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d Academy 1st Hit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151
“…해로를 움직이는 어마차魚馬車가 이미 준비됐다. 마차를 타면 1시간 정도면 도착할 수 있지.”
“운행료는?”
“공짜다.”
하지만 정에 매여서 있으면 될 일도 안 되는 법. 사람은 쳐 낼 때 쳐 낼 줄도 알아야만 하는 법이다. 지우도 피존투를 언젠가 만나러 오겠다고 하고 떠나지 않았던가.
나는 피가 끓는 마음으로 느리기만 한… 이 아니라 아름답고, 달팽이보다 느리고 탑승감은 거지같… 이 아니라 우아한 가오리를 마음속에서 지워냈다.
“해로가 뚫리고 나서의 반응은 어때?”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우리 돈의 패밀리중 극소수만이 얼음미로가 부서졌다는 것을 알지. 하지만 사실을 들은 자들의 얼굴에는 활기가 가득하게 돌더군.”
“그거 다행인 일이네.”
“그래. 게다가 호방한 의협인이 우리를 해방해 줄 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더니, 거의 기적이라도 만난 듯한 표정이 되더군.”
그건 내 알 바 아니라니까. 사람한테 왜 계속 부담을 주는 거야. 흐뭇한 얼굴로 웃지 마. 침이라도 뱉어서 호감도를 낮춰야 되나. 퉤. 하고 침을 뱉어 봤지만 물 속이라 침이 제대로 뱉어지지도 않는다. 게다가 물의 흐름이 반대 방향이었는지 침 냄새가 짙게 난다. 글자 그대로 누워서 침 뱉기다. 거지같네 진짜.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내가 집에 돌아간다는 소원을 빌 거라고 말해도 전혀 믿지 않을 게 분명한 분위기다.
아. 짜증나. 더 여기에 머물렀다가는 대통령 추대식이라도 치르게 될 판이다. 최대한 빨리 이 「아틀란티스」를 벗어나는 게 최선이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오늘 카이엔을 처치해야겠군.”
* * *
「용궁」은 으리으리하기 그지없는 크기다. 라단은 내심 전익현이 그 커다란 크기에 압도되기를 원했다.
“역시 별로 크기도 않네.”
대충 여한설 카드 창고 크기 정도 되나. 같은 얼토당토않은 소리를 지껄여대는 것을 들으며 라단은 주변을 둘러봤다.
「용궁도시」는 아틀란티스의 수도다. 그런데도 인어들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거리에는 활기가 없고, 있는 인어들은 조용히 자신의 갈 길만 갈 뿐.
이런 분위기는 종말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자신의 마음대로 모든 것을 해 대고 있는 카이엔의 폭정 때문이다.
그를 막아낼 수 있을 만한 듀얼리스트가 더 이상 이 아틀란티스에는 남아 있지 않았다. 카이엔은 「탑주」이기에 다수의 듀얼리스트와 동시에 싸워야만 한다.
하지만 그가 가지고 있는 특이성은 너무나도 강하다. 놈을 처치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일류 듀얼리스트 십수 명. 그리고 그들이 함께하며 수 년간은 맞춰온 호흡.
‘그러니 아틀란티스에서는 불가능하다.’
아틀란티스에서는 비밀경찰이 어디에나 깔려 있다. 이 비밀경찰의 눈을 피해서 파티를 만들고, 수년간 듀얼의 호흡을 맞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전익현은 탑의 외부에서 온 인간이다. 그와 함께 모여온 파티원들은 적어도 몇 년간 호흡을 맞춰 왔을 터.
전익현은 최고라고 불려도 될 만큼의 격을 가진 듀얼리스트. 그렇다면 그가 파티에서 최강이라고 가정하더라도 함께 하고 있는 파티원들은 전익현의 격에 맞는 파티원들일 터.
그러니 승리에 기대를 걸어봐도 좋으리라.
용궁 내부의 길은 라단의 머리속에 모조리 들어가 있다. 그러니 해야할 것은 전익현의 파티원들을 기다리는 것 뿐.
“뭐 하냐?”
“기다리고 있다.”
“그러니까 뭘.”
“함께할 동지들을.”
전익현의 얼굴에 ‘그게 뭔 소리지?’ 라는 의문이 떠올랐다 사라지는 것처럼 보였다. 아마도 잘못 본 것이리라. 설마 카이엔이라는 괴물을 상대로 혼자서 싸우겠다는 미친 놈은 세상에 없을 테니까.
“뭔 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도 안 나타나는 거 보니까 조금 늦는 모양이네. 그러게 잘 좀 모으지 그랬냐.”
“그 동지들을 모은 건 내가 아니잖느냐.”
뭔가 이야기의 핀트가 살짝 어긋나 있는 느낌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대업을 위해서는 참을성이 있어야만 한다는 점이다. 수십년을 기다렸는데 몇 시간을 더 못 참을 리가 없다. 게다가 파티의 주동자는 전익현이다. 라단 자신은 조력자에 불과하고.
