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d Academy 1st Hit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19
오.
타이밍 한 번 좋네.
침묵의 암격이라. 이 카드팩은 밸류 좋은 카드들이 잔뜩 들어있는 암흑 속성메인의 카드팩이다. 방금 얻은 의식 단검과의 궁합도 매우 좋은 카드들도 많이 수록돼 있다.
의식 단검에 이어 이런 팩을 얻게 되다니.
오늘은 운이 좋군.
##정의란 무엇인가(1)
나는 화살표를 따라 종종걸음으로 걸었다. 기다려. 내 「침묵의 암격」들아.
아빠가 간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울려퍼졌다.
“뭐야?”
“무슨 일이야?”
당황한 사람들이 뛰쳐나왔다. 당황한 사람들의 중간에 떨어지는 경보음.
[현재 구룡보등 내부에 고르디우스가 침입한 것으로 확인됩니다. 빠르게 안전을 확보할 테니 고객 여러분들께서는 안전하고 침착하게 대피해 주시기 바랍니다.]“고르디우스?”
“그놈들이 여기 왔다고?”
사람들에게서 패닉과 공포가 점점 퍼져나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빨리 도망쳐!”
“엄마! 어딨어!”
“나가는 길이 어디야!”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 장내.
참나. 그런 게 무슨 대수라고. 고르디우스라고 해 봤자 카드 좀 들고 설치는 놈들에 불과하잖아.
그런 놈들. 하나도 무서울 게 없다.
“고르디우스. 지난 번에는 무장까지 하고 왔다며?”
“들리는 소문으로는 RPG-7이랑 M4까지 무장했다고 하던데.”
···생각보다 무서운 놈들이었군. 카드가 아니라 현대화기를 쓰는 비겁한 놈들일 줄이야. 최대한 빨리 카드팩을 찾아서 도망치도록 하자.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은··· 출입구와 정 반대다. 무섭다. 하지만 카드팩 5개를 포기할 정도로는 무섭지 않았다.
나는 화살표를 따라 인간의 물살을 거꾸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얼마나 지났을까. 인적이 한가해졌다. 사람이 거의 다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주변을 둘러보자 여기가 어딘지 확실해졌다. 상류층의 경매가 진행되는 「천화」쪽 방들이다.
나는 쥐굴 같은 데서 끼어서 경매에 참여했는데 여기 있는 놈들은 각각이 방하나씩을 배정받아서 경매를 한 모양이다.
더러운 자본주의의 세계를 파괴할 프롤레타리아적 혁명안을 점검하고 있는 중에 특수부대원이 나에게 다가왔다.
“여기는 현재 위험 구간입니다. 고르디우스가 나타날 수 있으니 퇴거 바랍니다.”
말을 하는 것을 보니 나를 이곳에서 쫓아낼 모양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침묵의 암격」들과도 바이바이다.
안 된다. 활로를 찾아야 한다. 나는 머릿속으로 이 상황을 타개할 수백 가지 방법들을 생각해봤다. 물론 대부분은 액션씬이 가미된 것들이라 내 빈약한 몸뚱아리로는 해 낼 수 없는 것들이었다.
잠시간 버퍼링에 걸린 내 머리가 해답을 뱉어냈다.
“저는 소울 커맨더스 아카데미의 교직원입니다.”
“···아!”
특수부대원이 빠르게 정자세를 고쳐잡는다.
소울 커맨더스 아카데미는 명망 높은 학교다. 아카데미의 교직원들은 게이트의 억제, 테러의 방어, 탑의 공략 등에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으며 그런 만큼 주변의 인망 또한 두텁다.
물론 시간강사에게는 해당사항 없지만.
“아카데미의 교직원 분이셨군요. 죄송하지만. 정말 교직원이신지···.”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는 최대한 당당하게. 오만한 표정으로 지갑을 열어젖혀 출입증을 보였다.
물론 ‘직위 : 시간강사’ 라는 부분과 ‘임시 출입증’이라는 부분은 가렸다.
