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d Academy 1st Hit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138
“6400이면 높은 건가요?”
“듀얼력은 엘로 점수를 개선한 내 방식의 듀얼력 점수 수치야. 보통의 듀얼리스트는 아무리 높아도 4000, 혹은 5000 사이쯤이지.”
“전익현 강사님의 추정 Elo점수가 얼마죠?”
“대략 5650점에서 5800점 사이.”
“만약 강사님이 저 자와 듀얼을 한다면….”
“단판제의 승률은 1% 정도. 다전제로 넘어간다면 승리확률은 기적의 영역으로 넘어가버려.”
김태양은 최대한 담담하게 대답했지만, 그의 다리는 작게 떨려왔다.
위험하다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의 괴물이, 이 세상에 내려와 있었다.
##온천 (6)
나는 실눈을 뜬 채로 [긴급공지]라고 적혀 있는 홀로그램을 바라보고 있었다.
[긴급공지] [본 온천의 사정에 따라 이번 이벤트의 우승자에게 지급되기로 했던 「메아리」카드가 지급되지 않음을 알려드립니다.]“이게 무슨 말이냐?”
“글자 그대로의 말인 것 같은데.”
“그러니까 그게 무슨 말이냐고.”
그러니까 왜 내 「메아리」카드를 안 준다는 건데? 나는 패닉에 빠지지 않은 채 최대한 이성적으로 생각하려 애썼다.
이렇게 된 이상 방법은 온천 관계자들을 찾아다니면서….
“온천 관계자들을 찾아다니면서 줘패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기를 바래.”
“…그런 생각 안 했어.”
젠장. 「메아리」는 어디에나 쓸 수 있는 초A급 파워 카드다. 저 카드를 구할 수 없다면 이 온천에 온 이유가 단 하나도 없는 것이다.
“조금만 진정해. 대신 대체 카드인 「용의 분노」를 준다고 하니까….”
“용의 분노는 이미 두 장 있는 카드라고! 게다가 파워 카드도 아니고!”
“…….”
주변을 돌아다니고 있는 수건 차림의 여학생들을 헤치고 걸으며 나는 비탄에 빠졌다.
「메아리」가 없는 온천따위는 아무 쓸모없는 지나가는 스킵 이벤트 A에 불과하다. 그냥 집에 가서 이불 덮고 눈물이나 흘려야지.
이번 이벤트가 끝나면 「메아리」카드는 얻을 방법이 없다. 「?」카드로 만들어낼 수도 있지만 만들 카드들이 안 그래도 많은 상황이라 메아리를 만드는 데 쓸 여력또한 없는 것이다.
「메아리」가 없는 세상에서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만 하는 걸까.
이 커다란 우주 속에서 완전히 혼자가 되어버린 기분이다. 마음이 꺾여버릴 것만 같다.
“…우냐?”
“안 울어. 지대가 더워서 땀 나는 거야.”
“전익현 강사님! 여기 계셨네요!”
신하연의 목소리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다급함이 서려 있었다. 옆에는 김태양이 함께 있었다. 원래라면 내 말을 무시하고 김태양과 함께 움직인 것에 화를 냈겠지만 지금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무슨 일인데. 지금 슬퍼하는 중이니까 나중에 이야기를….”
“「메아리」가 도난당했어요!”
띠링!
[퀘스트 발생] [「메아리」의 도난자를 처치(0/1)] [보상 : 없음]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려 퀘스트 창을 읽었다. 그리고 사태를 파악했다.
누군가가 보안을 뚫어내고 「메아리」를 훔친 모양이다.
“그런 좋은 방법이 있었다니! 같은 표정이지?”
“그러네.”
“너희는 전익현 씨의 표정만 보고 생각을 다 알아낼 수 있는 거야?”
“듀얼할 때만 빼고요. 오빠도 조금만 연습해 보세요. 이삼십 분만 연습하면 누구나 읽을 수 있어요.”
나에 대한 근거없는 판단을 제멋대로 하는 무지몽매한 아인류들 같으니라고.
“지금 표정은 ‘나에 대한 근거없는 판단을 제멋대로 하는 무지몽매한 아인류들 같으니라고.’ 라는 생각 중인 거에요.”
“오오. 그렇군!”
뭔데. 너희 내 뇌에 칩셋이라도 심어 놨냐?
