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d Academy 1st Hit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2
“무슨 일이지? 여ㅎ···학우?”
어우. 하마터면 처음 보는데 이름을 부를 뻔 했다. 그대로 스토커로 몰릴 수도 있는 상황을 만족스럽게 회피하며 나는 여한설의 질문을 받았다.
“절대적으로 모든 상황에 이길 수 없다는 말은 동의하기 힘들군. 강한 덱은, 모든 상황에서 이길 수 있는 덱을 말하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하대를 하는게 빡치기는 하지만 애초에 그런 캐릭터니까 교정하려 해 봤자 내 손해다.
그보다 너였구나. 내 강의 포인트 까먹던 적의의 정체가.
아마 그녀가 가지고 있는 「확신」과 내 수업의 어딘가가 충돌하는 것이리라.
···뭐. 특기할 만한 일은 아니다. 지금 여한설을 제외한 나머지 일곱 명도 그녀와 비슷한 감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나도 구태여 시간 들여가며 그들을 설득할 생각은 없다.
서로 존중하고 갈 길 가자고. 내 수업 열심히 들어줄 것도 아니면.
“내 이론에 동의하고 싶지 않다면 동의하지 않아도-.”
“이런 상황을 해결하는 방법은 하나뿐이겠군요.”
“당신은 누구지?”
지긋한 나이의 할아범이 자연스럽게 중간에서 끼어들었다.
낡은 청바지와 누덕누덕한 티셔츠, 들고 있는 빗자루.
어디에나 있을 법한 청소부 아저씨지만. 이런 캐릭터는 절대 어디에나 있는 캐릭터가 아니다. 그의 정체는 아카데미의 총장인 ‘이현일’.
취미는 보다시피 힘순찐. 좋아하는 일은 자신이 총장인 것을 멋지게 밝히는 것.
“이곳은 소울 커맨더스 아카데미. 듀얼로. 결판을 내야겠죠.”
「퀘스트 발생 : 첫 듀얼.
듀얼에서 승리하십시오.
실패시 : 시간강사 자격 말소 및 게임 오버.」
처음부터 잘못 걸렸다. 씨팔.
##첫 수업(2)
여한설은 세계 굴지의 기업인 「청노두」를 물려받게 될 최고의 엘리트다. 그녀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엘리트 중의 엘리트다.
물론 그녀가 가지고 있는 대내외적인 평가는 단순히 그녀가 가지고 있는 배경때문만은 아니었다.
천부적인 소울 커맨더스 실력과 필요한 카드를 살 수 있는 막대한 재력財力.
두 가지를 모두 가지고 있는 그녀였기에 평가가 자연히 높은 것이다. 이토록 높은 평가 때문일까. 그녀와 면전에서 반목하려고 드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예외라는 것은 항상 존재하는 법. 간혹 자신에게 도발을 걸어오는 인간도 있었다.
···바로 지금처럼.
“···모든 상황에서 강한 덱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약점은 어떤 덱이건 존재한다.”
그건 좋은 카드를 살 수 있는 재력이 없을 때나 통용되는 말이고.
“···어떤 덱이건. 제대로 된 튜닝을 통해서 맞상대할 수 있다.”
튜닝.
덱의 카드를 상황과 여건에 따라 빼고 넣는 모든 행동의 총칭.
튜닝이 필요하다는 것은, 자신의 약함을 인정하는 것. 가진 것 없는 듀얼리스트들이 약한 점을 메우기 위해서 하는 행위. 최강의 카드들로 최강의 덱을 만들 수 있다면 하등 할 필요없는 덜떨어진 행위다.
“···심지어는 이기는 게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덱이라도 한 장을 바꾸는 것만으로 극적으로 변화할 수도 있지.”
자신의 신경을 의도적으로 긁는 것처럼 들리는 모든 수업 내용.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지만 저 시간강사는 수업하는 동안 몇 번이고 자신을 흘긋거리며 쳐다봤다. 그녀가 누군지는 이미 알고 있을 터.
명백한 도발이다.
그리고 그런 도발을 그녀는 단 한 번도 피한 적 없었다.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도발에 대응했으며, 완벽하게 짓밟아왔다. 더 이상의 말은 필요 없을 터.
“필드 셋!”
기기기기긱!
강의실 바닥이 갈라지며 노멀 필드가 솟아올랐다.
“무슨 일이야? 듀얼이야?”
“듀얼이다!”
“뭐야. 저거. 여한설 아냐? 이번 수석입학자!”
“진짜네? 상대는 누구지?”
“복장으로 보면 시간강사 같은데?”