“괜찮다. 조금 늦을 수도 있지. 나는 충분히 기다릴 수 있다.”
“아니. 됐어. 난 못 기다려.”
“…?”
라단이 전익현이 한 말이 무슨 뜻인지를 곱씹으려는 순간.
“듀얼.”
듀얼이 선언되고, 듀얼필드가 솟아올랐다.
“웬 놈이냐!”
별안간에 듀얼을 선언당한 문지기가 다급하게 외쳤다.
“알아서 뭐 하게. 덱에서 카드나 뽑아.”
“침입자! 침입자다! 경비인원 전원 집합!”
“그거 고맙네. 안 그래도 탄환이 많이 필요했거든.”
“탄환?”
라단의 얼굴에 의문부호가 떠올랐다.
“탄환이 무슨 의미지? 아니, 그것보다. 탄환이 왜 지금 필요한 거지?”
“카이엔을 만나러 가려면 길을 만들어야 되잖아.”
보통은 이 상황에서는 길은 만드는 게 아니라 찾는다고 하지 않나? 뭍인간들의 관용어인가?
라단이 의문을 지우지 못한 채 생각에 잠시간 빠져 있는 동안,
[듀얼이 종료되었습니다.]첫 번째 듀얼이 끝났다. 승리자는 당연하게도 전익현이었다.
그리고 듀얼이 끝나자마자 터져나오는 폭음.
콰아아앙!
천장 두셋을 뚫어내고 박혀버리는 문지기. 아니, 문지기 ‘였던’ 무언가.
“역시 보스의 부하라 그런가. 몸이 꽤 튼튼하단 말이지.”
라단은 몸을 떨었다. 저 인간이 말한 길을 ‘만든다’는 것은 글자 그대로 길을 만든다는 뜻이었다. 경비원들의 몸을 탄환으로 사용해서.
전익현은 「해왕」을 처치했던 것과 거의 동일한 방식으로 길을 뚫어나갔다. 자신이 길을 가르쳐 줄 필요따위는 없었다.
쾅!
쾅!
콰아앙!
“하따, 시원시원하게 뚫리네. 오늘 패 한 번 잘 풀리는 거 봐.”
“…길을 찾겠다는 생각은 없나?”
“길은 알기는 하는데, 더 빠른 길이 있는데 굳이 그렇게 가야 되냐?”
라단은 전익현의 듀얼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 인간이 지나가고 나면 곧 지구의 인류라는 것들이 이 층계에도 도착할 거다.
전익현은 인간치고도 호협한 의인이다. 그런 인간조차 저런 짓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해내고 이뤄낸다.
그렇다면 평범한 인간은 어떨까.
‘저것’보다도 악랄하고 잔혹하며 미치광이인 자들이 지구라는 곳에는 가득한 것이다.
그러고보면 전익현의 행동은 여기저기 나사가 빠져 있는 것처럼 보였다. 모든 것을 카드와 엮어서 생각하는 것같은 행동들. 처음에는 전익현이라는 인간만이 이상한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라면?
모든 인간이 저 모양인 거라면?
‘지구라는 곳은 어쩌면… 지옥이 아닐까.’
“크하하! 키히하하하!”
쾅! 쾅! 쾅쾅쾅!
천장을 뚫어대며 광인의 미소를 짓고 있는 전익현을 바라본 라단의 몸이 가볍게 떨렸다.
저런 종種은 결코, 결코 인어와는 가까워질 수 없는 종류의 무언가다.
인간과 인어는 비슷해 보이지만 결코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종인 것이다.
* * *
콰아아앙!
마지막 벽이 뚫어낸 나는 용궁의 최상층에 도착했다. 생각보다도 데미지를 덜 입어서 다행이다. 시레나수 반 모금 정도로도 괜찮겠네. 나는 가져온 시레나수를 입 안에 조금만 털어넣었다.
시레나수를 목 아래로 밀어넣은 나는 최상층을 둘러봤다. 바닥에 수없이 쓰러져 있는 도전자였을 시체들. 그리고 박제되어 장식되어 있는 인어들의 몸. 여러 번 와도 적응되지 않는 장소다.
그리고 저 멀리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한 쌍의 흉흉하기 그지없는 눈.
「해신 카이엔」이다. 해신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는 것이 그리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만, 정식 명칭이 저러니 어쩔 수 없다.
“되먹잖은 방법으로 나타나는군.”
“그럴지도.”
“…알고는 있었지만. 직접 보니 더욱 어처구니가 없군.”
“집 안에 시체들 장식해 놓는 놈한테 듣고 싶은 말은 아닌데.”
나는 조금은 날카롭게 대답했다.
놈은 선을 넘는 악인이다. 다른 탑주들은 자신의 신념이 남아 있거나, 지성이 없거나, 내가 뒷설정에 대해서 정확하게 다 알지는 못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편의를 봐 줬지만 카이엔에게는 해당사항 없다.
