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d Academy 1st Hit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190
【10 mana】
【이 턴, 내 모든 소환수는 「부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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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령의 협곡】
【10 mana】
【지속물】
【내 필드의 모든 소환수를 파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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캬오오오오!
사령의 협곡이 발동하자마자 자르카날이 끔찍한 소리를 내며 바스라졌다.
[「유언과 출사표」의 효과! 「자르카날」의 소환 효과가 발동합니다!] [턴 제한시간이 15초가 됩니다!]15초의 제한시간이 다시 생겨났다. 웬종일 갈려나간 자르카날은 묘지로 들어갔다.
아니, 들어가려 했다.
그러나 「불사신」은 놈이 죽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고오오오오!
[「불사신」의 효과로 「시간용 자르카날」이 부활합니다!]「시간용 자르카날」이 되살아났다. 하지만, 「사령의 협곡」은 놈이 살아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사령의 협곡」의 효과로 「시간용 자르카날」이 파괴됩니다!] [「불사신」의 효과로 「시간용 자르카날」이 부활합니다!] [「사령의 협곡」의 효과로 「시간용 자르카날」이 파괴됩니다!]…
「사령의 협곡」과 「불사신」콤보는 두 장으로 성립하는 루프 카드다.
소환수 하나를 부활하고 죽이고, 부활하고 죽이는 것을 계속해서 반복하는 콤보 카드.
본래라면 이 콤보도 무한하지 않다. 소울 커맨더스에 존재하는 시간 제한 때문이다.
[무한 루프는 턴 종료시와 턴 종료 후의 추가 시간 [5분]의 시간동안만 발동한다.]는 제정 때문이다.
이 제정에 관한 국제대회에 대한 3만자짜리 비화가 있지만 나는 듀얼할 시간도 부족하기에 서술하지 않겠다.
아무튼 원래대로라면 이 루프 콤보는 턴 제한시간을 가득 채울 때까지만 강제적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자르카날」은 턴 제한시간을 바꿀 수 있는 카드지.”
루프 콤보의 시간제한이 존재한다면─
[턴 제한시간이 15초가 됩니다.] [턴 제한시간이 15초가 됩니다.] [턴 제한시간이 15초가 됩니다.] [턴 제한시간이 15초가 됩니다.]…
─그 시간을 계속해서 리셋하면 된다.
이 콤보로 「심장」은 나와 이 듀얼 필드에 갇히는 신세가 된 것이다.
이 콤보에 앞서서 여러 후보군들이 있었다. 이우주와도 여러 차례 시험을 했었지만 단위가 그리 크지 않았다.
“쪼잔하게 500년, 1200년, 3천년, 1만년, 마지막에 만든 제일 긴 콤보가 12억년이었지.”
하지만 말했다시피 나를 죽이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덤벼든 새끼를 고작 12억년만 가둬두고 풀어줄 수는 없다.
영원히 우리는 함께다.
영원히.
우리는.
함께다.
놈은 나를 죽이려고 한 형벌로 영원히 나와 갇히게 된 신세가 된 것이다.
게다가 겸사겸사 처음부터 내 덱의 슬롯을 불법점거하고 죽어라 사라지지 않던 빌어쳐먹을 카드인 「시간용 자르카날」도 영원히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만들다니.
이것보다 행복한 엔딩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세계를 구하는 착한 일을 해서 그런가, 영혼 전부가 따뜻함과 행복으로 충만해지는 기분이다.
이제 내가 할 일은 하나뿐이다. 「자르카날」이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상태가 된 것과, 「심장」이 영원히 이 공간 속에 갇혀 남아있는 것을 구경하면서 서서히 죽어가면 된다.
죽어가는 동안 먹으려고 음식이랑 게임이랑 웹소설도 잔뜩 챙겨왔지. 건강하게 죽으려고 영양제도 좀 챙겨왔다.
수면제는 챙겨오지 않았다. 저 빌어먹을 자식들이 고통받는 것을 실시간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꿀잠을 잘 수 있을 테니까.
내가 세웠지만 뿌듯하기 그지없는 완벽한 계획이다. 나는 손을 비비며 정의로운 인류의 구원자에게 걸맞는 호탕한 웃음을 터트렸다.
“끼히히히히!”
계속 죽었다 살아나기를 반복하는 자르카날의 눈빛이 ‘네놈새끼가 그러고도 인간이냐?’ 같은 의문을 드러냈지만.
그딴 건 내 알 바 아니다.
나는 득의양양한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이 모든 상황에도 여전히.
[심장이 조용히 맥동합니다.]「심장」의 맥박은 변화하지 않고 있었다.
##모든 듀얼은 언젠가는 끝난다 (2)
나는 머릿속의 듀얼판을 모조리 동원해서 지금의 상황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추측하려 했다.
