다. 하나는 소울 스톤이고, 하나는 「?」카드로 만들어낼 수 있는 카드다.
하지만 나머지 하나는 오롯이 시간을 갈아넣어야만 얻을 수 있는 조건이다. 아무리 빠르게 진행한다고 해도 필요한 시간은 대략 100시간 가량.
일주일 내내 시간을 갈아넣어야만 되는 플레이 타임이다.
“···당분간 바빠지겠네.”
하여간. 이딴 난이도로 탑 공략을 만들어놓은 놈들도 정상인은 아니다.
끝
[21층에 도착하셨습니다.]플로워를 빠져나온 나는 21층에 도착했다. 기묘한 모랫바람이 몸을 두들겼다. 보통 사람이라면 눈살을 찌푸렸겠지만 나는 모랫바람이 익숙했다. 집에 툭하면 모래를 던지는 고양이가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극한상황에 익숙해진 것을 좋아해야 하는지 싫어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는데 옆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신기하군.”
중성적인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자 칙칙한 검은 옷을 입고 있는 사람이 눈에 보였다. 몸에 조그마한 장식들이 달려 있어서 일순 검은 참새처럼 보였다.
저런 장식 달고 있는 인간 치고 정상인이 없다. 나는 목소리를 무시한 채 앞으로 걸어나갔다.
“잠깐만!”
“아. 왜.”
“대화를 좀 하고 싶다.”
“무슨 대화.”
“파티원 필요 없나? 보아하니 집행자 쪽도, 고르디우스 쪽도 고르지 않은 것 같던데. 나같은 중립 게이머와 파티를 맺는다면 괜찮을 것 같은데.”
“필요 없어.”
파티원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나 받을 수는 없다. 지난 번 장백호와의 듀얼에서 얻은 정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장백호의 손가락이 까딱이던 버릇을 생각했다. 그 손가락의 까딱임은 17년도 중국 지역 우승자인 청 블리즈의 손버릇이었다. 이 세계에서 ‘원래 세계’의 프로에게서 보이던 버릇을 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실력과 덱. 둘 다에서 원래의 지구를 생각하게 하는 인간이 있었다는 점. 단순하게 생각한다면 프로의 실력을 그대로 가져온 캐릭터를 넣으려고 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건 너무 여유로운 생각이지.’
이 세계에 끌려들어온 인간이 나만이 아니라고 보는 것이 훨씬 타당한 추론이다. 그러고 보면 근 반년간 청 브리즈의 모습이 대회에 보이지 않았었다.
그냥 메타 적응을 못해서 대회에 떨어졌구나. 하고 생각했었는데··· 그가 이 세계에 피랍되었다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정말로 필요없나?”
“그래. 필요없어.”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이 세계에 떨어진 지구의 인간일 가능성이 있다. 아니. 인간이라고 말하는 것은 조금 불합리한가. 나를 기억하지도, 자신이 누구인지도 기억하지 못하는 무언가가 되어버렸으니까.
아무튼,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눈 앞의 기묘한 차림의 인간은 지구에서 온 듀얼리스트일 가능성이 충분히 있고, 그렇다는 건 배신의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는 뜻이지.
내 뒤통수를 언제든지 칠 수 있는 데다가 프로권의 강함을 가지고 있는 듀얼리스트를 등 뒤에 두는 것은 죽어도 사양이다.
“미안하지만 나는 혼자가 좋아. 고독을 씹을 줄 아는 남자라서.”
“···아쉽군. 나와 파티를 해 준다면 「버블맨」을 주려고 했는데.”
“하지만 고독을 알기 위해서는 동료가 있어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나는 「버블맨」을 괴인의 손에서 낚아챘다. 와. 이 귀한 카드가 공짜로 손에 들어올 줄이야. 버블맨 한 장을 위해서라면 듀얼 한 번쯤 해 줄 수 있지.
“이름은?”
“흑일삭.”
뭔 이름이 그따위냐?
이름을 보아하니 도플갱어일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 잠입시키려는 인간의 이름을 흑일삭으로 지어놓을 리가 없으니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의심을 완전히 지우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
“파티 되나요?”
“그게···미성년은 좀.”
“아카데미의 학생이야? 그러면 안 되지.”
“졸업장이나 따고 오도록. 애송이.”
신하연은 혼자 남겨진 첫 번째 플로워에서 파티를 찾아 헤멨다. 하지만 학생인 자신을 선뜻 파티에 넣어주려고 하는 파티는 없었다.
“진짜 너무들 하네.”
