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d Academy 1st Hit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154
【상대방과 속성, 덱, 묘지, 필드, 핸드를 모두 교환합니다.
교환한 이후 상대방의 덱에 이 카드를 섞어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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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5 (11)
내가 처음 시작했을 때의 「소울 커맨더스」는 꽤나 보수적인 형태로 카드 발매를 하는 게임이었다. 카드들의 컨셉과 능력치들의 제작은 극비리에 개발진들의 안에서만 이루어졌고, 카드풀의 공지는 발매 당일에 이루어졌다.
문제가 있다면 시간이 지나가면서 여론이 조금 바뀌었다는 점이지. 정확히는 「범람하는 물결」확장팩이 나오고 났을 때쯤이었나.
소울 커맨더스의 커뮤니티 여론은 완전 개박살이 났었다.
[개발 이따위로 하고도 돈 받아먹냐?] [이번 확장팩 「오크나무 습지대」덱이랑 「어둠의 정복」덱이 메타 개박살내고 다니는데. 이거 누가 만든 덱이냐? 해도해도 너무하잖아.] [┕이우주 작품임.] [┕어느 덱이 이우주 작품이냐?] [┕둘 다.] [파도 파도 괴담이 끝이 없네.] [회사 문닫던지 이우주를 죽이던지 둘중 하나를 빨리 해!!]내가 아시아 대회에서 썼던 두 덱인 「오크나무 습지대」과 「어둠의 정복」은 상대방의 마나를 빨아먹어서 상대방의 플레이를 제약하는 형식의 덱이었다.
문제는 이 덱들의 플레이 방식이 절대다수의 플레이어들이 싫어하는 형태의 덱이었다는 데 있었다.
마나는 게임 플레이의 근간. 이 마나를 건드려 가져가면 플레이할 수 있는 카드가 전혀 없어진다. 플레이를 할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어떤 움직임도 못하고 묶여서 고문만 당하는 게임을 좋아할 유저는 아무도 없다.
나는 솔직히 메타에 별 생각 없었다. 묶이는 쪽이 아니라 고문하는 쪽이었기 때문이다.
사이코패스 아니냐고 서윤하가 물어봤었는데. 아닐 거다. 검사는 안 해 봤지만.
…아무튼, 이 탓에 컨트롤 덱 유저도, 비트 덱 유저도, 어그로 덱 유저도, 벽덱 유저도, 미드레인지 유저도… 그냥 「오습」과 「어정」을 쓰는 소수의 유저를 제외한 모든 유저들이 이 두 덱을 싫어했다.
주식 폭락과 분노한 유저들의 트래픽 테러에 견디지 못한 소울 사는 결국 백기를 올렸다. 소울사가 내건 조건은 ‘앞으로는 상위권 유저들을 초빙해 발매카드 컨셉을 다잡겠다’는 약속이었다.
“…그 때 안전보장 조건만 아니었으면 베타테스트 같은 거 안 하는 건데.”
죽이니 살리니 잡아서 소울 커맨더스를 못하게 한다느니 하는 살벌한 게시글들의 수위에 조금, 아주 쪼금 쫄아붙은 나는 완전안전이 보장되는 카드 베타 테스팅에 참여했다. 나 말고도 스무 명쯤 되는 상위권 유저들이 참여했었지.
「정당하고 온당한 거래」는, 그 베타 테스팅에 있던 카드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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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하고 온당한 거래】
【10 mana】
【상대방과 속성, 덱, 묘지, 필드, 핸드를 모두 교환합니다.
교환한 이후 상대방의 덱에 이 카드를 섞어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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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에서 거대한 한 쌍의 손이 내려와 두 명의 플레이어를 감싸안았다. 감싸안은 손은 기도하듯 모였다 떨어졌다.
손이 사라지고 나자 두 명의 자리가 반대로 바뀌어 있었다. 전익현이 원래 있던 자리에는 카이엔이, 카이엔이 원래 서 있던 자리에는 전익현이 서 있었다.
