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d Academy 1st Hit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164
파짓!
“뭐 한 거냐?”
“제 분신을 집어넣은 거에요. 분신이라고는 했지만 이우주 형이랑 상호작용을 할 수는 없어요. 원칙적으로 저희는 플레이어에게 개입할 수 없게 되어 있거든요. 그래서 남연철의 컴퓨터에 분신을 넣었어요. 구경을 할 수는 있게요.”
요약하면 내 플레이를 옆에서 구경하겠다는 거다. 그다지 불쾌하지는 않다. 프로게이머라는 건 다른 사람들이 게임하는 것을 봐 주기를 바라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분신이라면 끽 해봐야 홀로그램일 터다. 내 「차원 귀환」의 사용법을 보고 목을 조르러 달려오지도 못할 거라는 뜻이다.
나는 일이 다 끝났으면 이제 가라는 뜻으로 손사레를 쳤다.
벡은 알겠다는 듯 손을 흔들다가, 뭔가가 생각난 듯 입을 열었다.
“……근데. 서윤하 누나는 만났어요?”
“어.”
“……역시 그랬구나. 누나는 잘 지내요?”
“어.”
“다행이네요. 그럼, 진짜 갈게요. 이 세계. 꼭 구해 주세요. 야근을 수만 시간은 하면서 만든 세계거든요.”
“나만 믿어.”
벡은 머쓱하게 웃더니 완전히 모습이 사라져 버렸다.
[시간이 다시 원래대로 흐릅니다.]멈춰 있던 초침이 다시 흘러가기 시작했다. 남연철이 주변의 달라진 부분들을 눈치챘다.
“……다녀 갔나 보네요.”
“그런가 보네.”
나는 모르는 척 시치미를 뗐다. 개발자와 깊게 알고 있다는 걸 티를 내서 좋을 게 없었기에.
“불법 복제 카드들은 없어졌네요. 그렇다는 건……이 카드를 만든 놈들도 다 처벌을 받았다는 뜻이겠죠?”
“그게 그렇게 되나?”
그러면 할 일이 없어져 버린 거네. 웬 일로 쉽게 일이 풀리는군. 집에 가서 소울 커맨더스나 해야겠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알림음이 터져나왔다.
띠링!
[긴급 퀘스트] [「천일운」을 비롯한 복제 카드의 유통자들의 처치.] [복제 카드 만든 놈들 처리하는 건, 「심장」이 개입되어 있어서 제가 할 수 없어요. 형이 처리해 주세요!]역시. 쉽게 갈 리가 없지.
콰아앙!
좌우의 문이 터져나오며, 한 무리의 듀얼리스트들이 튀어나왔다.
사람이 아니라 듀얼리스트라고 칭한 것은, 놈들이 반쯤은 인간의 형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몸에서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
심장에게 영혼을 팔아넘긴 것이 분명해 보인다.
[듀얼을 준비하십시오!] [룰 : 링크-태그 듀얼]나는 「천일운」이라는 이름을 바라봤다. 내 기억이 맞다면 놈은 고르디우스의 핵심 멤버중 한 놈이다.
몬스터화된 인간들이 무슨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는 완벽하게 추측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완벽하게 추측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일 뿐, 무슨 능력을 위주로 쓰는지 정도는 충분히 추측할 수 있다.
「카이엔」의 경우에서도 알 수 있듯, 심장은 특이성을 강화해 주는 방식을 사용한다.
놈이 사용하는 덱은 상대의 마나를 빨아들이는 안티 마나 덱.
몬스터화가 진행된 지금도 비슷한 능력을 사용하겠지.
즉, 방금 얻은 「차원 귀환」을 써 보기에 최고의 샌드백이라고 할 수 있다.
##무한 (1)
촤라라락. 나는 빠르게 덱에 쥔 카드들을 덱에 집어넣기 시작했다.
처음 얻은 카드로 덱을 만든다면 당연하게도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지고 이기는 과정을 통해서 덱을 최적화하지 않으면 웬만큼 좋은 카드더라도 덱의 파워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니까.
물론 이건 보통의 경우. 그저 ‘웬만큼 좋은 카드’ 일 경우에 통용되는 말이다.
「검은 연꽃」, 「궁극의 역병」쯤 되는, 웬만큼 좋은 카드 이상의 취급을 받는 티어의 카드. 소위 ‘사기 카드’들은 덱에 넣는 것만으로도 덱의 파워는 압도적으로 올라간다.
사기급 카드라면, 그저 생각 없이 투입하는 것만으로도 강해질 수 있다.
「차원 귀환」과 「자르카날」은 어떠냐고?
