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d Academy 1st Hit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161
“나는 듀얼의 편이다!”
“저 자식들 다 처리하고 전기충격기 한 방 더 먹여줄게. 거기서 딱 기다려.”
제기랄. 다급해진 나는 전력을 다해 깡패놈들을 서포트했다.
하지만 알 수 있는 정보가 너무 적었다. 놈들이 무슨 덱인지도 알 수 없고, 덱 리스트나 카드목록 또한 알 수 없었다. 그 정도라면 이길 수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놈들이 내 말을 죽어라 듣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아마 내 말을 혼란을 주기 위한 계책으로 받아들인 모양이다.
쾅!
“크허어억!”
[듀얼에서 승리하셨습니다.] [「남연철」플레이어의 승리!]그렇게 마지막 깡패가 바닥에 쓰러졌다. 내 희망도 같이 바닥에 쓰러졌다.
남연철이 전기 충격기를 들고 나에게 서서히 다가왔다. 나는 바닥을 기어 도망쳐 보려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제기랄. 이런 데 오는 게 아니었는데.
##공략 탐색이라 쓰고 쉬는 시간 (6)
탑을 올라가는 일은 굉장히 어렵고 위험천만한 일이다. 그렇기에 탑을 오르는 이들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위험천만하고, 보수따위는 없고, 어둡고 긴 길을 등불 없이 걸어가야만 하는 길.
이 길에 대한 경고는 수도 없이 들어왔던 터다.
그런데….
‘원래 이렇게 쉬운 건가?’
여한설은 고개를 좌우로 돌렸다. 되는 대로 집어온 무기를 들고 온 데다가, 무기를 쥘 수 없는 두 마리 동물을 끼고 왔는데도 19층까지 거의 논스탑으로 등반에 성공했다.
파티원들의 실력에 대한 이견의 여지는 없었다. 자신과 진슬아는 최상위권의 듀얼리스트였고, 파티에 들어온 두 마리의 동물들도 그 ‘전익현’의 애완동물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아카데미 학생 둘에 동물 두 마리에 불과한 파티다.
“이렇게 쉬운 거. 맞아?”
“아마도, 우리가 생각보다 훨씬 더 강한 것 같은데.”
“…그런가?”
탑에서의 덱은 탑 바깥에서 사용되는 일반적인 덱보다 더 고화력이 필요하다. 자연스럽게 리스키하고 덱의 파츠들의 연계가 크게 강조된다. 물론 그만큼 덱이 말릴 확률은 올라간다.
즉, 원하는 카드와 필요한 카드를 뽑아낼 수 있게 해 주는 「듀얼혼」의 영향이 자연스럽게 커진다는 말이다.
탑에서의 듀얼은 덱의 튜닝능력뿐 아니라 듀얼혼의 영향을 더욱 크게 받는다는 뜻이다.
그녀는 자신의 덱을 다시 바라봤다. 바라는 카드들이 거의 확실하게 뽑혀 나오는 덱이었다. 두세 장의 카드를 이래저래 교체기용하고 있는데도 거의 일정하게 카드들이 뽑혀 나온다.
“그런데, 카드 정말 잘 뽑히는 것 같지 않아?”
“그렇지.”
“역시. 듀얼근 수련이 빛을 발하는 것 같아.”
진슬아는 듀얼근이니 뭐니 하지만 듀얼근이 정말로 드로우에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이다. 여한설은 몇 차례에 걸쳐서 진슬아에게 듀얼근과 듀얼실력간에 관련이 없다는 것을 이야기했지만. 그녀는 듣지 않았다.
“듀얼근이 아니라 듀얼혼 덕분이야.”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드니까. 같은 말이지.”
진슬아는 전익현만큼 말이 통하지 않는 인간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듀얼로 패배시키면 한 10분 정도는 조용해진다는 점 정도.
지게 만드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고 1패라도 시켰다간 바로 카운터 덱으로 100배로 되갚을 때까지 듀얼 신청을 거는 전익현보다는 진슬아가 낫다.
