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d Academy 1st Hit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183
“…지금처럼 백만 번의 이펙트가 남는 경우라던가.”
“크아아악!”
스톨라스가 도망쳐보려고 했지만 듀얼 필드의 효과는 절대적. 항복 선언도 없는 「성전」에서 도망칠 방법은 없다.
“이 「부메랑」덱은 내가 처음 심장을 막아내기 위해서 구상했던 덱 중 하나다.”
“…심장을요?”
“그래.”
심장이라는 말에 주변의 분위기가 한층 싸늘해진다. 경외와 공포가 주변에 깃든다. 층계가 높아서 그런가, 심장에 대한 공포심이 여과없이 나오는구만.
“확실히…이 덱이라면 「심장」을 막을 수 있겠군요.”
“근데 이 덱은 실패작이야.”
“왜죠?”
“몇 번 굴려 봤는데, 운 좋아 봤자 부메랑 튕기는 횟수를 6000억 번 정도쯤밖에 못 올리더라고.”
“…6000억 번이면 충분하지 않나요?”
“뭐래. 부메랑은 0.5초에 한 번 튕겨. 6000억 번이면 끽해봐야 1만년밖에 안 돼.”
내가 목숨을 바치는 댓가가 겨우 심장을 1만년 괴롭히는 것밖에 안 되다니.
그딴 불합리한 교환을 내가 할 리가 없잖아.
푸확! 푸화아악!
내가 여유롭게 갤러리들, 그러니까 천사와 악마들에게 덱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는 동안에도 여전히 스톨라스는 피를 튀겨대고 있었다.
“젠장! 젠자아아앙!”
악마들은 고통을 받지 않는 듀얼 환경에서 살던 존재다. 제대로 된 데미지를 입는 건 아마도 처음일 거다. 생각보다 훨씬 더 아프다. 나도 처음 듀얼할 때 눈물 날 뻔 했었으니까.
“끄아아아!”
스톨라스의 손은 계속해서 항복 버튼을 눌러대고 있다. 미안하지만 성전 듀얼에서 항복은 금지되어 있다.
100만번이라. 영원에 비교하면 얼마 되지도 않는 시간이다. 하지만 100만번 고통받는다면 이야기는 좀 달라지지.
놈은 완전히 내 덫에 걸려든 것이다.
이제 협상의 주도권은 완전히 나한테 넘어왔다.
“대체 나한테 바라는 게 뭐냐아아아!”
“딱히 바라는 거 없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난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말이지.”
“그, 그게 무슨 말이냐!”
“잘 생각해 봐.”
나는 구태여 「카드화」로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다는 조언을 하지는 않았다. 제대로 악마들에게 눈도장을 찍어 놔야 다음 「카드화」에 대한 판단이 빠르게 될 테니까.
역시 내 방식의 협상법은 언제나 잘 통한다.
협상을 잘 하려면 상대를 배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배려의 첫걸음은 상대방에게 선택지를 주는 것이다.
이번의 경우에는 카드화를 할지, 계속 고통을 받을지의 이지선다였지.
“카, 카드화! 나는 「카드화」를 통해 네게 종속되기를 원한다!”
스톨라스가 완전히 「카드화」가 되는 것을 선택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가짐을 가진 덕분일까.
내 생각보다 50분이나 일찍 스톨라스는 카드화를 선택했다.
역시 사람은 착하게 살고 볼 일이다.
##탑#6+7 (4)
[말도 안 돼.]라르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멍하니 허공을 응시했다.
“아니. 내 덱에도 넣을 자리 없다니까?”
“누구한테는 넣을 자리 있나.”
“그러면 그냥 버리고 진행하죠?”
“그래도 명색이 「탑주」잖아.”
“그러면 네 덱에 넣던가.”
‘꿈인가?’
자신을 가지겠다고 싸우는 것도 아니라, 서로에게 가져가라고 말싸움을 하고 있다니.
만약 이것이 꿈이라면 무저갱의 악몽이다.
“그럼. 그렇게 결정하는 걸로.”
“…알았어.”
눈 앞에서 들으라는 듯이 카드화할 라르에 대한 이야기를 두런두런 나누던 파티의 대화가 어느 순간 멎었다.
‘드디어, 나를 얻을 듀얼리스트가 정해진 것인가 보군.’
저 무지몽매한 인간들도 자신을 덱에 넣는 순간부터는 얼마나 자신이 대단한 존재인지 알게 될 터.
그 때 가서 후회해 봤자 다른 놈들의 덱에는 절대 들어가지 않으리라.
“저….”
[뭐냐. 인간.]라르에게 말을 건 신하연은 잠시 몸을 꿈지럭거렸다.
[그래. 네가 나를 덱에 넣을 듀얼리스트인가 보군. 「물」속성이라. 나와 상극이지만 상극인 만큼….]“그, 죄송하지만 라르님은 제 덱에는 안 들어갈 거에요.”
[그러면? 다른 파티원인가? 부끄러움이 있는 듀얼리스트인가보군. 상관없다. 나의 진가를 알아보는 자라면 얼마든지 나를 덱에 넣는 영광을 줄 테니까.]“라르님. 죄송하지만 저희 파티에는 라르님을 넣을 듀얼리스트가 없어요.”
라르의 부리가 천천히 벌어졌다. 충격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받은 표정이었다.
[말도 안 돼.]라르의 눈에서 천천히 닭똥같은 불꽃이 흘러내렸다. 자신이 어디에서 이런 모멸감을 받았던가. 「심장」과 싸우기 위해서 필멸의 존재가 되는 것까지도 받아들였건만 이런 취급이라니.
툭, 투툭!