소울 커맨더스는 턴제 게임이다. 자신의 턴이 아닌 상황에 할 수 있는 행동은 거의 없다. 심장이 가지고 있는 특이성 가운데에 상대방의 턴에도 발동할 수 있는 능력은 모조리 확인했다.
지금 상황을 뒤집을 수 있는 방법은 심장에게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 심장의 맥박 속도가 그대로라는 것이 의미하는 것은 둘 중 하나다.
‘완전히 포기했거나. 혹은….’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거나. 어느 쪽이건 내 입장에서는 달갑잖은 일이다.
[심장이 당신에게 상찬을 보냅니다.]“상찬은 무슨.”
[심장이 자신의 형태를 변화시킵니다.]두근! 두근!
심장의 맥이 조금 빠르게 뛰었다. 심장의 형체이던 놈의 몸이 뒤틀리고 휘어져 사람의 형태로 바뀌었다.
“인간의 형태를 증오하지만, 네가 내 말을 알아듣기에는 너도 이 편이 편할 테지.”
“왜. 무슨 말 하고 싶어서 나온 거냐?”
“네게 경외를 표하기 위해서.”
경외라. 아무래도 심장 녀석도 내 엄청난 듀얼 실력을 보고는 팬이 된 모양이다. 하긴, 현실에서도 내 팬은 피아를 가리지 않고 늘어났었지. 죽여버리겠다는 혈서 팬 레터도 자주 왔었으니까.
놈이 내 팬이 됐다면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고 자신의 소멸을 담담히 받아들일 것이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너는 나를 이겼다. 이 세계는 종말을 피했다.”
“구질구질하게 도망친 것 치고는 꽤 빠르게 인정하네.”
“네놈이 여기까지 올라오며 한 짓들에 비하면 내가 일주일의 유예를 가진 것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와. 이 자식. 뻔뻔함이 도를 넘네. 내가 한 짓이 뭐가 있다고 저딴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지껄이는 거지?
주변에 갤러리나 심판이 있었다면 단박에 저놈의 말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으련만. 지금 여기에는 나, 심장, 그리고 자르카날 뿐이었다.
물끄럼.
자르카날이 무조건 네놈이 잘못했다는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미안하지만 네 판단은 심장에게 편파적일 것이 분명하므로 제외다.
“좋아. 네가 졌단 걸 인정한다면, 당장 패배 선언을 하도록.”
“패배 선언은 하지 않는다.”
“더럽게 구질구질하네.”
“나는 네게 졌다. 하지만, 이 세계의 법칙에 지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놈도 내가 내렸던 결론에 도달한 모양이다.
“법칙에 지지는 않았다는 게. 뭘 의미하는 거지?”
“영원히 끝나지 않는 듀얼은 없는 법이지.”
“…….”
“네 말대로 이 듀얼필드는 완전히 동결됐다. 이 상황을 끝내는 방법은 네놈의 패배 선언이나 나의 패배 선언, 둘 중 하나만이 있을 뿐이지.”
심장의 텅 빈 것처럼 보이는 눈이 나를 노려봤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는 것을 나는 깨달았다. 이 듀얼필드는 영원하다. 아니, 세계가 진정으로 끝나기 전까지만 한시적으로 ‘영원해 보인’다.”
“잘도 알아냈네.”
내가 만들어놓은 ‘영원히 자르카날과 심장을 고통스럽게 봉인하기’ 필드는 이론상 영원히 지속된다. 그 어떤 심판이 와서 보더라도 이 상황이 영원히 지속되는 것이라고 판단할 것이다.
하지만 이 상황은 사실 영원하지 않다.
“이 세계는 내가 멸망시키지 않더라도 영속하지 않는다.”
한 세계는 태어나 팽창하고 번영하고 이내 언젠가는 소멸한다. 이 세계또한 마찬가지다. 거대한 바다도 언젠가는 마르고, 태양또한 언젠가 저 빛을 잃고 사라져 버린다.
이 세계가 모조리 소멸해버리는 데에는 그보다 오랜 시간이 걸린다.
김태양의 말로는 대략 0이 백 개가 넘게 필요한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꽤 큰 수지만 이 숫자는 영원과는 거리가 멀다.
자. 여기서 질문 하나 하겠다.
그만큼 긴 시간이 지나 우주가 모조리 소멸하고 나면. 이 세계는 어떻게 되는가?
단순한 명제 둘만 보면 된다.
[세계는 종말했다.] [「심장」은 여전히 패배하지 않았다.]즉, 이 세계는 다시 원점으로 회귀한다.
심장을 막아낼 ‘이우주’. 전익현이 없는 채로.
