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d Academy 1st Hit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153
“…네 의협은 알고 있다. 하지만 개죽음은 개죽음일 뿐이다. 확실하게 패배할 게임을 조금 더 게임을 오래 지속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다. 최소한 덜 고통스러운 죽음을 선택하는 게 최선의….”
“어떻게 하는 말마다 맞는 게 없냐.”
전익현은 쯧 혀를 찼다.
“하나. 이 게임은 안 졌어. 둘. 게임이 정말로 끝날 때까지는 확실한 패배같은 건 없어. 그리고 마지막. 손 놓고 패배를 받아들이는 것보다 최악의 선택지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 설령 눈 앞에 확실한 패배가 있다고 해도, 나는 포기 안 해.”
“신념인가?”
“신념같이 거창한 건 아니고. 플레이 스타일이야.”
담담하기 그지없는 대답이었다. 하지만 그 담담함 속에 들어 있는 확고함이 보였다. 그 확고함은 결코 흔들리지 않는 믿음처럼 보였다. 라단은 눈 앞의 인간을 바라보았다. 그도 알 것이다. 지금의 자신이 패배하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는 것을.
그런데도 포기하지 않는 것. 꿋꿋하게 죽는 것을 보여주는 것.
“그게 인간들의 삶의 방식인 거겠지.”
“뭔 인간들의 삶의 방식까지 가냐? 내 플레이 스타일이 그렇다는 건데.”
“좋아. 네 승리를 믿지.”
“진짜 믿는 거냐?”
“물론이다.”
거짓말이었다. 객관적으로도 승산이 전혀 없는 상황. 라단이 해 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고작 해 줄 수 있는 것이라고는 믿는다는 허망한 말을 해 주는 것 뿐. 그리고 아틀란티스를 위해서 겁없이 덤벼들어 준 남자와 함께 물거품처럼 죽어주는 것 뿐.
‘죽어주마. 너와 함께.’
라단은 결연한 각오를 다졌다.
* * *
‘전혀 믿는 눈이 아닌데.’
라단의 얼굴에 떠올라있는 표정은 누군가를 믿는 표정이 아니라 같이 불구덩이에 들어가는 전우를 바라보는 표정이었다.
내가 쟤랑 전우애 비스무리한 걸 느낄만한 일이 있었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런 일은 없었던 것 같은데.
뭐, 상관없겠지.
나는 발견 카드를 뽑아들었다. 공격력 0인 소환수들만을 쓰고 있는 것 치고는 필드가 쉽게 밀리지 않고 있었다.
느린 템포도 느린 템포였지만 「마나 해일 토템」으로 얻게 되는 마나 부스팅 효과 덕분이다.
공격력 0인 소환수만 나온다는 것을 안다면 게임 플레이 방향도 다소 단순해진다.
‘최대한 버틴다.’
“평화로운 복어 소환!”
+
【평화로운 복어】
【6 mana】
【유언 : 필드의 모든 소환수들을 파괴합니다.】
【0/6】
+
“─이어서 새내기 요리사 소환!”
+
【새내기 요리사】
【2 mana】
【소환 : 내 소환수 하나를 파괴합니다.】
【0/2】
+
소환된 꺼벙해 보이는 요리사가 평화롭게 헤엄치던 복어를 건드린다. 푹! 날카로운 사시미가 복어의 배를 찌른다. 긴장한 티가 역력한 채로 복어의 숨통을 끊어낸 「새내기 요리사」는 벌벌 떨리는 손으로 복어의 몸을 회뜨기 시작한다.
한 번, 두 번, 세 번 회를 뜨는 동작이 끝나기도 전에.
퍼어엉!
복어의 몸이 대폭발해 버렸다. 복어의 부풀어올랐던 몸에서 터져나온 독이 온 필드를 물들인다. 독에 감염된 카이엔의 소환수들이 속수무책으로 바닥에 떨어져내렸다.
으음. 역시 전문조리자격증이 없으면 복어 요리는 하는 게 아니다.
카드게임이 가지고 있는 의외의 교훈적인 면모를 바라보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끈질기게도 버티는군.”
“남이사.”
내 전략은 단순했다.
필드를 방어할 수 있는 카드를 우선으로. 스텟이 좋은 소환수보다도 제거 효과가 있는 소환수를 우선으로 뽑는다.
