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d Academy 1st Hit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126
“상대의 패러사이팅에 대항할 수 있는 데다가 OTK 파츠를 모으는 데도 한몫을 하는 새크리파이싱(sacrificing)이지.”
“소멸 카드에 대한 고평가를 하는 것을 보니 꽤 카드를 잘 아는가 보군.”
“그냥 냉정하게 평가하는 것 뿐인데.”
“난 네가 마음에 들었다.”
라르의 몸에 붙어 있는 붉은 빛의 불꽃이 조금 더 밝아졌다.
니가 소멸 덱이라고 소멸 카드들에 대해서 좋다고 평가하는 사람한테 호감을 표시하지 마.
미리 말해 두지만 더 이상 동물 프렌즈는 사양이다. 우리 집은 이미 과포화 상태. 거기에 내가 시레나수를 줘 가며 키우고 있는 ‘죽창이’를 태워죽일 가능성이 있는 불새는 죽어도 우리집에 들일 수 없다.
뭐─, 아무튼 탑주전을 비롯한 탑의 사냥도 하나의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는 계界라는 말이지.
[라르의 턴입니다.]“태움의 모닥불을 발동하지.”
+
【태움의 모닥불】
【지속물】
【내 턴의 시작시, 덱 혹은 묘지에서 카드를 한 장 희생합니다. 희생한 카드의 마나만큼 체력을 회복합니다.】
+
화륵! 따뜻한 모닥불이 바닥에서 피어올랐다.
지속물과 마법들로 하나하나 전진해 나가서 덱을 지워나가는 거. 꽤나 괜찮은 전략이다.
게임은 중반을 넘어서며 마나가 10이 채워졌다.
이미 라르의 덱과 묘지는 총계가 30장 정도로 줄어들었다. 10장 정도를 태웠으니 나쁘진 않은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터.
반면 내 덱은 「순혈+」를 사용해 카드를 태운 것을 제외하면 거의 줄어들지 않았다.
대지 카드들은 마나와 턴의 시간을 다루는 덱이다. 소멸 카드가 그리 많지 않다는 뜻이다.
“무슨 덱을 가지고 왔는진 모르지만, 대지 덱은 소멸 카드가 그리 많지 않은 덱이다.”
“그건 그래. 나도 「무뢰역병」이 대지 속성만 아니었어도 암흑 속성으로 덱을 짜 왔을 건데.”
“…무뢰역병? 그 0마나 카드 말인가?”
“그래.”
“그 카드는 그다지 쓸모있는 카드가 아닐 텐데.”
“그럴지도.”
나는 머릿속으로 본래의 「무뢰역병」을 떠올렸다. 「무뢰역병」은 소울 커맨더스가 초창기에 나왔을 때의 실험 카드 중 한 장인 카드다. 효과는 소환수 하나에게 데미지를 1 주는 쓰잘데기 없는 카드.
“그런 카드를 덱에 넣다니 특이하군. 같은 카드팩에 있는 「절대역병지대」라면 이해가 가지만.”
“절대역병지대도 그다지 쓸모있는 카드는 아닌데.”
“10마나를 지불해야 하지만 대지 속성에서는 그나마 유효한 소멸 카드니까.”
가볍게 설명하는 라르의 표정은 오만했다. 아마 내 패가 말라 있기 때문이겠지.
대지 속성은 드로우에 크게 특화되어 있는 덱이 아니다. 한장 한장의 밸류가 뛰어난 탓에 패가 마르고 나서의 대책이 부족하도록 밸런싱이 되어 있기 때문이지.
뭐, 마음대로 생각하도록.
[당신의 턴입니다.]“드로우.”
나는 카드를 뽑아들었다. 공교로운 일이다. 놈이 방금 말한 「무뢰역병」이 핸드에 잡히다니.
덱이 거의 다 떨어져 가고 있었으니까 당연한 일일지도.
“나는 무뢰역병을 발동.”
+
【무뢰역병】
【0 mana】
【패가 가득 찰 때까지 드로우합니다. 패에서 원하는 만큼의 카드를 희생합니다.】
【※ 공식 듀얼에서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 공식 듀얼에서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
촤르르르륵! 텅 비어 있던 내 손패가 가득 차오르기 시작한다.
“…?”
라르의 얼굴에 물음표가 떠오른다.
“…그 카드. 무뢰역병이 맞나?”
“맞잖아. 무뢰역병. 듀얼에서 효과가 제대로 발동하는 것만 봐도 모르냐?”
“그러나 네가 발동한 효과는 「절대역병지대」의 효과….”
나는 라르의 말을 씹은 채 제외할 카드들을 빠르게 골랐다. ‘루프’에 필요한 카드들을 제외한 카드들을 빠르게 지워냈다.
“그리고 두 번째 무뢰역병을 발동.”
오늘의 나는 운이 좋다, 두 번째 무뢰역병이 내 패에 들어왔으니까.
이 덱을 만들기 위해 「?」카드를 두 장이나 써야 했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촤르르르륵! 내 패가 다시 산더미처럼 쌓였다. 나는 희생할 카드들을 골라냈다.
한 턴만에 20장 가까운 카드들이 내 덱에서 소멸했다. 이렇게 빠르게 덱이 다이어트를 하는 모습을 보니 저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남은 덱의 매수는 12장. 루프(roof)에 필요한 덱의 매수는 10장이니, 2장만 더 지우면 된다.
