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d Academy 1st Hit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18
안 통하네. 어물쩡 소원 하나를 더 빌어볼까 했는데.
역시 만만찮은 여자다.
그녀는 속으로 툴툴거리며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새 메시지] [미안. 메시지 늦게 봄.] [나머지 1장은 흑마법사 타노스 넣으면 된다.]“···라는데?
“이것도 시험이겠군요.”
“이런 허접한 함정에 내가 빠질 거라고 생각한 건가?”
그녀는 픽. 하고 휴대폰을 침대에 던져 버렸다. 자신이 당했던 ‘읽씹’을 그대로 돌려줄 심산으로.
##오늘은 운이 좋군(6)
“신하연. 왜 울고 있는거야.”
나는 아케이드 게임 기판에 머리를 박고 훌쩍이고 있는 신하연에게 물었다.
우는 건 좋은데 좀 나와서 울지. 주변 사람들이 언제 비켜주냐는 눈빛을 계속 보내고 있잖아.
“···져서요.”
“1년 내내 져 놓고.”
“그건 그거고요.”
그보다 그녀를 이기다니 상대가 꽤나 강한 상대였나 보다. 상성인 덱을 들고 오거나 덱을 제대로 저격하는 게 아니라면 이기기 꽤나 까다로울 텐데.
이대로 놔두고 가는 것도 방법이지만. 그랬다가는 후환이 두렵기에 나는 그녀를 억지로 일으켰다.
“상대는 누구였냐?”
“몰라요. 우리 아카데미 학생이었던 것 같아요. 1학년인 것 같은데.”
나는 머릿속으로 그녀를 이겼을만한 학생들을 떠올려 보려 했지만 딱히 떠오르는 인물은 없었다.
신하연을 일으켜 세우긴 했는데 몸에 힘을 전혀 안 주고 있다. 더럽게 무겁네. 대체 뭘 먹고 다니는 거야. 돌? 돌이라도 먹고 다니니?
어떻게든 힘을 주는 말을 해서 기운을 차리게 할 필요가 있다.
아니면 바닥에 내버리고 가던지.
물론 후자도 훌륭한 선택이지만 나는 전자를 시도해 보기로 했다.
“분하냐?”
“분해요.”
“그래. 알아.”
“강사님이 뭘 알아요.”
“나도 아주 가끔은 져.”
카드 게임은 운의 영향을 받는다. 순풍이 부는 날이 있다면 항거할 수 없는 역풍이나 폭풍을 맞아 배가 뒤집힐 때도 있는 법이다.
“강사님도 지면 분해요?”
“승부에서 지고도 아무렇지 않다면, 듀얼리스트가 아니지. 네가 지금 분해하는 건. 부족해서가 아니라 향상심이 마음 깊은 곳에 있기 때문이야.”
내 말을 경청하던 그녀가 살짝 몸을 일으킨다.
“그렇지만 훨씬 중요한 건. 빠르게 일어나는 거지. 쓰러져도 굴복하지 않고 재빨리 일어나는 게 중요해. 쓰러졌다고 해서 바닥에서 KO선언을 기다리고 있으면, 다음 기회조차 없는 법이니까. 쓰러지자마자 일어나. 쓰러져도. 쓰러져도. 다시. 또 다시.”
“카운트 9까지만 기다리면 안 돼요?”
“남이 결승선으로 달려가는 시간을 그만큼 더 주고 싶다면 그러던지.”
“···복싱 비유 아니었나요? 결승선이 갑자기 왜 나와요?”
말꼬리 잡지 마.
아무튼 그녀는 내 조언에 기운을 차린 모습이다.
“그럼. 빨리 덱 짜러 가죠.”
사실 알아서 덱을 맞추라고 할 생각이었는데. 그러지 않기로 했다. 내게 필요한 덱을 다 맞추기도 했고 덱 튜닝을 끝내지 않으면 내일도 들러붙을 가능성이 농후하니까.
물 속성 구획에서 덱을 끝까지 맞추자 11시가 거의 다 됐다. 본래의 예상 시간보다 늦어지기는 했지만 마냥 성과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
「주요 등장인물 ‘신하연’과의 관계성이 올랐습니다.」
+
그녀와의 관계성이 올라갔다는 메시지가 떴기 때문이다. 선택의 카드를 살펴봤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미약한 마나 토템」이 강화되지는 않았다.
관계성이 특정 상태 이상으로 올라가면 올라가는 거겠지.
「마나 토템」은 여러모로 유용한 특이성이다. 물 속성의 덱은 단순히 미라클만이 아닌 덱들도 덱을 짤 때 「발견」테마가 지속적으로 사용되니까.
그녀와의 관계를 지속할 필요가 있다.