다행인 점이라면 내가 지금 물 속성이라는 점이다. 물 속성의 소환수들은 속성의 특징에 맞게 유틸리티성이 뛰어나다. 굳이 마법 카드가 없더라도 콤보를 만들어내거나, 바운스하거나, 제외해버리는 카드들이 많다는 이야기지.
여유롭게 나는 머릿속으로 남아 있는 「발견」카드들을 카운팅했다. 덱은 한 번 리사이클이 된 상태. 남아 있는 「발견」카드는 서로 핸드에 있는 카드들뿐이다.
내 핸드에 있는 발견 카드의 매수는 1장. 카이엔이 가지고 있는 발견 카드의 매수 또한 1장. 내 체력상황은 여유로웠다. 카이엔이 나를 극도로 경계해 안정적으로 플레이했기 때문이다.
내 학생이었다면 두 시간은 잔소리를 했을 플레이다. ‘상대방을 경계하면 할수록 방어적으로 플레이해서는 안 된다’, ‘상대를 두드려서 체력적 위기감을 줘야 상대가 할 수 있는 플레이 가지수가 줄어든다’ 같은 당연하기 그지없는 말들을 했겠지.
역시 「카이엔」이 가지고 있는 특이성들은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나 다름없다.
아무튼 이제 해야 할 것은 두 가지.
하나. 카이엔이 모든 발견 카드를 소모해 「해신의 창 트라이돈」을 덱에 섞어넣도록 만드는 것.
둘. 내 덱을 완성하는 것.
[당신의 턴입니다.]나는 10마나 「발견」카드를 발동했다.
[전설 카드가 등장합니다!] [발견 선택지] [1. 「물벌레들의 왕」2. 「물의 수호자」
3. 「☆수해의 신탁자」]
+
【수해의 신탁자】
【10 mana】
【소환 : 내 패에 있는 카드의 수x3 만큼 공격력이 증가합니다.】
【0/12】
+
“수해의 신탁자! 수해의 신탁자를 뽑아!”
라단이 소리친다. 공격력 0인 소환수라고 해서 ‘진짜’ 공격력이 0인 카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소환이나 버프 효과가 있는 카드들도 0마나 소환수들 가운데에는 있다. 지금 내 선택지에 있는 「수해의 신탁자」같은 카드 말이다.
“으음….”
“생각할 것도 없는 선택지잖아! 수해의 신탁자를 뽑아라! 공격 카드를 확보해야 해!”
[물의 수호자를 선택하셨습니다.]나는 고민하다가 「물의 수호자」를 뽑았다. 「물의 수호자」는 「평화의 수호자」카드와 스토리상으로는 동일인물이다. 효과도 턴 종료로 비슷한 자매품 카드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좀 꺼려졌다. 마지막을 봤을 때의 살벌한 눈빛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래도 발견 효과가 있어서 변수창출 가능성이 있는 「물벌레들의 왕」보다는 「물의 수호자」쪽이 훨씬 낫다. 살벌하게 노려보는 게 내 스타일이기도 했… 아니, 이건 아니고.
아무튼 이걸로 내 덱은 완성됐다.
“제기라아알!”
내 선택을 확인한 라단의 절규가 울려퍼졌다.
“필드가 밀리니 버틸 수 있는 카드를 뽑은 건가. 아무 것도 모르는 선택이로군. 이길 수 있는 아주 조금의 가능성조차 걷어차다니. 방금의 선택으로 네 덱은….”
절대로 이길 수 없는 덱이 됐지.
“턴 종료.”
[턴을 종료합니다.] [「해신 카이엔」의 턴입니다.]카이엔은 카드를 뽑아들었다. 뽑아든 카드를 확인하지도 않고 「발견」카드를 발동한다. 카이엔은 마지막 카드를 대충 선택했다.
네 피니셔 카드인 「트라이돈」퀘스트가 완료되는 시점이라도 제대로 선택하라고! 카드가 장난이냐? 유리해 보인다고 이겼다고 생각하지 말고 순서 하나하나를 제대로 하란 말이야!
─라고 할 뻔했다.
아. 스트레스받아. 내 학생이었으면 진짜 세 시간은 잔소리했을 텐데.
[카이엔의 덱에 더 이상 「발견」카드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카이엔의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크하하! 크하하하하!
