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d Academy 1st Hit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214
“할 수 있게 해 줘야 하지!”
모든 귀찮은 짓을 마치고 도착한 마이 스윗 하우스에는 세 명의 여자가 들어차 있었다. 신하연은 소울 커맨더스용 TV를 점령하고, 서윤하는 모바일 게임 기기와 휴대폰을 점령하고, 스핑크스는 카드들이 쌓여 있는 금고 앞을 점령해 있는 상황.
어디를 가서 무엇을 하려고 해도 방해를 받는 외통수에 걸려 있는 상황이라는 거다.
“주중에 그렇게 소울 커맨더스를 하고, 주말에까지 듀얼을 하려고 하면 안 되지. 게임에도 쉬는 시간이 필요한 법.”
“주중에는 일로서 소울 커맨더스를 한 거고! 지금은 쉬는 시간이니까 소울 커맨더스를 하겠다는 거잖아!”
“우리는 그걸 워커홀릭이라고 하기로 했어요.”
나는 이를 빠득빠득 갈았다. 숨겨둔 카드로 덱을 만들 수도 없었다. 기존에 카드를 숨겨놓던 화장실, 벽장, 책장 위는 서윤하에게 발각당했다. 창틀 밖에 숨겨둔 카드는 스핑크스가 냄새로 찾아냈다. 몸에 숨겨둔 카드들은 신하연에게 모조리 압수당한 상황.
“강사님은 중독 치료가 필요해요. 진지하게. 그래서 저희가 온 거고.”
“난 듀얼 중독 아니야! 치료같은 건 필요 없다고!”
“문득 궁금한 건데. 강사님이 생각하는 듀얼 중독은 도대체 어떤 거에요?”
그래. 이 참에 내가 듀얼 중독자라는 기존의 프레임을 확실하게 해체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나를 중독자라고 생각하니까 이런 대우를 계속해서 하는 것 아니겠는가.
똑똑히 가르쳐주지. 듀얼 중독이 무엇인지.
“좋아. 가장 먼저, 듀얼 중독자는 일어나서 자기 전까지 계속 듀얼 생각만 해.”
“저희 없는 날에. 강사님은 하루종일 뭐 해요?”
“바쁘게 살지. 덱 튜닝하고, 진 게임 복기하고, 새 덱 확인 겸 테스트하고, 듀얼 할 사람 없나 돌아다니고. 그 사이에 모바일 소울 커맨더스 매칭 서치도 돌려놔야 돼.”
“…….”
“…….”
그래. 인정할 부분은 인정하자. 이 부분은 나한테도 약간은 증상이 있다.
하지만 듀얼 중독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하다.
“다음으로. 듀얼을 하지 않고 있을 때 눈이 빨개진다거나. 손이 떨린다던가.”
내 말이 끝나자마자 스핑크스가 손거울을 가져왔다. 손거울 안에 보이는 내 눈은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음. 어제 잠을 좀 못 자서 그래.”
“다른 듀얼 중독의 증상은?”
“듀얼을 하지 않을 때 간헐적으로 폭력적인 성향을 드러내는 거지. 소리를 지른다던가.”
“강사님도 맨날 소리치잖아요.”
“그건!! 너희가!! 소리치게!! 만들어서!! 그런 거잖아!!!”
소리를 지르고 나서야 아차하는 느낌이 들었다.
“아무튼. 나는 문제 없어. 설령 문제가 있다고 해도 혼자서 치료할 수 있다고.”
나를 전혀 믿는 얼굴이 아니다. 반론이라도 제기하면 그대로 중독 신고를 할 표정들이라니.
서글픈 일이다.
##외전#4 : 여한설(4)
[위치 전송 완료되었습니다.]여한설은 자신의 바이저에 나온 지도를 따라 움직였다. 추적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기본적인 추적 장비는 구축되어 있다. 미국에서 전쟁시 감청을 위해 사용하는 전자장비를 세계 도처에 깔아뒀다. 전익현이 어디에 있건 어디에 숨어있건 위치추적을 할 수 있었다.
물론 추적이 쉬웠던 결정적인 이유는 전익현으로 추정되는 인간이 계속해서 댓글로 싸움박질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지만.
“하여간 주변에 적 만드는 건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니까.”
여한설은 중얼거렸다. 전익현의 위치로 추정되는 지역과의 거리는 겨우 50미터. 맥박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전익현과 만나면 가장 먼저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잘 살았어? 그간 어땠어? 왜 돌아온 거지? 내 생각은 했어? 난 잘 못 지냈어. 그동안 몬스터들을 퇴치했어. 네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리고 싶었어. 돈을 그렇게 썼는데도 실제보단 못하더군.
“…그리고….”
[긴급 상황 발생.]“긴급 상황? 무슨 일이지?”
