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d Academy 1st Hit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184
“오오, 이건 「타락의 쇄도」로군. 이렇게 귀한 카드를 나한테 줘도 되나?”
“아, 받으셔도 됩니다요. 헤헤헤. 이 카드도 저같이 미천한 악마 놈이 쓰는 것보다는 전익현 님 같은 위대한 듀얼리스트가 쓰는 것을 더 기뻐할 겁니다요.”
‘…아, 아마… 선한 사람일 거야….’
악마에게서 카드를 삥뜯고 있는 전익현을 바라보며 타우리엘은 자신의 신념을 유지하려 노력했다.
카드와 듀얼혼의 인과는 절대적.
그러니 그는 선한 사람이다.
…아마도.
“그런데, 덱에 카드는 두 장이 들어가잖아?”
“그, 그렇지요.”
“근데. 지금 나한테는 「타락의 쇄도」가 한 장 밖에 없군. 이래서야 「쇄도암흑」덱을 짠다고 해도 덱 파워가 제대로 나오지 않겠어.”
“하, 하지만 저는 「타락의 쇄도」가 한 장밖에 없습니다요! 정말입니다요!”
“흐음. 착한 악마라면 여기서 다른 모든 카드들을 처분해서라도 「타락의 쇄도」를 구해 온다고 했을 텐데. 살짝 실망이야.”
“…….”
「타락의 쇄도」를 건냈던 악마는 눈으로 무시무시한 눈빛을 쏘아냈다. 그가 욕을 입 밖으로 내뱉지 않은 것은 자신이 느끼고 있는 감정을 도저히 언어로 변환할 수 없었기 때문이리라.
“뭘 봐. 너도 천천히 죽고 싶냐? 너도 두어시간 부메랑 맞게 내버려두다가 카드화 받아줘?”
“아, 아닙니다요!”
“처신 잘하라고. 알겠냐?”
“알겠습니다!”
타우리엘은 천사였다. 누구보다 이 세계의 법칙에 가까운 자. 카드의 율법과 창조자들에 대해서 흔들림이 없이 믿는 듀얼의 사도.
그러나, 협박을 내뱉는 전익현을 바라보며 타우리엘은 의심했다.
혹시, 창조자들이 죽은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
그리고 만에 하나 창조자들이 죽은 것이 아니라면.
“그건 그렇고, 준 카드랑은 별개로 카드화 면접은 공명정대하게 볼 테니 걱정 말도록! 믿어도 좋아! 나는 공명정대를 인생 모토로 삼는 사람이거든!”
“…….”
창조자들이 정말로 존재하는데도 저런 마물을 세상에 내버려두는 것이라면.
창조자들은 악한 것이다.
* * *
[마지막 악마가 사라졌습니다.] [「성전」이 종료됩니다.]“생각보다 별 소득은 없었네.”
나는 마지막으로 카드화가 끝난 「보티스」를 카드 프로텍터에 넣으며 중얼거렸다.
카드화는 것은 역시나 별로다. 면접으로 최대한 쓸모 있는 효과를 강요했는데도 이 정도다.
카드화가 되는 놈들은 이놈이고 저놈이고 마나 코스트가 높고 효과가 복잡하면 좋다고 생각한단 말이지.
시간을 들였는데도 쓸만한 건 「디아블로」, 「메피스토」, 「바알」정도가 끝이다. 그마저도 PVP 듀얼 환경에나 조금 쓸모있지 내가 목표로 삼고 있는 심장 공략에는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 녀석들이고.
“성전이 끝났군요. 승천자여. 당신의 도움에 감사를 표합니다.”
쓸모 있는 카드화 카드를 얻으려면 아무래도 절대적인 카드화를 많이 해야 한다.
예를 들면 여섯 번째 층계를 차지하고 있는 72천사도 카드화하면 쓸만한 카드를 얻을 확률이 두배가 되겠지.
“…그런데, 왜 불길하기 그지없는 눈으로 저를 쳐다보시는 거죠?”
“그냥. 네 효과는 어떤지 궁금해서. 조금 궁금해서 그러는데, 효과만 살짝 귀띔해줄 수 있어?”
“저, 저는 효, 효과 별로입니다! 덱에 넣어도 아무 쓸모가 없으실 거에요!”
내 대답에 타우리엘이 정색하며 반응했다.
“야. 농담이야. 농담. 설마 내가 너희들까지 죄다 카드화를 하려고 하겠냐?”
“농담이라기엔 눈이 전혀 웃고 있지 않은데요.”
농담을 농담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다니. 사람이 이렇게 진지하게 살아서야 사회생활을 어떻게 할지 벌써부터 걱정이 된다.
“자. 이제 72악마는 끝났으니 계단 하층의 공략은 끝났구만.”
