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d Academy 1st Hit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182
놈은 교환비가 좋은 카드들을 두어 번 내더니 그대로 핸드를 홀드한 채 턴 엔드만 외쳐대고 있었다.
“멍청하기는. 그런 방식의 듀얼이 아래쪽 층계까지는 먹혔을 지 모르지만 여기서는 그런 방식 따위는 먹히지 않는다!”
그냥 턴 엔드만 하면서 더럽게 시끄럽네. 아무리 그래도 지금까지 시끄럽던 놈들은 최소한 뭘 하면서 주저리주저리 지껄였는데.
협상의 대가인 내가 참아야지.
[당신의 턴입니다.]“…필드가 고착됐군요. 놈들이 승천자들에게 어떻게 하는지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비겁하기 그지없는 놈들입니다.”
타우리엘이 중얼거렸다. 너희도 반대 상황에서 시간지연 겁나게 하다가 이 상황이 온 거잖아. 똑같이 시간지연을 하는 탓에 이따위 상황을 만들어 놓은 주제에 내로남불 하고는.
나처럼 타인에 대한 잣대가 자신에게 대는 잣대가 완전히 같은 모범적인 사람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언행이다.
“비겁하건 말건, 곧 이 성전은 끝날 테니 걱정하지 마.”
“대체 무슨 수로 끝낸다는 거죠?”
“협상을 통해서.”
“…악마들 따위와는 협상하지 않습니다.”
“그건 네 생각이고. 나는 패에서 「차원 귀환」을 발동.”
나는 패에서 드디어 들어온 마나 무한 콤보를 발동했다. 지난 번에는 잘만 잡히더니, 이번에는 콤보가 잡히는 데 한참 걸렸다.
탑에 오고 나서 처음으로 다시 열린 차원의 문.
“뒤이어, 「시간용 자르카날」을 반복해서 희생.”
콰과과과과!
끔찍한 소리와 함께 「자르카날」이 차원문에 갈려 사라졌다. 언제 봐도 자르카날이 사라지는 건 쾌감이 좋단 말이지.
집에 돌아가면 「시간용 자르카날」한 천 장쯤 구해 놓고 아침마다 한 장씩 찢어야겠다.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
【시공의 차원문】
【이 카드는 다른 카드의 효과를 받지 않습니다.】
【마나의 한계가 사라집니다.】
【패에서 카드를 제외합니다. 제외한 카드의 마나만큼 마나를 얻습니다.】
+
“…저 콤보는…?”
“사기나 다름없는 콤보로군.”
“저런 게 허용되다니.”
“거기에 무기도 봐.”
“말도 안 되는 능력치로군.”
게임 플레이가 끝난 악마들과 천사들이 갤러리를 만들고 내 주변에 모여들어 있었다.
“하지만 그래봤자지.”
“맞다. 이 「성전」은 유한한 존재가 버텨낼 수 있는 전쟁이 아니니까.”
“뭐래.”
나는 귀를 후볐다. 나는 경기 중에 웬만하면 갤러리의 반응에 나쁘게 호응해주지 않으려는 쪽이다. 팬이건 내 안티팬이건 나를 보러 와 준 사람들이니까.
근데,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놈들은 사람이 아니란 말이지.
“저 놈이 코웃음을 친 건가?”
“영원히 살지도 못하는 놈 주제에!”
“그래. 난 영원히 못 산다. 근데. 뭐 어쩌라고.”
인간의 삶은 길어 봤자 120년이다. 내 경우에는 원래 세계로 돌아가면 1년짜리 시한부 인생인 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사람의 인생이 부럽진 않다. 영원을 살 수 있다는 가능성도 마찬가지다.
듀얼은 얼마나 길게 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얼마나 ‘멋진’ 듀얼을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그 영원히 못 사는 놈이 지금부터 뭘 하는지. 똑똑히 봐 두도록.”
나는 패에서 「마나 저장고」를 꺼내들었다.
+
【마나 저장고】
【5 mana】
【지속물】
【지난 턴에 사용하지 않은 마나를 비축합니다.】
+
[현재 마나 : 76/∞]“어차피 남아 도는 마나를 비축해서 뭘 하겠다는 거지?”
“어차피 필드도 모조리 사라져서 빼앗아 올 소환수도 없고, 본체도 공격할 수 없는 상황인데 말이야.”
“마나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으니까. 턴 엔드.”
[스톨라스의 턴입니다.]“쓸 데 없는 짓을 하는구나. 네놈이 발버둥치는 꼴을 조금 더 지켜보도록 할까.”
번역하자면 ‘할 거 없으니 턴 종료하겠습니다.’다.
이 순간에 뭔가 카운터 카드를 쓸까 싶어서 필드를 락 걸어놓은 건데, 반응을 보아하니 그럴 생각도 없는 모양이다.
그러면 계속 빌드업을 하는 수밖에.
마나를 계속해서 쌓을 수 있다는 건 좋은 거다.
“나는 「마나 비축법」을 발동.”
+
【마나 비축법】
【15 mana】
【마나를 2배로 만듭니다. 내가 마법을 사용할 때마다 비용이 1씩 줄어듭니다.】
+
「마나 비축법」카드는 보통 미라클 덱에서 「마나 비축법」의 자체적인 마나를 줄인 다음 콤보에 사용하고는 하는 카드지만, 지금의 나는 마나 1,2정도쯤은 마구 쓸 수 있는 상태이니만큼 그냥 마음놓고 사용했다.
“그리고 「마법석 재활용」을 발동해서 「마나 비축법」을 핸드로 샐비지.”
나는 샐비지해온 「마나 비축법」을 다시 발동했다.
고오오오!
필드에 나와 있는 마나 저장고가 터질 듯이 부풀어올랐다. 70 정도에 불과했던 마나가 순식간에 300에 가까운 수치까지 부풀어올랐다.