[별 일 아닙니다.]별 일이 아닐 리가 없다. 이지후는 여한설 자신이 위험하다 싶은 일이면 일단 별 일 아니라고 말하고는 했다.
여한설은 바이저를 조작해 상황을 확인했다.
“인간형 괴인이라. 게이트가 열린 것 같지는 않은데.”
이지후가 포기한 듯한 한숨을 내뱉었다.
[게이트가 열리는 것을 감시센터에서 놓친 것 같습니다.]“현 상황은?”
[괴인은 공원 주변을 닥치는 대로 돌아다니며 민간인들을 습격하고 있다고 합니다.]“좌표 전송해 줘.”
[…하지만….]여한설은 이지후의 말이 이어지기도 전에 음성통화를 종료했다. 무슨 말이 이어질지는 뻔했다.
지금의 자신은 전익현을 만나러 가고 있었다. 오늘 몬스터를 처리하기도 했다. 게다가 몸은 정상이 아닌 상태.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고 해서 찾아가지 않는다고 해도 누구도 자신에게 뭐라고 하지는 않는다.
이지후도 그 말을 하고 싶었을 테고.
하지만. 전익현이었다면. 「이클립스」라면.
‘주저 없이 사람들을 구하려 움직였겠지.’
여한설은 걸음을 옮겼다. 전송된 좌표는 그리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이 아니었다. 정확한 좌표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았다.
쾅! 콰아앙!
듀얼로 발생하는 소리가 이 멀리서도 들려오고 있었으니까. 저 골목 너머에. 자신이 퇴치해야하는 괴물이 있을 터였다.
“다음!”
왜인지 낯선, 그런데도 너무나도 익숙한 말투가 여한설의 귀에 들려왔다.
‘설마.’
아닐 것이다. 여한설은 분노인지 기대감인지 모를 쿵쾅대는 심장을 잡으며 골목으로 뛰어들었다.
골목을 돌자 시야에 들어오는 건.
“크으윽… 대체 우리가 뭘 잘못했다고….”
“저 자식. 내 덱의 근본을 부정했어….”
“악마… 저 자식은 듀얼의 악마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수많은 듀얼리스트들과.
“듀얼이 부족해! 듀얼이 부족해애애애! 오늘 하루종일 듀얼을 못 했단 말이다아아! 일어나! 일어나라고오오!”
지긋지긋한 눈빛을 하고 있는 지팡이를 짚고 있는 괴인, 아니. 전익현이었다.
얼굴은 달랐지만 감정하고 자시고도 필요 없었다.
“뭐야! 너는! 너도 덤빌 거냐!”
여한설은 전익현이 다시 돌아왔을 때, 무슨 말을 할 지에 대해서 수없이 고민했다. 하고 싶은 말이 산더미처럼 있었으니까.
그러나 어떤 고민도 필요없었다.
고대해 마지않던 재회의 순간에. 우리는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는 법이다.
여한설은 입을 열고 자신의 가슴에서 터져나오는 말을 그대로 내뱉었다.
“그냥 못 돌아오고 죽어 버리지 그랬냐.”
* * *
“그냥 못 돌아오고 죽어 버리지 그랬냐.”
이클립스와 흡사한 외골격을 입고 있는 여자. 그러니까 여한설이 내게 건낸 첫 말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 몸이랑은 처음 보는 사이일 텐데. 보자마자 폭언부터 내뱉다니. 싸가지 없는 건 여전하군.
“처음 보는 사이겠냐. 전익현 자식아.”
…나 빼고 다들 모여 있는 단톡방이라도 있는 건가? 어떻게 다들 보자마자 내 정체를 아는 거지.
눈매를 보아하니 마음 속으로는 이미 내가 전익현이라는 것을 확신하는 표정이다. 부정해 봤자 의미없는 일이라는 것은 스핑크스와 신하연을 통해 이미 검증됐다. 그리고 부정할 시간에….
“듀얼이라도 한 판 할까. 신사답게.”
나는 혀로 입술을 천천히 핥으며 신사답게 말했다. 오늘 하루종일 듀얼과 격리된 하루를 보냈다. 집에는 여전히 세 명이 들어가 있는 상황.
음료수를 사러 나왔다는 변명 하에 바깥에서 듀얼을 할 수 있는 시간은 고작 3~40분에 불과하다.
그러니 최대한 많은 상대와 듀얼하거나. 강한 듀얼리스트와 듀얼하는 수밖에 없다.
여한설이라면 이 짧은 유희의 마지막으로는 최고의 마무리가 되리라.
“좋아. 붙어 주지.”
“조심해… 저 자식의 덱… 엄청 강해…!”
“알고 있다. 나만 믿어라. 저 괴물을 숙청해 줄 테니.”