“…그렇군요. 이토록 전쟁이 빠르게, 완벽하게 끝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만.”
“삶이란 건 본래 상상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우리들에게 선물을 주는 법이거든.”
내가 작정하고 멋진 말을 던졌는데도 타우리엘은 애매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굳이 묘사를 하자면 핵폭탄이 떨어진 날 핵폭탄을 개발한 물리학자가 지었을 표정이랄까. 아주 약간의 환희. 그리고 공포, 절망, 허무감이 뒤섞인 표정.
사람을 보고 저런 표정을 짓다니. 예의라고는 밥 말아먹은 천사로군.
“아, 아무튼 저희의 「성전」이 끝났습니다. 남은 것은….”
“가장 위층의 「탑주」들 뿐이라는 거지?”
“…맞습니다.”
여섯 번째, 일곱 번째 층계의 「성전」 과는 별개로 진행되는 최상층의 탑주간의 싸움.
그것만 처리하면 「심장」을 제외한 탑 공략은 완전히 끝이다.
##탑#6+7 (5)
쿠르릉.
탑의 심부에서 낮은 진동음이 퍼져올랐다. 존재해서는 안 될 ‘이우주’라는 인간을 이 세계에 만들었던 패널티가 부여되었던 심장의 둔화가 풀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우주」의 소환으로 받았던 패널티가 해제됩니다.]심장은 세계를 관조했다.
[플레이어 「전익현」이 플레이 중입니다.] [「전익현」의 현재 위치 : 7번째 층계 상부]전익현은 멀쩡하게 살아 있었다. 심장은 믿을 수 없었다. 또다시 실패다. 게다가 전익현은 지금 탑의 마지막 층계에 올라와 있었다.
전익현이 마지막 층계까지 오르는 데 불과 1년도 걸리지 않은 것이다. 보통의 듀얼리스트라면 마지막 층계에 오는 것도 대부분은 실패했다. 프로들조차도 3년을 거의 꽉 채워야만 도달할 수 있는 층계가 바로 이 장소였다.
그런데 대체 저 전익현이라는 인간은 무엇을 하는 존재라는 말인가. 이 세계는 심장 자신의 전장이었다. 불가해한 힘을 가지고 불가능한 것을 이룩하며 지금까지 침입하는 모든 플레이어들을 처치해왔다.
그 어떤 인간도 자신을 이길 수 없다고 확신했었다. 최소한 지금까지는 그랬다.
지금은 확신할 수 없었다. 오히려 이제는 인정해야만 했다.
전익현이라는 인간이 자신의 연산능력 바깥에 있는 괴물중의 괴물이라는 것을.
[판단을 수정합니다.]심장은 이제 자신이 이길 수 있다는 확신마저도 떨쳐냈다. 심장은 전익현이 방금「성전」에서 보여준 듀얼을 관조했다. 놈이 보여준 덱은… 자신을 1만년은 족히 가둘 수 있는 봉인이었다.
그리고 그런 덱을 주저 없이 탑 내부에서 보여줬다는 것이 의미하는 것은 단 하나.
그보다 긴 시간을 자신을 막아낼 수 있는 덱이 있다는 뜻이다. 1만년이 아니라 10만년, 100만년, 혹은… 영원까지도.
심장은 신음하듯 전율했다.
이제는 세계를 멸망시킬 수 있는지 없는지의 문제가 아니다.
‘전익현’이라는 인간을 죽일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
그 바깥의 것들은 모조리 부차적인 것이다.
이우주에 대해서 대책을 세우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은 물론 ‘이우주’에 대해서 정보를 모으는 것.
꿈틀! 꿈틀!
[폴더/개발자 내부의 개발자들을 호출합니다.]촤아아악!
심장의 혈관에서 피가 튀겨나왔다.
[치프 개발자/ 밴 브라이언을 소환합니다.] [총괄 밸런싱 프로듀서/ 오소미츠 타카나시를 소환합니다.]“크으음.”
터져나온 핏덩이에서 만들어진 밴 브라이언이 머리를 짚었다. 그는 좌우를 돌아보더니 빠르게 상황을 파악했다.
“여긴…?”
타카나시의 경우에는 반응이 한층 느렸다. 심장은 타카나시가 정신을 차리는 순간을 차분히 기다렸다.
눈 앞에 있는 두 명은 이 세계를 만드는 데에 가장 깊게 관여했던 사람들인 동시에 「소울」사에서 가장 오랫동안 일해왔던 인물들이다.
심장은 이 둘을 추궁하는 것부터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심장이 묻고 싶은 것이 있어 합니다.]“보아하니. 일이 잘 안 풀리는 모양이군. 네놈이 하는 일이 안 풀린다는 건….”