내가 1층에서부터 나를 막는 인어들을 인정사정없이 총알로 써서 올라온 것도 그 때문이다. 놈에게 부역하고 있는 놈들이 어떤 짓을 저질러왔는지 아무리 설정이나 스토리에 관심없는 나라도 알고 있었으니까.
천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그럴 만한 자격이 있다고도 생각하지 않고. 다만, 굳이 따지자면 돌멩이 이하의 존재니까 벽 뚫는 데 정도는 써도 상관없다고 생각할 뿐이다.
“네놈은 나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겠지.”
“뭐, 자신 없으면 안 덤비는 성격이거든.”
승률 90%라는 건 그리 높지는 않지만, 그대로 충분히 시도해볼만한 수치라고 나는 생각한다. 가만히 있으면 세상이 멸망하는 저 놈들과는 달리 시간에 쫓기는 것은 내 쪽이니까.
“내 특이성은 심장님께 받은 것이지.”
“그랬냐? 그 심장이라는 놈도 허접한 놈이겠네. 굳이 공략준비 안 해도 될지도.”
알고 있는 정보였지만 나는 신경을 고의로 긁었다. 카이엔과 심장이 가깝다는 것을 안다면 놈을 긁으면 추가적인 정보가 나올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했지만 카이엔은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
“그동안은 내가 무적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탑주놈들도 똑같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던데.”
“인정하지. 내가 틀렸었음을.”
카이엔은 눈을 감았다. 나보다 약하다는 걸 공인을 하는 탑주는 처음이네.
“하지만. 지금은 틀리지 않다. 나는 「심장」님께 새로운 힘을 받았으니까.”
우드득! 드득!
카이엔의 커다란 몸이 한층 더 커졌다. 온 몸에서 그로테스크한 가시들이 돋아났다.
으윽. 징그러.
더욱 문제인 것은 검은색의 연기다. 도플갱어들을 처치했을떄 흘러나오던 것과 거의 동일한 연기.
놈이 심장에게 무언가 힘을 받았다는 증거다. 아마 추측컨데 「특이성」쪽의 강화 아니었을까. 카드 추가는 아니었을 테고, 실력 보정을 했다면 저렇게 못돼먹은 몸버릇들을 풀풀 날리고 있지는 않았을 테니까.
“네놈을 여기에서 처리해주지. 듀얼!”
[듀얼이 시작됩니다.] [당신의 턴입니다.]나는 카드를 뽑아들었다. 확인할 필요는 없었다. 「카이엔」의 특이성 때문에 모든 카드들이 랜덤 카드니까.
나는 카드를 뽑아든 채 카이엔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보통 이 상황에서의 악역은 주저리주저리 자신의 힘에 대해서 자랑하는 것이 국룰이기 때문이다.
“…시작 안 하나?”
“뭐, 더 할 말 없냐?”
“없다. 네놈을 여기에서 죽여 버리겠다는 말 말고는.”
“진짜? 진짜 할 말 없는 거야?”
“없다.”
카이엔이 노골적으로 귀찮다는 표정을 지어 보인다. 진짜로 안 알려줄 모양이네.
니가 사람이냐? 변신로봇이 변신합체하고 있을 때 공격할 놈일세.
악역으로서의 기본도 지키지 않는 극악무도하기 그지없는 악행에 나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불합리하잖아. 뭔가 힘은 얻었다. 근데, 그 힘이 뭔지는 안 알려준다.
이게 말이 되나.
불합리한 조건에서 듀얼을 하는 것은 꽤 해 온 일이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너무 불합리한 조건이다.
‘그래도 질 생각은 없지만.’
나는 「데스티니 드로우」소울 스톤을 만지작거리며 생각했다.
##탑#5 (9)
“턴 종료.”
[「해신 카이엔」의 턴입니다.]카이엔은 눈 앞의 인간을 내려다보았다. 전익현이라고 했던가. 심장에게서 강하다는 정보를 듣기는 했지만 특별해 보이지는 않는다.
가지고 있는 덱도, 기세에서도. 뭔가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지도 않고.
물론 방심은 하지 않았다. 놈은 「탑주」들을 넷이나 혼자서 돌파한 인간이었다. 「심장」이 가지고 있는 제약 때문에 모든 듀얼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 정보만으로도 충분했다.
자신은 이 아래층에 있는 탑주들과는 격이 다른 존재였으니까.
+
【대해의 지배자】
【상대방과 나의 덱이 모두 「발견」카드로 바뀝니다.】
+
「대해의 지배자」는 그가 받은 특이성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가 원래부터 가지고 있는 특이성이었다.
“나는 핸드의 1마나 「발견」을 사용하지.”
+
【발견 : 1 마나】
【1 mana】
【이 카드의 마나 코스트와 같은 카드를 발견합니다. 발동한 「발견」은 소멸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