여한설은 순순히 내 앞에 섰다. 다소간 긴장한 표정이다. 오랜만에 제자가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볼 생각에 벌써부터 군침이 흐른다.
뚝. 뚝. 뚜욱.
“…보통 군침을 흘린다고 생각하는 건 비유적인 의미 아닌가?”
“시끄러. 빨리 시작하기나 해.”
“네놈. 코트는 어디에 뒀지? 카드 보관을 하겠다면서 한여름에도 코트만 입고 다니던 인간이.”
여한설은 흘긋, 내 복장을 흘겨봤다. 지금의 내 차림은 티셔츠 한 장에 반바지 한 장이 전부다.
당연하게도 덱을 숨길 곳이라고는 없다.
“오늘은 사정이 있어서.”
“─모종의 이유로 카드를 들고나오지 못했나 보군.”
정곡이다. 봄이긴 하지만 여전히 밤은 아직까지 쌀쌀하다. 이런 날씨인데도 내가 반팔 반바지 차림으로 쫓겨나온 것은 카드를 숨길 우려가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참고로 이 옷도 수색을 한 번 당한 다음에야 입을 수 있었지.
– 바지 안도 봐요!
– 안 돼! 안 된다고! 이거 성추행이야! 이거 놔!
– 안 되긴 뭐가 안 돼! 당장 이리 와!
…아무리 그래도 바지 안까지 수색하는 것은 선을 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잘은 모르지만 제네바 협약에도 위배되는 상황일 것이다.
제네바 협약을 비준수하는 악도들에게 바지 안을 수색당한 덕분에 마지막으로 준비해 뒀던 「충왕덱」까지 탈탈 털리고 만 상황.
절망적인 상황이었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포기하지 않는다면 누구에게나 희망은 있는 법.
나는 칠흑같은 절망 속에서도 덱을 완성했다.
지금 내 손에 들려있는 것은 덱이라는 이름의 ‘희망’인 것이다.
“…카드의 꼬라지를 보아하니 공원의 쓰레기통을 뒤져서 맞춘 덱인가 보군.”
“동네 어린애들한테 쓸모없는 카드를 받아챙기기도 했지.”
“…자랑 아니니까 제발 뿌듯해하는 표정 짓지 마라.”
왜. 그래도 강제로 카드를 뺏지는 않았다고. 여한설은 이 대화가 조금이라도 더 진행되는 게 싫다는 듯 듀얼 시작 버튼을 눌렀다.
[듀얼 스타트!] [상대의 턴입니다.]여한설의 덱은 여전히 「어둠」속성의 컨트롤 덱일 터다. 특이성이 사라졌으니 두 가지 속성을 쓰지는 않을 테고.
급조한 덱에 특이성까지 겹쳤으면 정말로 이기기 힘들었을 텐데. 다행이라고 봐야 되나. 듀얼이 시작되자 주변에서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클립스」다!”
“진짜는 아니겠지?”
“상대는 누구야?”
“괴인인 것 같은데?”
“생긴 건 사람처럼 보이지 않아?”
“아니! 저 눈을 봐! 어둠에 지배당하는 게 틀림없는 눈이라고!”
마지막 말 한 놈 누구야. 소리가 난 곳을 노려봤지만 목소리의 주인을 찾아낼 수는 없었다.
“눈을 마주치지 마! 잡아먹힌다!”
“바닥에 수십 명이 쓰러져 있어!”
“으으으… 도와줘….”
“이미 영혼을 잡아먹힌 듀얼리스트들이다!”
뭘 영혼을 잡아먹혀. 그냥 듀얼 중간중간에 피드백을 해 줬을 뿐인데. 팩트 몇 방 꽂혔다고 바닥에 제멋대로 쓰러졌을 뿐이라고. 저런 정신머리라니. 내 수업 들었으면 정신머리부터 제대로 교정을 해 줬을 텐데.
“…그러고 보니 아카데미에서도 학생들을 무차별적으로 습격한다는 괴인이 있다고 했어!”
“그 괴불한당의 정체가 바로 저 자식이었군!”
걔는 다른 놈이라니까. 바닥에 쓰러진 사람들은 내 책임이 미량 있지만. 아카데미는 나랑 아무 관계없다. 하지도 않은 짓으로 욕을 먹는다는 게 썩 기분좋은 일은 아니다.
“그건 나 아니야!”
“거짓말하지 마! 이 괴물!”
“우리 동네에서 나가!”
사람들은 나를 듀얼괴인이라고 제멋대로 오해를 하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내 쪽을 응원하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다. 조금은 서글프군.
갤러리들의 편파적인 응원은 하루이틀 경험한 것도 아니고. 그러려니 할 수밖에. 듀얼에나 집중해야지.
“드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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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괴수 T-렉스】
【9 mana】
【상대의 필드에밖에 소환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