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d Academy 1st Hit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163
‘혼자서 상대할 필요는 없다.’
정의로운 듀얼을 외치는 머저리들이라면 1:1로 싸울 생각을 했을 것이다. 머저리같은 짓이다. 듀얼이라는 것은 생존이며, 생존을 위해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어야만 했다.
그것이 다대 일의 사냥이라는 것은 더 말 할 필요가 없을 터.
「매듭」이었던 멤버들의 총 수는 10명. 이들은 원래부터 테뉴어급의 실력을 가졌던 멤버들.
게다가, 자신들의 특이성과 영혼을 모두 파는 댓가로 얻은 새 특이성. 「마나 포식」은, 막강하기 그지없는 특이성이다.
테뉴어급 이상의 괴물이 10명. 거기에 모든 멤버들이 마나 포식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마나 포식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태그 듀얼까지 한다면……
“질, 크르륵, 리가, 없지.”
즉, 이 듀얼은 승리가 확정되어 있는 듀얼인 것이다.
천일운은 크르륵거리며 웃었다.
“즐거운 사냥이 되겠군.”
그 어떤 괴물이 찾아온들 자신들을 이길 수는 없기에. 그는 기분 좋게 웃었다.
심장이 자신들에게 줄 거대한 힘이 무엇인지 벌써부터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기에.
##공략 탐색이라 쓰고 쉬는 시간 (8)
혜성가의 심부는 몇 구획으로 이루어져 있다. 보통의 심부라고 하면 사람들이 없는 「꼬리」지역을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한다.
우리가 지금 다가가고 있는 곳도 이 「꼬리」지역이다. 방향은 조금 다르다. 혜성에는 원래 꼬리가 두 개라나 뭐라나.
솔직히 말하면 남연철이 방금 지어낸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 꼬리가 두 개인 돌멩이가 세상에 있다는 게 진짜일 리가 없으니까.
“우리가 가는 다른 「꼬리」는 원래 「매듭」들이 회동을 가지는 곳이었어요. 회동이 거의 유명무실해지고 나서부터는 놈들이 아지트로 쓰기 시작했지만.”
뭐, 있으나 없으나한 설정들에 대해서 듣고 있다 보니 금방 거대한 철문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듀얼 퀴즈의 정답을 입력하십시오.]나는 철문 옆에 있는 듀얼 퀴즈를 바라봤다.
“보안 듀얼 퀴즈네요. 형태가 좀 바뀌었어요. 잠시만 기다려 보세요. 대충 일이 분이면 해킹을……”
타닥, 타다닥.
[잠금이 해제되었습니다.]“뭐라고 했냐?”
“……아뇨. 별 말 안 했어요.”
꽤나 신경쓴 티가 나는 퀴즈였지만 그래 봤자 듀얼 퀴즈는 듀얼 퀴즈다.
“듀얼 퀴즈. 어떻게 하면 그렇게 잘 하는 거에요?”
“듀얼 퀴즈란 건 결국 출제자의 의도가 되는 키 카드가 있어. 그 키 카드를 중심으로 해답을 만들어가면 돼.”
“엄청 쉽게 말하네요.”
“실제로 엄청 쉬운데?”
나는 간단하게 대답하고 문을 열어젖혔다. 문을 열어젖히자 자극적인 잉크 냄새가 코를 찔렀다.
철커덩! 쿵! 철커덩! 쿵!
거대하기 그지없는 방, 복사 카드를 찍어내는 인쇄 기계들. 하지만 기계 주변에 사람은 없었다. 복사되고 있는 카드는 「헤르메스」. 저거, 엄청 비싼 카드인데.
우리 발치에는 실패작으로 보이는 카드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실패작이라고는 해도 꽤나 퀄리티가 높다.
적어도 한두 번은 쓸 수 있을 것처럼 보이는 카드들이다.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챙기면 안 돼요. 여기 있는 카드들은 불법 복제 카드들. 썼다가는 무슨 문제가 생길지 몰라요.”
“안 챙겨.”
“방금 발 밑에 한 장 숨겼잖아.”
언제 봤지. 완벽한 타이밍이었는데. 남연철이 내 발을 강제로 들어 「헤르메스」를 떼어냈다.
이 과정에서 꽤나 소란이 발생했는데도 주변에서는 인적이 여전히 느껴지지 않는다.
“근데, 사람이 없는 건. 눈치를 챘다는 말이겠지?”
“아마 그렇겠죠. 엄청 시끄럽게 침입했으니까. 당장 달려들지 않는다는 건……뭔가를 준비하고 있다는 뜻이겠네요.”
