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d Academy 1st Hit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215
【소환 : 상대 필드의 소환수를 흡수합니다. 흡수한 소환수 하나당 마나 코스트가 3 줄어듭니다.】
【10/10】
+
「T-렉스」라. 나쁘지 않은 드로우다. 내 덱의 한 축을 이루는 「우주괴수」카드군이다.
덱이 꽤나 엉성한 상태이기는 하지만 지금의 내 덱은 여한설이 쓰는 고마나의 컨트롤덱을 상대하기에 최적화된 덱.
그러니 충분히 상대할만하다.
“턴 엔드.”
여한설은 긴장한 것처럼 보였다. 나는 무심하게 여한설을 쳐다봤다. 자신이 모르는 덱을 상대할 때. 여한설은 상황을 지켜보는 쪽을 선택했다.
하지만, 이번의 여한설의 움직임은 조금 달랐다.
“데스 핸드를 소환.”
+
【데스 핸드】
【1 mana】
【유언 : 묘지에 「데스 핸드」를 3장 추가합니다.】
【1/2】
+
“과감하게 움직이는군.”
“가만히 있을 바에는 움직이며 상대의 생각을 읽는다. 최선의 수만이 선택해야 할 수. 그게 「이클립스」가 싸우는 방식이지.”
“이클립스가 아니라 내가 싸우는 방식이거든?”
“그렇다고 주장하고 싶겠지.”
생각하고 싶은게 아니라 사실이라고. 나는 속으로 혀를 차며 여한설을 바라봤다.
그녀의 움직임은 내 복제품인 나. 그러니까 ‘중2병 이우주’와 내가 이클립스로 활동할때의 나. 그리고 여한설의 특징이 섞여 들어가 있었다.
약간의 중2병자와 정체불명의 미남이 조경장자와 섞여 있다고나 할까.
과거의 여한설보다 까다롭다는 것은 분명했다.
확실히. 서윤하도 그렇고, 여한설도 그렇고. 내가 없는 동안에도 착실히 노력한 모양이다.
나는 여한설의 몸을 훑어봤다. 여기 오기 전에 어디에서 듀얼이라도 했는지 슈트의 여기저기가 찢어져 있는 데다가 핏자국도 선연하다.
나는 여한설의 허벅지와 흉부, 목에 나 있는 이빨자국으로 출혈량을 머릿속으로 역산했다.
프로 듀얼 출혈러인 내가 보기에 적어도 어지러움을 느끼기에는 충분해 보이는데.
그런 증상이 있는 낌새는 하나도 내비치지 않는다. 마치 나나 ‘이클립스’처럼. 혹은. 지금의 여한설처럼.
“성장했구나.”
“네놈이 돌아왔을 때 한 방 먹여주고 싶었으니까.”
감동적이기 그지없다. 가르치는 사람이 없는데도 스스로 강해지다니. 그리고 그 성장의 동력이 나라니.
이렇게 성장한 모습을 보니 선생님으로서 더더욱….
“이겨줘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군.”
“그래. 그렇게 나올 줄 알고 있었다.”
“넌 날 못 이겨.”
“모든 설화속의 괴물이 그렇게 생각했지.”
사람을 퇴치해야 되는 괴물 취급하지 마.
##외전#4 : 여한설(5)
초반에 여한설이 공세로 나섰으니 내 입장에서도 움직일 필요가 생겼다.
[당신의 턴입니다.]나는 카드를 뽑아들었다. 나는 운명이라는 것을 싫어한다. 운명이란게 존재하고 우리의 삶이 결정론적이라면 삶에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한설과의 오랜만의 재회에서. 이 세계에서 처음 왔을 때 쓰던 카드를 꺼내놓는다는 건. 조금은 운명같기도 하다.
“나는 「민들레 홀씨」를 소환!”
+
【민들레 홀씨】
【도발】
【유언 : 0/1 민들레 토큰을 소환합니다.】
+
얼굴이 확인되지 않는 바이저 너머인데도 여한설의 얼굴표정이 그려졌다. 당황, 분노, 그리고 반가움이 뒤섞인 표정이겠지.
“…꽃잎 토큰 덱인가. 그러고 보니. 네가 처음 소환했던 카드도 저 「민들레 홀씨」카드였지.”
“잘도 기억하고 있네.”
“그 때 지고 나서 밤새 잠도 못 잤으니까.”
