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d Academy 1st Hit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213
시야에 공중에서 유영하는 상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줄어든 몬스터들과 자신의 거리.
“듀얼!”
여한설은 거리가 된다는 판단이 되자마자 듀얼을 선언했다.
[차원 간 듀얼이 시작됩니다.] [「창조자」가 개입합니다.]듀얼이 시작되자마자 열리는 또다른 게이트. 게이트에서 튀어나온 것은 당장이라도 자거나 죽고 싶어하는 표정의 남자였다.
“흐아아암.”
“또 ‘벡’인가.”
“내가 제일 짬밥이 적으니 어쩔 수 없잖아.”
벡이 투덜거렸다. 과거에는 ‘듀얼혼’으로 몬스터들을 강제로 퇴치할 수 있도록 세계 자체에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게이트가 열릴 때마다 듀얼로 몬스터를 일일히 원래의 장소로 이동시켜주는 창조자가 듀얼에는 필요한 것이다.
“이번에도 이기겠지?”
“그건 알 수 없지.”
여한설은 덱을 붙잡으며 말했다.
[듀얼 스타트!]삐빅!
듀얼이 시작되기 직전. 바이저에서 알람음이 터져올랐다. 다른 알람과 명확하게 구별되는 알람음.
[별점 0.5점의 새 평가가 게시되었습니다.]또 새 평가가 올라왔군. 영화 「이클립스」에 대한 악평이 올라오면 바로 그녀에게 알림이 오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뭐, 이번에도 자칭 평론가의 의미 없는 평가일 테지만.’
지금은 의미 없을 게 뻔한 평론보다 듀얼에 집중해야 할 때였다.
##외전#4 : 여한설(3)
[「창조자 벡」이 듀얼을 승인합니다.] [듀얼이 한시적으로 현실성을 갖습니다.]특이성이 사라져 버린 세상에서 몬스터들을 상대하는 것은 과거보다 난이도가 높은 일이 되어버렸다.
게다가 「창조자」들이 오는 속도가 늦기라도 하면 훨씬 더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이런 모든 상황을 감안하고도 듀얼을 한다는 것은 보통의 각오로는 힘든 일이다.
+
【상어의 이빨】
【5 mana】
【대상에게 「짓이기기」를 남깁니다.】
【「짓이기기」를 당한 대상은 회복할 수 없는 데미지를 2 입습니다.】
+
에어 샤크의 체력은 60 가량. 세 마리를 상대해야 하니 체력의 총계는 180이다.
다행인 점이라면 에어 샤크가 처음으로 능력을 발동하기 위해 필요한 턴 수가 5턴이나 된다는 점.
‘덱의 빌드업을 천천히 가져가야겠군.’
[당신의 턴입니다.]“「데스 핸드」를 소환.”
+
【데스 핸드】
【1 mana】
【유언 : 묘지에 「데스 핸드」를 3장 추가합니다.】
+
“어둠 속성 덱이다!”
“진짜 이클립스다!”
“팬이에요!”
주변에서 터져나오는 환호성과 응원들. 물론 자신은 ‘진짜’ 이클립스가 아니다.
어둠 속성을 쓴다는 이유로 사람을 배척하는 분위기는 꽤나 희석되어 있었다. 「이클립스」가 게이트의 몬스터를 퇴치하는 데 어둠 속성 덱을 자주 사용했다는 게 알려진 덕분이다.
그 덕분에 자신도….
‘아니. 쓸데없는 생각을.’
지금은 듀얼 중. 듀얼이 시작했는데도 다른 생각을 하는 모습을 전익현이 봤다면 불호령과 함께 삼십 분짜리 잔소리를 했을 게 분명했다. 듀얼에 집중해야 했다.
“그림자 무덤을 발동.”
+
【그림자 무덤】
【4 mana】
【지속물】
【묘지에 있는 카드 1장은 2장으로 카운트됩니다.】
+
묘지 자원을 빌드할 수 있는 카드들이 차곡차곡 쌓여올랐다.