“그러면 뭔가 습격 같은 게 있다는 말이겠지?”
“습격이라면 어떤 거요?”
“뭔가 다른 듀얼 환경 말이야. 라이프가 줄어들면 온 몸을 부수는 파쇄기로 조금씩 밀려나서 라이프가 0이 되면 파쇄기에 온 몸이 조각조각나버린다거나.”
“끔찍한 방식이네요.”
“그래. 내가 생각했지만 좀 심했다.”
그런 듀얼로 이기면 상대가 사라져 버린다. 상대를 이길 때마다 세상에서 지워 버린다면 버리면 종래에는 나 말고는 세상에 아무도 남지 않을 것이다.
혼자 남겨서 쓸쓸히 상상 듀얼만을 하는 나를 상상하자 온 몸이 떨려왔다.
생각보다 훨씬 더 끔찍한 상상이었군.
나는 스스로의 끔찍한 상상력에 대해서 자책하며 인쇄기에 다가섰다.
[인쇄 속도 : 300장/일]하루에 300장이라니. 빠른 건지 느린 건지 모르겠다. 나는 손가락을 들어 인쇄 속도의 뒤에 0을 한 개 덧붙였다.
파라라라락!
느리게 찍혀 나오던 카드가 조금 더 빨리 찍혀 나오기 시작했다.
“진짜로 하네요.”
“그럼 가짜로 하겠냐.”
그보다 이랬는데도 벡이 나타날 기미가 안 보인다. 0을 두 개 정도 더 덧붙여 볼까.
[생산속도 : 300,000장/일]파라라락! 카드가 찍혀 나오는 속도는 한 층 더 빨라졌다. 이제야 좀 인쇄소답네.
카드가 바닥 전체를 뒤덮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카드가 빨리 쌓이는군. 이 정도라면 몇 장 챙겨가도 들키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남연철이 보지 않는 틈을 타서 몇 장 챙겨놔야지.
“이래도 괜찮은 걸까요?”
“괜찮아. 아무 짓도 안 했잖아.”
“아무 짓도 안 했다고요?”
“내가 한 거라고는 0을 적은 것밖에 없다고. 0은 아무 가치없는 숫자에 불과하지. 그러니까 나는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거나 다름없어.”
“억지잖아요.”
“억지 아니야.”
남연철이 바닥난 전기 충격기의 콘센트를 찾으려던 그때,
[세계가 일시적으로 중지됩니다.]모든 것이 멈췄다.
그리고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이번에도 거하게 일을 벌여 주셨네요.”
커다란 안경을 쓴 채로 다크서클을 짙게 늘여뜨리고 있는, 가운을 쓰고 있는 남자.
벡이다.
“오랜만이네. 벡.”
“젠장. 무슨 개같은 짓이 벌어지나 싶었는데. 역시나였어. 젠장.”
벡은 손을 들어 기계에 손을 가져다 댔다. 콰광! 복사기의 전원이 완전히 부서져나갔다.
뒤따라 바닥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던 카드도 한 번에 증발해 버렸다.
역시 개발자는 개발자라고 해야 되려나.
“손 하나 까딱하면 되는 일을 왜 이렇게 안 한 거야?”
“할 일이 미쳐 날뛸 정도로 많아요. 이 세상에 개발자라고는 저밖에 안 남은 상태라서요. 우선 순위란 게 이 세상에는 있다고요.”
“그냥 시간 정지한 다음에 처리하면 안 돼?”
“개발자라고 해서 힘이 무한하진 않아요. 애초에 이 세계는 테스팅도 거의 끝난 세계라서. 제가 할 수 있는 일도 제한돼 있죠.”
벡은 손가락을 흔들어 커피를 만들어 입 안에 털어넣었다. 할 수 있는 제한사항 중에는 커피 만들기는 포함되어 있지 않은가 보다.
공짜 커피라니. 나도 한 잔 부탁해 볼까.
“나도 한 잔. 설탕 많이 넣어서.”
벡은 서윤하 이후에 나를 전담으로 맡았던 개발자다. 시간만으로 따지자면 서윤하보다도 나와 오래 아는 사이.
그러니 커피 한 잔 정도는 만들어 주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자리에 걸터앉았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커피는 나오지 않는다.
“인간적으로 커피 한 잔 정도는 만들어 줄 수 있는 거 아니냐?”
“제가 형의 어디가 예쁘다고 만들어 줘요?”