필드가 깔리자마자 학생들이 요란스레 몰려들기 시작했다.
시간강사의 눈은 멀리서 보기에도 흔들리고 있었다. 자신이 다짜고짜 자신에게 듀얼을 걸어올 거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한 거겠지.
“···교실 바닥이 갈라지면서 필드가 솟아오르는게 말이냐 똥이냐.”
혼자서 뭐라고 꿍얼거려대고는 있었지만 무슨 뜻인지는 확실치 않았다.
“뭐라는 거야?”
“필드가 바닥에서 솟아오른 거에 놀란 거 아냐?”
“그럴 리가요. 유치원 교실에조차 설치돼있는 게 듀얼 필드인데요.”
“···할아버지는 누구세요?”
“그가 놀라는 것은 얼마 전에 도입된 최신식의 ATI-3013이 설치되어 있다는 것 때문이겠죠.”
“그게 궁금한 게 아니라 누구시냐니ㄲ···.”
“이 듀얼 필드는 현 총장인 이현일 총장님이 민간 기업의 투자를 받아 올해 설치한 최신식의 필드입니다. 참으로 놀라운 업적이라고 할 수 있죠.”
“······.”
옆에서 범골들이 조잘거리는 소리가 들리거나 말거나 여한설은 덱을 꺼내들었다. 얼마 전 입학 선물로 아버지에게 선물 받은 최고급의 카드인 「명계룡」
이 포함된. 튜닝따위는 필요없는 덱을.
“그런데 아카데미 내에서 듀얼을 하려면 심판이 필요하지 않나?”
구경꾼 중 누군가의 말에 주변의 모두가 잠시간 멈칫했다.
“아카데미의 듀얼은 매우 거친 전투죠. 정식 듀얼이 있을 때에는 반드시 교직원을 대동해야만 합니다.”
“···그럼 어쩌죠 할아버지?”
“그건 걱정 마시길. 허허허!”
부드득!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허름한 옷을 입고 있던 노인장이 자신의 옷을 뜯어제꼈다.
뜯겨진 옷 안에서 드러난 것은 새하얗기 그지없는 「테뉴어」의 복장. 그리고 오른팔에 묶여 있는 손수건.
“···종신 교수?!”
“종신 교수님이다!”
스르륵. 오른팔에 허술하게 묶여 있던 손수건이 부자연스럽게 흘러내리며 드러나는 용 문양.
“저 문양. 낯이 익은데?”
“특特이라고 쓰여져 있는데?”
“특급 듀얼리스트의 인장이다!”
“맙소사. 그럼 저 사람이 바로···!”
“크흠. 교수라는 것만 드러내려고 했는데. 실수로 정체가 완전히 드러나고 말았군요. 아무튼. 부족하지만 제가 심판을 맡도록 하죠.”
이현일. 현역에서 은퇴하기는 했지만 과거에는 대한민국의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갔던 강자. 그 정도라면 자신의 심판을 보는 데 문제는 없으리라.
힘순찐질 좀 적당히 하지. 하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 것 같지만 환청일 것이다. 아카데미에 있는 누구라도 존경하는 사람이 바로 눈 앞에 있는 이현일이었으니까.
“좋아.”
“알겠습니다.”
“그보다. 상황을 쭉 봐 왔지만. 조금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불공평?”
“아무리 시간 강사라고 할지라도 강사는 강사. 아직 「속성」도 받지 못한 학생들과 공정한 싸움이 될 순 없습니다.”
제대로 붙으면 자신이 질 거라는 말에 여한설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여한설이 쏘아붙이려는 말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현일의 말이 이어졌다.
“지금 시간 강사···그러니까 이름이···.”
“전익현입니다.”
“전익현씨가 말하는 것은 튜닝의 강함이지 덱의 강함이 아닙니다. 자신의 말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가지고 있는 전용 덱이 아닌 덱으로 싸우는 것이 적절하겠죠.”
올바른 말에 주변의 학생들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러니. 저는 전익현 강사가 튜닝만으로 여한설 학생을 이겨야 한다고 생각 합니다. 이를테면··· 지금 수업에서 예시로 쓴 견본덱을 튜닝해서 사용하는 것은 어떨까요?”
이현일의 말에 주변의 웅성임이 한층 커졌다.
“수업할 때 보여준 덱?”
“수업용 덱이면 완전 쓰레기잖아. 덱 본 사람?”
“몰라. 쓰레기 카드들만 잔뜩 들어가 있던데.”
그녀는 눈살을 찡그렸다. 그녀가 수업을 하면서 본 덱은 정상적인 덱이 전혀 아니었다. 모든 카드들을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확실한 것 하나는, 그 덱이 결코 ‘이길 수 없는’ 덱이라는 사실이다.