마냥 비싼 카드들만 우겨넣었던 덱으로 공격력 0짜리 덱에 졌을 때의 충격은 확실히 커다랬을 터다.
“그래서. 지금도 이 카드들을 쓰레기라고 생각하나?”
“내 덱이 더 강해.”
좋은 태도다. 정말로 어떻게 생각하든 간에. 지금의 자신의 덱이 강하다고 믿는 것은 중요한 일이니까.
“하지만. 세상은 믿음만으로는 모든 것들을 해결할 수 없는 법이지. 나는 「자라나는 홀씨」를 발동!”
+
【자라나는 홀씨】
【1 mana】
【내 필드에 공격력이 0인 토큰이 소환될 때마다, 상대편에게도 같은 토큰을 소환합니다.】
+
과거였다면 상대에게 소환을 해 주는 것이 무슨 의미냐고 받아쳤겠지만. 지금의 여한설은 내 행동 하나하나에 전력을 다해 집중하고 있다.
평소처럼의 수업 태도라는 말이다.
“턴 엔드.”
“상대의 필드를 봉쇄하는 플레이를 하겠단 거군.”
“꽃잎 토큰 덱의 주력 플레이지.”
“그래 봤자지만.”
여한설은 필드가 가득 차는 것을 최우선적으로 경계했다. 내 추가적인 움직임을 봉쇄하기 위해서 내 카드들을 최우선적으로 커트해 나갔다.
‘시간만 벌면 「희생」카드들로 토큰들을 얼마든지 제거할 수 있어.’
라는 생각을 하는 모양이군. 확실히 필드를 봉쇄하는 「꽃잎 토큰」덱은 필드의 카드를 쉽게 희생할 수 있는 어둠 속성 덱을 상대로는 상성이 나쁘다.
하지만 상관없다. 「꽃잎 토큰」덱은 이 덱의 부수적인 파츠일 뿐이니까.
“덱의 교환비가 나빠 보이는데. 상관없나?”
카드의 교환비. 컨트롤 덱을 쓰는 여한설이 최우선적으로 신경쓰는 승리공식이다. 컨트롤덱은 다대일의 카드 교환을 통해서 중장기적인 어드밴티지로 게임의 승리를 만들어내는 덱이다.
지극히 왕도적인 게임 플레이. 나도 이런 왕도적인 플레이를 좋아한다. 괜히 내가 가지고 있는 1028개의 덱중 10% 가 컨트롤덱인 것이 아니다.
아무튼, 컨트롤덱의 시선으로 보기에 내 상황은 그리 좋은 상황이 아니다. 필드의 주도권은 상대편에 있고, 카드의 매수는 더 적고, 상대방의 주 플랜은 착실하게 메워져 가고 있는 상황.
패배로 착실하게 달려가고 있는 상황 말이지.
여한설의 일방적인 공격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내 필드는 금방금방 지워져 나갔다.
“「꽃잎 토큰」을 파괴!”
파앙!
내 필드 위에 있던 마지막 토큰이 부서져내렸다.
“내 쪽이 유리한 것 같은데.”
“…하지만. 이런 상황을 만드는 것이 승리 플랜인 덱도 있는 법이지. 자신의 불리함을 연출한 뒤 승리를 만들어낸다. 마치 히어로와 같─”
“이 괴물! 그 입으로 히어로를 말하지 마!”
“우우! 너희 세계로 돌아가라!”
멋진 말을 하려는데 끊기다니. 어째 세상에 내 편이 하나도 없는 것 같은 기분이다.
기분도 꿀꿀하고. 타이밍도 무르익었으니 슬슬 승리 플랜을 가동해 볼까.
[당신의 턴입니다.]“나는 「우주괴수 T-렉스」를 소환.”
+
【우주괴수 T-렉스】
【9 mana】
【상대의 필드에밖에 소환할 수 없습니다.】
【소환 : 상대 필드의 소환수를 흡수합니다. 흡수한 소환수 하나당 마나 코스트가 3 줄어듭니다.】
【10/10】
+
콰과과과과! 우주에서 거대한 크기의 운석이 떨어져내렸다. 한 시대의 종말을 만들어내듯 떨어진 운석은 거대한 크레이터를 만들며 여한설의 필드 위에 낙하했다.
“흡수할 소환수는 「흑색 창기병」, 「데스 핸드」, 「유령마」세 마리다.”