두 카드들은 모두 무속성 카드들이다. 어느 덱에나 들어갈 수 있는 카드들. 차원 귀환도, 자르카날도 한 장 한 장으로는 그다지 쓸모가 없는 카드들.
콤보 카드들은 통상적으로는 훨씬 더 정밀한 덱 메이킹이 필요하다. 두 카드들을 연계하기 위한 빌드업, 카드와 연계가 잘 맞는 카드들을 모으고, 정리하고, 덱 빌딩을 하는 과정이 훨씬 더 많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니, 보통이라면 한참 동안 덱을 손봐야겠지만…
「차원 귀환-자르카날」콤보는, 그런 ‘상궤’따위는 부서뜨릴 수 있는 카드 목록에 들어가는 콤보다.
대충 쓸만해 보이는 카드들을 메워넣고 초반의 템포를 잡을 카드를 넣기만 하면 충분하다.
“덱 준비 완료.”
“새 덱을 즉석에서 만드는 거에요?”
“왜. 불만 있냐?”
“딱히 없죠.”
나는 덱 목록을 머릿속에 집어넣었다. 뭐, 덱 리스트 외우는 거야 즉석에서도 몇 초면 할 수 있는 일이니까 틀릴 일은 없다.
“그보다, 태그 듀얼이네.”
태그 듀얼은 다수대 다수가 듀얼을 할 때의 방식이다. 플레이 순서상 크게 특이한 건 없고, 한 플레이어를 처치하면 태그 인원이 바로 그 자리에 들어간다.
이 과정에서 새 플레이어의 체력은 리셋되지만 마나는 리셋되지 않는다.
본래는 앞쪽에 어그로 플레이어를 놓고, 뒤쪽에는 핸드가 많으면 많을수록 강한 콤보 덱이나 빅 덱 유저를 넣는 방식으로 태그 유저를 맞추는데…
“똑같은 숫자도 아니고, 2:10이니까. 빅 덱 유저는 없다고 봐야겠죠?”
“맞다. 내 직감이 맞다면 마나 번 덱 유저들일 테니 조심하도록.”
아니, 사실 조심할 필요는 딱히 없다.
내가 처음에 나가서 열 명을 모조리 터트려 버리면 되니까.
[룰 : 링크-태그 듀얼]…근데, 태그 앞의 링크 듀얼은 뭐지?
각종 다양한 룰에 정통한 내가 본 적 없는 룰인데.
[링크 필드를 구축합니다.]의문을 가지려고 하자마자 필드가 구축되기 시작했다.
통상적인 필드와 다르게, 이번에 구축된 필드는 두 개였다.
한 쪽은 내가 있는 필드.
그리고 다른 한 쪽은 남연철이 있는 필드였다.
[덱을 세팅하십시오.]“특이한 룰이네.”
“크르륵. 이 「혜성가」만의 특이한 룰이지.”
내 눈 앞에 있는 「매듭」이 크륵거리는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별로 특이할 건 없어 보이는데.”
남연철과 내 사이에 있는 거대한 벽이 세워져 있는 것과, 저쪽에서의 듀얼이 빠르게 시작됐다는 것. 고작해야 그 정도. 나는 남연철이 있는 쪽의 벽을 두드리며 물었다.
“들리냐?”
아무 대답이 없다.
이 쪽에서의 목소리가 저 쪽에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그걸 제외하면 특별히 다를 건 없어 보이는데.
남연철의 첫 상대는 놈들의 수장 격인 천일운이었다. 듀얼은 내가 있는 쪽보다 한 발 먼저 시작되고 있었다.
“크큭. 이제부터 진행되는 듀얼을 경험하고도 그런 반응을 보일 수 있는지 지켜보지. 이 룰은 두 명의 유대를 시험하는…”
“오. 듀얼 시작했다. 이번에는 패 야무지게 들었네.”
손이 작다고 해도 패는 똑바로 쥐어야 하는 법이다. 내가 직전에 했던 피드백을 제대로 들었군.
저렇게 아치형으로 카드를 든다면 투명한 유리 바로 뒤에 서 있는 내가 아니라면 남연철의 패는 남에게 보이지 않을 것이다.
“…이 룰을 제대로 통과하고도 제대로 유대할 수 있는 동료는 존재하지 않는다. 어차피 네놈은 그 전에 죽…”
나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조금 더 강해진 남연철을 속으로 칭찬했다.
역시 인간은 타인의 말을 경청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남의 말을 듣지 않는 인간은 인간으로서 이미 글러먹은 존재인 것이다.
“…이 속에서, 네놈이 얼마나 버둥거릴지 궁금하…”
“저 새끼. 말 안 듣는데?”
“……”
“아. 이야기 다 끝났냐?”
