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d Academy 1st Hit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12
“···욕망의 단지 사용. 턴 엔드에요.”
그녀가 핸드를 단숨에 털어낸다. 미라클 덱에서 사용하는 카드들은 대부분 마나 코스트가 낮은 카드들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바로 저 기적의 환영을 키우는 것이 덱의 승리 플랜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손에 차 있던 10장의 카드가 단숨에 줄어들었다.
“오, 그래도 한 방은 있는데?”
“순식간에 8/8까지 컸어.”
쯧.
나는 가볍게 혀를 찼다.
미라클 덱은 콤보 덱의 전형이다. 콤보 덱은 자신의 핵심 파츠를 쉽사리 내어줘서는 안 된다.
상대의 핸드를 소모시키지 않은 상황에서는 상대가 대응할 수 있는 카드들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나는 방패 밀치기를 시전!”
그워어어!
거대한 환영이 방패 한 방에 흩날리며 사라져 버렸다.
거 봐. 바로 제압당했잖아.
“아.”
뭐가 ‘아’야. 니가 잘못한 거잖아. 그래놓고 뭘 잘했다고 ‘운이 안 좋았다.’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데? 누가 후드로우 하라고 가르쳤냐? 대회에서 후드로우 하면 박제돼서 사흘은 커뮤니티에서 까인다고!
한 턴만에 똥 플레이를 연속으로 다섯 개쯤 하자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내면의 훈수본능을 가라앉히기 위해 나는 눈을 감았다.
내 일이 아니다···
내 필드가 아니다···
내 게임이 아니다···
내 학생이 아니다···
나는 내 감정을 조종할 수 있다···
후.
좋아.
아무튼, 신하연의 현재의 강함과는 별개로 앞으로 아카데미에 남는다면 하나부터 열까지 다 가르쳐야 할 것처럼 보인다.
그런 귀찮은 짓을 누가 하게 될 지 모르지만 안타깝게 됐군. 나는 시간강사니까 그런 일이 발생할 일은 없으니 나랑은 상관 없는 일이지만.
“나는 방패 여전사를 소환!”
태진호는 신하연의 손패가 줄어들자마자 필드에 소환물을 깔아대기 시작했다.
패의 갯수가 부족한 만큼 대응력도 떨어진다. 부조리한 교환을 강요당하고, 패의 소모가 더욱 빨라진다.
악순환.
패의 차이가 서서히 벌어지기 시작한다.
“거의 끝났네.”
“진짜 못하긴 한다.”
제대로만 운영한다면 태진호의 승리가 유력한 상황이다. 하지만···.
“철의 장벽!”
“철의 장벽!”
“철의 장벽!”
태진호는 신하연을 가지고 놀고 있다. 다른 효율적인 플레이가 있음에도 특이 성을 매 턴 꼬박꼬박 눌러댄다.
방어력은 이미 50을 돌파했다. 거대한 성벽과도 같은 갑주가 놈의 몸에 둘러져 있다.
그 갑주 뒤에서 태진호는 뒤틀린 미소를 짓는다. 벌레를 가지고 노는 꼬마같은 표정. 오만과 여유. 그리고 오만과 여유는, 카드 게임에서 패착이 된다.
나는 덱에 남아 있는 카드를 봤다. 그녀의 덱에 남은 카드는 세 장.
승패는 거의 난 것 같네.
나는 여유만만하게 다리를 꼬았다.
***
“처음 볼 때부터 네가 재능이 없다는 걸 알았지.”
“처음부터 이런 학교에 오는 것 자체가 잘못이었어.”
“빨리 포기했다면 시간이라도 아꼈을 텐데 말이야.”
그녀는 밀리기 시작한 필드를 막아 보려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마침내 필드가 완전히 밀리고, 소환수들의 공격이 그녀에게 떨어졌다.
파악!
카가각!
퍼어억!
그녀는 이를 악물고 고통을 겨우 참아냈다.
고통에 신음하는 그녀를 태진호는 위에서 내려다봤다.
“자. 이제 항복할 생각이 드나?”
그녀는 손패를 바라봤다. 상대의 핸드가 꽉 차 있는 반면 자신의 핸드에 남아 있는 카드는 단 두 장.
「얼음 방패」와 「빙결핵」
두 카드를 쓸 수 있는 타이밍은 몇 번 있었다. 기적의 환영을 키울 때 쓸 수도 있었고. 다만 그러지 않은 것은 사이비 강사가 자신이 준 카드를 죽을 때까지 아끼라고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얼음 방패」는 지금 써야만 했다. 쓰지 않으면 자신이 다음 턴에 지는 것은 확정적이었기에.
“얼음 방패!”
얼음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벽이 그녀를 둘러쌌다. 하지만 오래 버티지는 못할 것이다. 다음 턴이 되면. 저 거대한 몬스터들이 자신의 몸을 자비없이 유린할 것이다.
‘···포기할까?’
이길 수 없다면. 고통이라도 받지 않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리라. 듀얼의 패배로 오는 충격력은 막대하다. 병원 신세라도 지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 끝내야만 한다.