아니. 중요한 건 이게 아니지. 지금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메아리」의 행방이니까.
“훔쳐간 놈의 인적사항은?”
“몰라요.”
그래. 하긴, 알 필요 없다. 중요한 것은 내가 놈을 찾을 것이라는 것.
그리고 죽여버릴 것이라는 사실이다.
“놈은 「심장」이 보낸 도플갱어입니다. 놈의 듀얼 실력은 초일류…아니, 거의 최강자의 반열입니다.”
김태양이 이 정도로 극찬을 하는 것을 보아하니 그리 만만한 상대는 아닌 모양이다.
「심장」이 보낸 도플갱어라면 공략 준비를 해 놓는 것도 필요한 과정이고.
듀얼로그를 좀 봐 놓을까.
“듀얼로그 있습니까?”
“여기 있습니다.”
나는 김태양의 손에서 자그마한 영사기를 받아들었다. 영사기에서 나오는 화면.
[듀얼!]듀얼을 외치는 자의 모습이 낯이 익다. 내가 듀얼할 때에 입는 것과 매우 흡사한 외골격이다.
표정이 읽히지 않도록 짙은 썬팅을 해 놓다니. 듀얼에 대해서 기본은 돼 있는 녀석이라고 할 수 있다.
놈이 「심장」이 보낸 도플갱어라면 아마도 소울 커맨더스 프로일 가능성이 크다. 그것도 꽤나 알려진 선수 출신일 것은 당연지사.
그렇다는 건 듀얼할 때의 동작만으로 누군지를 판단할 수 있다는 뜻이다.
나는 놈의 움직임을 읽어나갔다. 놈이 쓰고 있는 덱은 어둠 속성의 「컨트롤 덱」.
심리가 읽히지 않도록 하는 간결한 동작, 빠른 판단, 메트로놈이라도 쓰는 것처럼 일정한 속도로 내려놓는 카드.
나는 영상을 빠르게 돌려봤다. 천천히도 돌려봤고, 원래 속도로도 돌려봤다.
“어때요?”
“…….”
나는 침묵했다.
전혀 버릇이 읽히지 않는다. 누구지? 내가 아는 듀얼리스트중에 이 정도로 자신의 버릇이 드러나지 않는 사람이 있었던가?
돌, 혹은 금속과도 같은 기계적인 동작을 바라보며 나는 머릿속을 계속 뒤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없다. 내가 아는 어떤 듀얼리스트도 이 정도로 깔끔하고 기계적인 듀얼 동작은 보여주지 못한다.
[「어둠의 강림」을 발동.]고저가 없는 기계적인 음성을 들으며 나는 ‘놈’의 듀얼을 계속해서 바라봤다.
듀얼로그는 듀얼리스트의 지문과도 같다. 자신의 생각의 방향성과 편향은 숨길래야 숨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이번에야말로….
[「피의 혈족」으로 내 「노스페라투」를 처치하지.] [「스켈레톤 투척」을 발동.]…
뭐지. 이 자식은.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지문’이 보이지 않는다. 아니,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한다면…
‘정도正道가 아닌 길은 단 하나도 선택하지 않아.’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 상황에서 가장 승률이 높아지는 선택지만을 반복해서 고르고 있다.
“이 자식. 놀라울 정도로 기계적이군.”
“듀얼을 하는 동작도 말이 안 나와.”
신하연과 여한설이 의견을 교환하는 소리를 들으며 나는 숨을 골랐다.
대체 누구지?
“버릇이 안 보인다고?”
“네. 좀 이상할 정도로 버릇이 안 보이네요. 대단해요.”
“얼마나 대단한 거지?”
“이런 깔끔한 동작을 하는 사람은 극히 희귀해.”
극히 희귀한 정도가 아니다. 나는 살면서 이렇게 철벽같은 듀얼리스트를 본 적이 없다.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본 자 가운데 이 정도로 속이 내비치지 않는 인간은… 두 명 정도.”
“나는 한 명인데.”
“아무래도 한 명은 같은 인간인 것 같군.”
“아마 그렇겠지? 근데 나머지 한 명은 누구야?”
“…자경단.”
…얘네는 또 헛소리하고 있네. 저 정도의 깔끔한 동작을 하는 인간은 「소커아」뿐만 아니라 내가 있던 지구에서조차 본 적이 없다.