그리고 다섯 번째 턴.
[「상어의 이빨」이 발동됩니다.]에어 샤크가 파공성을 내며 여한설을 향해 달려들었다. 벌어진 입 안에 있는 수백의 톱날같은 이빨들.
우드득!
외골격을 차고 있었음에도 모든 데미지가 방어되지는 않았다. 깨어지는 외골격과 터져나오는 핏방울들.
주변에서 관중들의 비명이 동시에 터져올랐다.
[Hp -1]‘그리 큰 데미지는 아니군.’
“왜 도발 카드를 쓰지 않았지?”
“쓸 이유가 없으니까.”
상어들의 공격은 랜덤한 대상을 공격한다. 「도발」카드를 세운다면 확실하게 공격을 막아낼 수 있었겠지만, 그러면 플레이 빌드가 늦어진다.
다섯 턴간 필드를 쌓아 놨으니 데미지를 입을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이었다.
결과적으로는 세 마리 중 한 마리에게 데미지를 입었지만. 확률상 벌어질 수도 있는 일이었을 뿐이다.
“더 이상 듀얼에서의 데미지는 현실의 데미지와 대응되지 않아. 평범한 인간이 30데미지 이전에 죽는 건 거의 확실한 일이라고.”
“알고 있어.”
시끄럽기는. 여한설은 벡의 조언 같지도 않은 조언을 흘려냈다. 다음 턴도, 그 다음 턴도. 여한설은 도발 카드를 내어놓지 않았다.
두 번. 세 번. 네 번. 견딜만하다고 생각되는 한계까지 버틴다.
승리하기 위해서는 두려움을 이겨내야 한다.
“…드로우.”
그리고. 이어지는 턴. 충분히 묘지에 자원이 쌓이자마자 여한설의 손이 움직였다.
“데스 나이트를 소환.”
+
【데스 나이트】
【10 mana】
【5/5】
【소환 : 묘지에 있는 모든 카드를 삭제합니다. 삭제한 카드 2장당 +1/+1을 얻습니다.】
+
“삭제된 카드의 수는 32장. 그러니 데스 나이트의 공격력은 21.”
이 덱의 핵심 파츠인 동시에 그녀의 시그니쳐 카드. 「데스 나이트」가 필드 위에 강림했다.
주변을 온통 뒤덮는 흑암을 몸에 두른 기사의 위세는. 그 자체만으로도 몬스터들을 움츠러들게 만들었다.
이런 상황에서의 기세는 자신의 편이다. 에어 샤크들이 데스 나이트에게 홀린듯 공격을 퍼부었다.
데스 나이트는 모든 공격을 받아내며 묵묵히 상어의 몸을 베어갈랐다.
세 마리의 상어가 모두 바닥에 떨어지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듀얼에서 승리하셨습니다!]“이번에도 이겼네. 장기인 「광암덱」을 쓰지 못하는 상황인데도.”
“특정한 룰에 얽매인다면 강한 듀얼리스트라고 할 수 없다.”
“그것도 이클립스가 한 말인가.”
여한설은 대답하는 대신 자신을 태우고 온 듀얼 바이크에 몸을 실었다. 자동운행을 켜 둔 여한설은 간이 회복용 캡슐에 몸을 넣었다.
[오늘도 출혈량이 꽤 높습니다. 이대로 가면….]“알고 있어.”
이지후의 잔소리를 들으며 여한설은 메시지 창을 열어젖혔다. 「이클립스」에 달린 악플들을 찾아보기 위해서다.
[평가 : ★☆☆☆☆] [영화적 고려는 하나도 없는 선전물. 이클립스가 실제 인물인 건 알지만 영화적 완성도는 별개라고 봐야 한다. 세상을 구한 사람을 프로파간다화해서 파는 것 자체도 마음에 들지 않을 뿐더러….] [다음 평가] [평가 : ★☆☆☆☆] [독점적 기업 반대! 독점적 영화사업 반대!] [다음 평가]가지각색의 언어로 만들어진 악플들을 여한설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쓸어넘겼다.
