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d Academy 1st Hit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189
뭘 새삼스레 비밀도 아닌 거에 놀라고 있어.
“이 쓰레기같은 자식아! 그걸 왜 숨기고 있는데!”
“딱히 숨긴 적 없는데? 말만 안 했다 뿐이지 신하연이랑 남연철은 다 알고 있는 눈치던데?”
“무슨 개소리야 이자식아!”
내 멱살을 잡고 흔드는 여한설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새파래졌다 몸을 떨다 손을 떨다 난리도 아니다.
아니, 까놓고 아카데미 중반 이후부터는 거의 다 드러내놓고 다녔잖아. 니가 모른다는 건 그만큼 나한테 관심이 없어서 그런거잖아.
그래도 파들거리는 건 꽤 볼만한 광경이네. 영상으로 찍어 놓는다면 심심할 때 볼 수 있을지도. 하지만 지금은 시간이 없었다.
[마지막 층계가 열립니다.] [종말이 시작됩니다.]“나 간다. 잘 있어.”
“야! 가지 마! 이리 안 와? 당장 와! 해명하고 가라고!”
뭘 해명을 하란 거야. 당장 지구가 멸망하는데 무슨 해명을 하란 건지 모르겠다. 미래에 대기업 총수가 될 애가 이렇게 선후관계를 몰라서야 어떻게 하냐.
나는 뒤에서 고래고래 고함치는 여한설을 떠나 아카데미를 뛰쳐나갔다.
준비해 놓은 덱을 들고, 가방 가득 먹을 음식을 챙기고, 벡에게 받은 1인용 소울 커맨더스가 설치된 게임기와 게임기용 충전기도 챙기고, 풀무불꽃에게서 다른 소설을 넣어준다고 받아온 이북리더기와 휴대용 무중력 의자도 챙겼다.
죽을 준비는 완벽하게 되어 있다.
“좋아. 가 볼까.”
내 생애 마지막 듀얼을 하기 위해서.
나는 듀얼 바이크를 타고 탑으로 향했다. 이제 마지막이니 제한속도같은 건 신경쓸 필요가 전혀 없다. 나는 마지막이니만큼 시원하게 내달려보기로 결정했다.
타다다다!
제한속도 60에 60으로 내달리는 무자비한 폭주 소리가 도로를 거칠게 찢어발겼다.
##모든 듀얼은 언젠가는 끝난다 (1)
심장은 낮게 고동했다. 심장은 세계의 종말을 수없이 바라봐왔다.
결국에는 언제나 자신이 승리해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전익현이라는 커다란 변수가 존재했다.
일주일의 시간 동안 심장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능력을 동원해 전익현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려 했다.
그러나.
[1,028,151,217,884번째 시뮬레이션 : 무승부] [1,028,151,217,885번째 시뮬레이션 : 무승부] [1,028,151,217,886번째 시뮬레이션 : 무승부]…
[현재까지의 승리 확률 : 0.0000%]아무리 시뮬레이션을 돌려 봐도 전익현을 이길 수 없었다.
놈이 가지고 있는 듀얼혼은 수없이 세상을 회귀해온 자신보다도 높았다.
듀얼혼뿐만 아니라 그가 가지고 있는 실력도, 판단력도 말이 되지 않는 수치.
과연 전익현이라는 존재가 인간인지에 대해서 근원적인 의문이 발생할 정도.
고작 일주일이라는 시간 동안 저 괴물을 막아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기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만 했다.
그리고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에.
“뭐 안좋은 일 있냐? 새파랗게 질려 있는 것 같은데.”
「심장」은 전익현을 이길 수단을 찾아냈다.
아니, 이기는 방법이라고 하는 것은 틀린 말일지도.
심장은 눈 앞의 괴물을 바라봤다. 그는 놈을 넘어서고 이 세계에 종말을 선언할 것이다. 반드시.
“뭘 그렇게 화내고 그러냐. 피차 거지같은 세상에 자의도 아니고 타의로 보내진 입장인데.”
[심장이 지금이라도 포기하면 편안하게 죽을 수 있다고 선언합니다.]“거 참. 내가 편하게 뒈지는 걸 바랬으면 언제건 안락사할 수 있었다고.”
[심장이 빠르게 맥동하며 듀얼혼을 뿜어냅니다.]고오오오오!
심장이 수없이 세계를 반복하며 쌓아온 듀얼혼이 온 세상을 뒤덮었다.
세계가 흑암에 잠기고, 세계의 모든 존재가 공포에 떨 정도로 거대한 듀얼혼.
심장은 세계에서 흘러들어오는 소리를 들었다.
“세계가… 세계가 끝나는 건가? 제발 누군가가 세상을 구해줘…!”
“살려줘! 살려줘어어!”
“신이시여. 창조자시여. 이 세상을… 구원하소서. 제발… 세계에 구원을….”
인간들의 공포가 감미로운 미주처럼 심장을 고양되게 만들었다.
그러나 눈 앞의 존재는 전혀 공포에 질리지 않았다. 그저 담담하고 무심한 표정으로 덱을 꺼내들 뿐.
그리고 전익현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듀얼.”
그러자.
세상 전부가 암흑이었다.
“이런 세상이 존재한다면 그냥 세계는 파멸하는 것이 나아!”
“죽여줘! 죽여줘어어!”
“종말이 왔다! 무신자여! 회개하라! 흑암이 세상의 것이니! 종말이라는 구원이 세계에 닥쳤도다!”
세계에서 들려오는 아우성은 심장이 들어왔던 그 어떤 목소리보다 절망에 가까웠다.
문제는 그 절망을 선사하고 있는 인간이 자신의 상대이며 구원자라는 데 있었지만.
쿠구구구구구!