이 정도면 잘 싸웠다. 그녀의 손가락이 항복 버튼에 올려졌다.
‘기적을 믿냐?’
그러나. 그녀의 손가락은 항복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 얼음 벽에 문득 자신의 얼굴이 비쳤기 때문이다.
“···기적이라.”
신하연은 처음 듀얼을 시작할 때만 해도 자신이 아카데미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아카데미에 입학했다.
처음 졌을 때, 두 번째 졌을 때. 항상 질 때마다 마음이 꺾일 것 같았다.
매일같이 자퇴를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는 아직도 여기에 서 있었다.
“뭐야.”
그녀는 마음 한 구석에서 계속 기적을 믿고 있었다. 문득 그녀는 자신에게 물속성이 정말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턴. 엔드.”
물은, 꿈꾼다.
“얼음 방패라는 카드. 본 적 있어?”
“아니. 처음 보는데?”
“저 카드···설마···미발매 카드야?”
웅성거리는 소리가 커진다. 웅성거리는 소리에 태진호의 얼굴이 움찔한다.
“흥! 미발매 카드가 어쨌다는 거지? 그래 봤자 한 턴 버는 카드일 뿐이야!”
말대로다. 하지만 한 턴은 길다. 무슨 일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다.
“턴 엔드!”
태진호의 턴 종료와 함께 얼음벽이 녹아내렸다. 그녀는 덱에 손가락을 올렸다.
기이잉.
손가락을 가져다 대자, 필드에 올려놨던 선택의 카드에서 공명음이 울렸다.
“···뭐지?”
+
【물의 토템】
【패시브 : 「발견」카드를 사용할 때마다 1마나를 얻습니다.】
+
그녀는 눈을 의심했다. 1년동안 나타나지 않은 「특이성」이, 선택의 카드에 새겨져 있었다.
그녀는 카드를 뽑았다.
“이 카드는···.”
사이비에게서 받았던 마지막 카드다.
+
【얼음창】
【1 마나】
【상대에게 「냉각」을 1 부여합니다. 얼음 주문을 「발견」합니다.】
【냉각 : 턴 동안 공격을 봉쇄합니다. (스택은 중첩될 수 있습니다.)】
+
“저는 얼음창을 시전할게요.”
얼음창이 태진호의 몸에 가 꽂힌다.
파장창!
무슨 카드인지 몰라 바짝 긴장했던 태진호가 몸을 움찔했다 편다.
“아무 것도 아니군!”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자 기세등등한 모습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것에 신경이 팔리지 않았다.
그녀의 눈은 자신의 눈 앞에 떠오른 세 장의 카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발견 : 조건에 맞는 세 장의 카드 가운데 한 장의 카드를 선택해 핸드로 가져옵니다.」
선택은 쉬웠다. 그녀는 망설임 없이 「얼음창」을 집었다.
“나는 얼음창에서 생성한 얼음창을 시전할게요.”
파악! 얼음창이 다시 태진호의 몸에 부딪혀 바스라져내렸다.
“···신카드라서 깜짝 놀랐는데. 아무 것도 아니잖아?”
“···그보다, 마나 안 줄어들지 않았어?”
“뭐야. 쟤. 특이성 언제 생겼냐? 마나 토템? 저게 뭐야?”
“그래봤자지. 1마나 쓰고 1마나 채우면 결국 본전이잖아.”
낄낄대는 소리. 그녀는 무시했다.
“다시 얼음창을 시전.”
“포기해라!”
“얼음창.”
“포기해! 포기하라고!”
“얼음창.”
계속해서 시전되는 얼음창에 서서히 주변의 분위기가 바뀌어갔다.
“얼음창!”
“이거. 좀 이상하지 않아?”
“얼음창!”
“주변. 너무 추운데.”
그녀가 시전한 얼음창이 서른 번째를 넘어갔을 때. 웃음을 터트리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얼음의 비가 멈췄다.
“드디어 포기한 건가? 열등생?”
태진호는 비아냥거렸다. 금속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성벽은 모조리 얼어붙어 있었다. 「냉각」스택은 54. 본체로 이 게임에서 더 이상 공격을 할 수는 없다.
그래봤자 소환수들로 공격하면 게임이 끝난다. 신하연이 이 턴 동안 한 짓거리는 무의미한 시간 벌이에 불과하다.
1년간 그녀가 버둥거린 것처럼.
“···항복해요.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어요.”
“이제는 허장성세인가? 개소리 지껄이지 말고 턴 종료나 해!”
“저는. 경고했어요.”
신하연은 패에 있던 마지막 카드를 시전했다.
아주 조그마한 먼지가 나풀거리며 흔들렸다. 먼지는 흩날리듯 날아가 태진호의 방벽 위에 얹혔다.
태진호가 비웃으려는 찰나.
고고고.
내려갈 대로 내려간 주변의 기온에 감응해 먼지 주변이 얼어붙기 시작했다.
【빙결핵】
쩌저적! 쩌저저저적!
한 번 시작한 냉각은 멈추지 않았다.
“잠깐! 잠깐! 멈춰! 항복하겠다! 항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