“···실례했습니다. 들어가 보셔도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현재 고르디우스는 어느 방향에 있습니까?”
“동시다발적으로 세네 군데에서 동시에 진입한 모양입니다. 경비원들을 빠르게 제압한 모양이더군요. 놈들이 원하는 것은 아마도 경매에 출품된 고가의 카드들일 겁니다.”
“큰일이군요.”
내 알 바는 아니지만. 나는 속내를 들키지 않도록 표정을 제대로 가다듬으며 화살표를 향해 걸어들어갔다.
그리고 드디어 보인다.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이.
“여기서부터는 저 혼자 수색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부디. 조심하시길.”
척.
결연한 표정으로 경례를 하는 특수부대원을 뒤로 한 채 나는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으로 들어갔다.
최대한 빨리 카드팩을 구한 다음 튀도록 하자.
방은 어느 투숙객이 쓰고 있었던 모양이다. 비싸 보이는 물건들이 몇몇 남겨져 있고, 비싸 보이는 와인병이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나는 빠르게 방을 뒤지기 시작했다. 카드팩의 위치가 명확하게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서랍을 하나하나 열어젖히기 시작했다. 절반 정도의 서랍을 열어젖혔을 때, 우우웅.
기묘한 소리와 함께, 서랍 하나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다.
저기다.
드르륵.
서랍을 열자, 아무 것도 없었던 공간에서 카드팩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카드팩 「침묵의 암격」5매를 수령 완료하셨습니다.」
오.
이런 방식으로 보상이 만들어지는 거였구만.
그런데, 이딴 식으로 보상을 만들어줄수 있으면, 그냥 우리 집 서랍에 만들어주면 안 되는 거야?
지금 사람 놀리냐?
아니. 중요한 건 이게 아니지. 지금 내 손에 침묵의 암격이 들어와 있다는 게 중요할 뿐.
얘들아. 어디 다치진 않았지? 무섭진 않았고?
그래. 다행이다. 이제 안심해. 아빠가 지켜 줄 테니까.
나는 내 다섯 새끼들을 품에 꼬옥 안고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오자마자 망토를 두른 어딘가 익숙한 복장의 두 인영과 마주쳤다.
저거. 어디서 본 복장인데.
어디서 봤었지.
“···아!”
나는 그제서야 둘의 복장이 문방구에서 마주쳤었던 중2병의 복장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둘 중 조그마한 키의 복면인은 내가 문방구에서 마주쳤던 중2병이 확실하다.
살짝 짧달막한 키와 가릴 수 없는 마른 몸.
쟤는 운동 좀 해야 되겠다. 남자가 몸에 근육이 적당히 있어야 태가 사는 법인데.
그보다. 중2병이 여긴 왜 있냐?
그리고 왜 두 명으로 늘었어?
전염병이냐?
***
“저 자는···.”
문을 열고 나오는 남자의 모습을 확인한 남철연은 본능적으로 긴장했다.
전익현.
자신을 패퇴시켰던 제3세력의 인물이. 여기에 있었다. 그가 여기에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터.
등골이 오싹해졌다.
[···놈이군.]새벽녘의 목소리도 가라앉아 있었다.
[아무래도. 한 발 늦은듯하다.]그의 말에 남철연은 전익현이 품에 안고 있는 물건을 바라봤다.
놈이 품에 안고 있는 것은. 자신들의 목표물인 「침묵의 암격」카드팩들.
열다섯 단계의 보안을 뚫고 침입해야만 얻을 수 있는 장소에 잠들어 있는 최중요 보안품이 지금 전익현의 손에 들려 있었다.
“···대체 어떻게?”
[어떻게 구했느냐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놈이 지금 우리의 물건을 가지고 있다는 것뿐.]“어떻게 하지?”
[빼앗아야겠지.]단호한 목소리 아래에는 숨길 수 없는 분명한 희열이 담겨 있었다.