“…이게 무슨…!”
완전히 뒤집어진 상황.
처음 보는 카드에 카이엔의 눈이 부릅떠졌다. 그의 머릿속에는 수없이 많은 카드들이 들어 있었다. 이렇게 특이한 카드라면 그가 기억하지 못할 리가 없었다.
으득!
카이엔은 이를 악물었다. 그런 카드가 존재하느니 존재하지 않으니 하는 생각이 무슨 의미란 말인가. 실제로 카드가 발동하고, 모든 것들이 뒤집어졌는데.
바뀌지 않은 것은 체력뿐.
‘…그래 봤자 여전히 상황은 나쁘지 않다.’
덱, 필드, 핸드… 모든 것들이 역전된 상황이긴 하지만 체력만큼은 그대로다. 카이엔이 가지고 있는 3000이라는 체력 수치는 온존된 상태.
저 빌어먹을 「정당하고 온당한 거래」의 카드 효과에 따르자면, 카이엔의 덱 안에는 「정당하고 온당한 거래」가 다시 들어가 있는 상황이다. 다시 한 번 저 빌어먹을 카드를 발동한다면 승리는 자신의 것이 되는 것이다.
카이엔은 원래 자신의 덱이던 덱의 장수를 헤아렸다.
놈이 노리고 있는 것은 명확했다. 자신의 덱 안에 있는 「해신의 창 트라이돈」을 쓰려는 것이다.
저 빌어먹을 카드의 조건에는 「무기」도 교환한다는 말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카이엔은 자신이 뽑아놨던 원래의 덱 리스트를 기억했다. 자신의 덱에 섞여들어간 카드들 가운데 마지막에 선택했던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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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식침 슬라임】
【4 mana】
【소환 : 상대방의 무기를 소멸시킵니다.】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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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식침 슬라임이 내 덱 안에는 남아있다.’
그러니 버티기만 하면 된다. 트라이돈을 전익현이 뽑아들기 전에 덱을 다시 바꾼다면 최고겠지만 그러지 못한다고 해도 트라이돈을 제거할 카드가 덱 안에는 들어있다.
지금 카이엔이 들고 있는 전익현의 덱은 턴을 버는 데에 최적화가 되어 있는 카드들이 다수 들어있다.
그러니 버티기만 하면─.
“─그러니 버티기만 하면 다시 덱을 바꿀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군.”
“…….”
“어떻게 알았냐고? 내가 사람 생각 읽는 데에는 도가 튼 사람이라서.”
전익현은 자신의 카드를 까딱이며서 말했다. 누가 악역인지 헷갈릴 정도로 절로 주먹을 부르는 표정이었다.
“뭘 잘못 생각하고 있나 본데. 네 덱에는 「정당하고 온당한 거래」는 없어.”
“개소리 지껄이지 마라. 카드의 효과에 의해서….”
“확실히 카드의 효과대로라면 덱에 카드가 들어가야겠지.”
전익현은 탁, 탁. 하고 자신의 필드 위에 올라와 있는 소울 스톤을 건드리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런데 나는 「데스티니 드로우」를 썼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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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티니 드로우 소울 스톤】
【게임에서 단 한 번, 자신에게 소유권이 있는 카드 한 장을 드로우할 수 있습니다. 이 카드는 사용 후 영구적으로 소멸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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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티니 드로우」에는 발동 후 영구적으로 카드를 소멸시키는 옵션이 붙어 있다.
이 말의 뜻은 명확했다.
“덱을 다시 원래대로 되돌릴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네놈은 내가 만들어놓은 ‘절대 이길 수 없게 심사숙고해서 만들어놓은’ 덱 그대로 게임을 끝까지 해야 된다는 거지.”
* * *
[당신의 턴입니다.] [드로우 페이즈입니다.]나는 덱의 마지막 카드. 「트라이돈」을 뽑아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덱 밑바닥에 깔려 있는 건 좀 너무하지 않나?