심장이 뿜어냈던 흑암黑暗의 듀얼혼이 순백의 첫눈처럼 보이게 만드는 듀얼혼이 전익현에게서 흘러 나오고 있었다.
“이 듀얼혼이라는 거. 생각보다 쓸만한 것 같네. 자주 써 볼 걸 그랬어.”
[심장이 질려합니다.]* * *
[듀얼이 시작됩니다.]심장이 무슨 덱을 짜 왔는지는 명확하게 알 수 없다. 하지만 내가 짜 온 덱은 파츠만 모으면 되는 벽 덱이다.
심장의 대응에 침착하게 대처하면서 파츠들만 모으면 무승부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뜻이다.
[당신은 후공입니다.]첫 패는 나쁘지 않다. 벽 덱으로 후공이 잡힌 것은 기분좋은 시작이다. 게다가 핸드를 빠르게 빌드업할 카드들이 모두 잡혀 있는 상황.
하지만 처음에는 상대의 움직임을 좀 보도록 할까.
[상대의 턴입니다.]심장의 턴. 나는 놈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눈도 코도 입도 없는 상대방이긴 했지만 그래도 승부의 기색이나 생각이 행동으로 흘러나오는 모습은 읽어낼 수 있다.
‘그리고, 놈의 듀얼은 나는 이미 한 번 봤지.’
이전의 이우주와 심장의 듀얼을 봐 둔 상태다. 놈의 대략적인 듀얼 방식과 심리에 따른 행동방식.
즉 심리에 따른 맥동속도는 이미 머릿속에 들어와 있단 말이지.
두근. 두근. 두근.
나는 눈으로 놈의 맥박을 확인했다. 눈으로 맥박 속도를 잡아내는 연습을 한 보람이 있군.
‘맥박 속도는 대충 60.42bpm정도.’
아직 1/1000단위는 잡아내지 못하지만 이 정도라면 꽤 쓸만하다.
꽤나 안정된 맥박이다. 첫 핸드가 꽤 괜찮은 축인 모양이다.
[심장이 턴 종료를 선언합니다.]턴을 종료한 놈의 맥박 속도가 조금 더 느려졌다. 60.42bpm에 달하던 속도가 59.88bpm, 57.12bpm을 지나 40.87bpm까지 떨어졌다.
평온하기 그지없는 상태나 승리가 가까워졌을 때의 맥박 상태.
‘첫 핸드만으로 승리를 확신하고 있다고?’
게다가 별 생각 없이 턴을 빠르게 종료했다.
뭔진 모르지만 놈의 핸드상황은.
위험하다.
[당신의 턴입니다.]“드로우.”
나는 패를 움켜잡았다. 뽑혀 나온 카드는 「차원 귀환」. 본래라면 조금 더 간을 볼 수도 있겠지만, 놈의 맥박속도가 거슬리니 여기에서 끝을 보는 게 옳다.
놈의 패가 좋다면 뭔가 해볼 새도 없이 원턴킬(one turn kill)을 내면 되는 일이니까.
“나는 패에서 「차원 귀환」을 발동!”
+
【★차원 귀환】
【지속물】
【1 mana】
【패에서 카드를 한 장 제외할 수 있습니다.】
【퀘스트 : 제외한 카드가 10장 이상이 되면, 「시공의 차원문」으로 변화합니다.】
+
“뒤이어 차원 귀환의 효과로 「자르카날」을 패에서 제외! 계속해서 제외! 제외! 제외!”
카가가가각!
「자르카날」이 시원하게 타오르며 순식간에 차원 귀환의 퀘스트가 완료됐다.
“먹어라! 지옥의 마나 부스팅! 뒈져라! 자르카날!”
콰가가가각!
내가 가장 증오하는 카드인 「자르카날」이 시원하게 차원문에 갈려 나가며 내게 마나를 공급해나갔다.
“뒤이어 무뢰역병 발동!”
+
【무뢰역병】
【0 mana】
【패가 가득 찰 때까지 드로우합니다. 패에서 원하는 만큼의 카드를 희생합니다.】
【※ 공식 듀얼에서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
촤르르륵! 충분한 마나와 핸드가 한 턴만에 공급됐다. 나는 핸드를 차지하는 쓸데없는 카드들을 「무뢰역병」으로 지워버렸다.
“뒤이어 「천사의 자비」와 「욕망의 단지」 발동!”
비워지자마자 다시 채워지는 핸드. 나는 드로우 카드들을 계속해서 발동해서 빠르게 덱을 축소시켰다.
“드로우!”
그렇게 나는 한 턴만에 덱 30장의 바닥을 모두 볼 수 있었다.
콤보 파츠의 마지막 조각이 바닥에 깔려 있다니. 나도 여전히 어지간히도 운이 안 좋은 사람이다.
하지만, 이걸로 게임은 종료다.
“유언과 출사표 발동!”
+
【유언과 출사표】
【8 mana】
【이 턴, 내 소환수가 죽으면 소환수의 「소환」효과를 발동합니다.】
+
“자. 같이 뒈질 준비는 되셨나? 빌어먹을 자식아!”
한 턴만에 덱의 바닥을 보는 미친 드로우와 사기 콤보.
놈이 내 듀얼을 조금이라도 봐 왔다면 이 상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을 터였다.
두근. 두근. 두근.
그런데도 심장의 맥박은 그대로다.
상관없다. 내 콤보는 완벽하니까.
“나는 자르카날을 소환!”
+
【★시간용 자르카날】
【6 mana】
【3/3】
【소환 : 서로의 턴 제한 시간을 15초로 만듭니다.】
+
능력치에 비해서 쓸데없을 정도로 멋지게 생긴 용이 필드에 현현했다.
“마지막으로 「불사신」과 「사령의 협곡」을 발동!”
+
【불사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