내 선택이 끝나자 선택된 소환수들이 운석으로 끌려가듯 흡수되었다.
그리고, 운석에서 튀어나온 거대한 한 마리의 공룡.
“자. 이걸로 3:1 교환이로군.”
「우주괴수」카드들은 상대 필드에밖에 소환할 수 없는 대신 상대에게 디메리트를 줄 수 있는 여러 가지 능력들을 가지고 있다.
물론 그 디메리트의 크기만큼의 능력치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내 필드 위에는 10/10의 소환수가 소환됐어. 그러니….”
“그리고 뒤이어 「미니어쳐 히어로-감마」를 소환.”
+
【미니어쳐 히어로-감마】
【0 mana】
【돌진, 상대의 소환수가 나보다 셋 이상 많을 때에만 소환할 수 있습니다.】
【능력치 총계가 10 이상 나는 카드와의 전투에서 「무적」, 「치명」을 얻습니다.】
【1/1】
+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이나 조그마한 미니어쳐가 필드에 소환됐다.
상대 필드에 소환된 「우주괴수」와의 신장 차이는 수십 미터는 나겠지.
하지만 이 카드가 가지고 있는 힘은 절대 작지 않다.
“가라아아아!”
조그마한 미니어쳐가 검을 꼬나쥔 채 우주괴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조그마한 검끝에 검광劍光이 어리기 시작했다. 칼끝에만 작게 어렸던 검광은 서서히 길어졌다. 검만하게, 미니어쳐의 몸만하게, 사람의 다리만하게.
그리고 이내 거대한 괴수만하게 커졌다.
서걱! 검광이 괴수의 몸을 일도양단내는 데에는 찰나의 시간만이 필요했을 뿐이다.
“히어로는 승리한다! 끼요옷!”
내가 가지고 있는 덱의 승리플랜은 「괴수」로 상대의 필드를 압박하고, 괴수가 가지고 있는 각종 능력치를 카운터하는 방식이다.
컨트롤 덱의 모든 카드들을 대응하기 위해서는 교환비가 부족한 카드의 소모가 필연적이다. 하지만 그 카드들을 「괴수」로 치환해서 「괴수」들만을 처치한다면 간단하게 카드들을 처리할 수 있다.
모든 카드를 카운터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고마나 카드, 높은 능력치만의 카드를 카운터하는 것은 쉬운 일이니까.
나는 「마나 제한 지대」로 고마나 소환수들의 공격을 봉쇄하고, 「중력의 밧줄」로 높은 공격력을 가진 소환수들을 제한했다.
저코스트 소환수들은 꽃잎토큰 카드들을 통해서 괴수를 소환할 수 있는 시간을 번다.
“턴 엔드다.”
[상대의 턴입니다.]으득! 여한설의 바이저 안에서 이 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여한설의 포커 페이스가 깨어질 만큼 내가 유리하다는 소리다.
그리고 나는 이 우위를 놓칠 정도로 범우한 듀얼리스트가 아니다.
[승리하셨습니다!]“…내가. 졌다.”
여한설은 졌는데도 입꼬리가 올라가 있었다. 져 놓고 뭐가 좋다고 웃고 있는 거지.
그러고 보면 듀얼 내내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가 있었다.
“바이저와 헬멧을 쓰다 보니 표정관리에 약점이 생기잖아. 헬멧에 썬팅을 아무리 해도 표정관리는 제대로 해야지.”
“…그놈의 훈수질은 여전하군.”
“훈수가 아니라 피드백이라고.”
“뭐, 됐다. 오랜만에 들으니 나쁘지 않군.”
얘 뭐 잘못 먹었나. 평소에는 피드백 하나하나에 삐딱하게 반응해 놓고는. 계속 싱글벙글이네.
“뭐 좋은 일이라도 있냐?”
“그래.”
“무슨 좋은….”
“네가 돌아온 일.”
“내가 돌아온 게 그렇게 기쁘냐?”
“그래. 보고 싶었다.”
그녀의 말에는 말로 못할 정도의 애정이 듬뿍 담겨 있었다. 좋은 듀얼 상대가 귀환해서 기분 좋은 건 알겠는데, 내가 아닌 누가 잘못 들으면 좋아하는 사람한테 고백이라도 하는 것으로 착각했을 법한 말투다.