“견본 덱의 구성은 알고 하는 이야기야?”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속성」을 아직 얻지 못한 신입생을 상대로 교직원이 전력을 다하는 것도 좋지 않으니까요.”
빙글빙글 웃어 보이는 이현일. 이현일은 교실 안에 꽤 오랜 시간동안 들어와 있었다. 견본 덱의 구성을 모를 리가 없다.
이길 수 없는 덱을 써서 이기라는 말의 속뜻은, ‘당신의 언사가 심했으니 지금이라도 사과하라’라는 뜻이다.
하지만 시간강사에 불과한 그는 사과하지 않았다.
“한 장.”
“···네?”
“딱 한 장의 튜닝으로. 이겨 주도록 하지.”
사과는커녕 오히려 한껏 기다렸다는 듯이 웃어 보였을 따름이다.
***
[‘수업용 견본 : 꽃잎 토큰덱’의 소유권을 일시적으로 얻으셨습니다.] [가지고 있는 카드를 사용해 덱을 튜닝할 수 있습니다.] [튜닝 완료]덱의 튜닝은 순식간에 끝났다.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오래 된 덱이기는 했지만 나도 몇 번 굴려본 적이 있는 덱이었으니까. 다행인 점은, 내가 처음 받았던 덱에 이 꽃잎 토큰덱의 마지막 조각을 맞추는 카드가 있었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바짓가랑이를 잡고 봐 달라고 울고불고 빌었어야겠지.
“빌어먹을 자식.”
나를 욕하는 여한설의 표정은 참아보려고 하는 것 같았지만 척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일그러져 있었다. 겨우 한 장의 튜닝으로 자신을 이길 수 있다니 자존심이 상한 거겠지.
“그딴 덱으로는 이길 수 없어. 지금이라도 사과해. 나도 쓰레기같은 덱을 상대로 이겼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는 않으니까.”
자존심이 이렇게 상해 있는 모습을 보니 뭔가 더 얻어낼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물론 얻을 것은 하나뿐이다.
“그러면. 뭐라도 걸고 할까?”
“걸라고?”
“안티 룰Ante rule은 아나?”
“하. 지금 시간강사 따위가 쓰는 카드들이 내가 쓰는 카드들과 교환이 성립하기라도 할 거라고 생각하나?”
“쫄리냐? 여한설 학우? 지기라도 할까봐?”
빠직.
효과 좋네. 여한설은 물불 못 가리는 면이 있다. 가벼운 도발로도 쉽게 넘어 온다는 말이지.
“좋아. 그러면 내가 이기면 네놈은 시간강사를 당장 그만둬.”
“그러지 뭐.”
“필드는 「노멀 필드」. 라이프는 「30」. 룰은 「노멀 룰 I」. 입니다. 그러면···”
““듀얼! 스타트!””
주변의 모두가 한덩어리가 되어 목이 터져라 듀얼 스타트를 외쳤다.
물론 나는 외치지 않았다.
쪽팔리잖아.
작가의말
##안티 룰(Ante rule)
듀얼에서 이긴 후, 진 상대방의 덱을 한 장 골라서 가져올 수 있는 룰.
##듀얼(Duel)
근래에는 유희왕에서 많이 사용되지만 본디는 결투라는 뜻이며 카드 게임에서는 1:1 대전을 듀얼이라고 합니다.
##첫 수업(3)
[선후공 결정 코인 토스] [선공 : 여한설]선공이 자신으로 결정되자 여한설의 입꼬리가 올라간다. 거의 모든 TCG에서 선공은 미세하게나마 승률이 높다.
특히나 카드 풀이 적었던 초반기의 소울 커맨더스는 선공이 대략 55%정도의 승률을 보였었지.
물론 내가 들고 있는 「꽃잎 토큰」으로 이 선후공 밸런스는 역전이 됐지만.
무슨 말인가 하면 후공으로 받는 「마나 동전」과 「추가 1장」이 내 입장에서는 커다란 이득이라는 뜻이다.
그건 그렇고 고작 선공 받았다고 웃다니. 순수하기 그지없는 뉴비네. 나도 저 럴 때가 있었는데.
그렇다고 봐줄 생각은 없지만. 선공 턴을 잡은 여한설이 덱에서 카드를 드로 우했다.
“내 턴! 소환수 소환! 새끼 비룡!”
【새끼 비룡】
공격력 2 / 체력 2
여한설은 새끼 비룡을 소환한 다음 ‘부럽지?’ 라는 표정을 지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