‘내 듀얼혼이 이렇게 강해진 것은…전익현 덕분인가.’
자고 일어나서부터 덱 튜닝을 생각하고, 어제 진 패인을 분석하고, 이겼던 판을 복기하고, 상대가 무슨 덱을 짜올지 고민하고, 오가는 길에도, 밥 먹는 중에도, 계속해서 어떻게 이길지만을 생각하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지금의 자신은 글자 그대로 하루 내내 듀얼에 온 영혼을 쏟아붓고 있었다. 자신보다 더 많이 듀얼에 대해서 시간을 쏟으려면 자는 시간에도 듀얼을 해야 했다.
당연하기 그지없는 명제겠지만, 잠자면서도 듀얼을 하는 인간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 그녀는 자연스레, 강해질 수밖에 없었다. 자신뿐만 아니라 신하연도, 남연철도, 진슬아도. 모두 자신처럼 강해지고 있었다.
인정하긴 싫지만, 듀얼에 미친 그 인간이 자신을 이토록 강하게 만든 것이다.
이 정도면 전익현에게도, 이클립스에게도, 전익현이 데리고 다니는 그 익명의 파티원들에게도 꽤나 다가갔을 것이다.
‘이클립스. 전익현이랑 같이 움직이고 있을까?’
아마도. 탑이 공략되는 속도가 이토록 빠르다면 상상할 수 있는 최고로 강한 듀얼리스트들이 힘을 합치고 있다는 결론밖에 내릴 수 없었다.
가장 어울리지 않는 두 명이 어떻게 파티를 이뤘는지, 다른 파티원은 누가 있는지. 자신이 그 파티에 들어가기 위해서 얼마나 강해져야 하는지 궁금하지만─.
“지금은. 20층을 공략해야겠지.”
[20층에 도달하셨습니다.] [잘 왔네. 새로운 도전자들이여.]푸욱 늙어 버린 드워프의 영혼이 자리에서 인사를 건냈다. 야근을 너무 해서 팍삭 삭아버린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유령.
“뭔가 엄청 혹사당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러게.”
깡! 깡! 깡!
[이 거지같은 놈의 카드는 언제까지 강화를 해야 하는 건지.]풀무불꽃의 제련소 위에 있는 카드는… 무슨 신살검인지 뭔지 하는 이름을 가진 카드였다.
“카드를 강화할 수도 있어?”
“그런 모양이더군. 같은 카드는 한 번 밖에 강화할 수 없지만.”
카드당 강화는 단 한 번 뿐이라는 정보를 입수했다.
그러니 저기 놓여 있는 신살검의 뒤에 있는 +14라는 숫자는 처음부터 카드명일 터였다.
[빌어먹을 카드괴물 같으니. 망치로 머리통을 딱 한대만 후려칠 수 있다면 좋을 텐데.]“우리가 강사님한테 하는 말이랑 똑같다. 그치?”
“저 정도면 꽤 온건한 편이네.”
[그 강사놈이라는 거. 전익현 말하는 건가?]“…어떻게 알았지?”
[네놈들은 그 자식의 제자일 테고.]풀무불꽃의 눈이 파티원들을 주욱 훑었다.
[듀얼력은 이미 경지 이상으로 오른 것으로 보이는군. …거기 어항 안에 있는 물고기는 두 번째군.]“이 열대어가 여기 온 적 있었어?”
[전익현 놈의 제자라고 하는 놈들이 데리고 왔던 적 있었지. 조금 백치미가 잇는 여자였는데.]“신하연이네.”
신하연의 이름이 나오자 시레나가 기쁜 듯이 헤엄쳤다.
“너. 신하연이랑 친구였구나.”
어째 맹하게 생겼다 했다. 쓰는 덱도 같은 물 속성 덱이고. 신하연도 탑을 오르고 있었군. 탑을 올라가다 보면 언젠가는 만나게 될 터다. 능력 있는 듀얼리스트는 아무리 모아도 부족하니, 같은 파티가 될 수 있을지도.
[생각이 많아 보이는군.]“…실례했군. 탑주를 앞에 두고.”
