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d Academy 1st Hit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110
“나 안 못생겼거든?”
“우우! 자기가 못생긴줄도 모르는 이 인간종 말이 맞다!”
진짜 저것들은 어디 안 꺼지나. 보상 카드들만 없었어도 날려 버리는 건데. 나는 포커 페이스를 겨우 유지한 채 턴을 마무리지었다.
─ 아직도 포기하지 않는군.
“애초에 포기할 생각 같은거 없었으니까.”
─ 나는 그런 인간이 좋다. 너를 죽여야 한다는 것이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나는 도전자를 부수도록 만들어진 존재다.
“그럼 할 일만 해. 잡소리 하지 말고.”
─ 네가 가지고 있는 듀얼리스트의 영혼은··· 강하다. 하지만 영혼이 강한 것만으로는 이길 수 없다.
그건. 백 퍼센트 동감하는 바다. 그보다, 이제 6턴이니 슬슬 신앙거석의 메인 카드들이 나올 때가 됐는데.
─ 나는··· 「거암돌격」을 발동하지.
+
【거암돌격】
【6 mana】
【내 핸드의 모든 카드를 희생합니다. 희생한 카드 수만큼 상대의 핸드를 희생합니다.】
+
우르르릉! 신앙거석의 몸의 일부가 부스러지며 낙석이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쾅! 쾅! 바닥에 떨어진 낙석들이 경기장을 뒤흔든다.
[「물의 기사」가 희생됩니다.] [「썩은 누더기젤리」가 희생됩니다.] [「모래알」이 희생됩니다.]···
연이어서 나오는 카드 삭제 메시지들. 내 패에서 사라진 카드들은 9장중 여섯 장. 방해 카드 네 장도 같이 사라지기는 했지만 뼈가 시리는 데미지다.
신앙거석의 덱이 가지고 있는 두 가지 축. ‘위니’와 ‘핸드 파괴’.
위니로 초반의 상대 필드를 견제하고, 핸드 파괴로 일발역전을 꿈꾸는 상대의 핸드를 파괴한다.
누가 만들었는지 전략만큼은 완성도가 높다. 젠장. 핸드 파괴 넣으라고 조언 같은거 하지 말 걸 그랬나.
사르르륵!
이 와중에도 모래알은 착실하게 덱 위에 쌓여올라간다. 이제 덱에서 제대로 된 카드를 뽑는 것은 기대할 수가 없는 상태.
패가 타 버린 다음 턴에는 내가 필드의 우세를 점거했다. 하지만 이 상황도 일시적인 상황에 불과하다. 나는 마나 상황을 확인했다. 11턴. 아직도 덱은 2000장에 살짝 못 미친다. 2000장을 채워야 이길 수 있는데.
‘···어쩌면 아슬아슬할지도.’
[신앙거석의 턴입니다.]─ 거석더미의 신을 소환하도록 하지.
이거. 상황이 좋지 않다. 등 뒤로 식은땀이 흐른다.
+
【거석더미의 신】
【9 mana】
【소환 : 상대는 패가 가득 찰 때까지 드로우합니다. 상대가 드로우한 만큼의 수치가 공/체가 됩니다.】
【?/?】
+
우릉거리는 소리와 함께 신앙거석의 거대한 몸체가 다시 한 번 떨어져 나갔다.
“피해!”
“조심해!”
떨어져 나온 파편들이 콜로세움 전체에 떨어져내렸다. 거대한 파편들 가운데서도 가장 커다란 파편 하나가 필드에 낙하했다.
콰아앙! 거대한 크레이터가 만들어지고, 위용 있는 ‘거석더미의 신’의 몸체가 바닥에서 몸을 드러냈다.
놈의 능력치는 7/7. 그리 높은 능력치는 아니지만. 중요한 것은 부가 능력이다.
[드로우합니다.] [드로우합니다.] [드로우합니다.] [드로우합니다.]거석더미의 신이 소환되자마자 카드들이 내 의지와 관계 없이 뽑혀져 나왔다. 물론 모두 ‘모래알’카드들이다.
거석더미의 신은 「신앙거석」의 피니셔 카드인 동시에 소커아의 오리지널 카드다.
서치와 발견을 해서 패를 계속 늘리는 것을 제한하기 위한 카드.