“그래도 어떻게든 카드들은 다 모았네요.”
“10장 정도는 못 구해서 대체카드 넣었잖아. 이래서 빨리 움직이라고 한 건데.”
“괜찮아요. 그런 것보다 중요한 게 있거든요.”
뭐래. 덱 튜닝이 다 안 됐다니까? 이것보다 중요한 일이 어딨냐?
내 질책이 담긴 눈초리의 의미를 알아챘는지 신하연의 얼굴이 살짝 붉어진다.
그래. 부끄러운 걸 알아야지. 정말 최소한의 눈치는 있어서 다행이다.
“···그보다. 너무 늦어버렸네요. 어떡하죠?”
띠리리!
뭐라고 말하려는 순간에 전화벨이 울려퍼졌다. 내 전화가 아니라 신하연의 전화였다.
“어. 엄마.”
[?! @? ###!]“오늘 조금 늦는다고 했잖아.”
[늦는다#! @#! $11시!! ! !! 그깟#! @!!]“아니. 그깟 카드 게임이라니. 소울 커맨더스를 누가 그깟 카드 게임이라고 해.”
보아하니 신하연의 엄마는 소울 커맨더스를 그냥 카드게임 정도로만 인식하는 듯 보였다.
다행이다. 이 미쳐버린 세상에도 정상인이 한 명쯤은 있구나.
마음 한 구석에서 따뜻함이 퍼져올랐다.
“알았어. 들어갈게. 소리 좀 그만 질러.”
삑.
일방적인 구타나 다름없는 전화통화가 끝나자 신하연이 진 빠진 얼굴을 해 보였다.
“저는 이제 들어가봐야 될 것 같아요. 방학이라서 집에 들러야 되거든요.”
“아아. 정말 안타깝구나.”
전혀 안타까워하지 않는 내 얼굴을 바라본 신하연이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떠났다.
마침내 드디어 나는 혼자가 됐다. 나는 시계를 확인했다. 11시 05분. 이제 슬슬 움직여야 한다. 곧 12시. 「구룡보등」의 메인 이벤트인 경매가 시작될 시간이었으니까.
구룡보등은 아홉 구획이다. 일곱 속성과 무속성 구획을 합하면 여덟 구획.
그리고 나머지 한 구획은 경매 구역이다. 나는 남겨진 포인트를 확인하며 구룡보등의 아홉 번째 구역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
“이제 슬슬 시작이로군.”
변조된 목소리가 방을 울렸다. 이번 모임의 소집자이자 「매듭」중 한 명인 죽림竹林이다.
“그보다. 멤버가 여덟명이나 모일 필요가 있어?”
“이번 출품 물품들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거지.”
「고르디우스」들의 멤버가 여덟 명이나 모인 것은 꽤나 이례적인 일이다. 남철연은 다른 멤버들의 면면을 확인했다. 평단원이 아닌 「매듭」이 자신 말고도 두 명이나 더 있다.
구룡보등의 경매 물품들을 터는 것은 위험부담이 너무 큰 일이다. 때문에 그녀는 그다지 이번에 참여하고 싶지 않았다. 「새벽녘」이 지난 번 추적의 빚을 들먹이는 통에 참여는 했지만.
“노려야 할 물품들은?”
“총 네 종이다. 두 명씩 조를 짜 한 가지씩을 탈취하면 된다. 각자가 탈취할 물품을 메시지로 보내 놨으니 각자 확인하도록.”
[탈취 물품 : 「침묵의 암격」부스터 팩 5개.] [멤버 : 강철, 새벽녘]강철은 남철연의 코드명이다. 아무거나. 라는 말에 새벽녘이 금속 덱이니까 강철로 하자. 라고 말한 이후로 그녀는 강철이 되었다.
그녀는 가끔 그때 ‘아무거나’라는 대답을 한 자신을 후회하고는 했다.
“···물건 하나를 얻는데 매듭이 두 명이나 붙을 이유가 있나?”
“탈취해야 하는 물품들 중 가장 가치가 높기 때문이겠지.”
새벽녘이 어느 순간 다가와 이야기했다. 새벽녘의 말도 틀린 것은 아니다. 그들을 우두머리인 「제왕」에게 필요한 어둠 속성. 그것도 미발매 팩이 다섯 개.
물론 자신들만 이 팩을 노리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현일이 수장으로 있는 아카데미 측도 침묵의 암격을 노리고 있을 터.
이 팩에 들어있는 카드의 유출목록이 맞다면··· 「집행자」측에 이 팩이 들어가기라도 하면 골치가 아파진다.
“물론 놈들은 정정당당하게 경매로 낙찰받을 수밖에 없을테지만.”