“이 세계를 종말시킬 수는 없겠지만. 그건 크게 신경쓸 일이 아니지. 나는 네놈이 없는 세계로 넘어가면 되는 일이니 말이야!”
심장은 승리라도 거머쥔 것처럼 웃었다.
* * *
자주 텍스트의 명확함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 역설한 주제에 10000000…년을 무한이라고 허풍을 떤 것은 좀 미안하게 생각한다. 무한 데미지의 「갓 핸드 크러쉬」와 3천 데미지의 「버스트 스크림」이 붙으면 「갓 핸드 크러쉬」가 이기는 게 당연한데도 말이다.
“그래도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혼자 있을 바에는 그냥 패배선언 하는게 낫지 않냐?”
네가 이 세계를 파멸시키고 싶게 만들어진 건 알겠는데, 인간적으로. 아니, 심장적으로 수천억 년을 수천억 번 반복한 시간을 버틸 만큼 증오심이 커다랗다는 게 말이나 되는 일이냐?
그렇게 커다란 증오심을 생산적인 데 썼으면 세계 평화도 이룩하고 리만 가설인지 뭔지도 증명하고 탈모약도 개발할 수 있을 텐데. 그러면 이마가 살짝 넓어지기 시작한 웹소설 작가도 마음놓고 웹소설에 집중할 수 있게 되고 웹소설의 퀄리티도 전반적으로 올라가게 되지 않겠는가. 세계의 중대한 질병이 많지만 탈모는 퇴치되어야 할 질병중 한 손에 꼽힐 정도로 중대한 질병이다. 그러니 우리는 결코 탈모인들을 비웃거나 놀리지 않도록 해야할 것이다.
“다시 말하건데 패배선언 따위는 하지 않는다.”
“그러면 심장이는 세계가 끝날 때까지 여기서 살아. 나는 죽어서 떠날 테니까.”
뭐, 그렇게 긴 시간을 혼자서 지낼 수 있다면 그렇게 해 보던가. 놈의 택도 없는 블러핑에 나는 코웃음을 쳤다.
하지만 내 협박에도 심장은 픽 웃어보일 뿐이었다.
“나는 곧 「휴면」상태로 접어들 것이다.”
“…뭐?”
“강제적인 「휴면」상태는 내 모든 기능을 정지한다. 그러면 나는 세계가 끝나는 시간을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그게 무슨 소리지?”
그러니까 지금 듀얼하다 말고 전원 꺼서 도망치겠다는 말이야? 그런 똑똑한 방법… 이 아니라 비겁한 방법을 쓰려고 하다니!
“그저 나는 내 스스로의 기능을 정지하고, 다음 세계에서 깨어나면 그만인 것이다.”
“비겁한 놈! 네놈에게는 듀얼리스트의 긍지 따위는 없는 거냐! 정정당당하게 패배를 받아들여! 쓰레기같은 자식아!”
“다른 존재는 몰라도 네놈한테는 그런 소리를 지껄일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끄덕끄덕.
자르카날이 맞는 말이라도 들은 것처럼 고개를 끄떡거렸다. 자르카날! 너는 내 카드잖아! 내가 1년 내내 덱에 넣고 써 줬는데 저 자식 편을 들어?
배신자 같으니라고!
나는 이를 악물었다. 나의 복수계획이 반절 정도는 날아갔기 때문이다. 놈은 전원을 종료하는 것으로 혼자 있어도 되는 시간을 거의 겪지 않아도 된다.
나는 당혹감 사이에서 최대한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
“여전히 말도 안 될 정도의 표정관리능력이야. 경이적일 정도로군.”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군.”
“네놈은 이 상황을 알고 있었던 모양이군.”
“알고는 있었어. 네가 알아낼 거라곤 생각 안 했지만.”
“그랬다는 건, 그래도 상관 없다고 생각한 건가?”
놈의 말이 예리하게 심장을 찔렀다. 나는 이 세계에 꽤나 많은 정이 들었다. 내가 1년 동안 인연을 만들어 온 존재들이 이 세계에 있다.
이 세계를 지키고 싶다. 다음 세계따위는 알 바 아니다. 내가 알고 있는 그대로의 사람들만 지키면 된다.
그렇기에 여기에 왔다.
“정곡을 찌른 모양이군.”
나는 대답 대신 목을 좌우로 꺾었다. 아적도 내 포커페이스는 무너지지 않았다. 이 정도 정신 공격으로 포커페이스가 무너질 거면 프로게이머 관둬야지.
애초에 내 포커페이스를 무너뜨릴 방법 따위는 이 우주에 존재하지 않지만.
“이제서야 내가 가지고 있던 가장 커다란 의문이 풀리는군.”
“무슨 의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