“할 일 많다고 징징거리는 것 치고는 엄청 컨디션 좋아 보이네.”
“할 일이 많긴 하죠. 하지만 어떤 인간이 매일같이 거지같은 카드 연계 만들던 나날에 비해서는 여유로워요. 「교체 프로그」기억나요? 그 때 일주일 동안 세 시간 잤는데.”
“나도 그 때 일주일 동안 세 시간 잤어.”
“왜요?”
“「교체 프로그」덱 돌린다고 자는 거 까먹었거든. 엄청 재밌더라고. 그 덱.”
벡이 입술을 피날 정도로 깨물며 나를 노려봤다. 오랜만에 봐도 살벌하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그보다 왜 저를 부르신 거에요? 이런 짓까지 하면서 저를 부른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이거 받아.”
나는 벡에게 「?」카드를 건냈다.
“…………”
“「차원 귀환」만들어 줘.”
“…………”
벡은 나를 쳐다봤다. 벡은 의외로 순순히 「차원 귀환」을 만들어줬다. 「차원 귀환」을 만들어서 내게 넘겨준 벡은.
“죽어어어!”
양 손으로 내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지금 고작 카드 한 장 만들자고 저 부른 거에요? 죽고 싶어? 죽고 싶냐고! 내가 그렇게 한가해 보여?”
“켁! 켁! 카드 한 장이라니! 「차원 귀환」은 너한테 엄청 소중한 카드잖아!”
“아는 사람이 그 카드를 복사해 달라고 해?”
벡이 제정신을 차리는 데에는 그로부터 오 분 여가 더 걸렸다.
목을 오래 졸려서 그런지 팔다리에 피가 통하지 않아 저릿저릿하다. 너무 진심으로 사람 목을 조르네.
“이 세상의 마지막 희망에게 이런 취급을 하다니.”
“마지막 희망이라서 살려 준 거에요. 이우주 죽이기 모의 동호회, 소울 사에 실제로 있었던 거 알고 있어요?”
“사장이 그런 거 가만 내버려 뒀냐?”
“사장님이 동호회 회장이었는데요.”
“…………”
“형이 퀘스트 카드로 덱 압축질해서 주가 쳐박은 시즌 기억하죠? 그 때 사장님이 주주들한테 시달리고 돌아온 당일에 창설한 동호회에요. 사내 최대 동호회였죠.”
소울 사가 막장인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다른 개발자들은 잘 지내?”
“저 빼고는 죄다 유폐당하고 있으니까 잘 못 지내고 있죠.”
벡이 우울하게 대답했다.
“심장이 가지고 있는 특이성. 봤어요?”
“봤지. 무슨 괴물을 만들어 놨던데.”
“이길 방법은 있어요?”
“아직은 없어.”
“제가 준 「차원 귀환」은요?”
“아. 이거? 물론 엄청 도움되지.”
나는 품 안에 「차원 귀환」을 집어넣었다. 이 카드를 쓰는 방법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내 목을 조르는 걸 넘어서 두동강내려고 달려들 것이 분명했기에.
“그래도 의외로 착실하게 스토리는 진행하고 있는 것 같던데요. 누가 1픽이에요?”
“1픽이 뭐야?”
“만난 것중에 제일 마음에 드는……”
“아. 그거? 역시 「신살검」이지.”
“네?”
“「정당하고 온당한 거래」나 「정신 공격」도 나쁘지 않지만, 역시 범용성이 좀 떨어지거든. 반면에 신살검은 범용성이 좋아. 너무 효과가 딱 정해져 있어서 불만이긴 하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성능이 압도적이니까.”
“형.”
“왜.”
“스토리팀한테 그 이야기 하지 마세요. 스토리팀, 엄청 열심히 「소커아」스토리 만들었거든요. 이 이야기 들으면 형 진짜 죽을지도 몰라요.”
스토리팀이랑 1픽 카드랑 무슨 관계인 건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차원 귀환」을 받았으니 볼 일은 다 끝났다.
“언제 가냐?”
“안 그래도 가려고 했어요. 준비할 게 좀 남아 있지만.”
“준비?”
“저도 형이 어떻게 이 세계를 구할지 궁금하거든요. 바빠서 당분간 움직이기도 힘드니까, 구경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놓고 가야죠.”
벡이 키보드를 누르듯 손가락을 타닥거리며 움직였다.
“자. 다 됐어요.”
벡의 손가락에서 가느다란 전류가 튀어올랐다. 벡은 손가락을 남연철의 팔에 있는 해킹 툴에 가져다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