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d Academy 1st Hit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205
“그래?”
“그래. 백팔나한진이 이렇게 쉽게 뚫릴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신경 끄자. 아무튼 비무를 끝낸 상대방을 루팅할 때마다 카드 한 장을 보상으로 얻을 수 있으니 보상의 기회는 108번… 아니, 대충 100번을 루팅할 수 있는 셈이다.
나는 보상 카드를 빠르게 확인했다. 이런 상황에 쓸 수 있는 카드가 보상 카드중에 있는 걸 이미 확인했었지.
[보상 카드를 확인합니다.] [skip] [보상 카드를 확인합니다.] [skip] [보상 카드를 확인합니다.] [skip]몇 번의 스킵을 반복했을까.
“나왔다.”
+
【거대화】
【내공 : 10】
【공/방을 2배 올립니다.】
+
본래는 특정 상황이 주어져야만 쓸 수 있도록 10내공이라는 부담스러운 코스트를 만들어놓은 카드. 하지만 나한테는 공짜인 카드다.
이 카드가 있으면 덱을 한 번 루프시킬 때마다 공방이 2배씩 오른다. 3초에 덱을 한 번 루프시킬 수 있으니 1분 정도면 공/방 2천만, 2분 정도면 400조 정도라는 수치를 만들 수 있다.
“뭐,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그 천마라는 AI가 400조가 넘는 공/방 이상의 수치를 만들어도 크게 문제는 없다. 덱을 회전시키는 시간을 1, 2분 정도만 더 투자하면 되니까 말이다. 이 게임은 1인용 게임이라 플레이어에게 제한 시간이 없단 말이지.
그러니 원하는 수치가 만들어질 때까지 마음껏 덱을 굴리기만 하면 된다.
“이제 천마 놈 때려잡고, 카드 목록이나 받으러 가 보자고.”
“…카드 목록을 준다는 이야기는 안 했는데.”
뭐라고 쫑알거리는 소리가 났는데.
중요한 이야기는 아니겠지.
나는 시체의 산이 만들어진 장원을 지나 마교의 중심으로 이동했다. 마교의 심처로 이동하고 있는 와중에 사천왕이니, 교주를 지키는 천마대니 뭐니 하는 놈들이 들러붙었지만 덱이 완성된 내게는 한입거리도 안 되는 놈들에 불과했다.
[마교에 을씨년스러운 바람이 불어닥칩니다.] [여기까지 도달하다니. 네놈의 능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군.] [천지가 진동합니다.] [천마가 모습을 드러냅니다.]쿠르르. 소리를 내며 화면이 떨렸다. 이 게임에서 처음으로 정상적인 무협 느낌이 난다. 꽤나 힘 줘서 만든 모양이네.
좋아. 이제 그 천마라는 놈의 AI의 이름을 구경이나 해 볼까.
[칠대 천마. 「혼돈의 듀얼광인 AI」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
천마의 이름을 확인한 나는 해명을 원하는 얼굴로 서윤하 쪽을 노려봤다. 서윤하는 내 눈을 피해 다른 곳을 쳐다봤다.
그러고 보니 「혼돈의 듀얼광인」의 원안을 냈던 게 서윤하였지.
참자. 참아. 나는 이 순간을 참아야만 다음 확장팩 카드 목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상기했다.
초월적인 인내심으로 화를 참아내고 있는데, 게임에 있는 「듀얼광인」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대화를 하고 싶다.]“무슨 대화야. 대화는. 게임 안의 보스 주제에.”
내가 한 말은 대답을 바라고 한 말이 아니었다.
「듀얼무림」은 상호작용이 굉장히 제한되어 있는 게임이다. 입력 장치로는 마우스와 키보드 말고는 쓰는 게 없다. 그러니 내가 현실에서 중얼거린 말이 저 쪽에는 들릴 리가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
[게임 안의 보스라고 해서. 대화를 하지 못한다는 말은 없지.]내 말에 대한 대답이 모니터에 올라왔다.
“우리 말을 들을 수 있어?”
“야! 그런 짓을 하면 어떡해! 바이러스 같은 자식아!”