[오늘도 악플을 찾아 보시는 겁니까.]“그 자식이 돌아오면 반드시 악플을 남길 테니까.”
[「이클립스」가 전익현의 마음에 들 가능성은 없습니까?]“티끌만한 실수만 해도 사흘 내내 조잘거리는 자식이 잘도 이클립스에 좋은 평가를 내리겠다.”
이클립스에 들어가 있는 듀얼로그 대부분은 여한설이 만든 것이었다. 의도적으로 조그마한 실수들을 해 놓은 듀얼 로그들.
듀얼 로그에 있는 실수는 총 10개였다. 전익현이라면 자신이 만들어놓은 듀얼 로그에 있는 오류를 걸고넘어질 게 분명했다.
“그러니. 이 오류 10개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악평은. 전익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는 거지.”
물론 전익현이라고 해도 자신이 만들어놓은 듀얼 로그의 실수를 모조리 찾아내지는 못할 것이다. 그녀의 듀얼 실력은 과거보다도 늘어 있는 상태였으니까.
“뭐. 대충 8~9개정도만 찾아내도 한 번 만나볼 만한 이유는 충분하다는 거지.”
여한설은 그렇게 말하며 다음의 악플로 넘어갔다.
[다음 평가] [평가 : ★☆☆☆☆] [「이클립스」의 듀얼오류 190개 목록]“…?”
[오류가 190개나 있다고 합니다만.]“…헛소리겠지. 그만큼의 오류가 있을 리가 없다고.”
여한설은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며 평론을 클릭했다.
[오류 1. 1:15 첫 듀얼에서의 문제. 서로 처음 덱을 보는 상황이면 좀 더 다재다능한 소환수를 처음 내 놓는 게 정석이다.오류 2. 1:17 특이성이 어둠 속성 특화면 「게이트 키퍼」를 넣으면 안 되지.
오류 3. 1:50 드로우하는 데 왜 계속 자세가 바뀌는 거지? 기본이 안 돼 있는?거 아닌가?? 그게 아니면 지고 싶은 건가?
…
이 모든 상황을 종합해봤을 때 나오는 결론은 하나. 듀얼로그를 만든 인간의 듀얼 실력이 밑바닥이라는 것.]
글을 모두 다 읽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전익현이네.”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입니다. 그러니 치료가 다 되면….]“댓글창 확인 안 했지.”
[안 했습니다만.]평론의 댓글 창은 이미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단순히 평론에 대한 댓글뿐만이 아니라 그 댓글에 하나하나 대댓글로 싸움박질을 하고 있는 글 작성자 덕분이었다.
태클을 거는 댓글 하나하나 끝까지 따라가서 싸움박질을 하고 있는 인간성. 맞는 말을 해도 사람을 굳이 열받게 만들어서 매를 버는 인간형 허수아비.
전근대였다면 십자가에 묶여 화형을 당했거나 돌팔매질로 돌무더기가 됐을 게 분명한 말뽄새.
[……전익현이군요.]“…이거. 어디서 적은 댓글이야.”
[서울에서 적은 댓글이군요.]“지금. 만나러 간다.”
분명히 자신이 처음이다. 전익현은 방구석에서 듀얼하는 것 말고는 외출이라고는 하지 않는 인간이니까.
여한설은 입꼬리에 미소를 띄운 채 몸을 좌석에 푹 기댔다.
* * *
“너희가 하자고 하는 거 다 해 줬잖아. 그러면 방구석에서 혼자 듀얼할 시간 정도는 줘야 되는 거 아니야?”
어떤 인간이건 자유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하루종일 영화다 쇼핑이다 음식이다 놀이공원이다 뭐다 끌려다녔으면 쉴 시간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자유시간은 인간이 인간으로서 살기 위한 당연한 인권의 일부다.
“누가 하지 말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