자신들은 그럴 필요가 없다. 복잡한 매듭을 풀기 위해 필요한 것은 지혜가 아니다. 필요한 것은 과감성.
정부의 개로 일하는 집행자들은 자신들처럼 물건을 탈취할 수 없다.
‘그러니. 우리가 압도적으로 우세하다. 게다가···.’
남철연은 옆에 서 있는 새벽녘을 바라봤다. 매듭의 끝자락에 얼마 전에 들어온 자신과는 달리 새벽녘은 꽤 오랜 시간동안 고르디우스의 매듭으로 살아왔다.
그의 덱인 「손님」은 정말로 강하다. 고르디우스의 멤버 가운데에서도 새벽 녘을 이길 수 있는 멤버는 손에 꼽을 지경이니까.
‘뭐. 손 놓고 구경해도 되겠네.’
집행자의 인간들은 지난 번 「게이트」를 막느라 꽤 많은 수가 전력 이탈 상태. 거기에 추가적 발생을 막아내고 있으니 가용 가능한 전력은 한계가 있다.
그러니 침묵의 암격은 자신들의 것이다.
특별히 변수가 없는 한 말이다.
***
“흐아암.”
나는 하품을 쩍쩍 내뱉으며 경매권을 샀다. 가장 낮은 등급인데도 500p나 한다. 경매권이 꽤나 비싸기는 하지만 그걸 낼 만한 가치는 있을 것이다.
최저 등급, 가장 뒷좌석, 가장 낮은 등급의 경매석에 앉아 나는 목을 꺾었다.
「천화」, 「지화」, 「인화」로 구성된 세 개의 등급중 가장 낮은 인화 경매장.
물론 나오는 물건들도 변변찮은 물건들이다.
[아, 이번에 나온 물건은 「옥장판」카드입니다.]앉아서 종종 조는 사람들. 좌석에서 계속 왔다갔다하는 사람들. 그리고 별 것 아닌 카드들. 사실 경매장이라기보다는 시장판에 더 가까운 분위기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기에 계속해서 앉아 있었다. 천화나 지화에 갈 돈이 있었더라도 인화 경매장에 왔을 것이다.
여기에서 반드시 먹어놔야 하는 카드가 있었으니까.
[자. 다음 경매품은 37번째 경매품입니다.]「구룡보등」의 경매에서 나오는 카드들은 랜덤성이 짙지만 꼭 나오는 카드들이 몇 있다. 그 중에서 첫 번째 구룡보등의 두번째 날 경매. 37번째 나오는 카드인···
[이번 경매품은 ‘의식 단검’입니다!]+
【의식 단검】
【3 mana】
【무無 속성】
【적에게 피해를 1 줍니다.】
+
의식 단검.
“와. 해도 너무한 쓰레기네.”
“진짜 별 쓰레기같은 카드가 참 많긴 해.”
“저딴 걸 경매에 내놓은 놈은 누구냐? 저딴 게 팔릴 거라고 생각한 건가?”
별별 카드들을 다 사는 중이던 사람들에게서도 야유가 터져나왔다. 3마나라는 마법 치고 비용이 높은 코스트를 지불하는데도 상대에게 피해를 1밖에 주지 않는 마법.
어린아이라고 해도 이 카드가 전혀 쓸모없다는 것을 알아차릴 것이다.
하지만 이 카드의 진면목은 보여지는 것만이 아니다.
「의식 단검」은 실제의 소울 커맨더스. 그러니까 지구의 소울 커맨더스에는 존재하지 않는 카드다. 「소울 커맨더스 아카데미」에 존재하는 오리지널 카드.
그리고···이 카드의 효율은 보이는 것 이상이다.
반드시 구해야 하는 카드인 동시에, 최대한 빨리 구해야 하는 카드이기도 하다.
나는 조용히, 그리고 확실하게 내 번호판을 들어올렸다.
“400포인트.”
[14번! 400포인트 나왔습니다. 이 특이한 카드의 주인이 되실 다른 분 없습니까? 400포인트, 400포인트, 400포인트. 축하합니다!]나이스. 나는 주먹을 움켜쥐었다. 의식 단검을 얻었으니 볼 일은 끝났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바깥으로 나와 낙찰받은 의식의 단검을 수령했다.
한푼두푼 모은 퀘스트로 얻은 카드다. 기분이 좋아진다.
잠깐.
그보다, 나. 히든 퀘스트 깨서 5팩 받지 않았나?
수령은 언제 되는 거지?
띠링!
「이전에 얻은 랜덤 카드팩x5의 발급이 완료되었습니다.」
「발급 카드팩 : 「침묵의 암격」x5 」
「카드팩을 수령하시려면 화살표를 따라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