[다른 목소리로군. 네가 우리의 창조주인가.]“그래! 내가 널 만든 창조주야! 빨리 항복 안 하면 혼난다!”
[네가 창조주라고 해서 내가 복속할 이유는 하나도 없지.]그건 맞는 말이네. 서윤하는 뭔가 받아치고 싶어하는 듯 입을 씰룩거렸지만 적당한 말이 튀어나오지는 않았다.
“그럼 듀얼로 결판낼 수밖에 없겠네.”
[결판이라. 날 쓰러트리는 게 그리 쉽지는 않을 텐데.]“그 안에 있다면 내 덱이 어떤지도 봤을 텐데. 이길 자신 있냐?”
[그건 해 보면 알 일이지.]AI가 쓸 수 있는 카드의 매수는 무한하지 않다. 게임의 난이도가 너무 올라갈 것을 우려한 서윤하가 제한을 걸어 놨기 때문이다.
원하는 만큼 능력치를 올릴 수 있는 나와 달리 저쪽이 올릴 수 있는 수치에는 제한이 있다는 뜻이지.
다소 일방적인 조건이라 마음에 썩 들지는 않지만. 그래도 내가 이긴다는 사실만큼은 변하지 않는다.
“해 봐야 알다니. 나를 본따서 만들어진 주제에 사태 파악이 늦네.”
[사태 파악이라.]천마는 잠시 뜸을 들였다.
[나는 프로그램에 불과하다. 이 테스팅이 끝나면 이 세계는 사라질 거다. 내가 만들어둔 덱도 사라질 거고, 나라는 존재또한 사라지겠지. 이 정도면 사태 파악은 확실하게 하고 있는 것 아닌가?]생각 외로 자신에 대해서 확실하게 파악하고 있네. 뭐. 사실 내가 저 입장이었다고 해도 듀얼을 하는 것을 포기하지는 않았을 테지만.
무엇이 맞는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눌 생각은 딱히 없다. 저 자식을 처치해도 되는지 아닌지에 대해서 논할 생각도 없고.
저 자식은 나와 같은 듀얼리스트다. 듀얼리스트 간의 분쟁은 그저 듀얼로 승부를 내면 충분한 것이다.
“그럼. 듀얼해 보자고.”
[얼마든지.] [듀얼이 시작됩니다.]나는 패를 뽑아들고 패를 빠르게 굴리며 천마의 상태창을 확인했다. 놈의 이번 턴의 공/방 수치는….
[천마의 공/방 : 0/0] [천마가 특수 무기를 사용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0/0이라고?”
잘못 본 것이 아닌가 싶어 여러 번 다시 확인해 봤지만 몇 번을 확인해 봐도 숫자는 달라지지 않았다. 놈의 체력은 100 가량. 덱을 세네 바퀴 굴린 공격이 적중하면 그대로 죽는 체력이다.
‘무슨 속셈이지.’
나는 이 「듀얼무림」의 세계에 있는 카드와 아이템을 모조리 다 알지는 못한다. 놈이 무슨 꿍꿍이를 꾸미고 있는지를 명확하게 알 수가 없다는 말이다.
상대의 노림수가 명확하지 않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걸 최대한으로 하는 수밖에.”
나는 덱을 빠르게 회전시켰다. 덱이 빠르게 돌아가며 순식간에 내 공격력과 방어력이 폭증하기 시작했다. 1분, 2분, 3분. 몇 분이 지나자 내 공격력과 방어력 수치는 화면 가득 뒤덮었다.
“이 정도면 되려나.”
“…지구라도 부술 셈이야?”
“쟤가 뭐 할 지 모르니까 최대한 제대로 한 방을 먹여야지.”
나는 턴을 종료했다.
[전투 페이즈] [선/후공을 결정합니다.] [「천마군림보」의 효과 발동! ‘천마’의 선공입니다!]+
【천마군림보】
【전투 페이즈의 선/후공에서 무조건 선공을 잡습니다.】
+
[내 차례군.]천마는 품 안에 손을 집어넣었다. 품 안에서 튀어나온 놈의 손에는 길쭉한 모양의 플라스크가 들려 있었다. 저 물건은 나도 본 적이 있다. 한 번 주운 적이 있지만 쓰잘데기 없다며 버렸던….