자신보다 약해 보이는 듀얼리스트들도 꽤나 보이는데. 당장 방금 자신과 눈을 마주친 듀얼리스트도 자신보다 약해 보인다. 그렇다고 눈 마주쳤다고 다가가서 듀얼을 신청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고.
“···강사님이라면 그렇게 했으려나.”
아마 그렇게 했겠지. 하지만 누군가가 은행강도짓을 하고 다닌다고 해서 자신도 은행을 털고 다니겠다는 발상 자체가 신하연에게는 허락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혼자서 층계를 올라가는 것 자체도 불가능하고.
신하연은 볼멘 얼굴로 플로워를 돌아봤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파티원 모집 공고 뿐이다. 믿을 만한 사람의 비율은 작겠지만 없는 것보다는 나을 테니까.
[파티원 모집 : 듀얼 엘로 2200+]“이건 내 점수가 없고.”
[파티원 모집 : 영어/프랑스어/중국어 능통자. 자격증 필수.]“외국어 자격증이 탑 공략하는 데 왜 필요한 건데?”
[파티원 모집 : 여자면 아무나!]“···이건 생각할 필요도 없을 것 같고.”
반쯤 포기 상태이던 신하연의 눈에 광고판 가장 구석에 있는 광고가 들어왔다.
[파티원 모집 : 20층 「풀무불꽃」공략을 전제로 한 파티원 모집중. 묘수풀이를 남긴 후 연락할 것.]“···묘수풀이?”
신하연의 눈이 빛났다. 묘수풀이라면 질리도록 했다. 전익현이 듀얼을 하지 않을때면 심심할 때마다 만드는 묘수풀이를 풀어온 탓이다.
“아가씨. 저거 묘수풀이 하려고?”
“왜요?”
“그거. 안 하는 게 좋을 거야. 아니, 시간 낭비라고 해야겠지.”
“무슨 일 있나요?”
“그게. 묘수풀이를 한 사람들이 몇명 정도 있었는데, 파티장이 죄다 틀렸다고 강짜를 부려댔거든. 그래서 지금은 아무도 거들떠도 안 봐.”
“왜 틀렸대요?”
“그걸 말 안해줘. 아무튼, 해 봐야 쓸모 없을 테니 하지 않는 걸 추천하지.”
잠시간 고민하던 신하연은 페이지를 받아들었다. 어차피 그녀에게는 선택지가 없었다. 무엇보다 묘수풀이가 뭔지 궁금하기도 했고.
신하연은 묘수풀이의 패를 확인했다. 「손님」덱이다. 상대의 체력은 방어력 포함 110. 돌진 카드를 사용해서 110 데미지를 한 번에 먹이라는 것이겠지. 전형적인 손님 덱의 OTK 패턴이다.
“쉽지는 않네.”
쉽지 않다는 것부터가 마음에 들었다. 이런 묘수풀이를 낸 작자라면 듀얼실력도 꽤나 있을 게 분명하다.
신하연은 머리를 굴렸다. 1분 가량이 지난 후에 신하연의 손이 움직였다. 최대 데미지는 125. 110을 가볍게 오버하는 데미지다. 넉넉하게 데미지를 넣는 편이 아무래도 좋겠지. 데미지 계산이 미스가 나올 확률도 있고.
그렇게 신하연의 펜이 움직이려는 찰나.
“···함정이잖아.”
이 패턴대로 답을 내면 「슈퍼 랜덤 고철로봇」안에서 랜덤한 확률로 나오는「폭쇄 구울」이 나와서 필드가 터져 버린다. 필드가 터질 확률은 대략 1.25% 가량. 낮은 확률이지만 없는 확률은 아니다.
휴우. 안도의 한숨이 튀어나온다.
이대로 답을 적어 냈다면 전익현에게 한 소리를 들었을 거다.
하지만 답의 방향성 자체는 제대로 나왔다. 요는 폭탄이 나오더라도 처리할 수 있는 순서로 패를 전개해 나가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답은 두 가지가 되어야겠지. 폭쇄 구울이 나왔을 때와 나오지 않았을 때. 두 가지로.
신하연의 손이 빠르게 움직인다. 「고철로봇」에서 폭쇄 구울이 나온다고 해도 승리할 수 있는 순서대로 갔을 때의 데미지는 110.
딱코스트, 딱데미지.
잘 만들어진 퍼즐이다.
답을 적어넣은 신하연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걸렸다.
***
“자. 파티의 규칙부터 정하자고. 하나, 내 말은 법이다. 둘, 이 규칙은 바뀌지 않는다.”
“북한의 듀얼리스트들도 이런 규칙에서는 파티 안 해.”
“그럼 나가던가.”
나는 카드 챙겼고 아쉬울 것 없다. 내 반응이 짜증났는지 흑일삭의 눈이 샐쭘해진다.