한두 번도 아니고. 나만 운 없어.
“트라이돈을 장착!”
거대한 뇌전이 솟구쳐올라 내 손에 창의 모양으로 현현했다. 솔직하게 인정해야겠다. 등장 모션만큼은 신살검보다 트라이돈이 좋다.
“죽을 준비는 됐냐?”
카이엔의 표정은 허탈한 상태였다. 나는 거대한 삼지창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최대한 멋지게 카이엔을 향해 삼지창을 던졌다.
휘이익!
내 멋진 폼을 본 라단이 입을 열었다.
“카드 실력은 초일류인데 무기를 휘두르는 꼴은 병든 물고기같군.”
“시끄러.”
근거 없는 비방은 인어들의 종족 특성인 모양이다. 삼지창은 가오리처럼 우아하게 물 속을 유영해 카이엔의 몸에 꽂혔다.
콰드드드드득! 세상을 뒤덮을 정도의 뇌전이 솟구쳐올라 카이엔의 몸을 지졌다.
“끄아아아악!”
카이엔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나왔다.
“턴 엔드.”
카이엔이 할 수 있는 플레이는 하나도 없었다. 내가 놈에게 던져놓은 덱은 내가 세심하게 이기는 것이 불가능하게 짜 놓은 덱이었으니까.
놈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불쌍하게 서서 죽음을 기다리는 것 뿐.
하지만 측은지심은 하나도 들지 않았다.
놈은 수없이 많은 악행을 저질렀다. 아틀란티스의 수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용궁과 해연을 가로막고, 「심장」에게 영혼을 팔아넘겼다.
그리고 그보다는 사소한 일이지만 내 「?」카드를 소멸하게 만들었다.
놈은 내 「?」카드를 소멸하게 만들었다.
나는 잠시 눈을 감고 이제는 다시는 볼 수 없을 「?」를 추도했다. 이곳이 물 안이라 다행이었다. 눈물이 흐르는 것이 보이지 않을 테니.
“…카이엔에게 무슨 원한이라도 있는 건가? 놈에게 일가족이라도 살해당한 자의 얼굴인데.”
“없어. 그런 거.”
아무튼, 인어들을 잔혹하게 살해한 폭군을 나는 절대로 용서할 수 없었다.
[당신의 턴입니다.]나는 최대한 카이엔에게 고통스러울 곳을 골라 트라이돈을 쑤셔박았다. 다시금 터져나오는 비명.
“그런데, 그… 「정당하고 온당한 거래」는 무슨 카드지?”
“그냥, 흔한 카드 중 한 장이야. 구하기는 꽤 힘들지만.”
“카드에 꽤나 견문이 있는 나조차 본 적 없는 카드인데.”
“니가 소울 커맨더스 카드를 다 알아?”
“…그건 아니지만.”
“그러면 네가 모르는 카드인 모양이지.”
「정당하고 온당한 거래」는 내가 베타 테스팅에 참가했던 확장팩 「극악무도 도적단」에 포함되어 있던 카드였다.
다분히 OP성이 짙은 이 카드는 개발 과정에서 여러 차례 리밸런싱을 했었다. 마나 코스트를 조절하고, 효과의 범위를 낮추고, 발동 이후 상대방의 덱 맨 위에 카드를 얹어놓는 등의 패치로 나름대로 밸런스가 괜찮아 보이는 효과까지 하향이 진행됐었지.
상황은 순조로워 보였다.
문제가 터진 것은 발매일을 하루 앞둔 날이었다. 카드의 시리얼 넘버가 부여되고, 효과를 소개가 다 끝난 시점에 일이 터진 것이다.
마지막 테스팅을 하는 도중에 「거래」로 덱을 교체하는 동시에 필드의 유언계 효과를 이용해 상대방에게 넘어간 「거래」카드를 제거해 버리는 덱이 발견됐다.