라르의 눈물에 신하연이 당황스러운 표정이 되었다. 상처받을 것이라고는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울 것까지는 없지 않은가.
“우, 울지 마세요. 울어도 덱에는 못 넣어 드려요. 덱 파워란 게 얼마나 중요하다고요.”
[이몸을 넣으면 덱 파워가 내려간다는 건가?]“잘 아시네요. 그러니까 안 좋은 카드란 건 아니고 쓰기가 좀 애매하다는 말이죠.”
[그게 안 좋은 카드란 말이잖아!]화르륵!
라르가 불타오르건 말건 신하연은 자기 덱에는 라르를 넣을 생각이 없었다.
자존심이 상한 라르는 부리를 깨물었다. 이렇게 된 이상 무슨 수를 써서라도 놈들의 덱 어딘가에는 끼워 들어가고 말리라.
[좋다. 그렇다면 이건 어떤가?]“뭐가요?”
[「카드화」라는 것은 능력치가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조금 힘을 억제하면 카드화를 했을 때에 마나 소모량이…]“줄어들 수 있다는 말이죠?”
[카드의 비용은 내 힘이 얼마나 막대한 것인지 보여 주는 것. 본래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쓸데없이 마나코스트만 높으면 쓰레기카드 되기 딱 좋다고 강사님이 매일같이 말했는데.”
[…아무튼! 이 몸이 미천한 너희를 위해서 특별히 양보를 해 주도록 하마!]“그래서 효과가 어떻게 되는데요?”
[불사조 라르가 자신의 힘을 내보입니다!]+
【불사조 라르】
【중립】
【9 mana】
【유언 : 죽을 때마다 부활합니다. 부활할 때마다 능력치가 -1/-1이 됩니다.】
【9/9】
+
모두의 눈 앞에 라르의 효과창이 떠올랐다.
“와아! 이 정도면 좋은 것 같아요!”
“그러게.”
“이 정도라면 많이들 쓰겠지.”
[이제야 이 몸의 진면목을 알겠느냐! 미천한 놈들아!]주변에서 터져나오는 칭찬에 라르가 가슴의 깃털을 크게 부풀렸다.
[자! 그러면 이제 누가 이 몸을 가져갈 테냐!]가슴을 부풀리던 라르가 호기롭게 물었다.
그러나 라르의 질문에 대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직도 애매해.’
‘저 정도면 대체 카드가 얼마나 많은데.’
‘내 덱에는 고코스트 소환수 안 쓴다고.’
영혼 없는 호응을 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라르를 쓸 생각은 아무도 갖지 않았다.
이미 전익현과의 듀얼로 닳을대로 닳은 파티원들은 덱에서 카드간의 연계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자각하고 있었다.
카드와의 유대감이 높은 상태라도 쓰지 않을 것 같은 효과.
[이! 이익! 그러면 이건 어떠냐!] [「불사조 라르」의 마나가 8로 감소합니다!]“…….”
[「불사조 라르」의 마나가 7로 감소합니다!]「불사조 라르」의 마나가 6으로 감소합니다!]
…
신하연은 문득 자신들의 모습을 바라봤다. 탑주인 라르가 능력치가 별로라고 면접을 보고, 능력치를 협상하고 있다니.
‘이건 좀 심했나.’
신하연은 조금은 반성했다.
지금 자신들이 하고 있는 짓은 아무리 전익현이라도 하지 않을법한 악랄한 짓이었으니까.
* * *
“다음.”
“네! 저는 기호 68번 벨리알입니다!”
“본인 능력 어필.”
“네! 저는 무제한 바운스 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호오. 바운스 효과는 좋은 효과지. 효과 내성 효과가 있는 카드들도 바운스에 대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그 정도라면 꽤 기대해 볼만 하겠어.”
“가, 감사합니다!”
‘이게 맞는 걸까.’
타우리엘은 벨리알이 쭈뼛거리는 모습을 하며 칼같이 고개를 숙이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앞에서 여유만만한 표정으로 다리를 꼬고 앉은 인간은 지금 악마들을 상대로 ‘면접’인가 뭔가하는 것을 진행하고 있었다.
말로 듣기로는 인간들이 기업에 들어오기 위해서 하는 중요하기 그지없는 절차라나.
“아니, 효과가 이게 뭐야! 똑바로 안 해?”
“그, 그게….”
다음으로 들어온 삭혈의 악마, 하겐티는 전익현의 말에 땀을 뻘뻘 흘려댔다.
평소같으면 미천한 인간이니 뭐니 지껄였겠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왜. 싫으면 듀얼 한 번 하던가?”
“아닙니다!”
전익현에게 저항해 보려고 덤벼든 악마 넷이 처참하게 당해 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 판에서 전익현이 보여줬던 ‘듀얼 시그니쳐’.
[듀얼]전익현이 장난스레 내뱉었던 ‘듀얼’ 이라는 한 마디에서 피어올랐던 듀얼혼의 오오라는…
‘악마들 전부. 아니, 6,7층의 모든 존재들을 합쳐도 상대할 수 없을 게 뻔한 오오라였어.’
전익현의 듀얼혼을 정면으로 마주한 악마들은 순한 양이 되었다.
그들이 바라는 것이라고는 조금이라도 편하게 전익현에게 카드화를 당하는 것뿐.
‘그래도, 그는 정의의 편이다.’
미우나 고우나 그는 「빛」의 편에서 악마들을 말살하고 있는 듀얼리스트였다.
카드는 필연적인 인과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그가 「빛」의 층계에 들어선 것은….
‘…그가 본질적으로는 선한 인간이기 때문이겠지.’
“자! 다음!”
“헤헤, 전익현 님. 이 카드 받으십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