“세 번째 층계에는 와 본 적 없지?”
“일단은.”
“이 층계에서 중요한 건 협동 플레이야. 각각의 층계에서 너무 많은 ‘모래’가 쌓이면 공략이 힘들어져.”
“리셋 할 수 있잖아.”
리셋할 생각은 딱히 없지만.
“···그건 어떻게 아는 거지?”
“인터넷에 나와 있던데?”
나는 대충 둘러댔다. 웬만한 건 인터넷에 다 나온다. 그럴 리가. 정보는 제대로 통제되고 있을 텐데. 흑일삭이 중얼거린다.
“세 번째 층계에 대한 글은 어디서 본 거지?”
“그런 것까지 어떻게 다 기억하냐?”
“···아무튼. 인터넷에 나와 있는 정보는 믿을 게 못 돼. 리셋을 하면 ‘모래의 저주’가 영구적으로 덱에 남게 된다고.”
이건 몰랐지? 하는 표정이 흑일삭의 얼굴에 나타난다. 아니. 다 알고 있는데. ‘모래의 저주’는 덱에 처음 시작하자마자 들어가는 사용 불가 카드다.
이를테면 내가 무슨 덱을 짜던간에 자동으로 쳐 들어가는 「시간용 자르카날」과 같은 카드라고 할 수 있다.
도전을 여러 번 하면 모래의 저주가 쌓이게 돼서 같은 덱이라고 해도 공략이 점점 어려워지게 만들어져 있는 구조인 것이다.
“알고 있어.”
“이것도 인터넷에 나오는 정보인가?”
“그래.”
“··· 아무튼 인터넷과 실전은 달라. 실전을 그래도 겪어 본 내가 파티장을 맡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데.”
“반대표를 행사하지.”
애초에 이 탑에 대해서 나만큼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는 없다. 원래의 지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나 말고도 검수를 맡은 프로들이 몇 있기는 했었지만.
그러니 파티장은 양보할 수 없다. 내 강경한 대응에 지쳤는지 흑일삭이 결국에는 나에게 파티장을 양보했다.
“평소에도 그렇게 자기중심적인가?”
“실력에 대해서 자신이 있는 것 뿐이야.”
나는 21층의 출구를 바라봤다. 멀찍이 떨어져 있는 출구는 멀디멀어 보인다.
“보아하니 도전하는 사람은 없는 모양이군.”
“제대로 파티를 만들어서 도전을 시도하니까. 이곳에서 경력자를 찾는 것은 쉽지 않거든. 많이 도전했던 듀얼리스트들은 실패 후에 다시 도전하는 것을 포기했고.”
앞으로 걸어나가자 모래더미가 바닥에서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21층에 도전하시겠습니까?]“물론.”
사르르륵! 내가 동의의 의사를 밝히자마자 바닥을 가득 채우고 있던 모래가 모여 지나갈 수 없는 거대한 벽으로 변화했다.
벽은 구부러지고 휘어지기를 반복하며 미로가 되었다.
역시 모션 하나는 끝내준단 말이지.
“세 번째 층계들은 수없이 많은 미로로 이루어져 있다. 첫 번째 층계가 듀얼리스트의 기본을, 두 번째 층계가 협동심을 테스트하는 곳이었다면 세 번째 층계는 듀얼리스트로서의 직감과 운을··· 어디 가! 설명을 들으란 말이다!”
설명충이 빙의해 설명을 주저리주저리 읊어대는 흑일삭의 말을 무시한 채 나는 앞으로 걸어나갔다. 듀얼리스트한테 설정을 주저리주저리 읊어 봐야 다 기억도 못한다. 카드 효과와 판정 외우기도 뇌 용량이 부족한데 쓰잘데기 없는 것들을 넣을 공간이 머리에 없는 것이다.
“젠장. 됐다. 길을 찾는 방법은 생각해 뒀나? 대부분의 경우엔 소나 탐지기를 사용하는데.”
“미로 길 찾는 방법은 단순하잖아. 왼쪽 벽에 손 짚고 따라가기만 하면 돼.”
“그딴 짓을 하면 몬스터들을 엄청나게 만나게 된다. 몬스터를 피해가야만 하는 것을 고려하면 결코 좋은 판단이 아니야. 시간이 오래 걸리기는 해도 탐지기를 사용해서 길을···.”
타닥닥! 나는 설명충이 설명을 하는 것을 내버려 둔 채 벽에 손을 짚고 앞으로 달려나갔다.
“멈춰! 이 층계들에서는 몬스터들을 상대하면 할수록···!”
“오. 몬스터다! 듀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