나는 덱을 만들지 않았다. 테스팅 내내 머릿속으로만 굴렸을 뿐.
「거래」 덱의 흉악함은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빠르게 입증됐다. 나는 최대한 테스터들의 덱을 카운터해 「거래」덱이 좋지 않다는 것을 어필했지만 중과부적이었다.
심지어 「거래」덱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을 넘어 쓰레기덱을 상대방에게 넘겨 준다는 점에서 「오습」, 「어정」보다 질이 나쁘다는 여론이 주류였다.
그 덕분에 「거래」는 시리얼 넘버까지 부여받고, 카드 평가까지 모두 마쳐진 상태에서 발매 중지 선언이 올라왔다. 「거래」카드는 모조리 폐기 처분됐다.
내가 소장용으로 몰래 챙겨온 첫 개발 당시의 「거래」카드 한 장만 남기고.
다행인 점은 카드는 사라졌을지언정 시리얼 넘버는 남아 있다는 점이다. 시리얼 넘버만 있으면 「?」카드로 카드를 생성할 수 있었으니까.
‘그게 개발 초창기의 「거래」카드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지만.’
솔직히 말하면 운이 좀 좋았다. 패치 이후의 「거래」였다면 조금 더 빌드업이 필요했을 테니까.
나는 「거래」카드에 대한 추억을 떠올려나갔다.
그렇게 생각을 이어 나가던 중에, 뭔가 이상한 점이 떠올랐다.
‘대체 누가 「거래」덱을 만들 수 있다는 걸 알아챈 거지?’
나는 베타 테스팅중에 단 한 번도 거래 덱을 사용한 적이 없었다. 그저 머릿속으로 덱 리스트를 만들고, 머릿속으로 굴리고, 튜닝만을 했을 뿐.
내가 손을 대면 집중견제를 받을 게 뻔했기에 나는 의도적으로 「거래」와 거리를 뒀었다. 다른 베타 테스터들도 내가 쓰고 있던 카드들을 집중적으로 연구했었고.
OP카드에서 평범한 정도의 카드로 평가가 내려간 뒤에는 아무도 관심을 안 줬었는데. 갑자기 덱이 뿅하고 튀어나왔다는 말이지.
이상한 일이다.
[당신의 턴입니다.]“…네놈의 강함은 인정한다. 하지만 심장님을 이길 수는 없다. 그분께 투신해라. 그러면 너는 영생을 얻을 수….”
“좀 닥쳐 봐. 생각하고 있잖아.”
파지지지직!
“끄아아악!”
이 덱의 존재를 아는 것이라고는 나와 서윤하말고는 없었다. 그런데 베타 테스터들에게 퍼졌던 「거래」덱은 내가 만들었던 덱과 정말 닮아 있었단 말이지.
서윤하가 내 「거래」덱을 팔아넘기지는 않았을 거다. 내가 아무리 의심이 많다지만 1호 팬을 의심할 정도로 인간쓰레기는 아니다.
“네놈은 저주받을 것이다! 심장님은 무적이시다! 그분은 신이시다!”
“아. 진짜. 집중 좀 하자.”
파지지지지지직!
“끄아아아아!”
서윤하가 「거래」카드가 영구말소된 이후 며칠쯤 친절하기는 했다. 생전 하지도 않던 음식도 싸다 주고, 게임 오래 한다고 잔소리도 안 했었지. 하지만 단순한 착각일 것이다. 서윤하가 친절했던 건 채 이틀이 안 되기 때문이다.
어디 보자. 내가 개발 중에 숨겨놨던 또다른 덱인 「교체 프로그」덱을 선보일 쯔음에 원래대로 돌아갔었으니까…. 이틀도 채 안 되네.
죄책감을 느꼈다면 이틀이 아니라 한두달쯤은 내 눈치를 봤겠지.
사건이 미궁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