“턴 엔드.”
[라르의 턴입니다.]라르는 포기하지 않았다. 자신이 가지고 있던 카드들을 최대한 활용해서 덱의 루프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했지만….
“턴 종료.”
“시끄럽게 삐약거리더니. 갑자기 조용해지셨네?”
“…….”
[당신의 턴입니다.] [덱이 모두 소모됐습니다.] [덱을 재사용합니다.]나는 여유만만하게 패를 뽑아들었다.
“오호.”
오늘의 나는 운이 좋다. 덱이 재사용되자마자 뽑은 카드가 「무뢰역병」이라니.
“나는 다시 무뢰역병을 발동!”
나는 카드를 뽑고, 카드를 지워냈다. 덱, 패, 묘지의 총계는 핸드의 최대 매수와 같은 10.
즉, 데미지 무한 루프(infinity roof)가 확정됐다는 말이다.
“라르의 불꽃을 발동!”
+
【라르의 불꽃】
【0 mana】
【상대 듀얼리스트에게 피해를 1 줍니다.】
【리사이클 횟수 : 1】
【덱에 섞여 들어갈 때마다 강화됩니다.】
+
“라르의 불꽃 발동! 라르의 불꽃 발동! 라르의 불꽃 발동!”
팍! 팍! 팍! 불똥이 라르의 몸에 튕겨들어갔다.
“이어서 「무뢰역병」을 발동!”
라르의 불꽃으로 데미지를 준 다음, 무뢰역병으로 덱을 되돌린다.
간단하기 그지없고 실수할 일도 없는 무한루프다.
화륵!
[Hp -2]화륵! 화륵! 화륵!
[Hp -3] [Hp -3] [Hp -3]1의 데미지밖에 주지 않던 불똥이 라르의 몸 전체를 태워나가기 시작했다.
“그 빌어쳐먹을 그 카드는…어디서 난 거지?”
“남이 쓰는 정당한 카드에 빌어쳐먹을이라니. 말버릇하고는.”
“대답이나 해! 빌어쳐먹을 인간종 자식아아아!”
이래서 듀얼 매너 가르치는 사람이 중요하다는 거다. 듀얼은 룰과 매너를 지켜서 하는 건데. 쯧쯧.
나는 라르의 말을 무시한 채 데미지를 꽂아나갔다.
[Hp -4]화륵!
[Hp -4]…
화르르륵!
[Hp -13]화르르륵! 화르륵! 화르륵!
350에 달하던 라르의 몸이 완전히 태워져 잿더미가 됐다.
길거리 통닭집 앞을 지나면 나는 냄새가 코를 간질였다. 맛있는 냄새다.
오늘 저녁은 치킨을 먹어야겠다.
[불사조의 힘이 라르의 몸에 깃듭니다!] [2페이즈로 진입합니다!]화르륵! 잿더미가 됐던 라르의 몸이 재생성되며 다시 형체를 갖췄다.
[라르의 불꽃이 이제 모든 듀얼리스트에게 향합니다!]라르의 제작 모티브는 두말할 것 없이 불사조다. 라르의 공략 페이즈는 총 10단계로 나뉘어 있다.
보기에는 뭔가 있어 보이지만 사실은 쓰잘데기없는 짓이다. 라르를 상대하려는 듀얼리스트는 당연하게도 루프 덱을 짜 왔을 테니까.
그보다, 2페이즈로 가면 나오는 ‘모든 듀얼리스트’라는 게 무슨 말인지는 아직도 의문이다. 어차피 탑주와의 듀얼은 1:1인데 ‘모든’이라는 텍스트를 왜 넣어놓은 건지.
“누가 봤으면 라르 공략을 여러명이서 할 수 있는 줄 알겠네.”
아니. 쓰잘데기 없는 개발진 욕은 멈추도록 하자. 루프 콤보를 쓰는 데만도 시간이 벅차다.
“라르의 불꽃, 라르의 불꽃, 라르의 불꽃, 무뢰역병, 라르의 불꽃, 라르의 불꽃, 무뢰역병….”
[불사조의 힘이 라르의 몸에 깃듭….] [라르가 부활….] [라르의 체력이 증가….] [3페이즈로 진입….] [라르의 드로우 매수가 증가….] [4페이즈로 진입….] [라르의….] [5페이즈로 진입….]…
[7페이즈로 진입….]…
텅, 하고 모래시계가 끝났다.
“아. 까비.”
조금만 더 했으면 원턴 10킬인데. 시간 제한에 걸리고 말았다.
그렇다고 해도 결과는 전혀 바뀌지 않지만.
[라르의 턴입니다.]자신의 불꽃에 엉망이 되도록 얻어맞은 라르의 얼굴은 상당히 초췌해져 있었다.
확실히 한 턴만에 7번 죽는 것은 흔한 경험이 아니기는 하다.
“…항복 선언하면. 받아줄 텐가?”
“내가 왜?”
“탑주에게서 항복을 받아내면 동등한 관계가 될 수 있다.”
“그러니까. 내가 왜.”
“왜라니. 다시 말하지만 고결한 탑주에게서 항복을 받아내고 동등한 관계가….”
시끄럽게 라르가 종알거렸다. 어차피 별 쓰잘데기 없는 이야기들이다.
“불 속성 카드 만들 줄 아냐?”
“…모른다.”
“카드 강화하는 방법은 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