“저…저거?!”
“뭐야!”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 거지?”
아직 놀랄 때 아닌데. 나는 묘지의 카드를 재활용하는 샐비지 카드들을 계속 「마나 비축법」에 사용해서 마나를 펌핑했다.
고오오오오!
“대체 언제까지 마나를 부풀리려는 거야?!”
“마… 말도 안 돼…!”
[현재 마나 : 1,227,668/∞]100만이라.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수치다.
“그…그래 봤자 아무 쓸모없는 짓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마나라는 것은 한 듀얼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것! 곧 마지막 턴이 돌아온다!”
나는 「성전」의 듀얼의 마지막 턴을 나타내는 표식을 바라봤다. 표식에 남아 있는 숫자는 1.
가까스로 시간에 맞췄다.
“마지막 턴이 돌아오긴 하겠지.”
“그래! 한 턴의 시간은 유한하다!”
“그거야, 보면 알겠지.”
사르르륵!
턴 종료를 알리는 모래시계가 바닥으로 떨어져내리고 있었다. 곧 턴이 종료되는데 뭘 할 수 있느냐는 표정.
주변의 시선에 의문이 깃든다. 구질구질하게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
이제부터 갤러리들도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눈으로 보게 될 테니까.
“나는 패에서 「부메랑 투척」을 발동.”
+
【부메랑 투척】
【8 mana】
【내 무기를 희생합니다. 희생한 무기는 남은 마나 수치의 횟수만큼 적에게 튕깁니다.】
+
내 손에 들려 있던 「신살검」이 앞으로 쏘아졌다.
그리고 동시에 모래시계의 마지막 모래가 바닥으로 흘러내렸다.
터엉!
[당신의 턴이 종료되었습니다.]“하! 머저리같은 놈! 내 필드에는 어떤 공격 대상도 남아 있지 않다!”
“그건 네 생각이고.”
콰드드득!
놈의 예상과는 달리, 「신살검」이 공격할 수 있는 대상은 하나가 더 남았다.
바로 적. ‘스톨라스’다.
푸화악!
“크아아아악!”
스톨라스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나왔다. 오, 생각보다 더 아픈 모양이다. 그러면 협상이 좀 더 빨리 끝날지도.
“이…이 자식이! 무슨 짓을 한 거냐!”
“무슨 짓을 하기는.”
쉬리리릭!
내가 던진 신살검이 멋지게 공중제비를 돌며 스톨라스를 향해 다시 낙하했다.
푸확!
다시 튀어오르는 핏줄기.
[남은 부메랑 횟수 : 1,227,659]“이…이게 무슨?!”
“「성전」에서 각자의 듀얼리스트들은 공격 대상이 되지 않을 텐데?!”
푸확! 푸푸푸확!
스톨라스의 몸에서는 계속해서 피분수가 튀어올랐다. 하지만 스톨라스는 쓰러지지 않았다.
바닥에 터져오른 핏줄기가 스톨라스의 몸으로 다시 스며들었다. 「성전」은 듀얼 중인 듀얼리스트의 죽음을 허락하지 않는다. 룰 효과로 계속해서 몸이 회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체 어떻게 스톨라스를 공격한 거죠? 성전에서의 듀얼리스트는 공격 대상이 되지 않을 텐데요.”
“정확히는 공격 대상이 되지 않는 게 아니라, 공격으로는 파괴되지 않는 것 뿐이지.”
“그게 무슨 말이죠?”
타우리엘이 눈을 깜빡이며 물어왔다. 설명하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지금은 시간도 꽤 많이 남으니 설명을 좀 해 볼까.
“듀얼 룰 「성전」에서의 듀얼리스트들은 효과 「무적」과 「은신」, 「대상 지정 불가」와 「무한의 회복」이 합쳐져 있는 상태로 존재한다.
이 효과들은 룰 효과라서 「신살검」으로 지워낼 수는 없지만, 완전히 듀얼 바깥에 존재하는 게 아니라는 말이지.”
“그게 공격당하지 않는 거잖아요.”
네가 내 학생이었다면. 방금 발언으로 일주일간 면담듀얼 확정이었을 텐데.
“보시다시피, 그런 효과따위는 모조리 무시하는 카드가, 이 세상에는 있거든.”
「신살검」의 효과는 이러한 공격불가 효과들 따위는 무시하고 공격대상을 지정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지금 스톨라스가 공격대상으로 멋지게 피분수를 뿜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래 봤자잖아요. 곧 스톨라스의 턴이 올 텐데….”
“소울 커맨더스에서 턴은 몇 개가 있냐?”
“그거야 내 턴, 상대 턴. 두 개잖아요.”
얘가 우리 학생이 아니라서 다행이다.
“소울 커맨더스의 턴은 내 턴, 타인의 턴, 그리고 턴 사이의 잔여 플레이 진행 턴. 세 개로 구성된다.”
잔여 플레이 진행 턴은 누구의 턴에도 속해 있지 않은 여분의 턴이다. 구태여 따지자면 이전의 플레이어의 턴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잔여 플레이 진행 턴이 있는 이유는 카드의 ‘효과 발동 시간’ 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턴의 모래시계가 모두 떨어지기 직전의 카드를 발동하기 위한 시간이 바로 이 잔여 플레이 진행 턴이다.
이 시간 동안은 이전의 플레이어가 실행한 마지막 카드가 발동 완료를 마무리한다.
보통은 이펙트가 나오면서 몬스터 한둘 쯤 터트리는 효과가 나오는 게 끝이다. 길어야 대충 5~6초정도쯤?
하지만 그보다 조금 더 긴 경우도 있다.
푸확!
푸확! 푸화악!
[남은 부메랑 횟수 : 1,227,6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