내가 그렇게 강조한 ‘버릇 읽기’를 제대로 연습하지 않은 게 분명하다.
저 둘은 아카데미에 돌아가면 ‘듀얼리스트 버릇 읽기’ 100회씩이다.
“강사님. 왜 또 ‘멍청한 것들’이라는 표정을 짓고 있는 거에요?”
“저렇게 깔끔한 듀얼을 하는 인간이 이 세상에 있다고?”
“그래.”
“그게 누군데? 나는 살면서 이 정도로 버릇이 없는 듀얼리스트를 본 적이 없는데.”
“…그걸 몰라서 하는 소리냐?”
여한설이 나를 째려본다. 그 눈에는 밥 주는 것을 하루동안 깜빡했을 때 시레나가 나를 대했던 태도와 비슷한 감정이 녹아 있었다.
“왜. 누군데?”
“그걸 강사님이 직접 물어보다니. 강사님 진짜 뻔뻔하긴 하네요.”
사람이 모르는 걸 물어보는데 뻔뻔하다는 소리를 듣기까지 해야 하나. 억울해서 못 살겠다. 내가 어디 가서 뻔뻔하다는 소리 듣고 사는 사람이 결코 아닌데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하다니.
나는 상처입은 새처럼 불쌍하게 온천에 있는 거울로 다가섰다. 나를 이해해 줄 수 있는 것은 나밖에 없다.
나는 거울 속의 나를 바라보며 상상 듀얼을 시작….
“…잠깐만.”
나는 거울 속의 나를 바라보며 듀얼 자세를 취했다. 내가 카드를 뽑는 자세, 듀얼을 하는 자세, 카드를 내려놓는 자세까지.
거울 속의 ‘나’는, 영상 속에서 보았던 이클립스의 모습과 판박이처럼 닮아 있었다.
이렇게 가까운 곳에 대답이 있었을 줄이야. 눈치가 귀신보다 빠른 내가 아니었다면 결코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다.
“드디어 알아차렸나 보네.”
“처음부터 알고 있었거든?”
“저건 거짓말을 하는 표정이지?”
“맞아요! 소질이 있으신데요?”
시끄러.
나는 방금 전에 봤던 영상을 다시 켰다. 그리고 놈의 듀얼을 다시 읽어나갔다.
영상 속의 ‘이클립스’가 나. 그러니까 ‘이우주’라는 것은 확실해졌다. 놈이 이 세상에 있는 이유들에 대해서는 나중에 서윤하에게 들으면 될 터.
지금 중요한 것은 놈을 이길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단 하나.
놈은, 언제의 이우주인 것인가?
나는 영상 속에 있는 이클립스가 쓰고 있는 덱, 운용법, 스타일까지 찬찬히 읽어냈다.
놈을 읽어내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성향과 덱, 방향성을 안다면 자연스럽게 공략법또한 떠오른다.
머릿속으로 공략법을 떠올린 나는, 제자리에서 일어서서 목을 가볍게 풀었다.
준비해야 할 카드들이 많겠군.
“이 도플갱어가 지금 노리는 것은 아마 전익현 씨를 비롯한 강사진 전체. 그 중에서도 아마….”
“나겠지.”
이견은 나오지 않았다. 여기 와 있는 강사진 가운데서 나보다 강한 듀얼리스트가 없다는 것을 세 명 모두가 인정하고 있었으니까.
“보아하니 듀얼할 생각이 든 모양이네.”
“맞아. 듀얼 준비를 해야 될 것 같은데.”
“이길 수 있을까요?”
“모르겠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놈의 듀얼 실력만큼은 흠잡을 데가 없다. 덱도 대응력이 가장 강한 어둠 속성 컨트롤덱.
“내 승률은 기껏해야 80퍼센트나 잘 해 봐야 90퍼센트 초반대 정도쯤밖에 안 되겠지.”
“…진심이냐?”
“난 언제나 진심인데?”
이우주가 나를 노린다는 것이 전제된다면. 무슨 방식으로 나와 결판을 내려고 할까?
“랭크 점수가 차이가 많이 나는 적을 상대로, 가장 확실하게 이길 수 있는 방법이 뭔지 아나?”
“…치수 방식의 듀얼이겠지.”
치수置手듀얼은 실력차가 있다면 확실하게 이길 수 있는 듀얼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