젠장. 저런 카드를 넣으라고 조언 같은 거 하는 게 아니었는데. ‘신앙거석에게 피니셔 카드는 어떤 오리지널 카드를 주는 게 좋을까요?’라는 질문에 생각 없이 이런 카드는 어떠냐고 말한 내 잘못이다.
나의 상황을 음미하던 신앙거석이 다시 말을 하기 시작했다.
─ 이제. 너와 나의 존재의 격의 차이를 깨닫겠는가? 거석은 위대한 것이다. 백 년밖에 살지 못하는 인간들이 범접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는 말이다.
내 안색은 구겨져 있었다. 핸드가 가득 차 있는 상황. 거의 다 이긴 상태였는데. 어쩌면면 내가 질 지도 모른다.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당신의 턴입니다.]나를 믿고 드로우하는 것.
이 드로우 한 번에, 나의 승패가 달렸다.
“···드로우.”
+
【모래알】
+
[패가 가득 찼습니다.]모래알 카드가 공중에서 화르륵거리며 타올라 사라진다.
주변의 야유가 한 층 짙어져 있었다. 흑일삭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걱정 가득한 목소리.
그 와중에도 모래알은 계속해서 떨어져내리고 있다. 사르르륵! 흘러내리던 모래알이 어느 순간 멎는다.
[모든 모래알 스택이 소진되었습니다.]“···지금이라도 포기해! 살고 싶으면!”
“왜 포기해? 내가 이겼는데!”
후우! 나는 참고 참았던 숨을 토해냈다. 이 드로우로 나의 승리가 확정된 덕이다. 와. 진짜 지는 줄 알았네. 나는 덱의 매수를 확인했다. 2030장. 그 중 절대 타서는 안 되는 카드가 1장. 확률로 따지면 대충 0.05%정도쯤인가?
“휴. 심장 터질 뻔 했네. 0.05%로 코어 카드가 타서 질 뻔 했잖아.”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헛소리나···.”
“나는 고철 허수아비 소환!”
+
【고철 허수아비】
【0 mana】
【매 턴 한 번만, 상대 소환수의 공격을 한 번 막아냅니다.】
【0/4】
+
“이어서 환상의 물꽃을 발동!”
+
【환상의 물꽃】
【0 mana】
【다음 상대턴의 시작때 「환상의 물꽃」한 장을 패로 가져옵니다. 】
+
환상의 물꽃. 미라클 덱의 마나 트리거나 발동조건을 무료로 추가시켜 줄 수 있는 카드다. ···뭐, 대중적인 용도가 그렇다는 거고. 지금 내가 쓰는 이유는 핸드파괴로 지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다.
“이어서─ 일회용 선천의 소울 스톤을 사용!”
+
【일회용 선천의 소울 스톤】
【덱에서 카드 한 장을 선택해 가져옵니다.】
+
프리 체인(free chain)의 소울 스톤 효과가 발동하며 내 덱의 목록이 주르륵 떠오른다. 수천 장의 모래알. 쓰레기가 가득 차 있더라도 한 장만으로도 게임은 뒤집힌다.
쓰레기 가운데에서 내게 필요한 카드는 바로 이 듀얼의 핵심 카드.
“정신 공격을 발동!”
+
【정신 공격】
【10 mana】
【덱의 모든 카드를 묘지로 버립니다. 버린 만큼의 데미지를 상대에게 줍니다.】
【※ 공식 듀얼에서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
콰과과과과! 내 덱에 쌓여 있던 모든 모래알이 쏟아져 내렸다. 유사가 만들어낸 저항할 수 없는 파도가 신앙거석의 몸체에 흠집을 내기 시작했다.
수천, 수만 번의 타격이 신앙거석의 거대한 몸체를 부숴뜨렸다.
쿠과과광!
[Hp – 2028]거대한 소리와 함께 신앙거석의 어깨죽지가 완전히 뭉개져내렸다.
“어우. 역시 튼튼하긴 튼튼하네. 이러고도 체력이 4천이 남다니.”
“······.”
“······.”
“······.”
정적.
기묘할 정도의 정적이 콜로세움 전체를 감돌았다. 날 비웃던 놈들의 눈에 경악이 감돌고 있는 것은 보기만 해도 기분 좋은 일이다.