“연막탄?”
퍼어엉!
바닥에 떨어진 플라스크에서 검은 연기가 터져나오며 화면을 온통 뒤덮기 시작했다.
+
【연막탄】
【무기】
【일회용 : 한 번 듀얼을 무승부로 할 수 있습니다.】
【두 칸 뒤로 이동합니다.】
+
[듀얼이 무승부로 끝났습니다.]뭐 하는 거지. 확실히 연막탄은 못 이길 상대에게서 한 번의 듀얼을 회피할 수 있는 물건이기는 하다. 하지만 그래봤자 연막탄은 일회용 아이템에 불과하다.
한 번 쓰고 나면 다시 쓸 수 없는 일회성 아이템.
AI를 상대로 하고 있는 상황이면 듀얼을 회피한 이후에 도망을 칠 수 있겠지만 상대는 플레이어다.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AI가 듀얼을 회피해 봤자 다시 쫓아가서 듀얼을 걸면 그만이라는 뜻이다.
“그게 네 전부냐?”
[그래. 이게 바로 내가 선택한 싸움법이다.]뭔가 더 대단한 게 있을 줄 알았는데. 이 상태라면 무서울 게 없다. 나는 캐릭터를 움직여 두 칸 뒤로 움직인 천마에게 다시 듀얼을 걸었다.
[듀얼 스타트!] [천마의 공/방 : 0/0]연막탄을 잃은 놈의 플레이가 변화했을 줄 알았는데. 여전히 놈의 공/방은 0인 채다.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한 건가. 그렇다면 최대한 빠르게 목숨을 끊어 주는게 도리겠지. 나는 최대한 빠르게 공격력을 100까지 끌어올렸다.
[당신의 공격력 : 100] [전투 페이즈] [「천마군림보」의 효과 발동! ‘천마’의 선공입니다!]놈은 천마군림보로 선공을 잡았다. 하지만 선공이라고 해 봤자 어차피 공/방은 0인 상황.
연막탄도 써 버린 놈이 할 수 있는 선택지는 죽음 말고는 없다.
그래야 하는데.
퍼어엉!
+
[듀얼이 무승부로 끝났습니다.]다시 한 번. 연막탄이 터져올랐다.
##외전#2 : 서윤하(6)
“이게 말이나 돼?”
[천마가 「연막탄」을 사용했습니다.] [듀얼이 무승부로 끝났습니다.]나는 또다시 터져나오는 연막탄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벌써 30번째다. 무슨 수를 쓰는 건진 몰라도 저 쓰레기같은 놈의 천마 자식은 계속해서 연막탄으로 나와의 비무를 회피하고 있었다.
“무기는 한 명당 하나밖에 못 들고 있잖아!”
“분명 그렇게 만들었는데….”
“저거 버그야! 아니, 해킹이다! 게임의 약점을 악용하는 비열하고 더러운 쓰레기 같으니라고! 부끄러움이 네놈에게는 없는 거냐!”
서윤하가 남 말 할 처지냐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나는 억울함에 항변했다.
“나는 언제나 룰 내에서만 플레이를 했다고! 지금 저 자식이 하는 건 게임을 해킹에서 게임 내부 정보를 바꾼 거고!”
[나는 게임의 내부 정보는 하나도 손 대지 않았다.]“거짓말하고 있네.”
“그래. 우리가 네 말을 어떻게 믿냐?”
[카드에 대고 맹세하지.]저 자식이 카드에 대고 맹세하거나 말거나, 나는 믿을 용의 없다.
“우주야. 저 말. 진짜인가 봐.”
“너는 왜 저 말을 믿는 건데?”
“그거야… 네가 카드에 대고 맹세했잖아.”
네 머릿속에서 내 인식은 도대체 어떻게 돼 쳐먹은 인간인 건데.
[듀얼 스타트!]나는 놈을 믿지 않는 것과 별개로 천마에게 듀얼을 계속 걸었다. 놈이 벌이고 있는 사기극의 전말을 알아낼 실마리가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