***
“멈춰라.”
최대한 빨리 돌아가려고 했는데. 두 명으로 불어난 중2병들이 나를 가로막았다.
아. 뭔데.
너네들 사이렌 소리 안 들리니?
위험 신호가 계속 울려퍼지는데도 둘은 산책이라도 나온 것처럼 여유롭다.
그러다가 고르디우스 놈들 만나면 어쩌려고. 중2병이라도 천지분간은 해야지.
내 마음속에 있던 미약한 교사력敎師力이 꿈틀댔다. 하지만 참자. 뭔가 훈계 할만한 상황도 아니고, 놈들이 제멋대로 돌아다니다가 고르디우스에게 납치 당하는 것또한 내 일이 아니기도 하니까.
그렇게 놈들을 무시하고 지나치려는 찰나.
놈이 다시 나를 막아섰다.
“지금. 그걸 내놓는다면 그대로 보내 주도록 하지.”
“그거?”
“품 안에 안고 있는. 카드팩 말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리에서 열이 뻗쳐나왔다. 놈들이 입고 있는 복장은 분명히 비싸디 비싼 물건들이다. 당연히 둘 모두 금수저일 터.
그런 놈들이. 남의 물건을 탐해?
그것도 겨우 하루 벌어 하루 사는 계약직 인간의 물건을?
이런 무례하고 앞뒤 모르는 중2병놈들 같으니라고.
이런 놈들에게는 교육이 필요하겠다.
“가지고 싶다면. 듀얼로 빼앗아 보던지.”
그것도 아주 강한 교육이.
고고고!
듀얼 필드가 펼쳐졌다. 나는 덱을 붙잡았다. 이번에 새로 맞춘 「숲」속성의 「어그로 사냥꾼」덱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싸구려 그 자체인 덱이다. 경매에 참가하는 비용과 「의식의 단검」을 낙찰받는 비용을 남겨야 했기에 거의 포인트를 쓰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면 상대는 이상한 옷을 입고 폼 잡는데 쓸 돈도 있는 금수저.
···이길 수 있을까? 하다못해 스피드 룰이기라도 했다면 승산이 있겠지만 그렇게 세상 형편 좋은 전개가···
“룰은 ‘스피드 룰’로 하지. 우리에게도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아서 말이야.
생각할 시간을 30초 정도 주···.”
“그러지.”
있네.
상대가 얼씨구나 스피드 룰을 제안해 준다. 하긴. 언제 극악무도한 고르디우스가 나타날지 모르는 상황. 그러니 놈도 스피드 듀얼을 제안한 것이리라.
“덱 튜닝 시간은 1분이다.”
[1:00]시간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스피드 룰은 압축 듀얼이다. 라이프 포인트는 절 반. 사용하는 카드의 수도 절반. 필드의 수도 절반. 거의 모든 것이 절반이다.
스피드 듀얼의 장점은 밸런싱은 다소 부족하지만 듀얼이 빨리 끝난다는 것이다. 본래의 듀얼의 절반보다 훨씬 빠른 시간이면 끝난다.
나는 빠르게 덱을 정렬했다. 덱에 필요한 카드들은 다 모아 놨지만 내 덱리스트에는 아직 넣지 않았다. 굳이 짜 놓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원래 덱 만드는 건 방구석에서 하는 게 제맛인데 이렇게 바깥에서 하게 될 줄이야.
나는 원래의 덱에 있던 카드들을 빠르게 빼냈다.
하나 둘, 카드들이 옮겨졌다. 그렇게 나는 원래 받았던 덱의 카드들을 다 빼냈다.
한 장만 빼고.
삐빅!
「해당 카드는 중요 카드입니다. 덱에서 제거할 수 없습니다.」
「제거할 수 없는 카드 : 시간용 자르카날」
+
【★시간용 자르카날】
【6 mana】
【3/3】
【소환 : 서로의 턴 제한 시간을 10초로 만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