[덱의 카드가 모두 소모되었습니다.] [묘지를 셔플해 덱의 자리에 놓습니다.]「탑주」와의 기본 룰인 덱 셔플이 이루어졌다. 덱 안에는 2047장의 모래알 카드, 그리고 내 덱이 통째로 들어가 있다.
다음 턴도 2000데미지의 ‘정신 공격’이 확정되어 있다는 뜻이지.
이런 버드 미사일을 두 발이나 더 발사할 수 있다니! 몸에 짜릿한 쾌감이 타오른다. 콤보로 1만 2만 데미지를 만드는 경우도 있지만, 단일 카드로 이런 데미지를 만들어 내는 쾌감은 또다른 쾌감인 것이다.
“크하하! 데미지 한 번 화끈하네!”
승리가 확정되고 나서 나는 웃음을 터트렸다.
“저 카드는 도대체 뭐야!? 어디서 구한 거야!”
“안 가르쳐 줘.”
정신 공격. 이 카드는 ‘승리의 여신’처럼 공식 듀얼에서는 쓸 수 없는 카드다.
이 카드는 지난 번 사용했던 배포되었던 승리의 여신과는 다르다. 승리의 여신은 이벤트로 100장 한정 배포되었던 카드.
하지만 ‘정신 공격’은 그런 승리의 여신과는 궤를 달리하는 카드다.
세계에 100장씩이나 존재하는 희귀도가 낮은 카드가 아니라는 말이다. 이 카드는 세상에 단 한장밖에 존재하지 않는 카드.
내가 방금 사용한 ‘정신 공격’ 카드는─
‘제 14회 세계대회 우승자 축전 카드’다.
끝
세계대회 우승자는 우승하는 순간에 무슨 생각을 할까? 아마도 대부분은 ‘우승 카드를 뭘로 할까’일 것이다. ···다른 우승자들은 모르겠고 일단 나는 그랬다.
우승자 기념용 특전 카드는 순수하게 우승을 기념하는 카드다. 통짜 금으로 만들어진 카드를 만들어주는 데다가 우승자를 위한 신규 일러스트까지 포함된다.
보통은 그 해에 자신이 사용했던 덱의 에이스 카드를 고른다. 「매지컬☆샤인걸」이라거나, 「삼족오 까마귀」같은 카드들 말이다.
“···하지만. 그건 멍청한 짓이지.”
나는 우승 후 당당하게 오리지널 카드를 요구했다.
소울 사에서는 내가 처음 요청했던 「이 카드를 쓰면 듀얼에서 승리합니다.」같은 효과는 만들어줄 수 없다고 버텼다.
굳이 만들려고 한다면 만들어줄 수 있지만 마나 코스트를 32로 만들 거라나.
인정머리없는 놈들. 듀얼에서 내기만 하면 이기는 카드를 가지고 싶다는 나의 소소하기 그지없는 꿈은 그렇게 박살났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렇게 소울 사와의 여섯달 반 간의 기나긴 협상 끝에 얻은 카드가 바로 이 「정신 공격」카드다. 일러스트, 카드명을 모두 소울 사에게 일임하고 마나 코스트를 10으로 만드는 대신 덱의 두께만큼 데미지를 준다는 효과를 받아냈지.
근성의 승리였다.
···하지만 아직도 왜 카드명이 ‘정신 공격’ 인 건지는 잘 모르겠다. 일러스트에서 공격을 맞고 있는 인간형 소환수가 묘하게 나를 닮아 보이는 것도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다.
뭐, 인생에서 모든 미스테리가 풀리는 것은 아니긴 하지. 우승자 카드를 받는 데에는 그로부터 반년이 더 걸렸다.
“근데 우승자 카드를 진짜 덱에 넣을 건 아니죠?”
라는 한국 지사장의 말에 나는 빙긋이 웃어 보였다.
“···안 넣을 거 맞죠?”
라는 말을 하며 「정신 공격」을 내게 넘기는 한국 지사장의 손은 살짝 떨리고 있었다.
나도 물론 처음에는 쓸지 말지에 대해서 고민했다. 하지만 고민은 길지 않았다. 카드의 텍스트를 꼼꼼히 읽어 봤기 때문이다.
카드 텍스트라는 것은 행간을 잘 파악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우승자 특전 카드에 적혀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