카이엔의 광소와 뒤엉켜 온 바다가 함께 공명했다. 솨아아아아! 막대한 해수의 흐름은 주변의 시야를 온통 뒤틀었다. 환상과 현실의 사이에서 비현실적으로 푸른 색깔의 뇌전이 퍼져올랐다.
꽈르르릉!
세 갈래로 뻗어나간 뇌전은 그 모양 그대로 거대한 삼지창이 되었다.
[「해신의 창 트라이돈」이 카이엔의 덱에 들어갑니다.]+
【해신의 창 트라이돈】
【무기】
【10 mana】
【이 무기를 장착할 때, 필드의 모든 카드들을 소멸시킵니다.】
【100/100】
+
초월적인 성능의 무기다. 나는 트라이돈의 성능을 다시 한 번 천천히 확인했다.
“이 위대한 무기를 봐라!”
“니 손에 있지도 않잖아.”
“크하하하! 허세 하나는 눈물겹군! 이토록 위대한 무기를 본 적 있는가? 이 카드계에서 가장 강인한 무기가 바로 저 트라이돈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무기가 훨씬 좋은데?”
나는 삐딱하게 대답했다. 무기란 건 단순히 공격력이 좋다고 해서 좋은 무기가 아니다. 범용성도 좋아야 되고, 활용성도 뛰어나야 된다. 단순히 성능이 높아 보인다고 해서 좋은 무기가 아닌 것이다.
그러니 아무리 생각해도 내 지존신살검이 훨씬 좋다.
“허세는 거기까지다. 나는 이 트라이돈보다 위대한 무기는 들어본 적도 없다!”
“아. 있다니까, 내 보관 카드 슬롯에 있는 지조….”
나는 말을 멈췄다. 아무리 생각해도 「 zl존_신살검」이라는 카드명은 말 못하겠다.
“…아무튼 있어.”
“내가 트라이돈을 늦게 뽑기만을 기도해라. 네놈은 트라이돈이 나오는 순간 죽은 목숨이니까.”
나는 입을 다물었다. 카이엔은 주절주절 계속해서 지껄이고 있었다.
“듀얼은 위대한 자가 승리하는 것이다. 벌레같이 미천한 네놈의 삶은 위대한 신인 이몸에게 미치지 못한다. 죽어라. 자신의 무력함을 저주하면서.”
“…….”
“네놈은 시한부 인생에 불과하다. 네놈이 공포에 떨며 죽는 것을 마음껏 감상하도록 하지.”
“턴 끝났으면 종료 버튼이나 눌러.”
“…버러지같은 인간종 같으니.”
[카이엔의 턴이 종료되었습니다.] [당신의 턴입니다.]“다 씨부렸냐?”
“뭐?”
“거 참. 말 많네. 앵무새도 아니고.”
“아직도 상황 파악을 못하다니. 어떻게 여기까지 올 수 있었는지 모르겠….”
“「데스티니 드로우」소울 스톤 발동.”
+
【데스티니 드로우 소울 스톤】
【게임에서 단 한 번, 자신에게 소유권이 있는 카드 한 장을 드로우할 수 있습니다. 이 카드는 사용 후 영구적으로 소멸됩니다.】
+
[드로우할 카드를 선택하십시오.]내가 소유하고 있는 수없이 많은 카드가 눈 앞에 펼쳐졌다. 수십만장의 카드. 「소울 커맨더스」의 세계에 카드의 종류는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승리가 희박한 상황.
소울 커맨더스에 정식 발매된 그 어떤 카드도 이 상황을 뒤집을 수는 없다.
[「정당하고 온당한 거래」를 선택하셨습니다.]수없이 쌓인 카드들의 더미의 가장 위에서 카드 한 장이 나풀거리며 떨어져내렸다. 물 속에서 나비처럼 춤추며 떨어져내린 카드는 내 손 위에 운명처럼 얹혔다.
“그래봤자다! 그 어떤 카드도 이 상황을 뒤집을 수는 없다!”
“‘정식 발매된’ 카드들 가운데서는 그렇지.”
나는 손패에 떨어져내린 카드를 손에 쥐고.
발동을 선언했다.
“「정당하고 온당한 거래」를 발동.”
+
【정당하고 온당한 거래】
【10 ma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