파지지직!
오, 역시, 고르디우스인지 뭔지 하는 놈들답다. 특히나 뭐라고 주절거리던 놈의 기세는 거의 나를 포떠서 죽여 버릴 기세다.
좋아. 나도 조금 진심으로 듀얼을 해 볼까.
[덱을 세팅하십시오.]나는 덱을 얹고 상대의 스타트를 기다렸다.
“시작 안하냐?”
“조금 기다려 보도록. 곧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 테니까.”
“재미있는 일? 무슨 재미있는…”
지지지직!
말을 하는 찰나에, 테이저건으로 배를 지지는 것 같은 충격이 들어왔다.
“…일을 말하는 거지?”
다행인 점은 내가 듀얼 모드에 들어와 있었다는 점이다. 꽤 아팠지만 충격에 표정이 변하지는 않았다.
“…표정 관리 하나만큼은 대단하군.”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는데.”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려 해 봤자 소용없다.”
내 포커페이스를 간파하다니. 솔직히 말하면 엄청 놀랐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포커페이스를 풀 생각은 전혀 없지만.
“어떤 일도 없었다. 뭔가를 착각한 모양이군.”
“머리에서 전류가 흘러내리고 있는데도 시치미를 뗄 셈인가?”
확인차 머리에 손을 가져다대자 파지직거리며 푸른 색의 전류가 손으로 흘러내렸다.
이것 때문에 들켰던 거로군. 역시 내 포커페이스에는 문제가 없었다.
커다란 안도감을 얻은 나는 건너편에서 일어나고 있는 듀얼을 바라봤다.
남연철의 필드는 비어 있고 천일운의 「전기 충격 보보봇」의 직접 공격이 끝난 상태.
본래라면 조금 데미지를 입어야 했을 남연철은 전혀 충격을 받지 않은 옷차림이었다.
나는 냉철하게 지금의 상황을 분석하고 결론을 내렸다.
“저 쪽의 데미지를 내가 대신 입는 방식의 듀얼이로군.”
“방금 내가 했던 설명이잖아! 이 빌어쳐먹을 자식아!”
“두 명의 생명이 이어져 있다. 그래서 ‘링크’ 듀얼인 거로군. 태그 방식이니 실시간으로 다음 듀얼리스트가 오는 거고, 반대편의 듀얼리스트가 처리하지 못한 만큼 내가 처리해야 된다는 이야기겠지.”
“그것도 내가 한 말이다!”
“이런 특이한 룰을 하면서 상대에게 설명도 하지 않다니. 듀얼 매너가 꽝인 녀석들이군.”
나는 혀를 차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세상에서는 듀얼 매너가 없는 사람이 너무나도 많다.
“이 새끼! 죽여 버리겠어! 반드시 죽여 버리겠어어어! 듀얼이다!”
듀얼 매너가 없는 비겁한 자식이 얼굴이 새빨개진 채 방방 뛰었다. 매너 없는만큼 성격도 더럽네.
상황을 보아하니 이 룰은 나와 남연철에게만 적용되는 룰인 듯 보였다.
비대칭 룰이라니. 악질인 룰이네. 하긴, 애초에 2:10이라는 숫자니까 처음부터 비대칭적인 룰이기는 했지만.
[듀얼을 시작합니다.]나는 머리를 굴렸다. 이 룰, 생각보다 위험하다. 잘못하면 질 수도 있다.
내가 질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고, 전적으로 나와 연결되어 있는 남연철이 질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남연철이 가지고 있는 어그로 덱 특성상 플레이어에게 오는 데미지가 높기도 하고.
아무리 나라도 데미지가 30씩, 60씩 박히면 견뎌내기 힘들단 말이지.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지는 단 하나.
최대한 빨리 눈 앞에 있는 놈들을 모두 정리한다.
[당신의 턴입니다.]최상의 시나리오는 첫 턴부터 「자르카날」과 「차원 귀환」이 모두 잡히는 건데, 드로우 운이 지지리도 없는 내 입장에서는 첫 드로우부터 두 카드가 모두 잡힐 리가 없다.
그러니 평범하게, 평소처럼 버티면서 천천히 템포를 끌어올리면 된다.
“크흐흐. 너는 이미 우리의 덫에 걸려들었다. 마나를 집어 삼키는 「마나 번」카드들을 통해 네놈의 템포를 봉인해주마. 버러지처럼 발버둥쳐 봐라. 그래봐야…”
“드로우.”
운에 기대지 말자. 사람은 건실하게 하나하나 쌓아나가야 되는 법.
나는 무념無念으로 카드를 뽑아올렸다.
+
【★시간용 자르카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