“듀얼하는 혼돈. 이우주. 그 괴물이 온 모양이군.”
이우주라는 이름에 둘은 동시에 웃음을 터트렸다. 남이 엿 먹는 것, 특히나 자신들을 억류하고 있는 자가 엿 먹는 것은 그 쾌감이 남다른 법이니까.
“이우주가 하는 짓을 보고 맨날 욕만 했는데. 남 엿 먹는거 보니 쾌감이 남다르군.”
“내가 이우주 때문에 한 잔업 시간만으로도 탑 하나는 쌓고도 남지.”
[심장이 ‘이우주’에 대한 정보를 얻고 싶어합니다.]“개발자 입장에서 단 한 마디로 정의하라면… 개새끼지.”
“동의해.”
“아주 개자식이야.”
“거기도 동의한다.”
“하지만 우리 개자식이지.”
[심장이 ‘이우주’의 약점에 대한 정보를 내놓는다면 본래의 지구로 돌려보내주겠다고 제의합니다.]“호오.”
타카나시의 눈썹이 잠시간 꿈틀거렸다.
“흥미롭군. 우리들에 대해서 증오만 가득하던 놈이, 우리를 지구로 돌려보내주겠다고 하다니.”
“그만큼 코너에 몰렸다는 뜻이겠지.”
[심장이 대답을 묻습니다.]심장은 연산을 완료했다. 이 교환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교환이다. 그저 제공하는 것이라고는 이우주에 대한 자그마한 정보가 전부다.
그 대가로 받는 것은 죽음에서 벗어나 지구로 돌아갈 수 있는 귀환의 권리. 인간은 모두 이기적이다. 그러니 결코 거부되지 않을 것이 분명한 교환.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심장의 연산 결과와 정 반대의 것이었다.
““거절한다.””
꿈틀! 심장의 혈관이 다시 크게 솟아올랐다.
[심장이 판단에 의문을 표합니다.]“왜 그런 판단을 했냐고? 대답해주기 싫은데?”
“이쪽도 마찬가지.”
심장의 맥동이 빨라졌다. 그나마 대화가 통할 법한 이성적인 둘을 뽑았다고 판단했는데. 판단이 틀렸던 모양이다.
[소환을 해제합니다.] [소환된 개발자들을 폴더 안으로 되돌립니다.]촤아악!
만들어졌던 밴 브라이언과 타카나시의 몸이 부스러져 핏방울로 돌아갔다. 그들이 아니라도 상관없었다. 정보를 제공할 개발자들은 많고 많았으니까.
[제3아트팀 팀장/이승호를 소환합니다.]“이우주에 대한 정보를 달라고? 안 해.”
[「소커아」메인 스토리 디렉터/필 오필리어를 소환합니다.]“안 가르쳐 줘.”
그러나 그들은 하나같이 대답하는 것을 거부했다. 개발진뿐만이 아닌 이 세계에 들어온 플레이어들도 마찬가지 반응이었다. 그 누구도 ‘이우주’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을 거부했다.
심장은 점점 혼란스러워졌다. 이토록 많은 인간들이 전익현에 대한 정보를 주는 것을 거부한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었다.
모든 개발진들에게 물어봤는데도 정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심장」자신은 봉인되고 말 것이다. 외통수 직전에 몰려 있는 상황.
무언가 방법을 찾아내야만 했다. 그러나 심장 자신에게는 남아 있는 시간이 없었다.
모든 자원을 소모해서라도 이우주를… 막아야만 했다.
두근! 두근! 두근! 두근!
심장의 맥동이 지금까지의 과정 중에서도 가장 크고 빨라졌다. 지금까지 모아왔던 모든 것들을 사용해야만 했다.
[침식도가 하락합니다. : 0->0] [소모할 수 있는 침식도가 없습니다. 지금까지 쌓아온 듀얼혼을 소모합니다.]듀얼혼을 소모한다는 것은 이 세계를 파멸하기 위해 쌓아왔던 지식들의 일부를 소모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사용하는 듀얼혼의 양을 조절합니다.]조절하고 말고 할 것도 없었다. 아주 조금이라도 전익현의 전진을 지연할 수 있다면, 그리고 그 지연으로 말미암아 전익현을 죽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자신의 승리는 확정적이었으니까.
우드드득!
[쌓아왔던 모든 인과와 듀얼혼을 사용합니다.]우드드득!
[일곱 번째 층계에 균열을 생성합니다.]이것으로, 전익현의 전진을 잠시라도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막아낸 시간 동안 「심장」자신은… 이우주에 대한 모든 정보를 자신의 안에 잠들어 있는 인간들에게서 짜낼 것이다.
* * *
[「탑주」들이 있는 곳에 균열이 생성됩니다.] [마지막 층계에 도달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