[듀얼할 생각이 많아 보이지만, 미안하지만 나는 지금 개점휴업 상태라네.]“개점휴업? 왜지?”
[할 일이 생겨서 그렇다네. 나를 대신하기 위해서 만들어놓은 로봇은… 신하연에게 박살이 났고.]풀무불꽃은 자신의 뒤에 있는 거대한 고철 로봇을 가리켰다. 저만한 크기의 로봇을 부숴뜨리다니.
“저런 로봇이랑 듀얼한 거야?”
[내 역작이었지. 이런 말 하기는 뭣하지만, 장난 아닌 괴물이었어. 그녀와 파티원들에게는 운이 안 좋았지만….]“부럽다. 재밌는 듀얼이었겠네.”
“동감한다.”
[…….]풀무불꽃은 눈 앞에 있는 두 명도 전익현의 제자라는 것을 절감했다. 하긴, 놈의 제자라는 놈들이 제정신일 리가 없지.
절레절레. 풀무불꽃은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래서. 시험을 못 치르면, 위로는 못 올라가는 건가?”
[아니. 꼭 그렇지는 않고. 포인트와 소울을 좀 지불하면, 위로 올려다보내 주고 있다네.]“…그냥 톨게이트 아니야?”
[다시 말하지만 빌어쳐먹을 카드를 강화하는 데 비용이 부족하거든. 20강까지 만들어놔야 다음 ‘새’ 시리즈를 준다고 하기에.]강화를 무한히 할 수 있는 카드가 있긴 한 모양이다. 카드의 주인은 물어보지 않아도 훤했다.
“한설아. 너 돈 있어?”
“아니. 거의 없어.”
운이 안 좋았다. 게임사를 사고 흑자를 꽤 봤지만 자금회수가 되려면 몇 주는 더 있어야 했다.
게다가 얼마 전에 샤워용 주택지역을 샀던 탓에 돈이 없다. 남은 것이라고는 주택지역을 사고 남은 잔돈 정도다.
정 안 되면 실력행사로 가는 수밖에 없을 터.
“미안하지만 우리는 돈이 별로 없어.”
[그러면 통과 못 시켜준다. 너희는 못 지나가. 나에게는 전익현이 돈 안 내는 놈들 막으라고 만들어준 「허수아비」덱도 있지.]“그 시간 질질질질 끌면서 사람 열받게 하는 덱?”
[당해본 적 있나?]있다마다. 최종 버전의 첫 실험쥐가 그녀였는데. 그 덱 때문에 점심시간을 통째로 날려 버렸었다.
여한설은 기분나쁜 기억을 머릿속으로 애써 지워냈다. 허수아비 덱의 최종본을 풀무불꽃이 들고 있다면 하루종일 듀얼을 해야 했다.
허수아비 덱은 이기는 게 아니라 버티고, 무승부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존재하는 덱이다.
체력이 넘쳐나는 탑주가 쓰면, 이기기 위한 덱을 구성하는 데에는 일주일이고 이주일이고 걸리게 될 터.
“…거지같네.”
“그 인간은 왜 남의 덱을 짜 주는 거야?”
[보아하니 이 덱의 무서움을 아는 모양이군.]“어떻게 하지. 한설아?”
“어쩔 수 없지. 자금을 좀 마련해서 오는 수밖에. 얼마 전에 산 「과수원」사를 팔면 자금은 유통될거야. 이번 분기 적자가 좀 많이 나서 선뜻 나서는 회사가 있을진 모르지만.”
[잠깐. 「과수원」이라면… 그 ‘새 시리즈’가 나오는 출판사 말인가?]“맞아. 왜?”
[호, 혹시. 새 시리즈의 외전. 초판 싸인 양장본. 나왔나?]“나왔지.”
여한설이 가방에서 고급스럽게 장식된 책 한 권을 꺼내들었다. 네 마리의 새가 아름답게 음각되어 있는 책의 넘버링은 000.
100권을 찍어내는 초회양장본 가운데서도 가장 빠른 넘버링의 책이다.
풀무불꽃의 눈알이 책의 움직임에 따라 위아래로 흔들렸다.
“이거. 가지고 싶어?”
대답은 안 해도 됐다.
[20층의 시련을 통과하셨습니다.]“겨우 책 한 권으로 탑주를 통과할 수 있다니.”
“운이 좋았네. 가지고 있는 돈이 전차 한두 대 살 정도 뿐이었거든.”
그 정도 돈이면 톨게이트비로 충분하고도 남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구태여 입 밖에 꺼내지는 않았다.
“그런데.”
“그런데?”
“저 로봇이랑, 듀얼 해 보고 싶지 않아?”
“해 보고 싶지.”
[로봇을 수리하기 위해서는 수십 시간을 수리해야 해! 거기에 한 번 수리하더라도 듀얼 두어 번 하고 나서는 다시 망가질 게 뻔하다고!]여한설은 대답 대신 백 안에서 한 뭉치의 종이를 꺼내들었다.
“「퇴마행」 시리즈 애니메이션화 원화본인데.”
[하지만 장인이라면 그 정도쯤은 얼마든지 할 수 있지! 두 시간만 기다리도록!]대답을 마친 풀무불꽃은 강화하던 카드를 내팽개치고 자신을 꼭 닮은 로봇을 수리하기 시작했다.
“돈이란 거. 참 좋구나.”
“딱히 돈으로 뭘 한 것 같지는 않은데. 그저 풀무불꽃이 간절하게 원하는 것을 줬을 뿐이잖아.”
그 ‘간절하게 원하는 것’이 돈이 썩어빠지지 않는 이상 못 구하는 것들인데.
진슬아는 구태여 입 밖에 생각을 꺼내지는 않았다. 자신도 저 풀무불꽃 로봇과 듀얼을 정말 해 보고 싶었기에.
자신들을 한심하다는 듯 올려다보는 두 마리의 동물들을 내버려 둔 채, 여한설과 진슬아는 자신의 덱을 점검하기 시작했다.
* * *
나는 주변을 둘러봤다. 혜성가의 안으로 들어가면 갈수록 사람들의 수는 적어졌다. 대부분은 고르디우스 관련된 사람들이었다.
또한 대부분은 적대적이기 그지없었다. 카드 복제파는 생각보다 고르디우스 내부에서 지지를 받고 있는 듯했다. 하긴, 이 세상에서 카드는 거의 절대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그런 카드를 복제해 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한 번 만으로도 수십억 이상의 수익을 내는 것이나 다름없다.
나는 구태여 그런 짓을 하지 않지만, 돈이 없고 밑바닥에서 차별받는 사람들이라면 이런 카드들을 만드는 것에 반론을 제기하지 않는 것도 크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파아앙!
남연철의 앞을 가로막던 양아치 한 놈이 또 쓰러졌다. 으음. 확실히 듀얼 실력이 많이 오르기는 했군.
게다가 남연철의 경우에는 화가 머리끝까지 나면 오히려 듀얼 실력이 날카로워지는 편이다. 승부사로써 화를 쉽게 내는 것은 단점이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오히려 순풍이라고 할 수 있다.
“고르디우스라는 놈들. 이런 놈들이 설치게 두는 거야?”
“조직의 크기가 크진 탓도 있고, 양지에 있는 집행자들과는 다르게 고르디우스는 이것저것 따지기가 힘들거든요.”
요컨데 그냥 크니까 들어오는 어중이떠중이들이 많다는 이야기다.
사실 내 입장에서도 기껏 구한 카드가 사기 카드라면 듀얼에서 큰 일이 날 수 있으니, 이런 카드 복제자들을 처리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기도 했지만.
“소울 커맨더스의 카드는, 마물이에요. 듀얼은 정정당당한 것이지만, 그 카드를 얻어나가는 방식은 정정당당하지 못한 경우가 많죠. 강도짓이나, 도난, 살인과 같은 일들 말이에요.”
“그딴 짓으로 얻을 만한 카드는 세상에 없는데 말이지.”
“…강사님이 할 말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